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융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근거한 금융(Sharial Compliant Finance)을 통칭한다. 다른 말로 샤리아 금융이라고도 한다. 흔히 이슬람 금융은 이자 없는 금융으로 알려져 있으나 단지 이자가 없는 금융이라기보다는 더 넓은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른 사회적 가치 및 정의를 반영하는 금융으로 이해해야 옳다. 예를 들어 이슬람 금융에서는 술, 담배, 무기, 도박, 포르노 등 비윤리적 거래를 금지(Haram)하고 투기 거래(Maisir) 및 과도한 불확실(Gharar) 등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슬람 금융은 원칙적으로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다. 이슬람 금융 상품인 수쿠크(이슬람 채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권리를 포착하는 증서지만 수쿠크는 기초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증서다. 즉 수쿠크에 디폴트 사유가 발생하면 기초 자산에 법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의 또 다른 특징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 및 손실 공유에 있다. 이슬람 금융에는 원칙적으로 원금 상환이나 사전 확정이익의 보장이 없고 자금 제공자는 사업 파트너로서 사업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을 따른다.
글로벌 이슬람 금융의 잠재 시장규모는 약 4조4000억 달러 규모로 집계된다. 컨설팅회사인 Ernst&Young에 따르면 글로벌 이슬람 은행의 자산 규모는 2011년 기준 1조3000억 달러 수준으로 2013년에는 1조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은행의 자산이 전체 이슬람 금융자산의 8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3년 기준 글로벌 이슬람 금융시장은 2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닌 가능성이다. 이슬람 금융시장 규모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0%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위축되는 다른 경제권에 비해 굉장히 가파른 성장세다. 국가별로 보면 2011년 기준 글로벌 이슬람 금융자산 가운데 국가의 모든 은행이 이슬람 은행인 이란이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슬람 금융의 기본 거래는 무라바하, 무다라바, 이자라, 무샤라카, 이스티스나, 살람으로 나눠진다. 실무적으로는 이 같은 거래가 다양하게 응용되며 두 가지 또는 세 가지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상품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새로운 자금 조달원 확보, 조달자금 규모 확대, 조달처의 다양화를 통한 특화금융 확보, 이를 통한 경제 충격 완충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오일달러로 자금력이 풍부한 중동의 국부펀드를 파트너로 확보하면 중동 및 아프리카를 개발하고 투자할 때 현지 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해외 진출에 상당한 경쟁력을 부여하는 이점이다. 국제 금융의 허브인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 어느 지역에도 이슬람 금융이 개방되지 않은 곳이 없다.
이슬람 금융의 활용 방법
국내 기업이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갖고 비즈니스화를 추진한 시점은 대략 2007년이다. 국내 증권회사들이 이슬람 금융 허브인 말레이시아 소재 은행들과 업무 제휴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국내 투자 유치, 재원 조달, 기업 재투자를 위한 중동 자금 유치는 이슬람 금융이라기보다는 중동 또는 오일달러의 유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중동은 이슬람 국가들로 이뤄져 있기는 하지만 국부펀드 등 중동 자금의 약 70%는 이슬람 금융의 율법에 따라 정해진 거래상품의 틀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에 국내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GS칼텍스,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려고 수쿠크 발행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한 지금은 매력이 많이 감소했으나 재원조달 소스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중동 자금은 여전히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자금 조달원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슬람 금융 방식으로 신디케이티드론을 추진한다거나 이슬람 지역의 신용카드 사업, 보험업 진출 등의 목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 역시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우리 기업들이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중동의 넘쳐나는 자금을 국내 기업 투자용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건이 좋은 사례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털 회사이자 사모펀드 운용사다. 이 회사는 2004년 6월 334억 원 규모로 IT 분야,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로봇 등의 중소 및 중견 기업에 재투자할 목적으로 스틱일자리창출펀드(신기술투자펀드)를 설립했다. 특히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투자자)로 사우디아리비아의 투자기관인 SEDCO(36%), 정부모태펀드(30%), 연기금(24%) 및 스틱인베스트먼트(10%)가 참여했다. 펀드는 출범 이후 사파이어 잉곳업체인 사파이어테크놀로지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루비소프트 등 국내 기업에 재투자했다. 국내 기업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좋고 중동 투자기관들은 우수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어 상부상조할 수 있던 사례였다. 이 펀드는 2012년 4월 달성 수익률이 30%를 넘으면서 청산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05년 10월 두 번째 펀드를 설립했다. 스틱 세컨더리펀드1 1호가 주인공이다. 이 펀드는 1190억 원의 약정 규모로 만들어졌다. 주요 출자자는 정부 모태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CEO로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ZAD Investment로 알려진다. 이 펀드 역시 미용제품 및 의약품 개발업체인 제닉과 고압가스 용기업체인 엔케이, 디지털방송 수신칩 전문기업인 피앤피네트워크, 팅크웨어 등 국내 다수 기업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2012년 5월 연 수익 26%를 기록하며 청산했다.
이처럼 중동의 풍부한 유동성을 국내로 끌어오는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현재 정치권에서 검토 중인 제주 신공항 개발사업은 총사업비가 최소 3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형 인프라 개발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이때 이슬람 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 이슬람 금융을 단독으로 유치하기 어렵다면 일반 금융방식과 혼합해 펀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제주시가 보유하는 신공항 대지를 특수목적회사(SPV)에 팔고 SPV가 이슬람채권을 발행해 오일달러를 유치한다. 이 발행대금으로 공항개발 투자비의 일정 부분을 조달하는 방식이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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