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49

자금조달 적정성, M&A 경쟁 승패 갈랐다

155호 (2014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재무회계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온 후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입찰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다. 여러 쟁점들 중에서도자금조달의 적정성이라는 매각 조건이 논란을 불렀다.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렸다는 12000억 원이 어떤 성격의 자금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대그룹은 더 많은 인수금액을 써낸 덕분에 최초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이 조건에 발목을 붙잡혀 결국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했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왜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했을까?

현대건설의 인수합병이 우여곡절 끝에 2011 1월 마무리됐다. 2010년 초부터 범()현대가의 일원인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이하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원래 고() 정몽헌 회장이 경영하던 회사인 만큼 되찾아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현대자동차나 현대자동차를 지원하던 현대중공업에서는 현대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서로 광고전을 벌였다.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누가 계승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까지 벌인 것이다.

 

현대건설 매각과정은 아주 복잡했다. 현대건설을 소유하던 주주협의회는 현대건설 주식 약 3900만 주, 발행주식 대비 약 35%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처음에는 55000억 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듯했다. 현대그룹은 2010 11월 있었던 입찰에서 1순위를 차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51000억 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하면서 2위로 밀렸다. 처음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현대상선 각 계열사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계열사 노조까지 반대성명을 낼 정도였다. 현대건설 노조도 적극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주가가 떨어진 것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과다한 자금을 동원한 M&A 이후 인수자가 어려움을 겪고 부실해지는 이른바승자의 저주를 염려한 탓이 컸다. 이런 시장의 의심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지만 소속사 노조까지도 강한 반대성명을 낸 것을 보면 현대그룹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중에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에서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원래 현대건설의 인수조건에는자금조달의 적정성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재무제표상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최소 4조 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수가 결정된 후 예측과는 달리 현대그룹이 생각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자금조달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런데 입찰서류에 표시된 보유자금 중 이상한 내역이 발견됐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 현지 법인이 예치해뒀다는 자금 12000억 원이 문제로 불거졌다. 전년도 말 자산규모가 33억 원, 매출액 1억 원 미만인 작은 현지법원이 1200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동양증권에서 투자하기로 한 8000억 원에 대한 논란도 동시에 벌어졌다.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가 최초로 흘러나온 곳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 노조였다. 현대증권 노조가 자금원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티시스은행 예치자금을 둘러싼 논란

곧이어 현대건설의 주주협의회도 나티시스은행 예치자금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밝히라고 현대그룹 측에 요구했다. 현대자동차도 이 자금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그러자 현대그룹은 대출한 자금이라며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자금조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조건의 대출인지 파악해야 하니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다시 요구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요청을 거부하고 입찰에서 1순위를 얻었으니 계약대로 현대건설을 넘기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에 대해 유언비어를 유포한다며 현대자동차 몇몇 임원들에 대한 소송도 제기했다.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주주협의회는 만약 이 돈이 현대그룹 계열사의 자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일시적으로 빌린 것이거나 현대건설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빌린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대출조건을 확인해야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계열사 자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이라면 얼마나 담보로 제공했는지가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인수할 현대건설의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라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LBO(Leveraged Buyout)로서 불법 거래가 된다.1  주주협의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대출확인서만 제출했을 뿐 계약서 제공은 계속 거부했다.

 

