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 아태지역 대표

“ESG는 21세기 비즈니스 리스크
‘1분기=25년’으로 보는 장기 투자 중요”

310호 (2020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캐나다연금투자(CPP Investments)의 지속가능투자 방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인을 단순한 투자 배제(negative screening)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전체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integration). 특히 지속가능투자팀은 투자팀이나 포트폴리오가치창출팀, 대관•커뮤니케이션팀 등 사내 다른 여러 부서와 긴밀히 협력해 투자 의사결정 전에는 ESG 실사(due diligence), 투자 후에는 모니터링을 통해 투자 라이프 사이클의 전 단계에 걸쳐 회사의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 이사회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성별 다양성 관련 명확한 원칙을 세워놓고 투자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수를 늘리기 위한 의결권 행사도 적극 수행.



캐나다연금투자(CPP Investments)는 캐나다 최대 연금인 CPP(Canada Pension Plan)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다. 2020년 9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4567억 캐나다 달러(약 386조 원)로 우리나라 국민연금(2020년 8월 말 기준 790조 원)의 절반 정도 규모지만 최근 10년간 기금 운용 평균 수익률은 10.7%로 국민연금(약 5.6%)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캐나다연금투자는 현재 전 세계 3400여 개 기관이 서명한 UN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1 이 2006년 4월 처음 발표됐을 당시 서명한 초기 51개 기관 중 한 곳이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2005년에 책임투자정책(Policy on Responsible Investing)을 발표했을 만큼 일찍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인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투자를 실천해 왔다.

특히 캐나다연금투자는 ESG 요인 중에서도 지배구조(G)의 핵심인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중시하는 연기금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주주총회 시즌 당시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45개 캐나다 회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한 게 대표적 예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문제가 됐던 45개 기업 중 절반가량이 이듬해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비단 투자 기업에 대해서만 이런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캐나다연금투자 스스로도 이사회와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20여 년 전 출범2 당시 이사회의 3분의 1에 달했던 여성 이사(12명 중 4명)는 이제 과반수(12명 중 7명)가 됐고, 최고경영진(senior management) 내 여성 임원 비중 역시 현재 36%(14명 중 5명)에 달한다. 최고경영진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인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 아시아태평양 대표 역시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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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은 김 대표는 삼일PwC 회계사와 맥킨지&컴퍼니 컨설턴트를 거쳐 칼라일과 온타리오교직원연금에서 수년간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 PEF)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07년 캐나다연금투자에 합류, 이듬해 첫 해외 사무소인 홍콩 오피스 개설을 주도했으며 2016년부터 아태지역 대표를 맡고 있다. 당시 전체 AUM의 약 18.4%(515억 캐나다 달러, 2016년 3월 말 기준)였던 아태지역 투자 비중은 김 대표의 리더십하에 현재 29.6%(1349억 캐나다 달러, 2020년 9월 말 기준)까지 늘어났다.3 이는 미국(34.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 비중이다. 캐나다연금투자에서 본국인 캐나다(15.9%)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아태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김 대표를 DBR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2000만 명의 캐나다 국민을 위한 자산운용사인 캐나다연금투자는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위해 돈을 운용하는 회사다.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고 최소 30년, 길게는 100년 앞까지 내다보고 투자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1분기(quarter)는 1년의 4분의 1인 ‘3개월’이 아니라 한 세기의 4분의 1인 25년에 가깝다.

장기 투자가 필수인 연기금에서 ESG 요인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ESG 요인은 기업의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ESG 리스크는 ‘21세기 비즈니스 리스크’다. 캐나다연금투자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머친(Mark Machin)도 누차 이야기하듯 오늘날 비즈니스의 속성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ESG와 관련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그로 인해 비즈니스의 복잡성이 엄청나게 커졌다. 이제 ESG를 고려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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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SG가 리스크만 뜻하는 건 아니다. 가령, 기후변화는 ESG의 대표적인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탄소가격제 관련 정부 정책의 변화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좀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캐나다연금투자도 이에 따라 최근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캐나다는 임업, 광업 및 에너지 등 천연자원 관련 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는 나라다. 당연히 우리도 오래전부터 에너지&자원(Energy & Resources)팀을 조직해 운영해왔다. 그러다 3년 전, 에너지&자원팀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연구를 해 온 전문가 집단과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팀 내 일부 인력을 합쳐 전력&재생에너지(Power & Renewables)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명칭 그대로 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팀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새롭게 떠오르는 기회 요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팀은 지난 3년간 북미 지역은 물론 브라질, 인도 등 개도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해 총 66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인 올해 3월에만 해도 기업 가치(enterprise value)가 61억 달러(USD)에 달하는 미국 풍력발전 업체인 패턴에너지(Pattern Energy)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식품 산업 역시 ESG 측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볼 수 있는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축산업을 대체할 식물단백질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축산업은 엄청나게 많은 물과 사료를 필요로 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수질오염 문제도 심각한 산업이다. 앞으로도 소, 돼지 등 동물단백질을 대신할 대체육이나 우유 대체 음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우리 회사도 발효 기술을 통해 유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식물성 유제품 제조 회사 퍼펙트데이(Perfect Day)에 3억 달러(USD)를 투자했다.

