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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한 금융시장, 생각부터 바꿔라

DBR |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새로운 금융질서의 새로운 생각
- 다이애나 패럴
 
글로벌 신용 위기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 자본 시장에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해졌다. 재무 시스템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위험관리 기술은 이런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규제의 틀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업데이트해야 하며, 규제 당국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개혁을 위한 제안들은 시대에 뒤처진 것이 많다. 심지어 브레턴우즈 체제가 만들어진 1944년 당시의 세계관에 기초한 제안도 많다. 그 당시에는 국가 경제가 대부분 정부에 의해 관리됐기 때문에 국제적인 재무 활동은 수출입 외에 거의 없었으며,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이었다. 현재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 금융 분야를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활동 규모의 글로벌화 개별 정부는 아직도 글로벌 재무 시스템에서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적 활동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인 관리와 통제 능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대신 글로벌 자본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재무 권력이 분산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며, 최대 금융시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럽, 중국, 중동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잉여 교역을 통한 투자와 석유 수출국가의 석유 자본으로 인해 글로벌 자본 시장의 유동성이 대폭 강화됐으며, 이로 인해 선진국의 이자율이 낮아졌고 결국 차입을 통한 재무활동이 크게 활성화됐다. 지난날 고전한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넘쳐나는 유동성 덕에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전 세계 자본 시장이 전대미문의 변화를 겪으면서 발생했다. 주식과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부채, 은행 예금 등을 포함한 세계 금융 자산의 가치는 1980년 12조 달러에서 2007년에는 195조 달러로 치솟았다. 실제로 이런 자산들은 세계 경제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가 ‘재무적 심화(Financial Deepening)’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1980년에는 글로벌 금융자산의 총 가치가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가치와 거의 동일했다. 그러나 2007년 말에는 세계 금융의 심화도, 즉 자산 대 GDP 비율이 356%가 됐다. 게다가 이런 자산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계돼 있다. 현재 정부 채권 소유자의 2분의 1, 주식 소유자의 4분의 1, 사채 보유자의 5분의 1이 자산이 발행된 국가에 거주하지 않는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미국 주식만을 구매하는 개별 투자자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새로운 민간 및 공공 참여자 연금과 보험 기금 등 전통적인 민간 투자자 외에 다른 민간 및 공공 참여자들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중앙은행, 주주가치 중심 펀드, 국가 투자 기관 및 국영 기관 등이 모두 서로 다른 투자 목표와 전략을 기초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복합적인 형태를 띠며 공공·민간 펀드 모두를 활용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위기로 인해 일부 참가자들만 규제하고 국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일부 참가자를 규제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일부 참여자만 규제하는 이런 대증요법은 오히려 투자자들이 규제가 가장 적은 지역이나 산업에서 영업하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른바 ‘최소 규제를 향한 경쟁(a race to the regulatory bottom)’이 나타난 것이다.
 
규제 없는 시장의 허상과 그 실제 정책 입안자들은 얼마나 많은 금융 활동이 전통적인 공적 시장과 규제된 시장을 벗어나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한 적절한 통찰력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2008년에 서구의 일부 은행과 다른 기업들은 지분이나 부채를 (주식 시장처럼) 공적 시장에 팔지 않고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추가 자본을 조달했다. 채권시장이 냉각되면서 은행들은 많은 대출을 사모 펀드에 매각함으로써 짐을 덜고 있다. 그리고 2007년 초반의 신용위기가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시장을 냉각시키자 사모펀드 업체들은 2008년에 공공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체제에 적응했다.
 
우리는 금융시장이 더 복잡한 양태로 진화할수록 규제가 통하지 않고, 예측이 어렵기는 하지만 많은 혜택이 있음을 알고 있다. 금융시장 발전으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은 자본을 가진 사람을 더 쉽게 접촉할 수 있게 했고, 위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해 줬으며, 경제 성장도 더욱 가속화시켰다. 물론 시장의 혼란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와 그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불황을 이끈 환란처럼 엄청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논란도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 입안자들의 목표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점점 진화하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혜택을 향유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지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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