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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보는 세상

SK실트론 인수과정으로 본 TRS 거래 구조

최종학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7년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 당시 SK그룹 최대주주 최태원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던 29% 지분의 의결권을 TRS 계약을 통해 인수했다. 그 결과 최 회장은 2500억 원을 실제 지불하지 않고 이자비용을 포함한 수수료만 내고도 29% 지분에 해당하는 SK실트론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도 누리게 됐다. 이 거래를 두고 공정위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상승이 명백하게 예견되는 상황에서 ㈜SK가 직접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기업가치 상승이 명백하지 않았으며 이미 ㈜SK가 인수를 포기한 상황에서 경쟁 업체의 지분 인수를 막기 위해 지배주주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 반론했다. 법원은 ㈜SK가 사업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겨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법적 근거는 충분치 않다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TRS 거래가 ‘사업기회의 유용’ 목적으로 악용되기도 하므로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래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LG실트론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 기초 원료인 실리콘웨이퍼,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솔라 실리콘웨이퍼, LED에 사용되는 사파이어 웨이퍼를 만드는 회사였다. 웨이퍼(wafer)란 반도체의 소재가 되는 얇은 조각으로 주로 둥근 원형 모양을 띤다. LG실트론은 계속 적자를 보던 솔라와 사파이어 웨이퍼의 생산을 2013년부터 중단하고 실리콘웨이퍼 생산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 성과는 전방 사업인 반도체 업종의 사이클과 동일하게 맞물려 있다. LG실트론 고객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인텔,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이다. 경쟁 업체들 중에 LG실트론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일본이나 미국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업계 내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LG실트론의 전신은 동부그룹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 몬산토가 50대50의 비율로 설립한 ㈜코실이다. 1989년 몬산토의 지분을 동부가 인수해 동부전자통신으로 출범했다. 그 후 LG그룹에서 ㈜코실의 지분 51%를 인수해 사명을 LG실트론으로 바꿨다. 2007년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던 동부그룹으로부터 보고펀드와 KTB PE(사모펀드)가 4200억 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지분 49%를 인수했다. 보고펀드가 29%, KTB PE가 20%를 인수했고, 보고펀드는 인수 대금의 절반 정도를 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차입했다. 보고펀드는 회사의 경영 환경이 개선된 후 상장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exit)하기를 원했으나 회사의 경영 환경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고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방 사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투자 후 7년이 지난 2014년 들어 채권단은 더 이상의 대출 기한 연장을 거부하고 담보로 잡았던 LG실트론 주식을 보고펀드로부터 넘겨받았다. 그 결과 보고펀드는 투자금을 거의 다 잃게 됐으며 그 후폭풍으로 회사가 쪼개지게 된다.1 물론 보고펀드에 대출을 해줬던 채권단도 큰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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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는 LG그룹 소속 LG반도체와 현대그룹 소속 현대전자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1997년 외환위기 발발 이후 김대중 정부는 대기업 집단들끼리 사업을 서로 교환해 합병하는 소위 ‘빅딜(big deal)’을 추진한다. 그 결과 LG그룹이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것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인수 대금을 마련한 현대전자는 막대한 부채를 갚지 못해 위기에 빠졌다가 2001년 채권단 소유로 넘어가게 됐다. 그 후 수년에 걸쳐 채권단은 국내외 다수 기업을 접촉해 하이닉스반도체의 인수를 타진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반도체 업계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회사는 이익이 거의 나지 않아 오랫동안 투자를 하지 못했고 이에 낡은 장비로 겨우 운영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됐다.

SK그룹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채권단 소유로 있던 하이닉스반도체를 2012년 2월 3조4000억 원(주당 약 1만8000원)에 인수해 사명을 SK하이닉스로 바꾼다. 처음에는 SK그룹이 막대한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2013년 경쟁 업체인 일본의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경쟁자가 줄어든 결과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바뀐다. 그 결과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SK하이닉스는 2014~2016년 사이 큰 흑자를 거둔다. 3년 동안 올린 영업이익이 14조 원이니 인수 대금 3조4000억 원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변화다.2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박이 터진 것이다.


