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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EBITDA, 투자판단 기준으로 적절할까

최종학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흔히 기업 내부 성과평가와 투자의사결정 목적을 위해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적이라면 EBITDA보다는 현금흐름표에 보고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EBITDA를 지표로 활용하면 △감가상각비를 의도적으로 늘리려고 불필요한 설비 자산에 과잉 투자할 위험이 있고 △M&A 의사결정 시 영업권 상각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웃돈을 얹어줄 가능성이 있으며 △재고자산이나 외상매출금 등 영업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BITDA보다 EBT(세전 이익)나 EBIT(이자비용, 세금 전 이익)를 사용한다면 EBITDA를 사용할 때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다. 그러나 EBT나 EBIT도 당기 순이익이나 영업이익, 현금흐름과 함께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거듭 말하지만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경우에 다 사용할 수 있는 단 1개의 지표는 없다.
 
필자는 DBR 84호에 기고한 ‘현금흐름 지표가 놓친 것들을 들여다보자’는 글에서 기업 외부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 가치 평가 목적으로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를 활용할 때의 주의점에 대해 다뤘다. 필자는 EBITDA보다는 현금흐름표에 보고되는 영업현금흐름이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더 잘 나타내고 있으며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영업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등을 모두 종합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EBITDA는 이런 외부 투자자들의 기업 가치평가 목적 이외에도 기업 내부의 성과평가와 투자의사결정을 위해서도 종종 이용되고 있다. 투자 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이 EBITDA를 널리 사용하다 보니 그게 유행이 돼서 기업 내부용으로까지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몇몇 컨설팅 회사들이 이 지표의 사용을 추천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업 내부적인 목적으로 EBITDA를 사용하는 게 과연 적합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EBITDA와 유사한 용어로서 EBT(earnings before tax·세전이익)와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이자비용, 세금 전 이익)가 있다. 이들은 1980년대 들어 EBITDA가 처음 사용되기 훨씬 이전부터 자주 사용돼온 용어다. EBT는 당기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에 세금을 더해서 계산한다. EBT는 여러 국가에 사업장을 가진 다국적 기업에서 내부 성과평가용으로 종종 사용됐다. 국가마다 세율이 다르므로 내부적으로 성과평가를 할 때 세율의 영향을 제거하고 순수한 사업장의 실적에 근거해 사업장별 업적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물론 한 국가 안에서도 세율이 변동한다면 변동 전과 변동 후의 업적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세율의 영향을 뺀 EBT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한 국가 안에서도 서로 다른 사업부들에 적용되는 유효 법인세율이 다르다면 EBT를 사용할 수 있다.
 
EBIT는 당기순이익에 이자비용과 세금을 더해서 계산하거나 이자비용과 세금이 고려되기 전인 영업이익을 사용한다. EBIT는 EBT와 마찬가지로 여러 국가에 사업장을 가진 다국적 기업에서 내부 성과평가용으로 사용되던 지표다. 대부분의 경우 각 국가별 사업장에 얼마만큼의 자기자본을 투자하고 얼마만큼의 자금을 부채를 통해 조달할지의 자본구조에 대한 의사결정은 현지 사업장이 아닌 본사차원에서 수행된다. 자본구조는 해당 국가의 세율이나 과실송금 규정, 투자위험 등에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 이자비용은 이렇게 결정된 자본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현지 사업장의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현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자본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이자비용의 영향을 EBT에서 추가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이다. 역시 EBT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 내에서도 사업부서별 자본구조가 다르다면 내부 성과평가를 위해서 EBIT지표를 종종 사용한다.
 
오랫동안 사용돼온 EBT와 EBIT에 비해 EBITDA는 1980년대 이후에야 등장한 지표다. 이 지표는 EBIT에 감가상각비(depreciation)와 무형자산상각비(amortization)의 두 항목을 추가적으로 더해준 것이다.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는 현금유출이 수반되지 않는 비용항목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당기순이익에 가산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액과 비슷한 수치를 만들려는 의도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EBT나 EBIT 지표는 기업의 내부 성과평가 목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각 지표도 합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EBITDA도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성과평가와 EBITDA
첫째, 만약 각 사업부별 성과평가 목적으로 EBITDA를 사용한다면 사업부 책임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감가상각비를 많이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생산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설비자산에 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인력을 좀 더 많이 동원해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감가상각비라는 고정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이며 후자는 인건비라는 변동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구조다. 어떤 방식으로 생산을 할 것인지는 기업마다 최적의 생산구조가 무엇인지를 탐색해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익이나 영업현금흐름이 아닌 EBITDA를 이용해 성과평가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익은 똑같다고 하더라도 설비자산에 투자하는 전자의 방법을 선택하면 인건비는 줄어들면서 감가상각비가 늘어나므로 EBITDA는 증가한다. 그러나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면서 인건비가 늘어나므로 EBITDA는 감소한다. 인건비는 EBITDA를 줄이지만 감가상각비는 EBITDA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에 비춰볼 때 EBITDA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설비자산에 대한 과잉투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운영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게 돼 이익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결과가 발생한다.1
 
또한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자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채나 자기자본을 적정수준보다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결국 효율적으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부채를 더 조달해서 사용해도 이자비용은 EBITDA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EBITDA를 이용한다면 사업부 책임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부채의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없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무형자산상각비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M&A 시에 발생하는 영업권에 대한 상각비다. EBITDA 계산 시 영업권 상각비를 비용으로 고려하지 않으므로 M&A 의사결정 시 미래의 성과를 예측할 때 영업권 상각비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미래성과를 과대평가하게 돼 과감한 웃돈을 주는 M&A가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셋째, EBITDA를 성과평가 목적으로 사용하면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특별손익은 성과평가 목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그렇지만 특별이익도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더구나 특별이익 중 일부 항목들은 사업부 책임자의 경영활동의 결과로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업적을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넷째, EBITDA 계산에는 영업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재고자산이나 외상매출금의 변동들이 이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익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이 있다면 밀어내기 매출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지만 늘어난 매출액은 대부분 외상매출금으로 쌓이므로 현금 회수가 안 될 것이다.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과잉생산을 해서 재고자산을 쌓아두고 있어도 생산단위당 고정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해 매출원가가 낮아지므로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EBITDA는 이런 현상들을 고려하지 못한다. 영업현금흐름과 이익을 함께 비교해볼 때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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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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