ESG 요인을 투자 프로세스에 어떻게 반영하나.

ESG 요인을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ESG integration)’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투자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ESG 요인을 단순한 투자 배제(negative screening) 수단으로만 활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캐나다의 대인지뢰 금지협약 이행법(Anti-Personnel Mines Convention Implementation Act, 1997년)과 집속탄 금지협약 이행법(Prohibiting Cluster Munitions Act, 2014) 등 법률에 따라 배제하는 분야는 있지만 어떤 의도하에 캐나다연금투자 단독으로 특정 산업이나 지역에 대한 투자를 기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법에 규정된 회사의 존재 목적과도 관계가 있다.

캐나다연금투자가 추구하는 미션은 오직 하나다. 바로 ‘필요 이상의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직 장기 투자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열어 두고 상장사 주식은 물론 비상장 회사 주식,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군을 검토한다. 우리의 관리 역량을 넘어서는 리스크 자산엔 투자하지 않지만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라면 지속가능투자 원칙에 부합하는 선에서 어디에든 투자하되 적극적인 주주관여활동(engagement)으로 기업 가치를 개선해 나가는 걸 목표로 한다.

ESG 통합 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실사(due diligence)’ 작업을 통해, 투자 후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투자 프로세스에 ESG 요인을 통합시켜 포트폴리오 자산을 관리한다. 이때 투자 대상 기업이 상장 회사인지, 비상장 회사인지에 따라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 SI)팀이 일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진다.

우선 투자 대상 기업이 상장 회사일 경우, SI팀이 해당 기업의 ESG 성과와 관련 활동 및 정책, 관리 감독 메커니즘, 공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ESG 보고서를 작성해서 투자팀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SI팀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ESG 점수화 프레임워크(ESG scoring framework), ESG 중요성 프레임워크(ESG materiality framework), ESG 데이터베이스 등을 적극 활용한다.

상장 기업에 대한 ESG 점수를 도출하는 ESG 점수화 프레임워크는 경영진, 이사회 독립성, 환경이나 인권 관련 정책,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등 다양한 ESG 관련 공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캐나다연금투자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툴이다. ESG 중요성 프레임워크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 위원회(SASB) 프레임워크,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권고안 등 현재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ESG 관련 프레임워크들을 종합해 우리 목적에 맞춰 개발한 프레임워크로, 산업별로 가장 중요한 ESG 관련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마지막 ESG 데이터베이스는 각 회사가 해마다 발표하는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한데 모아 놓은 ‘정보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의 기계 독해(machine reading) 기술을 접목해 블룸버그, 톰슨로이터 같은 기관에서 제공하는 금융 데이터와 함께 ESG 정보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우 역동적인 툴이다.

ESG가 다루는 영역은 굉장히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리스크에 대해 동일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 모조리 분석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ESG 점수화 프레임워크와 ESG 중요성 프레임워크을 토대로 핵심이 되는 몇몇 위험 요소에 초점을 두고 실사를 진행한다. 대신 이렇게 추려진 핵심 요인에 대해선 ESG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상당히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가령, 안전 관리나 다양성 증진 등 사회(S) 측면 요인을 분석한다고 하면, 관련 정책(policy)의 유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산업재해 피해자 수’ ‘여성 임원 비율’ 등 실제 수치로 나타나는 데이터의 변동 추이를 보면서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지까지 파고든다. 이렇게 해서 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후엔, 역시 ESG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기업을 상시 모니터링함으로써 주주관여활동과 의결권 행사를 성실히 수행한다.

투자 대상 기업이 비상장 회사일 땐 환경, 건강•안전, 노동•인권, 지역사회 공헌, 사이버보안, 개인정보 보호, 지배구조 등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측면에서 캐나다연금투자가 중요하다고 보는 45개 영역에 대해 SI팀에서 면밀하게 검토 후 투자팀에 의견을 전달한다. 주로 해당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군과 지역에 특화된 핵심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때 투자 대상 기업 최고경영진과의 심층 인터뷰는 물론 환경, 기술, 법률, 정보보안, 회계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의 면담도 수행하며, 심지어 대관•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 Communications, PAC)팀까지 실사 작업에 참여한다. 특히 PAC팀은 향후 평판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이 없는지를 살펴보는데 이때 ESG 관련 리스크를 분석해 투자팀에 의견을 전달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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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쳐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실제 이뤄지면 포트폴리오 가치 창출(Portfolio Value Creation, PVC)팀이 해당 회사에 투입된다. PVC팀은 SI팀과 PAC팀이 실사 단계에서 파악했던 ESG 리스크가 해당 회사에서 잘 관리•개선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면서 투자 라이프 사이클의 전 단계에 걸쳐 회사의 장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쓴다. 특히 캐나다연금투자가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 투자팀이나 PVC 팀원이 해당 회사의 이사회 이사5 나 참관인(observer)으로 참여하기도 하며, 이사회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회사에 꼭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시장에서 발굴해 영입해 오기도 한다. 이 밖에 투자팀과 PVC팀이 1년에 두 차례씩 투자 기업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을 수행할 때는 SI팀과 함께 참여해 업계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한다. 이렇듯 일단 투자를 하면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기업의 장기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에 관여하는 것 같다.