SK그룹의 LG실트론 인수

한숨 돌리게 된 SK그룹(정확히는 ㈜SK)은 반도체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선다. 첫 번째 단계로 2017년 반도체 산업의 원재료가 되는 실리콘웨이퍼를 공급하는 LG실트론을 LG그룹으로부터 사들여 사명을 SK실트론으로 바꿨다. LG그룹이 보유하던 주식 51%를 6200억 원에 취득한 것이다. LG그룹 입장에서는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이후 반도체 사업에 집중할 이유가 없었다. 오랫동안 돈도 벌지 못하는 회사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LG전자는 피처폰 시장에 집중하다가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든 전략 실패로 큰 적자를 보고 있었다.3 또한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었으므로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G실트론을 매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 인수 후 SK하이닉스는 기존에 다변화돼 있던 실리콘웨이퍼의 구입처를 대부분 SK실트론으로 통일한다. 즉,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이는 SK실트론의 경영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기반이 됐다. 2017년 인수 전후 SK실트론의 경영 상황은 [표 1]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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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을 보면 2017년 SK가 인수한 이후인 2018년과 2019년 들어 SK실트론의 매출액이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SK실트론의 매출 비중도 2017년 15%에서 2018년 29%로 크게 증가한다.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라고 하지만 그중 거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이다. SK그룹에 인수되기 이전인 2016년 자료는 별도로 공시되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채권이나 미수금 잔액이 전혀 없지만 2017년 말 기준으로 보면 1700억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즉, SK그룹 편입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납품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SK실트론의 경영 성과가 개선됐던 것으로 보인다. 연간 매출 증가액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출 증가액이었다. 필자가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알 수 없지만 SK하이닉스가 납품가를 후하게 쳐줬기 때문에 SK실트론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SK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를 위한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TRS 거래

SK그룹이 LG실트론 인수를 위해 벌인 거래는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LG그룹이 보유하던 주식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한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자기 돈을 LG그룹에 지불하고 인수한 것이니 이 부분은 단순하다. 그 외에 KTB PE가 보유하고 있던 20%의 의결권을 Total Return Swap(TRS, 총수익스와프) 거래를 통해 인수했다. 그렇다면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지분 29%(원래 보고펀드가 보유하던 지분)는 어떻게 됐을까? 이 지분의 의결권은 SK그룹 지배주주 최태원 회장이 TRS 거래를 통해 인수했다. 두 TRS 거래에서는 ‘지분’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지분의 의결권’을 인수한다고 표현한 것에 주의하기 바란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그림 1]을 통해 일반적인 TRS 계약의 구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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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는 기초자산(reference assets 또는 underlying assets)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보유한 TRS 지급자(TRS payer)가 약정된 수수료를 수령하는 대가로 TRS 수령자(TRS receiver)에게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보상(reward)과 위험(risk)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전하는 거래 형태를 총칭한다. TRS 계약에서는 법적 소유권(형식)은 TRS 지급자가 보유하는 데도 불구하고 자산 소유에 따른 실제 권리(실질)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TRS 수령자가 가진다. 형식과 실질의 일부가 분리되는 셈이다. 자산 소유에 따른 실제 권리란 그 자산을 보유해 발생하는 보상이나 위험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주식이라면 주식 가격의 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이 보상이고, 가격의 하락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이 위험이다. 이 경우 TRS 수령자가 주가 변화에 따른 손익을 누린다.

위 사례에서 TRS 수령자는 최 회장/㈜SK이며 TRS 지급자는 금융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entity)이다. 형식상으로는 특수목적법인이 기초자산인 LG실트론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이 거래에서 지분 29%는 금융사들(한국투자증권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흔히 페이퍼컴퍼니라고 부르는)이 2500억 원에 취득했다. 최 회장은 이 특수목적법인과 5년 기한의 계약을 맺고 의결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기업가치 변동분에 대한 효익과 위험도 이전받았다. 가치가 오르면 그 차액만큼 최 회장이 돈을 벌고, 가치가 떨어지면 차액만큼 최 회장이 특수목적법인에 넘기는 것이다. 일종의 ‘차액 결제’다. 이 계약의 결과 특수목적법인은 기업가치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최 회장은 2500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포함한 수수료(총 3.8%)를 매년 특수목적법인에 지급하게 됐다.

이 계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최 회장이 올릴 수 있는 이익은 기업가치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특수목적법인이 올릴 수 있는 이익은 기업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고정된다. 이렇게 변동 이익과 고정 이익을 양 계약당사자가 서로 교환하는 형태의 계약이 바로 Total Return Swap(모든 이익을 교환하는 계약)다. 이 계약의 결과 최 회장은 2500억 원을 빌려 지분 29%를 직접 인수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보게 됐다. ㈜SK도 KTB PE가 보유하고 있던 20%의 지분에 대해 동일한 TRS 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했다.


