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노후 자금 전략도 개방적인 사람이 더 잘 짠다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Based on “The Psychological Predictors of Older Pre-Retirees’s Financial Self-Efficacy” by S. Asebedo et al. (2019,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은퇴를 앞둔 사회인들에게 퇴직 후 삶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긴장과 스트레스의 반복이던 일상에서 벗어나 평소 선망만 하던 활동을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상상만 해도 고단했던 삶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그러나 시간과 건강이 충분하다고 꿈꾸던 버킷리스트를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희망도 많다. 그래서 대다수 예비 은퇴자의 재정 상태가 빈곤하다는 현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버킷리스트에 담긴 기대와 희망은 언제든 고문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이면서 부족하지 않은 은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재의 소비 욕구를 억제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행위는 경제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심리적 관점에서 볼 때 도달하기 힘든 목표다. 불확실한 미래의 안락함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과 재미를 참는 데서 오는 심리적 저항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현재와 미래, 소비와 저축 사이의 치열한 심리적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윤택한 은퇴 후 삶을 영위하려면 재무 상황을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이를 자기 규제(self-regulation)라고 한다. 정확한 저축 목표와 저축 원칙을 세우는 행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자기 규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적 성취를 위한 구체적 계획, 전략, 실행에 대한 총체적 자신감인 자기효능감(self-efficacy, SE)이 충만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효능감을 연금저축, 부의 축적, 자산운용 등의 재무 관리 활동에 적용한 개념이 재무적 자기효능감(financial self-efficacy, FSE)이다. 불행히도 FSE는 나이가 들수록 쇠퇴한다. 다시 말해, 은퇴 후 풍요로운 삶을 위해 가장 적극적인 저축 행위를 해야 하는 시기에 재무관리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매우 낮은 상태가 된다.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FSE를 제고할 수 있는 경제적, 심리적 요인을 밝혀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텍사스공과대의 아세비도 교수팀은 은퇴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예비 은퇴자들에게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FSE를 향상시켜 희망고문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FSE가 회복탄력성, 통제력, 정서 등 심리적 요인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재무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선행연구에 착안해 아세비도 교수팀은 은퇴를 목전에 둔 미국 시민 2068명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해 FSE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개별적 성격 특성과 복수의 성격 특성이 융합해 표출되는 복합 특성이 FSE의 증감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믿고 성격 특성과 복합 특성이 FSE에 영향을 미치는 11가지 가설을 검증했다. 성격 특성은 행동과학에서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으로 분류된다. 각 특성의 강약은 보통 리커트 척도라고 불리는 분류법에 의해 측정된다.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개별적 성격 특성이 서로 결합하면 성공에 대한 지각된 숙달(perceived mastery, 과업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 긍정정서, 부정정서, 과업지향성 등의 복합 특성을 형성한다.

연구 결과 두 가지 성격 특성이 두드러진 효과를 보였다. 은퇴자금 확보와 같은 어려운 재무적 도전에 직면할 때,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대안을 검토, 분석, 적용하고 재무 관리를 더욱 조심스럽고 치밀하게 하는 성향을 보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개방성이 한 단계씩 높아질수록 FSE가 높아질 가능성은 49%p씩 증가했다. 분노, 우울, 불안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쉽게 느끼는 성향인 신경성은 예상대로 FSE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신경성이 높아질수록 FSE가 개선될 가능성은 39%p씩 감소했다.

자신감, 결단력, 추진력을 나타내는 복합 특성인 지각된 숙달은 연구에 포함된 심리적 요인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각된 숙달이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FSE는 54%p씩 향상됐다. 긍정정서와 과업지향성도 각각 50%p와 26%p의 FSE 개선효과를 보였다. FSE를 높이려면 삶의 밝은 면에 초점을 맞추고 계획한 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버릇을 키워야 한다. 반면, 부정정서의 증가는 FSE를 48%p씩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관적인 감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방성과 신경성의 유의한 영향력은 복합 특성과 섞이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개별적 성격 특성은 복합 특성으로 융합되면 그 독립적 영향력이 희석되는 듯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안락한 은퇴 후 삶을 갈망하는 예비 은퇴자들은 소비와 저축 사이의 심리적 딜레마와 재무 관리 능력 결핍이라는 버거운 과제와 도전에 직면한다. 현실을 탓하며 가볍게 넘기기에는 은퇴 후 삶에 필요한 경제적 규모가 너무 거대하고 갈 길도 멀다. 인간적인 노후를 영위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한참이나 부족한 노후자금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고[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지각된 숙달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는 것에 멈추면 마음을 맴도는 지식에 그치지만 아는 것을 행하면 힘이 된다.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에너지가 바로 이것 아닐까.

필자소개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 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재무 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