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2.비용 절감 방법론

비용절감, 전담팀만으로 성공 못해
과거 묻지 말고 문제 상황 직접 느끼게 하라

고경수 | 251호 (2018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의 생산, 운영 등의 측면에서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는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매/운영/시설 개선 등 3가지 방향으로 나눠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면밀히 살펴보면 낭비되는 비용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수 년간 방치돼 있던 계약서를 재검토해 유가 변동, 업데이트 된 업계 관행 등을 적용하는 것 만으로도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사무실 공간 활용이 효율적인지, 현재 계약한 협력업체는 경제적인지 등을 살펴 새고 있는 돈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2년 내 시설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저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 부담 가중
최저 임금 상승, 근로 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의 경영환경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2018년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되면서 2014년 기준 5210원에서 4년 만에 인상률이 44.5%을 기록했다. 거의 절반 가까이 올라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만큼 기업들을 옥죄는 또 다른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현재의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된다. 300인 이상 기업은 올해 7월, 50인~299인 기업은 2020년 1월, 2021년 7월부터는 모두 ‘주당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전체 기업 인건비가 연간 12조3000억원(‘15년 기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고 이 중 300인 이하 중소기업 부담이 전체의 70%인 8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

내수 부진, 과당 경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제조업(1500개)과 비제조업(1650개) 총 315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애로사항 중 ‘인건비 상승’ 문제가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수가 돼 버린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응책은 뭘까?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비용 증가 요인을 제거하는 것, 즉 ‘인력 줄이기’일 것이다. 실제로 2017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332개를 대상으로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응 방안을 물었는데 조사 기업 절반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56%) 감원(41.6%)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것은 인건비 상승을 상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필요한 인력을 억지로 감축하게 되면 기업이 얻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인력이 줄어들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과도한 업무에 부담을 느낀 직원들이 늘어나면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다. 또, 구조조정 인력에 대한 퇴직금과 위로금의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 업무의 단절 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 및 효율 저하도 감수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생산, 운영 등의 측면에서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는 원가 절감 방안을 찾는 게 더 좋은 대안이다.

비용절감 3가지 원칙
많은 기업들은 불황기에 안전한 수비 경영을 택한다. 기존 사업 구조를 진단하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설비 투자를 축소한다. 또 과거와 달리 원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고 회사 내부의 전반적인 비용을 통제한다. 어려운 여건 속 생존 전략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비용절감’이다. 그러나 이런 비용 절감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조직구성원의 사기를 꺾는 경우도 있다.
올바른 비용절감 활동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3가지 주요 사항을 알아보자. 첫째,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찾되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큰 사회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꼭 필요한 인체 독성 실험을 생략하면서 인명 피해를 야기했다. 지출되는 비용을 무조건 틀어막고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비효율적으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찾아서 절감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훼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저가항공사(LCCs)는 비용을 줄인다며 승객 도착 공항 터미널을 전용 저가항공 터미널로 이전했는데 그 결과 승객들은 전용 터미널과 일반 터미널로 입국 수속을 2번 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후 승객들이 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는 바람에 매출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터미널 이용료 절감은 성공했으나 서비스 품질을 악화시켜 고객이 외면하는 ‘잘못된 비용 절감’을 실행한 것이다.
둘째, 절감액을 기업의 핵심 자산에 재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스낵 제조사 중 하나는 원색 중심의 화려한 봉투 디자인을 변경해서 봉투의 잉크 사용량을 줄이고 골판지 상자 크기도 축소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돈으로 과자의 양을 늘렸더니 만족한 고객들이 더 많은 과자를 구입하며 매출이 15%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비용 절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기업의 핵심 자산인 제품에 투자해 매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임직원들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내부 구성원간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안 이뤄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내가 일하는 회사가 이런 비용절감이 필요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어려운가?’ 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 비용 절감이 진행되면 급여나 각종 복지 혜택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비용 절감이 결국 ‘인력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오해될 수 있다. 이런 의혹과 우려가 퍼지기 시작하면 비용 절감 활동은 거의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용절감’을 시작할 때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임직원들에게 분명히 밝히고 업무 진행 중에도 계속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사례로 살펴보는 3가지 절감 방법
비용절감은 구매/운영/시설 개선이라는 3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구매 개선을 위해서는 구매 현황과 거래 조건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약서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업 거래의 60%~80%는 계약서를 기초로 이뤄지며 계약서를 정확히 작성하고 잘 지키면 계약 관리 비용은 33%~41%, 기업 연간 비용은 2%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계약 관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계약 내용이 바뀌거나 만료되어도 갱신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많다.