그러던 가운데 주주협의회 사이에서 묘한 움직임이 벌어졌다.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은 계약대로 현대그룹에 현대건설을 팔고 싶어 했다. 반면 2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자금의 원천을 조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건설의 소유주는 외환은행 24.99%, 정책금융공사 22.48%, 우리은행 21.37%, 국민은행 10.21%, 신한은행 8.22%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이자 매각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의 주식매각 양해각서(MOU)를 다른 은행들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체결했다. 2010 1129일의 일이다.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에 넘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자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3, 4, 5대 주주가 외환은행의 행동에 일제히 반발했다. 현대자동차는 MOU 체결을 주도한 외환은행 실무자를 입찰 방해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법인 명의의 외환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자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외환은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주주협의회는 회의를 거쳐 2010 127, 현대그룹과 동양증권에 대출계약서와 거래내용에 대한 정보를 넘기라고 요청했다. 1214일까지 이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통보했다. 외환은행이 지분의 25%를 소유한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2대부터 5대 주주의 주식 총합이 60%에 이르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1214, 동양그룹(동양증권)은 현대그룹과 맺은 풋백(put back) 옵션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동양그룹이 현대그룹과 함께 현대건설 주식을 매입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동양그룹이 구입한 지분을 현대그룹에서 되사주기로 한 옵션 계약이다.2  그러나 현대그룹은 나티시스은행 자금에 대해 대출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출확인서를 다시 제출했을 뿐 정확히 어떤 대출인지 보여주는 대출계약서 제출은 또다시 거부했다. 현대그룹은 주주단의 요구가 법과 MOU에 규정되지 않은 월권 행위이므로 자신들이 계약서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MOU 체결은 이미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에 팔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양자가 예비 계약을 한 것인데 예비 계약 이후 다시 추가 서류를 내라는 것은 예비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이니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다수 여야 의원들이 현대그룹 자금이 투명하게 조달된 것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국정감사 기간 동안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방 정당이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특기인 한국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매우 독특하다.3  정부는거래는 당사자들 사이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사실 정부가 개별 기업의 사사로운 거래에 개입해서 누구에게 회사를 팔아라 말라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M&A는 정부가 새 주인을 결정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정부는 중립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대그룹이 계속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주주협의회는 해당 자금이 정상적인 회사의 자기 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금조달 적정성조건이 추가된 이유

현대그룹이 계속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주주협의회는 해당 자금이 정상적인 회사의 자기 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51000억 원을 제시해 입찰에서 2위를 차지했던 현대자동차에 현대건설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사 내부에 유보된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는인수자금 조달의 적정성에 거의 문제가 없었다.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로 넘어간다는 발표가 나자마자 하루 동안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 주가가 6%나 상승했다. 그동안 떨어지던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이로써 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하고 현대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은 2000년 말 파산한 후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가 10년 만에 아들 정몽구 회장이 경영하는 현대자동차로 돌아오게 됐다. 현대그룹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채권단의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2011 14, 법원에서도 현대그룹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그룹은 처음에는 상급법원에 다시 제소했지만 이후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현대자동차와 화해했다.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의 새 주인은 현대자동차로 확정됐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꼭 매입하려던 이유 중 하나는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주식의 7.75%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주식을 현대자동차가 가져간다면 현대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화해의 배경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았지만 현대그룹이 소송을 포기한 반대급부로 아마 이 주식에 대한 모종의 타협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4

 

사실 M&A를 진행할 때 파는 쪽에서는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측에 파는 것이 제일 유리하다. 이것이 흔히 얘기되는시장 논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인수금액의 거의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했고 이때 발생한 부채를 갚지 못해 부실해지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모두 떠안게 된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은 국내 산업 전체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그 이후 정부가 회사를 팔겠다고 매물로 내놓을 때 매각 조건에가격외에자금조달의 적정성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게 됐다.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해서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는 매물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민간기업들이 회사를 팔 때는 복잡한 부대조건이 붙지 않고 인수대금이 얼마인지만 따질 텐데 정부가 매각을 주도할 때는 공익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저런 조건들이 붙는다.

