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롯데그룹 계열사들과 재무적 투자자들, 아시아나항공과 대신증권, 현대차 및 기아차와 NH투자증권 등이 TRS(Total Return Swap) 계약을 맺어 변동 수익과 고정 수익을 교환했다. TRS는 법적 소유권은 TRS 지급자가 보유하지만 실제 권리의 일부 또는 대부분은 TRS 수령자가 가져가기로 하는 거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단기간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부담을 해소하거나 주가 하락 위험에 대해 시간을 벌 수 있고, 또는 경영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2014년 가을 렌터카 업체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KT렌탈이 갑자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KT렌탈이라는 명칭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KT금호렌터카라는 이름은 대부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원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이었던 회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거의 대부분 빚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돈을 빌려줬던 채권단이 2009년 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 후 채권단은 금호렌터카를 매물로 내놨고, 이 회사를 2010년 KT그룹이 인수해서 KT그룹 소속사였던 KT렌탈과 합병했다. KT렌탈이 금호렌터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합병한 회사를 금호렌터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총 3000억 원의 인수대금은 KT그룹과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절반씩 부담했다.
KT그룹이 금호렌터카를 인수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통신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렌털 사업에서의 시장점유율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보였다. KT그룹에 넘어온 후 KT금호렌터카는 성장을 거듭했다. 2011년 KT렌탈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600억 원, 270억 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각각 8900억 원, 320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KT그룹은 갑자기 KT렌탈을 매각하기로 했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물러난 후 2014년 취임한 황창규 회장이 전임자의 경영 방침을 전면 수정한 듯하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이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약 20개의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서 그룹의 외형을 키우며 사업다각화에 주력했다. 황 회장은 이들 중 통신 분야 외 기업들을 대부분 매물로 내놨고, 언론은 통신 분야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필자는 황 회장이 당시 면밀한 검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이런 의사결정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돼 있을 수도 있다. KT그룹은 정부가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전임 회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고 새 정권이 신임 회장을 임명하는 이상한 일을 반복해서 겪어 왔다. 황 회장도 그런 과정을 통해 임명됐다. 한국에서는 새 정권이 전 정권을 부정하는 현상이 반복되곤 한다. 외부에서는 KT그룹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TRS 거래의 구조이유야 어찌 됐든 잘나가던 KT렌탈은 갑작스럽게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를 롯데그룹이 1조200억 원에 인수해 그룹으로 편입했다. 롯데그룹은 인수 대금 전체를 그룹사들에서 보유하던 여유자금으로 충당할 수 없었고 총수익스와프(TRS, Total Return Swap)라는 일종의 파생상품을 활용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했다.
TRS는 기초자산(reference assets 또는 underlying assets)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보유한 TRS 지급자(TRS payer)가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TRS 수령자(TRS receiver)에게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보상(reward)과 위험(risk)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전하는 거래 형태를 총칭한다. (그림 1)
TRS는 법적 소유권(형식)은 TRS 지급자가 보유하는 데도 불구하고 자산 소유에 따른 실제 권리(실질)의 일부 또는 대부분은 TRS 수령자가 갖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형식과 실질의 일부가 분리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자산 소유에 따른 실제 권리란 그 자산의 보유 때문에 발생하는 보상이나 위험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주식이라면 주가 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이 보상이고, 주가 하락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이 위험이다. 즉, TRS 수령자가 주가 변화에 따른 손익을 누리는 것이다. 투자한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배당금도 보상이 된다. 그 대가로 TRS 수령자는 TRS 지급자에게 사전에 약정된 고정된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대부분 계약의 경우 TRS 수령자는 변동 수익 및 위험에 노출되는 데 비해 TRS 지급자는 고정된 수익에 노출된다.
롯데그룹의 TRS 거래를 통한 KT렌탈 취득[그림 1]에 맞춰 롯데그룹의 KT렌탈 취득 거래 구조를 살펴보자. 인수대금 중 약 50%는 롯데그룹의 5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그중 롯데호텔이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약 20%의 주식을 취득했다. 나머지 절반의 지분 중 약 20%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모펀드가 매입했다. 잔여 지분 약 30%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이 여러 재무적 투자자(금융사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와 TRS 계약을 맺는다.