자동차 부품을 개발, 제조하여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A사를 살펴보자. A사의 경우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따른 수출입비용에 대한 절감 방안을 검토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연간 3억4000만원에 달하는 선사나 항공사 비용, 관세 및 통관 수수료였다.

관세사 수수료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연 평균 4300만원에 달하는 관세 사무소와의 계약서를 요청했다. 거래 기간이 10년이 넘다 보니 초기 계약서만 있을 뿐 연차에 맞춰 업데이트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오래 전에 합의한 계약서다 보니 현재 수출입 실무에서 적용하고 청구, 지불하는 수수료율과도 맞지 않았다. 직전년도 연간 거래명세서를 토대로 역산정한 수수료를 토대로 현재 비슷한 규모의 타사가 적용한 수수료율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수수료율이 타사에 비해 훨씬 더 높았다. 수수료 산정방식이 타사에 비해 불리한 탓이다.

보통 최저 수수료는 관세사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산정하고, 수수료의 상한선은 고객사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한다. 예를 들어 수출물품가액이 100만 달러이고 수수료가 한 건당 800 달러로 산정됐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관세사와 고객사가 최대 수수료를 400달러로 정했다면 고객사는 400달러를 덜 내도 된다. 그러나 최대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았다면 하는 수 없이 800달러의 수수료를 전부 지급해야 한다.

48


A사의 경우 타사와 다르게 최소 수수료는 정해져 있으나 최대 수수료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 경우 수출가액이 높을수록 고객사의 관세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거래 내역서를 분석해보니 연간 1580건의 수출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 중 189건이 최대수수료가 정해지질 않아 업계 평균치보다 7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수수료를 줄이려면 계약 기간 만료 시점이나 분기별 적정 시점에 최대수수료를 협의해서 설정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해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래서 계약 만기 시점을 앞두고 건당 최대수수료를 설정했다. 그 결과, 관세수수료를 포함한 전체 수출입비용의 약 15%정도를 줄였다.

또 선사나 항공사 비용에도 개선점은 있었다. 수출입 무역 거래에는 양 당사자간에 어떤 거래 조건을 맺느냐에 따라 선적 운임이나 기타 제반 비용을 내는 주체가 달라진다. A사의 원재료 수입 프로세스를 살펴보니 해외 현지 공급사가 하역항(예:부산항)까지 비용을 지급하고 그 이후 부대 비용 및 인천까지 운송 비용은 A사가 지불하는 조건(CFR)이었다.

각종 부대 비용에는 도착항구 사용료, 서류발급수수료, 유류 할증료 및 유가 운임 보존료, 환율변동수수료가 포함된다. 상세 분석 결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발견되었다. 당시 유가는 수출입물류업체 운송 계약 당시보다 거의 50% 가까이 크게 떨어져 안정된 상태를 보이고 있었으나 청구된 각종 유가 연동 비용은 유가가 최고치일 때를 기준으로 청구, 지불되고 있었다. 유가, 환율, 각종 취급수수료 등에 대한 정례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적정 시장 가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A사 현황에 대해 기존 거래조건(CFR)을 다른 조건(FOB)2 으로 바꿔서 변동성이 큰 선사 운임과 문제가 된 각종 부대 비용에 대해 정기적 검토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간 부대 비용의 25%를 줄일 수 있었다.

