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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안면 신뢰도와 외부 감사의 함수는

김진욱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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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Seeing is believing? Executives’ facial trustworthiness, auditor tenure, and audit fees” (2020) by T. S. Hsieh, J. B. Kim, R. R. Wang, & Z. Wang in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69(1), 101-260.

무엇을, 왜 연구했나?

‘34밀리초(millisecond).’1

타인의 얼굴을 보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얼굴은 관찰자가 피관찰자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 두뇌에서 편도체는 타인의 얼굴 모양을 기반으로 안면 신뢰도(facial trustworthiness)2 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편도체는 정서적 자극에 대한 자율 반응을 유발해 신뢰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심리학 연구들은 안면 신뢰도에 따라 사람들의 실제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예컨대, 사람은 신뢰성 높은 얼굴을 가진 타인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며 쉽게 돈을 빌려주는 경향을 보인다.

매사추세츠 다트머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안면 신뢰도에 대한 신경과학 및 심리학 연구를 회계학 연구에 접목했다. 구체적으로 외부 감사인이 경영진의 안면 신뢰도를 감사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 반영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론적으로 감사 보수는 감사 노력과 소송 위험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외부 감사인은 감사 업무와 관련된 내재적 위험과 통제 위험을 평가할 때 경영진의 무결성(integrity)을 의사결정에 고려한다. 회계 감사 기준 또한 감사 전반에 걸쳐 경영진의 가치와 무결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진은 ‘직간접적으로 회계 기록을 조작하고 부정 재무 보고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평가하기 위해 회계 감사 기준은 외부 감사인에게 감사 업무 전반에 걸쳐 경영진과 효과적으로 대면 커뮤니케이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부 감사인과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은 감사 위험을 판단하고 감사 시간을 추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 감사인은 경영진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피감사 기업의 중요한 왜곡 표시 위험이 높다고 인식하면 문제를 식별하고 감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감사 시간을 할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외부 감사인이 관찰하는 경영진의 안면 신뢰도는 감사 보수 책정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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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외부 감사인이 안면 신뢰도가 낮은 경영진으로부터 제공받는 회계 정보에 대해 낮은 신뢰도를 부여하며, 이에 따라 높게 지각되는 감사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높은 수준의 감사 보수를 부과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표본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845개 미국 기업에서 근무한 1179명의 CEO와 1360명의 CFO로 구성됐다. 경영진의 안면 신뢰도는 눈썹 머리 능선의 각도, 얼굴의 원형(roundness) 정도, 턱의 넓이, 인중 길이를 표준화한 지수로 측정했다.3

실증 분석에 앞서 연구팀은 연구에서 사용하는 안면 신뢰도 지수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안면 신뢰도 지수의 상위 20% 그룹에 속하는 CEO 5명과 CFO 5명, 하위 20% 그룹에 속하는 CEO 5명과 CFO 5명의 사진을 무작위로 추출해 ‘사진으로 볼 때 이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각각의 사진에 대해 1점(신뢰도 낮음)부터 5점(신뢰도 높음) 사이의 신뢰도를 부과했다. 응답을 분석한 결과, 안면 신뢰도 상위 20%에 속한 경영진 10명의 평균 응답 점수는 3.68점으로 하위 20%에 속한 경영진의 평균 점수(2.64점)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면 신뢰도 지수의 타당성을 입증한 연구팀은 경영진의 안면 신뢰도와 감사 보수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CEO의 안면 신뢰도는 감사 보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FO의 안면 신뢰도는 외부 감사 서비스의 가격 책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외부 감사인은 안면 신뢰도가 높은 CFO의 기업에 낮은 수준의 감사 보수를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 연구의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이며 동시에 외부 감사인과 소통하고 재무 보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CFO가 CEO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도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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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그렇다면 안면 신뢰도에 근거한 외부 감사인의 경영진에 대한 인지 및 평가는 과연 합리적 행동일까? 그리고 한 번 형성된 신뢰도는 바뀌지 않을까? 연구팀의 추가 분석에 따르면 CEO와 CFO의 안면 신뢰도는 기업의 재무 보고 품질과 상관관계가 없었다. 즉, 안면 신뢰도가 높은 CFO의 기업에 낮은 감사 보수를 부과하는 외부 감사인의 행동은 합리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인지 편향에 가깝다고 결론 내릴 수 있겠다.

그렇지만 본 연구의 결과가 외부 감사인의 인지 편향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CFO의 안면 신뢰도가 감사 보수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 감사인의 계속 감사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 감사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외부 감사인은 피감사 기업의 기업 운영 및 내부 통제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감사 위험을 평가할 때 경영진의 안면 신뢰성에 기초한 판단에 의존하는 정도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선출하던 네 가지 표준을 일컬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불렀듯이 풍채와 용모는 오래전부터 인재를 평가하는 직간접적인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본 연구 결과는 외부 감사인이 경영진의 용모에서 기인한 사전적인 편견을 배제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외부 감사인은 재무 정보 이용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재무제표를 감사해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외부 감사인은 인지적 편향에서 벗어나 전문가적 의구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레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조세회피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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