이 계약에 따라 여러 재무적 투자자는 각자의 자금으로 KT렌탈 주식을 취득했다. 여기서 TRS 지급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고, TRS 수령자는 롯데그룹의 5개 계열사다. TRS 거래의 기초자산은 KT렌탈의 주식이 된다. 이 계약의 대가로 롯데그룹은 매년 기초자산 매입 대금의 2.78%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그 대가로 재무적 투자자들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롯데그룹에 양도하며 주가 변동에 대한 차액도 롯데그룹이 갖는다. 주가 변동으로 인한 수익이나 위험을 모두 롯데그룹이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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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렌탈이 지급하는 배당금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수령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비교적 낮은 2.78%이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수령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보유를 통해 발생하는 보상의 전부(의결권+주가 변동+배당금)가 아니라 일부(의결권+주가 변동)만 롯데그룹에 양도되는 방식이다. 계약기간은 5년(2015년 5월∼2020년 6월)이다.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롯데그룹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이런 내용은 [그림 2]에 요약돼 있다. 여기서 트리플에스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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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 거래의 효과만약 계약 기간 동안 KT렌탈의 가치가 변동해 평가이익(손실)이 발생한다면 이 이익(손실)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손익계산서에 파생금융상품평가이익(손실)으로 기록되며 동시에 재무상태표에 파생금융상품자산(부채)으로 기록된다. 롯데그룹이 재무적 투자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손익계산서에 기록된다. 예컨대, 호텔롯데는 재무적 투자자들에 2016년 약 55억 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KT렌탈 주식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산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재무제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TRS 거래를 통해 TRS 수령자가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는 비용이므로 손익계산서에 기록된다. TRS 거래가 아니라 차입거래로 기록했다면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 대신 수수료가 기록될 것이다. 따라서 TRS 거래가 손익계산서에 보고되는 포괄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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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액수는 동일한데 비용의 항목만 달라지는 것이다.
계약기간 종료 후에는 어떻게 될까? 5년의 계약기간 동안 롯데그룹은 열심히 자금을 모아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아마 5년 이내에 KT렌탈을 상장시키는 것이다. 상장 시점에 TRS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외부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대우증권도 이런 기대를 갖고 KT렌탈 주식에 투자했을 것이다.
TRS 거래에서는 기초자산이 TRS 지급자의 자산이기 때문에 TRS 수령자는 이 회계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KT렌탈 거래를 보면 KT렌탈의 주식 30%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산이므로 롯데그룹은 이 주식에 대해 회계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이 점을 보면 TRS 거래를 이용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일부 조달하는데 해당 자금을 부채로 기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2.78%의 수수료는 이자비용에 해당하는 셈이다. 만약 롯데그룹이 TRS 거래가 아니라 차입을 통해 이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 차입금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부채로 기록돼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TRS 거래를 이용함으로써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재무상태표에서 뺄 수 있었고 부채비율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런 경우를 ‘부외부채(off-balance sheet financing 또는 unrecorded liability)가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모든 TRS 거래에서 TRS 수령자가 기초자산을 재무상태표에서 뺄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기록해야 하는 때도 있다. 첫째, 계약 종료 시점이나 계약기간 중 재무적 투자자들이 요구했을 때 롯데그룹이 KT렌탈의 주식을 사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 자산과 부채를 기록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TRS 수령자가 TRS 지급자로부터 돈을 빌려서 해당 자산을 구입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채권자(TRS 지급자)가 요구할 때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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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사례에서는 이런 의무가 없으므로 부채로 기록할 필요가 없다.
