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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내부정보 유출 통해 대박났다고? 미국에선 ‘징역 + 벌금 + 주가폭락..’

최종학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미약품의 내부정보 주식차익 사건이나 CJ E&M의 실적정보 유출 사건 등은 내부정보의 불법적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건이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공정공시제도 위반에 대한 기준과 처벌 수위는 낮기만 하다. 미국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사 스튜어트 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 회장의 경우 거액의 벌금 이외에도 신뢰도 추락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거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개선돼야 국내 자본시장의 전근대적 문화 역시 개선될 것이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년 말, 오래간만에 국내 제약업계에 기쁜 소식이 알려졌다. 한미약품이 오랫동안 노력해온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 그 결과 당뇨병 신약 포트폴리오인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약 5조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프랑스 소재 다국적 제약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와 체결했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당연히 한미약품의 주가는 폭등했다. 이어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자신이 보유한 시가 1100억 원가량의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회장님에게 감사한다고 활짝 웃으면서 인터뷰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TV 뉴스마다 소개됐다. 이 일은 보기 드문 훈훈한 미담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 뒤 한미약품과 관련된 다른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아벤티스와 계약을 체결하기 10일 전부터 갑자기 한미약품 주가가 폭등하고 거래량도 대폭 늘어났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자본 시장에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보도 이후 비정상적인 주식 거래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그 결과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에 성공해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상당한 숫자의 한미약품 및 계열사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 등이 이 사실을 이용해 주식을 매수해서 큰돈을 벌었고, 또 일부 직원들은 평소 알고 있던 애널리스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정보를 몇몇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알려서 이들도 회사가 보유한 펀드의 자금으로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검찰이 판단하기로는 관련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해 얻은 이익은 최대 25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애널리스트들 중 개인 자금으로 직접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다수의 직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기소됐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사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준법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내부 감사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훈훈한 뉴스의 김을 빼는 악재였다.

 

빈발하는 내부정보 유출사건

 

한미약품 관련 내부정보 유출사건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벌어졌던 여러 미공개 내부정보 유출 사건들 중 하나다. 한미약품 사건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사건은 CJ E&M의 실적정보 유출사건이다. 한미약품 사건의 경우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로 정보가 유출됐고, 그 정보가 우연히 친분관계에 있었던 애널리스트에게 흘러갔던 것이었다. 이 직원들 중 일부는 이런 일을 하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CJ E&M 사건은 공시 및 투자자 관련 업무(investor relation·IR)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CJ E&M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의도적으로 실적 관련 정보를 알려준 사건이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즉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행위였던 것이다.

 

IR 담당 직원의 임무는 회사의 중요한 소식을 외부에 제때 알려서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주주나 채권자들이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3 1분기에 CJ E&M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예측치와 유사한 4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분기 들어서는 이익이 대폭 늘어 19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업적발표 이후 발표된 2013 3분기 업적(영업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는 대략 150∼2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CJ E&M 2013 3분기에는 영업이익을 150∼200억 원 정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2013 3분기 업적이 사내에서 집계되던 도중 IR 담당 직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85억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와 회사의 실제 실적에 큰 차이가 생긴 것이다.

 

 

 

영업이익이 예상과 달리 85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는 폭락할 것이 분명했다. 이 소식이 나중에 자본시장을 통해 발표된다면 IR 담당 직원들은 실적과 관련된 중요한 소식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CJ E&M에 대해 보고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CJ E&M의 주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IR 담당 직원들은 애널리스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3 1016일 아침, 담당 직원 2인은 친분이 있던 3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 3인에게 이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나중에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된 IR 담당 직원들은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서 주가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정보를 유출했다고 했다. 당시 이들 두 IR 담당 직원들은 짤막한 전화 통화가 주식시장에 얼마나 큰 여파를 가져올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3인의 애널리스트들은 각자 이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우선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알렸다.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정보에 기반해 주식의 매수나 매도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소중한 고객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CJ E&M의 소식을 듣고 그 즉시 보유하고 있던 CJ E&M의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기 시작했다. CJ E&M 직원이 애널리스트들에게 전화로 정보를 알린 시간이 1016일 아침이었는데, 그날 저녁까지 주가는 10%가량 폭락했다. 다음날도 주식의 처분은 계속됐고, 그 결과 주가는 추가적으로 1%가량 하락했다. 이틀 동안 기관투자가들은 총 500억 원가량의 주식 물량을 처분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개인투자자들만 기관들이 갑자기 싼 가격으로 판 주식을 매수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펀드매니저들은 공매도(short sale) 거래에까지 뛰어들었다. 공매도란, 예를 들어 현재 기업 A의 주가가 100원인데 주가가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주식을 빌려서 100원에 파는 것이다. 미래에 기업 A의 주가가 실제로 8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공매도 계약을 맺은 당사자는 주식시장에서 80원의 가격에 A의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으면 된다. 그러면 주당 20원만큼 이익을 거두게 된다. 이 공매도 계약은 현재 큰돈이 없더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을 매수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공매도는 약간의 계약금만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에 약정된 미래시점에 도달했을 때 실제로 A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큰돈을 벌 수 있고, 그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아서 A기업의 주가가 계약된 가격보다 높다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야 하므로 손해를 보게 된다.

 

공매도 거래는 미래의 주가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 등의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하는 거래로서 평소에는 거래 금액이 많지 않다. CJ E&M의 공매도 금액은 하루 평균 1억 원 정도였는데 실적이 유출된 날은 무려 125억 원으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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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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