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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ITDA를 맹신하지 말라

최종학 | 32호 (2009년 5월 Issue 1)
2009년 1월 롯데칠성이 ‘처음처럼’ 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의 인수자로 뽑혔다. 인수 금액은 5030억 원, EV/EBITDA 비율은 13.3이었다. 일부 언론은 9, 10배가 적정한 EV/EBITDA 비율이 13.3에 달했다며 너무 비싸게 두산주류를 인수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두산그룹이 장부 가치가 2000억 원대에 불과한 두산주류를 매각해 3000억 원의 막대한 처분 이익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인수 가격이 비싸다고 분석한 언론도 있었다.
 
EBITDA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다. 이 용어는 언론 기사, 각종 경영 경제 관련 서적, 기업 실적 보고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에 종종 등장한다. 특히 시장에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주식투자 관련 책들은 대부분 EBITDA를 소개하고 있다. EV/EBITDA가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할 수 있는 유용한 주식투자 지표라는 설명도 으레 뒤따른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지표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한 책을 거의 보지 못했다.
 
EV는 ‘기업 가치(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총 자금을 뜻한다. 즉 ‘기업의 시가 총액 + 부채 총액 - 현금성 자산’이다. 이때 시가 총액은 인수에 필요한 웃돈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롯데칠성이 두산주류 지분을 100% 인수한다면 시가 총액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두산주류를 인수하더라도 두산주류 전부가 롯데칠성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두산주류가 갖고 있는 부채까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두산주류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이 EV에서 부채 총액은 더하고 현금성 자산은 빼는 이유다. 즉 이 차액을 시가 총액에 더해준 수치인 EV가 두산주류를 100% 소유하는 데 필요한 총 자금이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두산주류의 EV/EBITDA가 13.3배라는 것은 두산주류가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의 약 13.3배를 인수에 지불했다는 뜻이다. 현재와 같은 EBITDA가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인수합병(M&A) 투자 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13.3년이 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EBITDA 수치가 낮다면 상대적으로 투자 자금의 회수 기간이 짧다는 의미다. 이런 기업은 현금 흐름에 비해 주가가 낮으므로 저평가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13.3년이라는 회수 기간은 약간 과장된 면이 있다. 롯데칠성이 두산주류를 인수한 후 두산주류의 부채를 100% 다 갚을 필요는 없다. 일정 기간 후 두산주류의 지분 일부를 상장시켜 인수 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실제 투자 자금 회수 기간은 13.3년보다 훨씬 짧을 가능성이 높다. M&A를 통해 짧은 기간에 덩치를 급격히 불려온 STX그룹도 인수 회사의 경영을 호전시킨 후 지분 일부를 상장시켜 짧은 기간에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했다.
 
몇몇 책들은 손익계산서에 등장하는 이익 정보 대신 최근 EBITDA가 많이 쓰이는 이유를 이런 측면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즉 회계 이익은 발생주의라는 가정 때문에 기업의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지만, EBITDA는 경제적 실질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여서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논리다.
 
EBITDA와 OCF의 정확한 뜻
그렇다면 이 해석은 과연 올바를까. 우선 EBITDA가 개발된 이유부터 살펴보자. ‘현금흐름표’는 현재 기본 재무제표 중 하나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까지는 현금흐름표 자체가 없었다. 대신 ‘재무상태변동표’가 쓰였다. 재무상태변동표는 회사의 순운전자본(유동 자산 - 유동 부채)이 일정 기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나타내는 표다. 즉 한 기업의 유동성이 풍부한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목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여러 회계학자들의 연구 결과, 순운전자본보다는 현금 흐름 자체가 기업의 유동성 여부를 훨씬 잘 나타낸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업의 도산 예측에는 현금 흐름 지표의 유용성이 훨씬 뛰어났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현금흐름표가 재무상태변동표를 완전히 대체했다.
 
현금흐름표는 한 기업이 특정 기간 조달하고 사용한 현금, 즉 현금 흐름을 영업 활동, 투자 활동, 재무 활동으로 구분해 보여준다. 이 중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Operating Cash Flow·OCF)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얼마만큼의 현금을 창출했느냐를 나타낸다. 놀랍게도 OCF의 정의는 앞에서 소개한 EBITDA의 정의와 똑같다. 즉 EBITDA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소개하는 책들조차 이 용어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해 EBITDA와 OCF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용어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일까.
 
현금흐름표가 나오기 전부터 회계학자나 기업 재무 담당자들은 OCF의 근사치를 손익계산서로부터 계산해 투자 및 평가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 지표가 바로 EBITDA이다. OCF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OCF = 당기 순이익 +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감가상각비, 대손상각비 등) - 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지분법 이익 등) - 영업 자산의 증가(재고 자산, 매출 채권 등의 증가분) + 영업 부채의 증가(매입 채권 등의 증가분)
 
이때 +을 한 값이 EBITDA와 대단히 유사하다. 영업 자산이나 영업 부채 증가분이 매년 비슷하다면 OCF와 EBITDA는 상당히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처음 EBITDA를 개발할 때 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 자산 및 부채에 속하는 항목이 많아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즉 OCF 대신 EBITDA가 등장한 이유는 회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재무지표를 평가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OCF는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EBITDA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 이유는 의 영업 자산 증가 및 감소 정도가 상당히 큰 금액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심각한 경기 침체 때는 영업이 잘되지 않는다. 재고 자산이 쌓이고 현금 회수가 늦어져 매출 채권이 늘어나는 일이 허다하다. 많은 현금이 재고나 채권에 묶여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매입 채권이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의 합계액이 상당히 큰 수치가 된다. 즉 EBITDA에 비해 OCF가 훨씬 작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럴 때는 EV/EBITDA 대신 EV/OCF를 사용해야 훨씬 정확한 계산할 수 있다.
 