둘째, TRS 지급자가 보유한 기초자산의 원래 소유주가 TRS 수령자라면 이 기초자산을 TRS 지급자에게 매각하고 TRS 거래를 맺었다고 해도 TRS 수령자가 이 기초자산을 재무상태표에 기록해야 할 수 있다. 이때 TRS 거래를 통해 조달한 자금(TRS 지급자에게 자산을 매각하고 받은 매각대금)은 부채로 기록된다. 이 거래는 법적으로는 매각이지만 회계적으로는 진정한 매각(true sale, 진성매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는 자산의 보유로 인한 보상과 위험이 대부분 이전돼야 자산 매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TRS 거래를 통해 주가 변동의 보상과 위험을 TRS 수령자가 계속 보유하면 매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에 대한 설명은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앞서 소개한 KT렌탈의 경우와 같은 일반적인 TRS 거래에서는 기초자산을 TRS 수령자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데(즉, TRS 지급자의 자산으로 인식하는데) 두 번째 사례에서는 법적으로는 매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매각하지 않은 것처럼 계속해서 TRS 수령자의 자산으로 인식하기(TRS 지급자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는 자산의 취득과 매각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에서 비롯된다. 회계적으로는 자산을 취득할 때 법적으로 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만 취득자의 자산으로 인식한다.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사례에 등장하는 기초자산인 KT렌탈 주식 30%에 대해 롯데그룹은 법적 소유권을 취득한 바 없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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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번째 사례의 경우 TRS 수령자가 기초자산을 TRS 지급자에게 판매한 것이다. 이때는 자산의 보유로부터 얻는 보상과 위험의 대부분이 이전될 때만 회계적 매각으로 인정받는다. TRS 거래를 통한 매각 이후에도 자산의 보유로부터 얻는 보상과 위험의 대부분을 매각자가 계속 보유하는 거래는 회계상 진성 매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TRS 거래는 무엇이 다른가두 거래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회사는 금호산업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자회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실패의 여파로 재무상황이 악화돼 현재 채권단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그런데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모회사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기업어음을 700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즉,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금호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수해 채권자가 된 것이다.
2013년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이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즉, 부채를 금호산업의 주식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다. 전환 결과, 아시아나는 금호산업의 지분 13.2%를 보유하게 됐고, 그 결과 두 회사 사이에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상호출자 관계가 형성됐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상호출자가 채권단 결정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계열사 확장이나 지배력 강화의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법률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6개월의 상호출자 해소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2014년 3월21일 아시아나항공은 대신증권과 TRS 계약을 맺고 이 주식을 매각했다. 그리고 2014년 3월27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경영진(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재선임됐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박삼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금호석유화학(박찬구 회장)은 금융감독원에 이 거래를 진성매각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동시에 법원에는 이 거래가 진성거래가 아니므로 3월27일 열린 주주총회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찬구 회장은 왜 이 주주총회가 무효라고 주장했을까? 아시아나항공의 TRS 거래를 통한 금호산업의 주식 매각이 실질적인 매각이 아니라면 이 주식은 계속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 회사가 서로 상대방의 주식을 보유하므로 상호출자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주총회일 현재 상법상 상호의결권 제한규정이 적용된다. 6
따라서 이 지분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가 주주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해 최대주주로서 아시아나항공의 이사진을 선임했는데 이 지분 30.08%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주식이므로 주주총회가 잘못 진행됐다고 반박할 수 있다. 이 주장이 옳다면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 30.08%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투표만으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박삼구 회장이 아니라 박찬구 회장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이 거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주식 매각이 이뤄졌고, 따라서 주주총회도 적법하게 열렸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법원과 동일하게 합법적 매각으로 보고, 상호출자가 정리됐다고 인정했다. 덕분에 경영권 분쟁에서 박삼구 회장 측이 승리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은 회계적으로 볼 때 아시아나항공과 대신증권 사이의 TRS 거래는 매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주식은 계속해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이며 TRS 거래를 통해 대신증권이 아시아나항공에 지급한 해당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지급한 현금은 아시아나항공이 대신증권으로부터 차입금으로 기록해야 하게 됐다.