둘째, 구매 활동 개선에 이어 살펴볼 분야는 운영 개선이다. 여러 거래처로 분산된 거래를 통합 하거나 장비나 시설 표준화, 자원의 재배분, 유휴 장비의 재활용, 노후 장비의 폐기 같은 방법이다. 구매 개선이 거래처와의 상호 관계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 운영 개선은 자체적 개선 사항을 스스로 검토하는 방법이다.
보통 운영 개선을 이야기 할 때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거나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기존 운영 프로세스를 면밀히 관찰하면 누수 비용을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충남에 소재한 B사는 연간 매출액 5000억 내외의 식품 제조회사다. 대부분의 판매는 전국에 소재한 가맹 대리점을 통해 이뤄진다. 본사 공장에서는 매일 생산된 제품을 전국에 소재한 각 대리점에 공급하는데 완제품이나 반제품을 운반용 PVC박스에 담아서 공급한다. 총 3개 업체에서 공급을 받으며 제품 크기에 따라 대/중/소의 3가지 종류가 활용됐다.
구매 개선이란 관점에서 보면 안정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거래 계약서나 연간 구매 내역서 검토 결과 3개 업체 모두 동일 단가에 거래하며 시장 가격 대비 매입 가격도 경쟁력을 갖고 있었으며 연 고정 단가 매입 계약으로 구매 가격도 안정적이었다. 또 각 대리점에서 박스가 파손될 경우 파(破)상자 3개를 새로운 박스 1개로 교체하고 있었고 연간 1회씩 거래업체와 협상해 매입 가격을 2~3%씩 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PVC 박스의 운영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주목한 것은 PVC박스의 사양(Spec.)이었다. 우선 검토한 것은 B사 제품의 무게였다. B 사 박스에 제품을 가득 담고 무게를 측정한 결과 평균 3Kg 내외였다. 문제는 B사가 사용하는 박스의 내부 하중이 15Kg나 된다는 것이었다. B사의 PVC 박스는 필요한 하중보다 5배 정도나 불필요하게 강하고 튼튼했다. 심지어 주류업에서 제품을 운반할 때 필요한 하중이 13Kg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튼튼한 박스였다. PVC 박스를 용도에 맞게 경량화 할 경우 재료비를 줄일 수 있었다. 또 박스 측면에 공간을 여러 개 뚫어 그 전보다 공기 통풍을 쉽게 해 제품의 신선도까지 높였다. B사는 PVC 상자의 사양을 낮춰 제작해 전체 구매 비용 8.5%를 절감했다.
운영 개선의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공간의 효율적 활용 역시 비용 절감을 추진할 때 꼭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 내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임대 공간을 없애고 기존 공간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에서 부동산 관리비용은 전체 비용 중 10~20%를 차지한다는 자료도 있다.3
따라서 현재 사용하는 공간도 다시 한 번 살펴서 각 팀 인원이나 담당 임원의 공간 활용 적정성을 검토해 지나치게 넓진 않은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도면상 부서별 좌석 수치와 인원수가 맞는지 비교하고 건물 내 공간 실사 등을 통해 현재 미사용 공간은 없는지 찾아내야 한다.

서울에 소재한 금융권 C사의 예를 보자. C사는 자체 본사 건물 외에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본사 인근 건물 6개층을 임차해 5년 전부터 사무실로 활용해왔다. 연간 기준으로 임대차보증금 15억, 월 임차료 14억과 관리비 5억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본관 건물 공간 활용의 타당성을 검토해 건물 내 ‘유휴면적’을 추정해봤다. 그랬더니 ‘내부 레이아웃 도면에서의 자릿수’와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원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즉, 도면상으로는 총 500명이 근무하는데 실제 근무 인원은 400명 밖에 없었다. 1인당 차지하는 면적이 평균 7㎡이므로 여유공간으로 700㎡, 약 212평의 유휴 공간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본관 각 층의 공간 활용도에 대한 실사를 통해 비어있는 고문실과 비상근 감사실 등을 찾아내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근 추가 임대건물의 한 개 층에 해당하는 면적이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연간 임대 비용의 15%인 2억8000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임대차보증금 15억을 C사의 3개년 평균 ROE 4 3.5%를 적용하면 약 1100만원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연간 2억 9000만원을 줄일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C사는 기존 인근 건물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신규 공간 리모델링 및 부서 재배치를 진행해 연간 3억 원 가까이를 절감했다.