능동적으로 주주권을 행사(active ownership)하는 게 책임 투자의 기본이라고 본다.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냥 지분을 팔고 나가는 식으로 ‘회피(avoid)’하기보다는 기업 이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관여(engage)’하는 접근을 취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캐나다연금투자는 우리의 지속가능투자 정책과 함께 의결권 행사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여기에 기초해 열심히 위임 투표(proxy voting)를 수행한다. 올해 주총 시즌 기준으로 전 세계 56개국에 걸쳐 4238회의 주총 에서 총 4만4186건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주주관여활동을 포함한 의결권 행사는 SI팀이 주관한다. 하지만 전체 인력은 17명이고 캐나다 토론토 및 영국 런던에만 상주하기 때문에 모든 안건을 SI팀 독자적으로 검토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외부 전문 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가령, 의안 분석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같은 의안 분석 및 의결권 자문사에 1차 선별 작업을 맡긴다. 즉, 캐나다연금투자의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각 안건이 부합하는지에 대한 1차적 판단은 외주사에 맡기고, 중요한 사안에 한해서만 집중 검토한다.

주주관여활동 역시 SI팀이 직접 수행하기도 하지만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Federated Hermes)의 EOS 스튜어드십 서비스(EOS Stewardship Services) 같은 전문 대행 서비스도 적극 활용한다. 사실 어지간한 상장회사의 주식은 1%만 갖고 있어도 상당히 지분율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 경영진이나 이사회에서 1% 주주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1%의 지분만으로도 우리의 뜻을 회사 측에 관철하려면 우리와 같은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 다른 주주(투자자)들을 모아 함께 의견을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다.

캐나다연금투자가 관심을 갖고 주주관여활동을 수행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현재 △기후변화 △수자원 △인권 △임원 보상 △이사회 효과성(board effectiveness) 등 크게 5가지 토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후변화는 우리가 맨 처음 책임 투자를 시작했을 때부터 줄기차게 중시해 온 주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캐나다연금투자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 자산의 상당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가령,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인프라는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 위기가 발생하면 물리적 피해(physical risk, 물리적 리스크)를 입을 확률이 큰 자산에 속한다. 또한, 운송이나 물류, 에너지 및 유틸리티, 금융 서비스처럼 그간 캐나다연금투자가 많이 투자해 온 업종의 경우 정부 정책의 변화나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등에 따른 리스크(transition risk, 이행 리스크) 노출이 큰 업종이다.

캐나다연금투자에서 기후변화만큼 중시하는 또 다른 주제는 이사회 효과성이다. 사실 ESG 리스크 관리는 효과적인 이사회를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과적인 이사회란 독립성과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를 말한다. 특히 우리는 이사회의 다양성, 특히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과 기업의 수익성 간 확실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해 명확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세워 놓고 캐나다는 물론 해외 기업들에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 여성이 전무한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지침을 2017년 처음 도입했을 때는 이를 캐나다 기업에만 적용했지만 2019년부터는 해외 기업에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기업에 대해선 계속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이사회에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령, 2017년 여성 이사가 없어서 우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에 반대했던 45개 기업 중 절반은 이듬해 여성 이사를 영입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이 기업들에 대해 우리는 이듬해인 2018년 주총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물론이고 위원회 소속 이사 전원에 대한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어 2019년엔 캐나다 S&P/TSX 복합지수(S&P/TSX Composite Index)에 편입된 기업의 이사회를 대상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 반대의 기준을 ‘최소 1명의 여성 이사’에서 ‘최소 2명의 여성 이사’로 한층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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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최근 몇 년간 캐나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별 다양성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는 사뭇 고무적이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캐나다연금투자가 성별 다양성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캐나다 기업은 오직 10개뿐이었다. 이 중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기업은 1곳뿐이었고, 나머지 9개 기업 이사회의 경우 여성 이사가 최소 1명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여성 이사가 전무했던 기업은 S&P/TSX 복합지수 편입 기업이 아니었다. 이는 2020년을 기점으로 S&P/TSX 복합지수에 편입된 약 250개 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최소한 한 명은 존재하게 됐다는 뜻이다.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부한다.

물론 글로벌 시장, 특히 아태지역에서 캐나다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총 시즌에서 우리가 성별 다양성 문제로 이사 선임에 반대한 기업은 캐나다 기업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총 323개에 달했는데 이 중 아태지역 소속 기업이 305건(94%)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평균 20.6%인 반면 한국은 고작 3.1%에 그쳤다. 이건 분명히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이 처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 발굴을 위해 더 많은 수고와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성을 굳이 ‘산업’ 전문성으로만 국한한 필요도 없다. 마케팅, 재무, 회계, 정보기술(IT), 법률,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직무’ 전문성이 존재한다. 한국도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향후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이 이사회를 구성할 때에는 최소 1명의 여성을 포함6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에서 더 많은 여성 이사가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