회계학계가 이미 OCF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무 현장에서는 EBITDA를 쓰고 있다.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EBITDA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기업 재무 담당자들이 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식투자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도 어딘가에서 어렴풋이 들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익, 단기적으로는 현금 흐름 수치에 주목
EBITDA를 OCF로 바꾼 EV/OCF라는 지표가 과연 기업 가치를 얼마나 적정하게 나타내는지 살펴보자. 이 지표는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즉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을 ‘제로(0)’라고 가정한다. 만약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면 EV/OCF도 지표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단기간 후 회사를 다시 매각할 예정이라면 투자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보유 자산을 매각해 플러스(+)가 되거나, 현행 설비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최소 투자를 단행해 미미한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 마이너스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이것이 바로 사모펀드가 어떤 회사의 인수 가격을 결정할 때 EV/EBITDA를 사용하는 이유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한 기업을 인수한 후 단기간에 되팔아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경영이라는 장기적 목적으로 인수를 단행했다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투자를 안 하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영업 현금 흐름이나 영업 이익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성장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
 
기업은 생존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 성장하려면 투자를 거듭해야 한다. 특히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기업은 가치 평가 시 투자에 필요한 현금 흐름이 얼마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때 영업 현금 흐름에서 투자에 쓰인 현금을 뺀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에 쓰인 자금을 가치 평가 시 고려하지 않는다면, 영업을 통해 상당한 현금을 벌어들인다 해도 정작 투자할 때는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
 
세계 2위 부자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감가상각비는 매우 중요한 비용이다. 감가상각비를 고려하지 않고 현금 흐름과 EBITDA만 고려하는 경영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활동에 쓰이는 현금은 시차를 두고 감가상각비로 바뀌어 비용에 반영된다. 결국 버핏의 말은 영업 이익이나 당기 순이익을 잘 살펴보고 그 기업이 진정으로 돈을 벌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도 버핏의 견해에 적극 동의한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는 결국 당기 순이익이 결정한다. 순이익의 보조 지표가 영업 이익과 OCF일 뿐이다. 당기 순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높은 영업 이익과 플러스(+) 단기 현금 흐름을 기록한다 해도 투자 가치가 낮다. 회계학자들의 오랜 연구에서도 기업 가치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는 순이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장기 투자를 할 때는 이익 수치의 유용성이 더욱 커진다.
 
물론 현금 흐름도 무시하면 안 된다. 현금 흐름은 기업의 유동성을 단기적으로 평가할 때 특히 유용하다. 현금이 부족해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즉 장기적으로는 이익, 단기적으로는 현금 수치에 비중을 두고 살펴봐야 재무제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두산주류 인수 가격은 과연 적정한가
그렇다면 EBITDA는 불필요한 수치일까. 그렇지는 않다. 서비스 업종은 재고 자산이나 매출 채권이 거의 없고, 상당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이런 기업은 EBITDA와 OCF의 차이가 거의 없다. 회사 내에서 부서별 평가를 단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생산 및 채권 회수 책임 없이 판매만 담당하는 부서라면 얼마든지 EBITDA를 사용해도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EBITDA에는 재고 자산과 매출 채권 및 매입 채권의 변동분이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제품 생산, 매출 채권 회수, 매입 채권 지급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부서는 EBITDA를 성과 평가 지표로 써도 무방하다.
 
논의를 종합하면, 필자는 EV/EBITDA 비율을 이용해 인수 가격이 높거나 낮다고 평가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익과 현금 흐름을 이용해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두산주류의 이익과 현금 흐름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해 개인적으로 인수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일단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통해 이를 분석해보자. 2007년 두산주류의 영업 이익은 217억 원이었다. 두산주류 매각으로 두산그룹이 획득한 매각 이익이 3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은 별 의미가 없다. 이는 장부가로 기록된 매각 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부가로 표시된 기업 가치보다 실제 미래의 이익 창출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평가 기준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이 현금 흐름 할인 모형을 이용해 평가한 두산주류의 가치는 4800억 원에서 6200억 원 사이였다. 5030억 원이라는 실제 매각 금액은 이 평가 금액의 범위 안에 속하므로 꼭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AB인베브가 OB맥주를 팔겠다고 제시한 가격이 2조5000억 원에서 3조 원 정도라는 점과 비교해도 5030억 원이 그렇게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롯데는 사실 투자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몇 년 길다는 점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롯데가 부채로 인수 비용을 조달한 것도 아니고, 보유했던 현금으로 두산주류를 샀기 때문에 이자 지급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롯데는 두산주류 인수로 소주, 양주, 와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류를 공급하는 종합 주류업체로 변모할 기회를 잡았다. 만약 OB맥주까지 인수하거나, 외국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맥주 시장에 진입한다면 한국 주류 시장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롯데가 두산주류를 통해 많은 현금을 창출하여 안정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안전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롯데의 기업 문화를 감안하면 두산주류는 이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고 하겠다. 30년 전 한국 1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불과 3개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3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30년 후에도 사람들은 계속 술을 마실 것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사업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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