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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법

김현진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메타버스가 인터넷 혁신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발휘하며 인류의 신대륙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팬데믹을 계기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자란 Z세대뿐 아니라 게임형 가상 세계에 기꺼이 큰돈을 투자하는 중년의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를 합친 말)’까지 현재의 인류는 디지털 지구에서도 본능적으로 의식주의 터전을 마련하며 적응을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영역은 부동산입니다. 가상의 지구를 실제 부동산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메타버스 플랫폼 ‘어스2’에서 이미 세계의 인기 도시들은 ‘솔드 아웃’된 상태입니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를 적용한 가상 부동산 거래 메타버스, ‘디센트럴랜드’에서는 마나(MANA)라는 토큰을 이용해 게임 내의 토지인 ‘랜드(Land)’를 사고팔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 기준, 디센트럴랜드를 통한 디지털 땅 매매 규모는 총 6300만 달러(약 736억 원)를 넘어섰고 마나 토큰의 가격은 2020년 초 2∼4센트에서 올해 8월 기준 70∼85센트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디지털 영토를 사는 일에 실제 오프라인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들까지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투자업체는 실제로 부동산 개발을 할 때처럼 부지를 매입해 신도시를 건설하고, 쇼핑몰을 짓고, 상점이나 광고판을 분양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메타버스 속에서와 현실 속에서의 경제활동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메타버스가 경제활동 측면에서도 인류의 또 다른 신대륙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예가 될 만합니다.

일반 제품을 거래하는 영역에서도 메타버스와 현실의 믹스는 드라마틱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디지털 혁신에 주춤했으나 최근엔 어떤 산업군보다 빠르게 메타버스로 스며들고 있는 럭셔리 업계에서도 흥미로운 소비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올 6월 발표된 보스턴컨설팅 리포트에 따르면 럭셔리 브랜드들이 제작한 버추얼 온라인 게임 속에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의 86%가 현실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메타버스에서의 ‘나’와 현실의 ‘나’는 럭셔리를 보는 취향과 안목이 동일하기에 소비자들은 두 세계에서 모두 같은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싶어 한 것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열기가 빠르게 달아오른 이유 중 하나는 순수하게 이 세계가 재미있고 매력적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메타버스에는 기술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실제라고 믿게 할 만한 개연성을 부여하는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세계관이란 ‘인물과 시공간 상황을 모두 아우르는 규칙’을 뜻하는데 역대급의 글로벌 팬덤을 끌어들인 방탄소년단 세계관이나 이제는 고전이 된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처럼 온전히 몰입하게 할 만큼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 기업이나 문과적 상상력을 갖춘 인재들 역시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메타버스가 특히 MZ세대에게 더 크게 소구하는 이유는 사실상 ‘경제성’에 있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과거 리니지 등으로 대표됐던 온라인 게임이 단순히 현실 도피처로 통했다면 가상화폐와 연결된 메타버스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N포 세대’와 ‘파이어족’이란 키워드가 공존하는 이 세대는 이미 부모 세대 이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버린 현실에서보다 신대륙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 한다는 해석입니다.

X세대 이상에 속하거나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 안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열린 가슴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사람인 멤버는 4명인 신인 걸그룹 ‘에스파’가 왜 8인조로 불리는지,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재벌 3세 이호창 본부장이 왜 ESG 전략을 발표했는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때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네버랜드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3월 2호로 발간된 DBR 317호에 소개해드린 메타버스 스페셜 리포트에 쏠린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하고 2탄 격인 이번 호 아티클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메타버스 산업을 이끄는 전문가들이 전하는 생생한 지혜들이 여러분들을 네버랜드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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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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