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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vs 케이블, 뒤틀린 광고전쟁

최종학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수줍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날린 귀여운 윙크….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세계 1위 팀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한 이용대는 윙크 한 방에 스타로 탄생했다. 인터넷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그에게는 ‘윙크 용대’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그런데 이용대에 대한 관심은 다른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조금 달랐다. ‘누나가 너 때문에 산다’며 나이가 19살에 불과한 이용대보다 주로 나이가 많은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과거 ‘오빠 부대’에 익숙한, 나이 어린 여성 팬들의 관심이 남성 스타에게 쏠리는 경험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새로운 현상이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현상이 이용대에게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최근 케이블TV에서는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TV에서 쉽게 나오기 힘든 높은 시청률을 매 시즌마다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나이가 20대 후반인 여자 주인공이 집으로 배달돼 온 20대 초반의 앳된 남자 주인공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방영한다. 그야말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애완동물이 되는 설정이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투고, 정답게 이야기도 하고, 서로에게 적응해 살다가 기한이 되면 헤어지는 설정이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함께 산다고 할 때 생각할 수 있는 야한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순수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 하면 시즌이 종료되고 새 시즌이 시작될 때 출연진의 공모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는 이 포맷을 차용해 모 공중파TV가 방영한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인기 연예인들이 가상 부부로 등장하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요즘 그야말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은 현실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나이든 중년의 남자가 어린 여자를 배달(?) 받아 함께 살아가는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여성단체가 성의 상품화니 건전한 미풍양속에 반하느니 하면서 발끈해서 들고 일어날 것이다. 케이블TV와 경쟁관계인 공중파TV나 다른 언론, 그리고 방송위에서도 사소한 실수 하나하나를 트집잡아 프로그램 종영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런데 연상의 여인이 연하의 남자를 귀여워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바야흐로 남성 차별 시대인 것이다.
 
케이블TV를 가끔 보면 언론이나 여러 단체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건전한 미풍양속을 침해할 수 있는 자극적인 방송이 종종 등장한다. 또 프로그램의 회전 속도도 무척 빠르다. 시청률이 좀 낮다 싶으면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바로 없어지는 프로그램이 무척 많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나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물론 공중파TV에도 시청률이 낮다 싶으면 조기 종영하는 드라마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그 속도는 케이블에 비해 확실히 느리다. 게다가 거의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방송되는 프로그램들도 종종 나온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을 좋아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소수이므로 프로그램 광고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다.
 
광고효과 명확한 케이블 TV
필자는 한때 이런 프로그램에 광고하는 광고주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케이블과 공중파TV 광고단가 결정 방법의 차이점을 알자 곧 풀렸다. 케이블은 마치 정글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이다. 채널 수가 100개가 넘고, 시청자들은 조금만 재미가 없어도 쉽사리 리모컨을 쥐고 채널을 변경한다.

케이블 업체의 수익은 광고 수익으로 결정된다. 케이블의 시청률은 컴퓨터에 의해 곧바로 집계되고, 광고비는 그 시청률에 바로 연동되어 있다. 케이블TV 회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에 매우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시청률이 낮다면 회사는 적자를 보게 될 것이고, 적자가 계속되면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케이블TV에서 모두 머리를 짜내어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케이블TV 시청자들은 비교적 그 성향이 명확하다. 예를 들어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을 시청하는 사람은 대부분 20대 미혼 여성, 30대 초·중반의 소위 골드미스라 불리는 여성, 20대 미혼 남성이다. 골프 채널을 보는 시청자는 40, 50대의 성공한 남성층이며, 드라마 채널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이다. 증권 채널, 쇼핑 채널, 뉴스 채널, 종교 채널, 영화 채널 모두 시청자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광고주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청자층에 맞게, 즉 시장세분화가 잘 된 상태에서 광고를 할 수 있다. 광고가 어떤 계층의 몇 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전달되느냐를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광고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헛된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거의 없다. 즉 비용 대비 효과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케이블TV 광고시장이 계속 커지는 것이다.
 
반면에 공중파TV는 불과 3개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시청자에게는 선택권이 별로 없다. 게다가 그 광고는 한국광고공사라는 독점 업체가 수주해 배부하고 있다. 광고 단가 역시 단기적으로는 시청률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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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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