 

결국 이 조건 때문에 현대건설의 주인이 바뀐다. 전술한 것처럼 매각 전 현대건설의 소유주가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으로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소유한 외환은행을 제외하면 정부기관이거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관 및 은행들이었다. 정부기관 및 은행들이 현대건설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정부가 부실에 빠진 현대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단독으로 현대건설을 현대그룹에 매각하려고 했던 것은 현대그룹에서 4000억 원이나 더 많은 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윤 추구를 제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민간기업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이윤 추구 외에 산업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했으므로자금조달의 적정성이라는 조건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두 조건 외에도 인수자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조건인과거 분식회계 경력의 유무도 매각 기준에 포함돼 있었는데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 모두 과거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험이 있었으므로 이 부분에서는 둘 다 0점 처리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가 승자로 선택된 이유

논쟁의 핵심이었던 나티시스은행 계좌에 예금돼 있다는 자금 12000억 원의 실체는 무엇일까? 현재까지도 그 자금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 자금은 인출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은 단기 대출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인출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보증을 통해 급전을 빌렸을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이 추측한 것처럼 인수할 현대건설의 주식이나 자산을 담보로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채권단이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해도 현대상선에서 제출하지 못한 것이리라.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그 회사를 사는 LBO는 외국에서는 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LBO 목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 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개인들끼리는 거래 당사자들 사이의 친분 때문에 한쪽이 상당히 불리한 비정상적 거래도 가끔 일어나지만 기업 사이에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한두 푼도 아니고 12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빌려주면서 아무 보증 장치 없이 신용만 보고 빌려주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5  즉 조건이 붙은 돈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조건을 외부에 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대출계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현대상선이 우선협상자 지위까지 박탈당하면서도 대출계약서를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대건설 매각 때문에 이런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서 온갖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M&A는 이제까지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니 특정 기업에 현대건설을 주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다는 식의 이야기도 자주 들렸다. 사실 이런 주장은 비합리적이다. 회사를 매각할 때 도의적 판단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매수자에게 파는 것이 정답이다. 외환은행이 4000억 원을 더 받을 수 있는 현대그룹에 팔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매각 조건에자금조달의 적정성이라는 조건이 추가된 것 자체가 현대자동차를 매수자로 확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인수금의 대부분을 사내 유보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에 비해 4조 원이나 외부에서 빌려와야 하는 현대그룹은자금조달의 적정성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논란이 벌어지던 당시 정부는개입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입장을 표명했지만 결국 현대건설의 새 주인은 논쟁이 벌어지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셈이다. 정부가 이런 조건을 추가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후 벌어진 사건들 때문인데 만약 대우건설보다 현대건설이 먼저 매물로 나왔다면 더 높은 가격을 써 낸 현대그룹이 최종 인수자가 됐을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현대건설의 운명을 바꾼 셈이다.

 

이후 실제 인수가격은 현대건설의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부실자산과 우발채무로 49000억 원으로 조정됐다. 원래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임원 및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100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발견한 부실자산이나 우발채무는 총 8000억 원이었지만 실사 후 인수대금 조정액은 입찰금액의 3%에 한한다는 계약조건 때문에 8000억 원을 모두 탕감받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되던 현대건설 가치가 4조 원 초반이었다는 점에서 49000억 원이라는 인수금액은 싸지는 않지만 크게 비싸지도 않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최종 인수가격은 당시 시가에 약 60%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현대건설의 전체 지분 중 35%를 인수하는 금액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시가에 약 90%대 후반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2006년 말 대우건설을 인수한 바 있다. 참고로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M&A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 40∼50% 수준이었다.

 

현대건설은 한국 최고의 건설사로 그동안 외화 획득과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잘살게 된 데는 현대건설의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이 크게 공헌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제2의 중동 특수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현대건설이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최고의 건설회사로 더욱 발전해 제2의 대한민국 경제 부흥을 이끄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최근 현대상선은 재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막대한 부채를 끌어들여 2011년 현대건설을 샀더라면 지금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자산매각 등 여러 자구 노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들리는데 필자는 재무제표를 보면서 2010년 당시에도 현대건설 매수가 아니라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를 갚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의 잉여현금흐름 수준으로는 추가로 빌려와야 할 부채 4조 원의 원금이 아니라 이자만 지불하기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 것은 현대상선에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상선도 하루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위용을 되찾기 바란다. 요즘 국내 해운회사들이 모두 어려운데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 수출품을 실어 나를 세계 최고 수준의 해운회사가 하나 이상은 꼭 있어야 할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숫자로 경영하라 2>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