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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외로운 싸움

김현진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최근 한 강연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 A 씨는 “직원 수가 30명을 넘는 순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가 어려워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탁월한 친화력으로 직원들이 서로 격의 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동아리 같은 회사’를 만들어왔다고 자부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해온 회사는 성장 자체가 다음 단계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후배의 후배, 친척의 친구 식으로 얽혀 “우리가 남이가”란 생각으로 뭉쳤던 조직원들 사이에 진짜 ‘남’들이 들어오고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이직, 소통 이슈 등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창업 3년 차인 20대 스타트업 대표 B 씨 역시 요즘 종종 가슴이 답답해지곤 합니다. 그는 “사회성도 부족하고 마음도 여린 편인데 직원들에게 직설적으로 피드백하면서 쓴소리를 하자니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좋은 소리만 하려니 성과 관리에 문제가 생겨 내적 갈등이 심하다”고 말합니다.

스타트업 리더들은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들과는 성격이 다른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경험을 축적해 온 임원이나 동료들이 없고 무엇보다 사업이 망하면 내 인생도 망할 것 같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해외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발에 차이는 게 ‘멘탈 코치’”라는 말도 나옵니다.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수련하다 보니 어쩌다 관련 지식을 쌓게 된 창업자들 가운데 스스로 멘탈 코치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추게 된 사례가 많다는 뜻입니다.

멘토도, 조력자도 없는 낯선 길을 가는 선구자의 외로움. 따라서 스타트업 리더들의 리더십은 대기업 중심으로 쓰였던 리더십 이론 및 가이드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는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들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대기업 담당자들이 들여다보는 성공한 스타트업 조직 문화의 핵심도 역시 리더십이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리더십이 일반 기업의 리더십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로 재무적 ‘성과’를 추구하는 대기업에 비해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선 당장 얼마를 벌었나보다 얼마나 투자를 받는지, 얼마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속도’가 중요해지고 이에 맞춰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대학에서 ‘팀장 리더십’을 강연했고 베스트셀러 『실리콘밸리의 팀장들(Radical Candor)』을 집필한 ‘캔더’의 킴 스콧 공동 창업자는 이렇게 속도감 있는 성장을 위해선 “직접적 대립도 불사하는 ‘극단적 솔직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기업인 ‘리드팩터’의 티머시 클락 창업자 및 CEO 역시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조직 문화에서 ‘나이스함’과 ‘친절함’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주로 선한 목적을 가진, 젊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이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나이스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문제점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 모두의 합의를 이끄느라 의사결정 속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흔히 발생하게 됩니다. 클락 CEO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 반대 의견을 표명할 때 그들을 보호하고, 성과와 관련해선 정중하게 책임을 지게 하라”고 조언합니다.

대기업에서 리더가 되면 부하 직원에게 일을 잘 시키고 동기 부여하는 ‘코치’와 같은 리더십을 요구받지만 스타트업의 리더는 실무를 팀원들과 함께하는 해당 분야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도 다릅니다. 특히 스타트업을 택하는 조직원들은 여기서 배울 사람이 있는지,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식 성장을 지향하는 모든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과 소통 전략이 필요한지를 다룬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 “사실 스타트업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일지 모른다”고 지적한 대목에 눈길이 갔습니다. 혹독한 시장의 온도를 감내하면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 나갈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도전기는 곧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가는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서사가 느껴지는 여정… 그 길 속에서 비전과 효율성, 인간적 매력이 아우러지는 진화된 리더십 유형들이 더 많이 발견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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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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