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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 성패, CFO에 달렸다

미히르 A. 데사이(Mihir A. Desai) | 13호 (2008년 7월 Issue 2)
역사적으로 미국 및 유럽의 대기업에서 재무부서 업무는 주로 비용 관리, 예산 집행, 내부 감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글로벌화 하면서 기업 내 재무부서 역할이 확장됐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주어졌다. 예를 들어 재무부서는 단순히 전체 자본 구조와 주주들의 배당금을 결정하는 데에서 벗어나 자회사의 자본 구조와 이윤 배분 문제에도 고심해야 한다. 자본 예산(capital budgeting)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사업부별 차이뿐 아니라 통화, 세금, 국가별 위험 등에 따른 복잡한 사항들을 반영해야 한다. 인센티브 시스템도 다양한 경제 금융 환경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을 평가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 자본 시장’이란 개념이 생길 만큼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이 커지면서 거대 기업들은 국제 금융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차익거래(arbitrage, 자산간 가격차 등을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얻는 거래) 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해 내부 자본 시장을 운영하는 재무 담당자들은 다양한 제도적 환경 아래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략적 기회와 도전 속에서 재무적 기회를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매우 영민해 보이는 재무적 의사 결정이 개인과 조직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재무적 기회는 자금 조달(financing), 위험 관리(risk management), 자본 예산 계획(capital budgeting) 등 3대 주요 기능과 관련한 제도ㆍ운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내부 자본 시장의 자금 조달
국가마다 제도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현명한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하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보통 이자(interest)가 공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CFO는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자금을 융통해 세율이 낮은 국가의 사업장에 잉여 현금을 대출해 줌으로써 기업 전체의 세액을 크게 낮출 수 있다. CFO는 또 자회사가 모기업으로 과실 송금을 할 때 그 시점과 규모를 치밀하게 조정함으로써 세율 차이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만이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국가별로 채권회사의 권리가 다르다는 점에서 차입 비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이를 감안해 해외 또는 국내에서 자금을 융통한 뒤 자회사에 이를 대출해 준다.
 
다국적 기업은 또 사업장의 현지 자금 조달 비용이 너무 높은 경우 현지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들의 내부 자본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이 지역 내 기업들이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많은 미국 및 유럽의 다국적 기업은 현지 자회사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정책으로 해당 기업들은 역내 시장 점유율을 늘렸을 뿐 아니라 자금 공급 확대를 우호적 조치로 여긴 각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CFO는 이런 방식을 통한 전략적인 자금 조달의 어두운 이면 또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회사의 관리자들이 많은 부채를 보유하면 그들의 수익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조직 내에서 고과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관리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수익 배분과 관련한 기업의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세금 혜택과 관련한 정책 때문에 미국 기업의 현지 법인이나 자회사는 그때그때 일정하지 않은 금액을 본사에 송금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많은 회사는 현금이 불규칙적으로 송금될 경우 그들의 성과를 부풀릴 수 있는 환상적인 회계 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회사에 규칙적으로 일정액을 송금하도록 했다. 또 관리자들이 모기업의 자금 조달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그들의 자율성과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기 때문에 많은 회사가 세율이 높더라도 자회사들이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위험 관리
내부 자본 시장의 존재는 또 위험 관리에 대한 기업의 선택 여지를 넓혀 준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본 시장을 통해 모든 통화 위험을 관리하는 대신 세계 각지의 자회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화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의 유럽 내 자회사가 현지에서 부품을 구매해 완제품을 일본 시장에 수출했다고 가정하자. 이런 기업 활동을 한 회사는 결국 엔화에 대해서는 롱(long, 매입) 포지션, 유로화에 대해서는 쇼트(short, 매도)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즉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손해를 본다. 이때 기업은 그룹 내 다른 곳에서 위험을 상쇄하거나 모기업의 엔화 대출에 따른 엔화 부채 이동 등의 방법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이처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감안하면 많은 다국적 기업이 해외 자회사에 현지에서 독립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너럴모터스(GM)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재무부서는 기업 내 최고 인재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 기업들의 재무부서 중 가장 우수한 조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각국 자회사들이 역내 통화 위험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왜 이처럼 산발적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일까. 바로 지역별 특성에 따른 위기 관리를 통해 각 사업장과 그 사업장을 운영하는 관리자의 성과에 대해 좀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업들은 통화 위험을 관리할 때 그들이 보유한 전문 지식을 임의적으로 활용하거나 곤혹스러운 방법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기업이 재무 관리자들에게 틀에 박힌 방식의 ‘수동적인’ 정책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GM은 여러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분석하지만 이 중 50%는 미리 책정된 선물과 옵션 비율을 유지토록 했다. 기업들이 이렇게 수동적인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재무 관리자들이 회계 또는 투기적 목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환경에서 재무 운영에 상당한 전문지식이 요구됨에도 기업들은 재무적 이익이 사업 운영에 따른 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재무적인 전문지식 활용을 제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 예산 계획 수립
CFO는 사실상 존재하는 내부 금융 시장을 활용해 기업과 외부 금융 시장을 중개할 뿐 아니라 투자 기회 가치를 평가할 때 영민한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많은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유수의 에너지 기업인 AES가 1990년대 초반에 다국적 기지 개발을 시작할 때 관리자들은 각 사업 및 국가별 위험이 상이함에도 전 세계 배당금에 대해 국내 프로젝트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목표자본수익률을 적용했다. 이는 위험성이 훨씬 높은 국제 투자를 실제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뒤이어 이 회사는 자본 투자 결정 과정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벌였다. 이는 기업이 국내에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CFO가 직면하게 되는 조직 차원의 도전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주식 가치평가 기법을 향상시키기 위해 AES는 관리자들에게 국가신용 스프레드(sovereign spread)를 할인율(discount rates)에 포함시키라고 당부했다. 국가신용 스프레드는 두 국가가 동일 통화를 빌릴 때 발생하는 이율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가별 위험을 할인율에 반영토록 한 것이다. 이런 방법은 정확도를 높여 줬지만 신흥 시장에서의 거래를 담당하던 관리자들에게 불분명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결과도 함께 가져왔다. 그들의 프로젝트에 매우 높은 할인율이 적용될 것임을 알고 관리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금 흐름을 부풀려서 예측한 것이다.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강한 열망을 지닌 관리자들에게 AES의 사례와 같이 과도한 페널티와 정확성은 오히려 업무 프로세스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섣불리 정형화된 절차를 구축하는 시도는 회사 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자본 효율을 증대하기 위해 일본 최초로 경제적 부가 가치(Economic Value Added) 시스템을 전 세계 지사에 도입한 아사히 글라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사히 글라스는 국가신용 스프레드를 포함한 특유의 위험도 척도에 기반해 국가별 할인율을 정했다. 그러나 그 결과 관리자들은 (낮은 할인율로 인해) 일본에서는 과도한 투자를 하고 (높은 할인율로 인해) 신흥 시장에서는 부족한 투자를 했다. 다시 말해서 재무에 국한된 정책을 도입한 것이 회사의 전략적 목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아사히 글라스는 재무 측면만을 고려한 할인율 정책을 좀 더 광범위한 조직 목표와 조화시키기 위해 여러 부분을 수정했다.
 