부채로 기록되지 않는 TRS 거래의 특징

TRS 계약이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며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와 CJ그룹의 튀르키예 소재 영화사 인수에도 사용된 바 있다.4 이 거래를 통해 최 회장은 자기 돈을 사용하지 않고 SK실트론 지분 29%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다. 만약 앞으로 기업가치의 변동이 생기면 그 차액만큼 정산해 주고, 매년 이자비용과 약간의 수수료에 해당하는 돈만 특수목적법인에 지불하면 된다. 즉, 자기 돈 없이 돈을 빌려서 인수 대금을 지불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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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회사가 직접 돈을 차입해서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이 복잡한 거래를 했을까? 돈을 직접 차입하면 이자비용만 지불하면 되는데 TRS 거래를 하면 이자비용에 추가적인 수수료까지 특수목적법인에 지불해야 하므로 현금 유출은 약간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S 거래를 활용한 이유는 그래야 이 자금이 회사의 부채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빌린 것은 금융사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지 회사가 아니다. 회사는 단지 특수목적법인과 계약을 맺고 의결권을 양도받았을 뿐이다. 따라서 이 자산(지분)을 직접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돈을 빌려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따라서 매년 수수료 지급에 대한 회계 처리만 하면 된다. 회계상으로는 이런 경우를 부외부채(簿外負債, off-balance sheet liabilities)가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채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off-balance sheet financing이라고 부른다.

경제학이나 재무관리 분야의 전통적인 이론에 따르면 자본시장은 효율적이다. 따라서 현금흐름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 이런 회계 처리 이슈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학자들이 살펴본 바에 따르면 현실은 전통적 학술 이론의 예측과 조금 다르다. 부채가 증가하면 회사가 더 위험해 보이니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율은 증가한다. 주가도 하락한다. 회사의 본질보다 단지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몇몇 수치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술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투자자들이나 기타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회계 수치의 본질을 가려보지 못하고 단지 보고된 숫자에 ‘기능적으로 고착화(functionally fixed)돼 있다’고 표현한다.

투자자 대다수가 이렇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 재무제표에 부채를 적게 표시할 유인이 있다. TRS 거래가 탄생한 이유다. 경제적 실질은 부채를 빌려서 주식을 산 것과 거의 동일한데 자산의 취득을 기록할 수 있는 회계 기준상의 형식적인 요건을 맞추지 않게 거래 구조를 짜서 자산/부채의 동시 기록을 회피한 것이다.5 물론 TRS 거래는 이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6


TRS 거래를 한 이유와 시민단체의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주식을 앞으로 회사가 다 인수할 예정이라면 굳이 번거롭게 TRS 거래를 할 필요가 적을 것이다. 몇 년 후에 자산/부채가 증가하나 지금 증가하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래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회사가 직접 인수한 51%를 제외한 잔여 지분 49%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 없을 수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고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해서는 직접 인수한 51%의 지분으로도 충분하다. 이에 잔여 지분 49%는 나중에 SK실트론을 상장시키면서 외부 주주들에게 매각할 예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KTB PE나 채권단이 상장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외부 주주들에게 매각해도 될 텐데 왜 SK와 최 회장이 이 지분을 TRS 거래를 통해 간접적으로 인수했을까? SK와 최 회장이 앞으로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상승을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상승분만큼을 SK와 최 회장이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TRS 거래가 무조건 큰 이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SK나 최 회장이 이익을 본 것은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실제로 인수 후 상승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롯데나 CJ의 TRS 거래에서는 모두 인수 후 기업가치가 하락해 인수자(롯데 및 CJ)가 계약만료 시 차액 결제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특수목적법인에 물어준 바 있다.

둘째, 회사가 당장 돈이 충분치 않아 앞으로 돈을 더 벌어 지분 20%를 인수하려고 TRS 계약을 맺었을 수 있다. ㈜SK는 TRS 계약을 한 20%를 합하면 총 7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71%면 주주총회 때 특별결의 사항을 통과시킬 때 필요한 66%를 넘는 지분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특별결의에 필요한 지분까지 확보하려면 20%를 추가적으로 인수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예측이 맞다면 TRS 계약이 만료되면 ㈜SK는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한 20%의 지분을 그동안 벌어서 모아둔 자금을 이용해 사들일 것이다.

