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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중심 원가 모델

얼마나 남는지 제대로 알려면 시간을 고려하라

이진석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A Cafe B Cafe가 있다고 하자. 두 곳은 같은 종류의 커피기계를 쓰고 있다. 기계를 돌리기 위해 시간당 6000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같다. 이 커피기계는 시간당 최대 10잔을 만들 수 있다. A Cafe는 잔당 1000원에 시간당 10잔을 팔고 있다. B Cafe는 잔당 1250원에 시간당 8잔을 팔고 있다. 어느 곳의 성과가 더 높을까? <그림 1>을 보자.

 

 

외형상으로 보면 시간당 매출이 1만 원으로 동일하고 원가 6000원으로 이익 4000원을 내고 있으므로 성과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A Cafe는 잔당 600원의 원가에 B Cafe는 잔당 750원의 원가에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 한 잔당 이익을 따져보면 A Cafe 400, B Cafe 500원으로 B Cafe의 성과가 더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커피의 맛과 품질이 같다고 가정하고 A Cafe 경영자가 커피 가격을 기존 1000원에서 B Cafe와 동일한 1250원으로 올린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A Cafe의 시간당 매출은 12500원으로 잔당 650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A Cafe의 경영자는 B Cafe에 비해 시간당 2500(10×250)의 매출 증가와 이익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B Cafe에 비해 잔당 150원의 원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반대로 B Cafe의 경영자가 시간당 판매량을 기존 8잔에서 A Cafe만큼 10잔으로 높이면 상황은 다시 역전돼 B Cafe A Cafe에 비해 동일한 원가에 시간당 2500원만큼 높은 매출과 이익을 얻게 된다.

 

이 예시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두 커피전문점의 매출과 커피기계 운영에 대한 원가는 같지만 커피기계의 활용도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A Cafe 경영자는 무엇을 간과했을까? 커피기계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경쟁자인 B Cafe의 가격으로 팔지 않았다. B Cafe 경영자가 간과한 것은 무엇일까? A Cafe가 보유하고 있는 커피기계와 동일한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시간당 생산량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 즉 시간당 10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기계의 능력을 80%만 사용하면서 유휴능력 20%에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2500)를 얻지 못했다. 결국 투입한 자원은 동일했지만 A Cafe는 가격 측면에서, B Cafe는 운영 측면에서 경쟁자보다 비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왜 시간 중심이어야 하는가

 

커피전문점의 예시에서 우리는 시간 중심의 효율성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두 커피전문점은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의 차이로 매출과 이익의 차이를 초래했다. 기업경영에서 발생하는 원가는 많은 부분에서 시간의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인원, 설비, 건물 등 기업의 경영자원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시설사용료,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들은 일반적으로 고정적 또는 주기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사실상 상당 부분 경영자원의 사용시간에 대한 대가다. 많은 경영자들이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의 산출물을 생산하기 위해 고민한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만들어내는 것은 최선책이 아니다.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궁극적인 목표인 최소투입-최대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시간이다. 대부분의 경영자원에는 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따라다닌다. 직원의 근무시간, 설비의 가동시간, 건물의 사용기간 등 일정 수준의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원의 사용시간이 결국 기업이 자원을 활용하면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그렇다면 경쟁시장에서 서로 비슷한 내외부 환경에 처해 있는 기업들의 원가경쟁력은 결국 이 시간에 대한 비용의 정확한 이해와 측정에서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커피전문점 두 곳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 단순히 얼마나 벌어들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당 6000원의 원가를 어떻게 이해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성과의 척도가 돼야 한다.

 

얼마가 남는지 제대로 알자

 

기업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가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 계산하려면 원가 계산을 정확히 해야 한다. 이때 제품 또는 서비스 원가를 계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원가, 즉 유휴원가(unused cost)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이론적으로 제시된 원가계산 모델 중 유휴원가 계산 방법을 가장 명확하게 제시한 모델이 바로 시간중심 활동기준 원가계산(Time-Driven Activity Based Costing, 이하 TDABC) 모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버트 카플란 교수가 2004년 그의 제자 스티븐 앤더슨과 함께 이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1  TDABC 모델은 기존의 활동기준 원가계산(ABC) 방법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시간을 주요 원가동인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원가동인을 고려해야 하는 기존 방법에 비해 실무에 적용하기가 용이하다. 원가계산의 정확성과 경영자원의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도 아주 유용한 수단이 되는 기법이다.2

  

 

 

TDABC 모델에 의한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을 다시 커피전문점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그림 2>와 같이 A Cafe 경영자는 3가지 종류의 커피(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모카라떼)를 팔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시간당 12000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수익성 분석 결과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1.3%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종류별로 수익성을 따져보니 아메리카노가 매출액 대비 1.3%, 에스프레소가 -2.8%, 모카라떼가 5.9%의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 Cafe 경영자는 분석결과를 토대로 수익성 향상을 위해 어떤 방안을 꾀할 수 있을까? 수익성 달성 성과는 모카라떼가 가장 높아 보인다.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낮은 품목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결정자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의 가격을 높이거나 판매를 중단해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새로운 커피 품목을 도입해 판매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커피 판매 시장에서 시장가격을 높이거나 이미 운영 중인 경영자원(인원, 커피기계 등)을 포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A Cafe 경영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영자원의 효율성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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