이 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무리 국내에서 효과적인 가치 평가 및 자본 예산 계획이라 하더라도 여러 변수가 이미 충분히 파악된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할 때에는 글로벌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의 재무 담당자들이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각 지역 담당자들과 잠재 위험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 한다.
 
글로벌 재무부서 구축
CFO는 어떻게 글로벌 재무부서가 가장 많은 기회를 창출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는 회사의 재무 능력을 상세히 파악해야 하고, 각국의 제도상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집행되도록 하며, 이것이 기업 전체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재무부서는 다음 세 가지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
 
의사 결정을 위한 적절한 지리적 중심을 구축하라 GM의 통화 위험관리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재무부서는 지리적 여건에 따라 상이한 전략을 취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사 결정을 중앙 집중화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만 회사 전체에 무엇이 더 적합한지에 따라 재무부서의 집중화 정도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회사는 본사에 대규모 재무부서를 두고 모든 자회사에 대한 의사 결정을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다. 이런 형태는 조직 전체의 목표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여러 재정적 기회를 이용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에 각국 담당자들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을 하는 분산화된 기업은 국가별 담당자에게 재무적 의사 결정을 내리고 집행하게 하면 된다.
 
전 세계를 돌며 순환 근무하는 재무 담당자들을 육성하라 앞서가는 기업들은 마케팅 및 경영 인력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재무 담당자들을 고용하고 순환 근무를 하도록 한다. 회사가 여러 국가ㆍ지역ㆍ조직에서 업무 경험을 쌓음으로써 다양한 환경에 익숙한 재무 담당 인력 네트워크를 육성한다면 전문지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본사 재무부서와 자회사의 협업에서 나오는 위력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제약 회사인 노바티스의 사례를 보자. 2001년 노바티스는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에 반복적으로 지불을 연체한 터키 자회사에 자금 조달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자료상으로만 보면 답은 간단했다. 자회사의 관리자들에게 현지에서 자금 조달을 하도록 하거나 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상식적인 결론이었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복잡한 협상끝에 자회사가 운영을 계속 하는 대신 경쟁사의 약점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궁극적으로 모회사에 연체된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성공적인 결과는 세계 각지의 노바티스 지사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함께 근무하는 동안 본사 및 터키 자회사의 재무부서 담당자들 간에 구축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요 업무를 체계화하고 현지 여건에 맞게 실행해라 기업들은 과실 송금 정책이나 투자 기준 등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침을 수립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이런 정형화된 정책들은 각 지역에서 창출되는 기회를 사장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사히 글라스의 예에서 보았듯이 전략적 목표를 정할 때에도 유연한 투자 분석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명한 기업들은 중앙 집중적 정책을 수립할 때에도 지역적 특성과 전략적 과제에 따라 예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인식한다. 투자 가능성 검토를 위해 재무 담당자들이 포함된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예외 조항을 만드는 것은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난 사항을 적절히 처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40년 전 대부분 회사에는 CFO가 없었으며, 재무부서는 일반적으로 관리 인력으로 구성돼 있었다. 외부 시장이 기업에 더 많은 성과와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기업 내 재무부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다국적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자본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지금 재무부서는 좀 더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재무부서는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회사의 재정적ㆍ경영적ㆍ제도적 주요 과제를 어떻게 균형적으로 처리할지 이해하는 조직이다. 귀사의 재무부서는 그러한가?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미히르 A. 데사이(mdesai@hbs.edu)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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