이 TRS 거래에 따르면 매각 후 아시아나항공은 대신증권에 6.4%의 고정 수수료를 지급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주가 변동에 따른 보상이나 위험을 계속 보유한다.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대신증권이 갖는다. 다만 금호산업의 경영 상태가 열악하므로 금호산업은 수년간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주식 보유에 따른 보상이나 위험의 상당 부분을 주식 매각 이후에도 계속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므로 금감원이 이 거래를 회계상 진성매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앞서 일부 설명한 바 있지만 주식 보유로 인한 경제적 위험과 효익은 주식의 가치변동으로 인한 손익과 배당의 수취로 인한 이익, 그리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음으로 인한 이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사례에서는 배당 수취로 대신증권이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아시아나항공이 의결권을 행사해서 얻을 수 있는 효익이 무엇인지 불확실하다. 따라서 주식 보유로 인한 경제적 위험과 효익은 주식의 가치변동으로 인한 것뿐이다. 이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주식의 법적 매각 이후에도 경제적 효익과 위험의 대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다. 이 사례와 달리 만약 다른 TRS 거래에서 기초자산인 특정 회사가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고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 가능성이 적다면 이 거래가 회계상 진성매각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이 경우에는 미래 TRS 계약기간 동안 배당으로 받을 수 있는 효익과 주가 변동의 가능성 중 무엇이 더 큰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거래에서는 KT렌탈 사례와 달리 기초자산인 금호산업 주식의 의결권을 TRS 지급자인 대신증권이 갖고 있었다. 7
법적 소유권뿐 아니라 해당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투표권도 대신증권에 이전된 것. 따라서 법적으로 볼 때 진성매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금감원은 경제적 실질이 무엇이냐, 특히 주가 변동으로 인한 경제적 위험과 효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기준으로 자산의 보유 또는 매각 여부를 판단했다. 반면 법원과 공정위는 자산의 법적 소유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것이 서로 다른 판단의 원인이다. 8
TRS 거래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아시아나항공의 거래와 비슷한 경우로 현대자동차그룹 사례가 있다. 2015년 7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흡수 합병하자 현대차그룹 내 기존 순환출자 관계가 강해졌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로 하여금 이 합병으로 인해 추가 보유하게 된 현대제철 지분 6.78%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2016년 2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NH투자증권과 TRS 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각했다. 거래 구조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와 동일하다. 보유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다수 투자자에게 매각하지 않고 TRS 거래를 통해 특정인에게 매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아시아나항공이나 현대자동차 모두 매각해야 하는 물량이 상당하다. 이 정도 물량을 주식시장에서 한꺼번에 매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주가도 하락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 주주들로부터 상당한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시간을 벌고 나중에 천천히 매각하려고 할 수 있다. 둘째, 해당 TRS 거래의 기초자산인 주식의 현재 가격이 매각자 입장에서 보면 내재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경우다. 현재의 낮은 가격으로 팔기보다는 잠시 기다렸다가 나중에 상승한 가격으로 매각하자고 판단하는 것이다. 셋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당시 경영권 분쟁에 직면해 있었다. 만약 이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팔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대방이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경영권 분쟁이 끝난 이후로 주식 매각 시점을 미루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 대규모 주식매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불만을 갖고, 경영권 분쟁에서 기존 대주주에 반대하는 세력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주식 매각 시점을 미뤘을 경우다. 넷째, 경영권 분쟁 중인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기존 경영진에 우호적인 입장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특정인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 특정인에게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이런 거래 구조를 고안해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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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TRS 거래에서는 간접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TRS를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TRS를 사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도 있다. 과거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엘리베이터의 1대 주주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장남 고(故)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 회장 및 기타 특수관계인이었다. 그런데 현대그룹은 2006년부터 다른 범현대가(家) 회사들인 KCC 및 현대중공업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언론에서는 현씨 일가와 정씨 일가의 싸움이라고 불렀다. 특히 KCC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37%나 매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지분비율이 낮았던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위협받자 현대엘리베이터는 여러 금융사와 TRS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18% 정도의 추가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상당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TRS 때문에 지분 경쟁에서 패배한 KCC는 경영권 공격을 포기했고, 2007년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세계 2위 엘리베이터 회사인 쉰들러에 넘겼다. 이때만 해도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는 상호 기술을 공유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자며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해운업의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 결과 생존의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그러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TRS 계약을 맺은 재무적 투자자들에 주가 하락분을 보전해 주게 됐다. 그 금액은 2011년과 2012년 동안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수준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큰 타격을 받았고 2011년 26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때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력 사업 부문인 승강기 사업을 자신에게 매각하라고 요구했지만 현정은 회장 등이 거부했다.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다. 