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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Business must go on

김현진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최근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백신의 축약어인 ‘백스(Vax)’를 선정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백신, 공중보건과 관련된 언어들이 사람들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에 기록될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삶을 많은 측면에서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비대면이 대세가 되며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 파워가 커진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최근 구글이 전 세계 이용자의 검색어 순위를 정리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게임’이 TV프로그램 부문에서는 1위, 전체 종합 순위로는 9위를 차지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여신강림(True Beauty)’이 TV프로그램 부문 9위, 방탄소년단(BTS)이 올해 낸 디지털 싱글 ‘버터(Butter)’가 음악 부문 7위에 오른 것을 보면 팬데믹 시대, 탁월한 비주얼과 스토리를 고루 갖춘 한국 콘텐츠의 위력이 전 세계적으로 빛을 발했음을 절감하게 합니다.

DBR가 매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해야 할 시기인 연말에 맞춰 편집진의 치열한 토론 끝에 선정하는 ‘Business Cases’ 스페셜 리포트에도 이러한 사회 트렌드가 반영됐습니다. 2021년 9월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위엄을 보여준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불편한 진실’을 소재로 삼은 것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의 비결이 됐습니다. 국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역시 묘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코믹 캐릭터와 상황을 내세워 요즘 말로 ‘킹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증명한 것이 2030 세대에 빠르게 스며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채널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부캐가 서로 연결된 세계관 역시 ‘세계관 마케팅’의 롤모델로 꼽힙니다.

소비 세력을 넘어 권력을 쥐게 된 MZ세대 겨냥 제품과 서비스는 올해에도 크게 활약했습니다. 비대면의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더현대 서울은 ‘임원들이 모르는 브랜드로만 입점시킬 것’이란 원칙을 내세운 끝에 타깃 고객에게 제대로 소구했습니다. 또한 Z세대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실제 인간인 연예인이나 유명인 못지않게 활약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처럼 비대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기술은 팬데믹 기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지는 못했습니다. 국내 대형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여론 악화와 주가 하락이란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올해 모든 업종에서 가장 큰 경영 화두로 꼽혔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시 올해의 케이스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사회 및 감사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남양유업 사태는 특히 지배구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때 부동산 개발 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중국 헝다그룹이 창업주의 방만에서 비롯된 모럴해저드 등으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도 곱씹어볼 만합니다.

콜린스 사전이 발표한 2020년 올해의 단어가 ‘록다운(lockdown)’이었다는 사실을 지난해 이맘때 썼던 에디터 레터에서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록다운’에서 ‘백신’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백신을 통해 일상으로 향해가는 희망의 여정으로도, 아직도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절망의 탄식으로도 해석됩니다.

아직은 누구도 일상으로의 회복과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는 때라도 비즈니스는 계속돼야 합니다. 또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최대한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와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겠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등 유수 MBA과정들이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업 사례를 연구하는 것도 경영학적 관점에서 과거완료형 또는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역사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이번 호 DBR는 스페셜 리포트 외에도 각 분야에서 교훈을 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케이스 스터디 특집판’으로 구성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타산지석의 지혜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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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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