추가로 C사 공간 활용의 적정성을 검토 하던 중 본관 1층 로비의 운영 현황과 임대 가능성 조사도 병행하였는데 본관 1층 로비, 약 90㎡(27~28평)를 외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 임대하여 연간 2억 원의 임대 수익과 외부인의 로비 방문으로 인한 기업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사무실 공간 재활용 및 1층 로비 공간의 수익화를 통해 연간 5억 내외의 비용절감과 수익증대 효과를 얻은 것이다. “공간은 소유하면 비싸지고 공유하면 풍성해진다"라는 말이 있다. 효율적 공간 활용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수익 및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기억할 것이 한가지 있다. 비용절감 방법으로 구매 개선과 운영 개선을 설명했는데 이 2가지 방법이 동전의 양면처럼 별도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비용 절감은 구매와 운영 개선이 혼재된 경우가 많으므로 1차는 구매 개선 측면으로, 2차는 운영 개선 측면으로 접근하면 절감 방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서울 소재 중견급 D 전문 종합 병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병원은 입원 환자복, 시트, 베게 커버, 타올, 의사, 간호사, 직원 등 유니폼 신규 구매 및 세탁 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지출 비용의 적정성을 판단하고자 구매 개선 측면에서 현재 매입 비용 및 세탁물 처리 비용을 판단해보니 현재 업체의 단가가 시장가 대비 30% 내외 저렴한 편이라 가격 경쟁력은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단가였다. 또한 처리업체가 4개나 돼 업무가 분산되는 등 효율성이 떨어졌다. 보통 의료 현장에서는 담당자의 편의나 1개 거래업체의 서비스 불능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복수의 업체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영진이 특정 업체를 추천하거나 소개해서 담당자가 거래 검토를 하다 보니 거래 업체가 4~5개나 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업체를 포함 예비 업체 3군데까지 총 4개사의 구매 비용을 점검해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은 신규 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면 연간 구매 비용의 9%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 D사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조항에 따라 전체 직원의 2.7%에 해당하는 직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했는데 이를 채우지 못해 부담금을 지출하고 있었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줄이려면 직접 고용을 하는 방법 외에 ‘연계 고용’ 방법도 있었다. 장애인 표준 사업장과 거래를 하면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즉, D사의 경우 연계고용사업장인 세탁 사업장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매년 지출하는 장애인 부담금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설개선을 살펴보자. 구매나 운영 개선과 달리 시설 개선은 일정한 규모의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이 때 투자 회수 기간 산정이 중요한데 적어도 2년 이내 투자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종합 기업 연수원인 E사의 수도 요금 및 가스 난방비 부문을 절감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수도 요금의 경우 물을 받아놓고 사용하는 고정량과 흐르게 하면서 사용하는 유동량으로 구분되는데 절감 대상은 대부분 유동량에서 발생한다. 정확한 사용량 측정을 위해 E사의 연간 수도요금 사용량을 측정, 분석하고 내부의 세면대, 걸레대, 좌변기, 소변기, 샤워기의 숫자를 파악해서 절수 디바이스 부착 개수를 파악하여 소요 비용을 계산했다. 직접적인 수도 요금 외에 물이용부담금, 하수도요금도 함께 절감할 수 있다. E사는 절수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1년 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 실행에 착수했다.

추가로 연수원 구내 식당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가스 요금에 대해 가스 사용량 측정 시 온도와 압력을 보정하여 실제 사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요금 청구가 가능하게 하는 온압보정기도 부착했다. 설치비 회수 기간은 11개월로 측정됐다. 이 회사는 투자 회수 기간이 끝나는 1년 이후부터 수도 및 가스 비용의 4% 정도를 절감했다.

