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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회계

보는 눈에 따라 다른 원가 계산법

김범석 | 280호 (2019년 9월 Issue 1)


나무종합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베이커리사업부와 커피음료사업부로부터 사업부별 실적보고를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커피음료사업부는 재료비 단가가 저렴해서 매출원가 비율이 낮은 반면 임대료 등에 따른 판관비의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베이커리사업부는 커피음료사업부보다는 재료비가 비싸서 매출원가가 높게 형성된다. 따라서 사업부별 실적 보고 시 커피음료사업부는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을 강조해 CFO에게 보고하고 베이커리사업부는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까지를 뺀 ‘영업이익’을 강조하곤 했다. 어느 날 커피음료사업부문장과 사이가 좋지 않던 베이커리사업부문장이 “보고를 하려면 판관비를 포함한 총원가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커피음료사업부문장에게 핀잔을 줬다. 이에 커피음료사업부문장은 “회계를 배웠다면서 원가에는 판관비가 포함되지 않는 것도 모르냐”며 맞섰다. 도대체 정확한 원가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때그때 다른 ‘원가’의 의미

재무회계의 영향으로 많은 이가 ‘매출원가’ 또는 ‘제품원가’만을 원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가의 사전적 의미, 즉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획득하기 위해 포기된 자원을 화폐가치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원가는 생각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실무적으로 원가라는 개념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령, 제품을 판매할 때 매출에 대응되는 원가는 ‘매출원가’로 부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원가는 ‘제조원가’로 부른다. 또한 분석 관점에서 매출원가에 건물 임대료, 광고비 및 물류비 등 판매와 관련된 비용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총원가’라고 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커피 한 잔의 원가를 단순히 커피에 들어간 원두 가격과 인건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건물 임대료 및 광고비 등을 포함한 총원가를 커피 한 잔의 원가로 생각한다. 이는 관점에 따라 원가 개념이 다르다는 걸 뜻한다.

이외에도 원가의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할 때에는 의사결정의 목적 1 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원가를 분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되는 중요한 분류 기준 중 하나가 직접원가와 간접원가의 구분이다. 해당 분류 기준은 원가를 특정 제품 또는 서비스 등의 원가대상(cost objective)에 개별적으로 추적이 가능한지 여부 2 에 따라 결정한다. 직접원가는 제품 원가에 일대일로 대응되지만 간접원가는 여러 제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별도로 원가를 원가 대상인 제품 또는 서비스에 배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매장에서 빵과 커피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면 빵 또는 커피에 사용되는 원재료는 직접원가로 분류되지만 임대료 등 매장 운영에서 발생하는 공통 비용은 간접원가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간접비는 일정한 배부 기준 3 에 따라 커피음료사업부와 베이커리사업부의 원가로 나눠줘야 하는데 간접원가의 비중이 클수록 커피음료사업부와 베이커리사업부 원가의 부정확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또 다른 원가의 분류 기준은 변동원가와 고정원가다. 해당 분류 기준은 일정 기간 동안 제품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가가 일정한지, 변하는지에 따른 분류 기준이다. 예를 들어, 원두나 밀가루 등의 원재료는 제품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비례적으로 증가하고 전기료 등도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므로 이러한 원가는 변동원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매장 임대료 등은 제품 생산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해당 원가는 고정원가로 분류된다.

또한 인건비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고정원가로 분류되지만 제품 생산이 현재 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 만일 한 매장에서 시간당 20잔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지만 20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는 일정 구간 내에서는 고정이지만 일정 구간을 초과하면 해당 원가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원가를 ‘준고정원가’라고 한다. 변동원가와 고정원가의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매출에 비례해 증가하는 변동원가와 그대로 유지되는 고정원가가 무엇인지 알아야 경영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 활동과의 연관성에 따라 직접재료원가, 직접노무원가 및 제조간접원가로 분류하는 전통적인 원가분류 방식도 존재한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재료비를 직접재료원가와 간접재료원가로 구분하고, 노무비 또한 직접노무원가와 간접노무원가를 구분해, 제품생산에 필요한 발생 원가 중에 직접재료원가와 직접노무원가를 제외하고 기타 제조경비를 추가해 제조간접원가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분류된 제조간접원가는 특정 제품으로 추적할 수 없다는 가정하에 간접원가처럼 배부하는데 재료비 및 노무비 이외에도 직접원가로 분류될 수 있는 원가가 있기 때문에 해당 기준은 고전적인 분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



이 밖에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의사결정을 위해 알아둬야 할 원가 분류기준으로 관련원가 및 비관련원가가 있다. 모든 발생한 원가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원가를 관련원가라고 하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원가를 비관련원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커피음료사업부가 새로운 커피머신을 들여놓는다고 할 경우 기존에 투자한 커피머신 비용은 고려할 필요가 없는 비관련원가다. 이미 투자한 커피머신과 관련된 비용은 새로운 커피머신을 구매하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의사결정 시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해당 비용을 고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의사결정 관점에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 4 돼야 할 비용이다.

DBR mini box
[회계 실무 TIP] 원가와 비용은 어떻게 다를까?
실제 회계 실무에서는 ‘원가’와 ‘비용’의 개념을 혼용해서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따지자면 ‘원가’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된 가치를 의미하고 ‘비용’은 수익을 발생시키면서 그 가치가 밖으로 소멸되는 것을 의미하다. 즉, 비용이란 손익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로 수익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제품을 생산할 때 투입된 가치를 제품원가라고 부를 수 있지만 제품비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제품이 판매되지 않은 경우에는 재고자산이라는 계정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이 판매되고 나서야 재고자산은 매출원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매출원가’는 ‘매출비용’이라고 바꿔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매출비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판관비 또한 비용으로 부를 수 있는 것도 동일한 개념이다.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구입한 원두를 사용한 경우에는 매출원가로 기록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남은 원두를 비용이 아닌 재고자산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필자소개 김범석 회계사 ah-men@hanmail.net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했다. 삼일회계법인 및 PWC컨설팅에서 13여 년간 외부 감사, 재무전략, 연결경영관리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 최고경영자(CEO) 어젠다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았다. 연결 결산, 자금 관리 및 회계실무 등에 대한 다수의 강의를 진행했고 현재 글로벌 패션회사의 그룹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김범석 | -회계사
    -(현) 글로벌 패션회사의 Group Accounting 업무를 담당
    -삼일회계법인 및 PWC Consulting에서 CEO Agenda 위주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음
    ah-m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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