그 후 쉰들러는 TRS 거래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우선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하는 소송을, 이어 TRS 거래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므로 TRS 거래를 통해 쉰들러가 입은 피해 약 70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지루하게 계속된 소송은 2016년 들어서야 끝났다. 법원은 TRS 거래가 경영상 적법한 판단이라고 판단했고 현대엘리베이터가 승리했다. 현대그룹이 승소한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전에는 TRS 거래에서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큰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익이 발생한 시기도 있었다는 점에서 회사가 사전에 손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거래를 체결했다고 볼 만한(즉, 업무상 배임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적다는 논리였다. 부차적인 판결 근거였겠지만 현대그룹 측에서 이 TRS 거래가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다수 제시했을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기고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했다. 현대상선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큰 손실을 입었는데 현대상선을 포기함으로써 이 부실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현 회장 측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더 확보했고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기타 TRS 활용 사례이런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TRS는 경영권 방어와 기업 인수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계열사 신용보강이나 자금 조달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계열사 신용보강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열악한 자회사가 발행한 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우수한 모회사(TRS 수령자)가 채권자(TRS 지급자)와 TRS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경우 채권의 가치변동에 대한 효익과 위험을 모회사가 부담한다. 따라서 채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고, 자회사는 자신의 신용도에 비해 낮은 금리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런 사례로는 2013년 두산건설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할 때 두산건설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TRS 거래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용보강을 제공한 경우가 있다. 이 거래에서 만약 TRS 계약기간 동안 자회사에 부도가 발생해 모회사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발생하면 모회사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현대엘리베이터 사례와 유사한 이유다. 또는 부실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을 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2018년 중 벌어진 효성그룹에 대한 공정위 고발 사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발행 전환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효성투자개발의 TRS 거래에 대해 공정위는 이 거래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대한 부당한 지원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효성그룹은 경영상 정당한 의사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현재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효성의 대주주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참여연대나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다른 다수의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도 계열사 부당지원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신용보강에 대한 모든 사례가 계열사 부당지원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분쟁이나 논란을 보면 최소한 대주주가 관련된 계열사와의 TRS 거래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할 것이다.
자금조달 목적으로 TRS 거래를 사용한 경우는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10%를 2016년 TRS 거래를 통해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거래는 경영권과 관련이 없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TRS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SK그룹에서 SK해운, SK E&S, SK B&T 등 다수 회사가 자금조달 목적으로 TRS 거래를 한 바 있다. 주식 등을 발행하면서 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이를 인수한 재무적 투자자들과 TRS 거래를 체결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주식이 아니라 LPG 사업 영업권을 이용해서 파인스트리트자산운용과 TRS 거래를 한 적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아니지만 이슬람교의 샤리아 율법에 따라 직접 지분 투자나 이자의 수취가 금지된 이슬람권 자본도 TRS를 이용해 해외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거래를 한다. 즉, 이슬람권 자본들이 형식적으로는 율법을 따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율법에서 금지한 일을 하기도 한다. 돈 앞에서는 종교도 뒷전인 셈이다.
이런 여러 사용 사례와 TRS 거래가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TRS 거래는 더 빈번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TRS 거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거래를 통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특수한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TRS 거래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TRS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을 매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율보다 TRS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정 수수료율이 높으므로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도 TRS는 좋은 투자수단이다. 이런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좋은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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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외부채 문제를 일으키는 TRS 거래의 본질을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TRS 거래의 구체적인 조건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현재는 공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명하지 않으면 최소한 공시 미비로 징계 받을 수 있고 심지어는 분식회계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 당국에서 공시에 대한 보다 자세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여름 금융감독원은 TRS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이나 공정위가 점점 더 강하게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규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공시할 것을 권한다. 특히 계열사 신용보강이나 대주주와 관련된 경우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소개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