비용절감 성공 위한 3가지 팁
최저임금제, 근로시간 단축, 경기 불황, 수출 감소, 저성장…. 기업 경영에서 넘어야 할 파도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다. 위기 극복과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기업 내 비용 절감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탑 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절감 활동은 시작이 아무리 그럴 듯 해도 다른 더 시급한 업무에 밀려 중도에 흐지부지되거나 미미한 결과로 끝난다.

기업 내 비용절감이 성공하려면 기억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보고(See) 느껴야(Feel)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난다. 전부터 하던 업무 방식과 관행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따라 해선 비용 절감이 어렵다. 결국 ‘변화(Change)’해야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조직원들은 변화에 저항한다. 영국 경제학자 케인스가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많은 기업의 절감 노력이 기대했던 성과를 못 거두는 이유는 현재까지 갖고 있던 고정 관념을 깨는 변화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52


모 철강회사는 정기적으로 ‘불량품 전시회’를 연다. 생산 과정에서 잘못된 작업으로 인해 발생된 불량품이 어느 정도인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는지를 스스로 보고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다른 회사는 ‘장갑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3개 생산 공장별로 사용하는 작업용 장갑 10여종을 전시하여 같은 제품인데 공장이나 팀별로 구매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구내 식당에서 “잔반을 줄이자”라는 현수막보다 일주일간 모인 잔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직접 보고 느껴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둘째, ‘과거는 이제 그만’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장 실무자가 비용 절감에 소극적인 것은 맡은 업무에서 비용을 줄일 경우 “왜 진작 줄이지 못했느냐”는 질책이나 추궁, 심지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좋은 비용 절감 방안이 제시되면 ‘새로운 시도 덕분에 앞으로 계속해서 낭비될 금액을 막을 수 있었다’는 긍정적 반응이 더 현명한 자세다.


최근 미국 할리우드(Hollywood)에 ‘실패박물관(Museum of Failure)’이 문을 열었다. 최초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에는 가장 오래된 실패작으로 1912년 빙산에 부딪쳐 침몰한 ‘타이타닉호’부터 플라스틱 자전거, 보라색 케첩, 버그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8’ 도 전시되어 있다. 실패를 통해 또 다른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듯 현업에서 “그 동안 비용 절감을 잘 못했더라도 다시 반복하지 말고 앞으로 잘하자”라는 경영진의 긍정적 반응은 직원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더 적극적인 비용 절감 노력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빠르고 쉽게 하라(Be fast and easy)’는 것이다. 절감 활동을 또 다른 일거리로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속에 생존을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필수라며 전담팀을 구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직원 대상 설문 조사에서 그 이유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또 다른 일거리”, ”일회성 이벤트”, ”연례 행사”같은 부정적 반응이 많이 나온다. 현장의 실무자는 누구보다 많은 절감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간단한 메모지, 스티커 한 장으로 제안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상사의 빠른 피드백과 빠른 실행도 필요하다. 덧붙여 모든 제안에 1000원 ~ 2000원의 작은 보상이라도 하는 게 좋다. 사소한 절감 아이디어도 무시하지 말고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절감안을 실행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 절감액의 10%를 과감하게 인센티브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제도 안착에 좋은 방법이다.



필자소개
필자는 비용절감 컨설팅사인 ‘코스트제로’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 기업 특성에 맞는 비용절감방법론을 활용해 총 245개 기업의 비용절감 컨설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한국컨설팅산업협회 비용절감센터장을 역임했고 KAIST, SERI-CEO, 국회예산처 등에서 ‘비용절감’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고경수 코스트제로 대표이사 ceo@costzero.co.kr
  • 고경수 고경수 | - ㈜코스트제로 대표
    - (전) 한국컨설팅산업협회 비용절감센터장, 지자체발전지원센터 예산절감 참여 대표로도 활동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