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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M&A 가치평가 5분 만에 할 수 있다?

박수진 | 150호 (2014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Kellogg School of Management) 1908년에 설립된 교과과정에 팀 프로젝트와 동료 평가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여러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특히 1980, 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얻었다. 최근에는 “Think Bravely”라는 슬로건 아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를 배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교과과정을 도입했다.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토마스 리스(Thomas Lys) 교수는 켈로그에서 다양한 회계·재무 과목을 30년 넘게 지도해왔으며 법정에서는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검토 및 입증·반증하는 M&A 법률 전문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문가들은 세 가지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 해박한 지식(unprecedented knowledge)이 필요합니다. 또 논리적 사고능력(logical thinking)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계산능력(fast math)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필자는 리스 교수가 말한빠른 계산능력에 해당하는 기업 가치평가기법을 소개한다. 인수합병(M&A)을 할 때는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값을 매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은행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가치평가 기법에는 DCF(Discounted Cash Flow·현금흐름할인법), Precedent Transactions·Public Comparable(상대가치법), LBO(Leveraged Buy Outs) 분석 등이 있다. 정교성과 인내심이 요구되는 모델링들이다. 그런데 리스 교수는 이런 정밀한 모델링 기법이 아닌 ‘Back of the Envelope’, 즉 일반인들도 가볍게 편지봉투 뒤에다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소개했다. 정밀하지는 않지만 인수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아닌지를 금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법이다.

 

리스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제 사례를 들어 이 기법을 설명했다.

 

몇 년 전, A사가 B사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B사의 당시 주가(28.71 달러) 대비 55%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4.50달러에 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주간의 분석 및 협상 끝에 인수가격은 51달러(주가 대비 78% 프리미엄)까지 올랐다. 미국 기업들의 과거 10년 평균 M&A 프리미엄이 약 27%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78%의 프리미엄은 너무 높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리스 교수의 계산법을 한 단계씩 밟아가며 이런 높은 인수가격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1단계: B사의 현금흐름 가치는?

상장기업이라면 어느 회사나 재무제표를 공개한다. 리스 교수는 B사의 현금흐름표를 보고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평균 현금흐름이 연간 27100만 달러였음을 발견했다. 이 회사가 앞으로도 매년 이만큼의 현금을 창출한다고 가정하면 아래순현재가치공식을 이용해 이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PV=FCFE/Re

PV(Present value): 현재가치

FCFE(Free cash flow to equity): 현금흐름

Re(Cost of equity): 자본비용-(이 사례에선 15%로 가정)

PV=($271 million)/(15%)=$1807 million

 

미래의 현금흐름으로 계산한 현재 기업가치가 약 18억 달러라는 얘기다. 주당 가격을 구하기 위해서 기업가치(18억 달러) B사의 상장주식으로 나눠보았다. 이 회사는 총 218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계산 결과는 주당 8.26 달러다. A가 제시한 51달러와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인다. A사가 B사의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그림 1 미국 기업의 주가 대비 M&A 인수가격 프리미엄 추이(2004-2013)

 

 

 

 

 

 

1 B사의 손익계산서

 

 

2 단계: B사에 요구되는 미래 성장률은?

가정을 바꿔서 주당 51달러가 맞는 가격이라고 생각해보자. 1단계 계산에서 봤듯이 51달러라는 가격은 현재 B사의 현금흐름 수준으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A사는 B사의 현금흐름이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가정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금흐름이 얼만큼 빠르게 성장해야지만 51 달러가 적정가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럴 때는 아래의 공식을 사용한다.

 

PV=FCFE/(Re-G)

G (Growth rate): 현금흐름의 연평균 성장률

이 공식을 뒤집으면 G

G=Re-FCFE/FV

로 구할 수 있다. 실제 값을 대입해 보면:

G=15%-($271 million)

/($51Ⅹ218 million shares)= 12.6%

결국 연간 12.6%씩 현금흐름이 영구적으로 성장해야 주당 51달러라는 높은 가격이 정당화된다. 일반적으로 성숙한 기업이 연평균 2∼3% 수준의 성장을 보인다는 점에서 굉장히 공격적인 인수가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단계: B사가 절감해야 하는 비용은?

앞서 2단계에서는 높은 주당 인수가격을 B사의 미래 성장 관점에서 가정해봤다. 그런데 사실성장의 반대개념인비용 절감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B사가 미래에 성장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과연 얼마만큼의 비용이 절감돼야지만 주당 51달러를 적정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아래의 공식을 사용한다.

 

PV=(FCFE+Savings)/Re

Savings: 비용 절감을 통한 추가 현금흐름

이 공식을 뒤집으면 Savings

Savings=PVⅩRe-FCFE

로 구할 수 있다.실제 값을 대입해 보면:

Savings=(218 million sharesⅩ$51)Ⅹ15%-$271 million=$1402 million

연간 14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얼핏 들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B사의 손익계산서를 보고 판단해보자. ( 1)

( 1)을 보면 B사의 과거 3년 평균 SG&A(판매비와 일반관리비) 1069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연간 14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모든 판매 및 일반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부족하다. , 비용절감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그림 2 주당 51달러의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현금흐름 성장률과 연간 비용절감액의 관계

 

4 단계: ‘성장비용 절감의 가능 조합은?

성장과 비용 절감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현금흐름을 키우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둘 다 이뤄지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럴 때 기업의 현재가치는 다음과 같다.

 

PV=FCFE/(Re-G)+Savings/Re

공식의 첫마디는 앞서 2단계에서 현금흐름의 성장을 가정했을 때의 B사 기업가치다. 두 번째 마디는 3단계에서 일정 수준의 비용절감이 있을 때의 기업가치다. 이 공식에서 Savings을 좌변으로 놓고 정리하면

Savings=PVⅩRe-(FCFEⅩRe)/(Re-G)

가 된다.

 

이를 통해 주당 51달러라는 주가를 만족하기 위한 현금흐름 성장률과 연간 비용 절감액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림 2>와 같다.

 

그래프를 보면 X축은 현금흐름 성장률, Y축은 연간 비용절감액이다. 현금흐름 성장이 없을 경우와 비용절감이 없을 경우는 앞의 2, 3단계에서 확인한 바가 있다. 만일 이 기업이 일반 기업들처럼 연간 2.5% 정도의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면 (그림 2 A지점) 그래프상에서 여전히 연간 13억 달러 이상의 비용절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서 현금흐름 성장과 비용절감이 동시에 일어난다 해도 인수가격 51달러는 현실적으로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뜻이다.

 

Conclusion

M&A에서 적정 인수가격의 산정은 정교성과 인내, 통찰이 요구되는 업무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4 단계 테스트를 통해 인수가격의 대략적인 적정성은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의 글로벌 M&A 활동을 살펴보면 약 20∼25%의 딜들이 위의 4 단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이 체결되는 이유는 입찰과정에 다수의 인수희망자가 참여해 경쟁이 과열되거나,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펀드 경영진의 자아(ego)가 과하다거나, 두 기업의 합병으로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거나, 혹은 가치산정 계산이 틀렸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

 

독자 중에는 본 글을 읽고 수학공식이 많아 어렵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관심 있는 M&A 딜에 대해 직접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위의 ‘4 단계 테스트로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수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MBA spark2014@kellogg.northwestern.edu

필자는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과 독어독문학을 이중 전공한 후 Arthur D. Little Highland Capital Management 서울 오피스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켈로그 MBA 취득 후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M&A 업무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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