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신기루? 신기술? … 암호화폐 무리행동의 교훈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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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Herding in the Crypto Market: A Diagnosis of Heavy Distribution Tails”(2021) by V. Shrotryia and H. Kalra in Review of Behavioral Finance, ahead-of-print.

무엇을, 왜 연구했나?

블록체인 기술의 도래와 함께 등장한 암호화폐는 전통적 금융시장과 거래 방식에 대한 거대한 도전인 동시에 새로운 통화 및 투자 자산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진화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온라인에 등장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9년 채굴 과정을 거쳐 2010년에 약 1만 개의 비트코인과 2개의 피자를 맞교환하는 첫 공식 거래가 이뤄졌다. 이후 점차 향상된 암호화 알고리즘을 갖춘 암호화폐가 시장에 진입해 현재는 그 종류만 2000개가 넘는다. 일일 거래액도 주식시장의 거래액을 종종 넘어선다.

암호화폐에 쏟아진 관심만큼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꾼과 도박꾼들의 놀이터 또는 검은돈의 세탁 창구로 전락할 수 있고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경고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금융당국이나 유명 기업인의 말 한마디에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모습과 올해 5월 한 달 동안 시총이 최고 2860조 원과 최저 1640조 원을 오르내리는 혼조 현상을 보면 허튼소리는 아니다.

더구나 암호화폐 시장의 비효율성과 투기성, 그리고 변동성은 무리행동(Herd Activity)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무리행동은 금융시장의 안정적 작동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편향으로, 노이즈 투자자(Noise Investors)1 를 끌어들여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금융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거리가 먼 거품 가격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인도 델리대 연구팀은 암호화폐 거래의 비대칭 분포 특성을 고려한 분위회귀분석(Quantile Regression) 기법을 사용해 암호화폐 시장에서 암약하는 무리행동의 특징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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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2015년 6월1일부터 2020년 5월31일까지 5년간, 83개의 암호화폐와 CCI-30(암호화폐시장지수)의 시계열 자료를 수집해 각각의 일일 수익률을 산출했다. 개별 암호화폐 수익률에서 시장수익률인 CCI-30 수익률을 차감한 수치의 절댓값이 무리행동 추정치와 종속변수로 사용됐다. 이 값이 0에 근접할수록 투자자의 무리행동 성향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분위회귀분석 결과, 암호화폐 시장의 수익률 증가세나 감소세가 점차 확대될 때, 개별 암호화폐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에 근접하는 무리행동 성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성향은 약세장보다는 강세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고, 변동성이 낮은 기간보다 높은 기간에 훨씬 왕성했다.

또한 비트코인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제외한 82개 암호화폐만을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강세장, 약세장 모두에서 시장의 큰 흐름에 동조하는 무리행동을 보였지만 비트코인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무리행동은 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의 무리행동을 주도하는 것 같지는 않다. 2016∼2017년 비트코인 버블 기간에는 ‘반무리행동’ 또는 ‘역무리행동’ 현상이 나타났다. 즉, 투자자는 이 기간에 무리행동을 보이는 대신 자신의 투자기술에 의존해 암호화폐를 거래했다는 의미다.

더욱 흥미로운 건 암호화폐 시장이 코로나19가 유발한 어마어마한 시장 교란(Limitless Frictions)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는 결과다. 암호화폐가 팬데믹이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가로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간 무리행동 전염효과(Contagion Effect)를 살펴봤다. 선진, 신흥 및 프런티어 주식시장을 막론하고 주식시장의 무리행동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적어도 무리행동 측면에서 보면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시장에 종속되지 않은 듯하다.

연구 기간 암호화폐 시장의 최고 일일 수익률은 16%였고, 최저 수익률은 -38.2%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반에 발생했다. 평균 일일 수익률은 약 0.1%를 기록해 예상 밖으로 저조했다. 초대박을 꿈꾸는 노이즈 투자자에겐 매우 실망스러운 통계일 듯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디지털 및 기술 혁명의 시대에 암호화폐는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 추가적인 분산 투자 기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불러오는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 기존 증권시장과 경쟁하는 독립적인 투자처로서의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의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 미비로 노이즈 투자자와 투기, 탈세 및 불법 세력의 출입이 자유롭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작은 가격 괴리에도 심한 요동을 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환경에서 무리행동과 같은 편향은 더욱 기승을 부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암호화폐를 일확천금의 신기루로 보는 한 암호화폐의 안정적 정착은 요원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스캔들의 배후는 인간의 탐욕이다. 탐욕이 만든 신기루에 매몰될 것이냐, 신기술이 선사하는 실체적 기회를 잡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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