TRS 거래가 발생한 이후인 2017년 말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SK주식회사가 충분히 지분을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최태원 회장이 인수하도록 했다”라면서 “이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로 공정거래법과 상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지분 29%의 의결권을 확보한 것을 불법으로 본 것이다. 이런 주장이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초부터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확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최 회장의 위법이라고 본 법적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착수

첫째,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둘째, 상법 제397조의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 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7 결론적으로 이 지분을 직접 인수하면 큰 이익을 볼 것이 명백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인수를 하지 않고 최 회장이 인수하도록 한 것이니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회사가 최초 지분 51%를 인수한 가격보다 회사와 최 회장이 잔여 지분 49%를 인수하는 가격이 대략 30% 정도 더 쌌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주장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원래 ㈜SK는 잔여 지분 49%를 인수할 의도 없이 경영권이 포함된 51%만 LG그룹으로부터 인수했으나 KTB PE와 채권단이 잔여 지분 인수를 요청해 추가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인수를 결정했을 때 ㈜SK가 다른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지분을 직접 인수할 자금이 부족해 20%의 추가 지분만 TRS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20%만 추가 인수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주총회 특별결의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분을 인수할 필요는 없다. 또한 51%의 인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인데 경영권을 포함하지 않은 잔여 지분에 동일한 가격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경쟁 입찰에서 결정된 가격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최 회장은 회사가 더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채권단이 보유한 29%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 자신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중국의 경쟁 업체가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29%의 지분을 그대로 남겨두면 이 지분을 중국 업체가 인수해 SK실트론의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 회사에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해 위험을 무릅쓰고 인수했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과 최 회장의 반발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이 당시 명백하게 예상됐으니 회사가 나서서 51%의 주식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최 회장은 “만약 그렇게 명백하게 예상이 됐다면 LG그룹이나 KTB PE 및 채권단이 주식을 왜 팔았겠냐?”고 반발했다. 회사를 인수한 후 경영을 잘해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이지,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 명백했다면 기존 주주들이 지분을 팔았겠냐는 반론이다. 기존 주주들이 이때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했다면 2018~2020년경 반도체 업계에 호황이 닥쳤을 때 회사를 상장해 더 비싼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 사건을 무려 5년간 조사한 후 2022년 12월 ㈜SK와 최 회장 측에 각각 8억 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8 SK그룹과 최 회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이 사건은 법적 공방으로 확대됐다. 사실 회사나 최 회장 입장에서 8억 원이라는 과징금은 미미한 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에서도 이 사건을 크게 처벌하고 큰 벌금을 부과하기가 애매하므로 이런 미미한 과징금만을 부과했을 것이다. 5년 동안이나 조사를 했지만 최 회장이 주도해 고의적으로 이런 거래구조를 만들었다고 볼 증거가 없었던 것 같다.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경제개혁연대는 이 결정이 ‘봐주기 처벌’이라고 반발하고 국민연금이 ㈜SK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가 사업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겨 의도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견해다.

8억 원의 과징금은 미미하지만 시정명령은 상당히 큰 처벌에 해당된다. 여기서 시정명령이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지식이나 내부 정보가 없는 필자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지분의 매각자인 채권단에 주식을 돌려주고 거래를 취소시키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증가한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채권단의 몫이 되며 최 회장은 이제까지 부담한 비용(특수목적법인에게 지급한 수수료 등)을 날리게 된다. 만약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도가 이게 아니라면 최 회장이 보유한 TRS 계약을 ㈜SK에 넘기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증가한 기업가치는 ㈜SK의 몫이다. 이 경우도 최 회장은 아무런 이익을 올릴 수 없다.

2024년 1월 1심 법원은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최 회장이 지분 인수를 한 것은 최 회장이 제시한 입찰 가격이 높아서’였고 ‘이 과정에 SK그룹이 직간접으로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부 자료를 보면 LG실트론에 대해 핑크빛 전망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으므로 ‘회사가 큰 이익을 볼 사업 기회를 고의적으로 버리고 이 기회를 최 회장에게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SK그룹 일부 직원과 최 회장이 SK실트론 의결권 인수와 관련해서 논의 및 협력한 점에 대해서는 ‘최 회장이든 누구든 의결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SK그룹과 주주 간 협약을 맺어야 했으므로’ 사전에 협의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 이 판결에 대해 최초에 이 사건을 문제 삼았던 경제개혁연대는 ‘재판부가 공정거래법 취지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벌기업 봐주기 판결을 내린 꼴’이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불법적인 TRS 거래의 예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겠지만 최 회장의 TRS 계약이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 말이 이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도 보이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 애매하다는 의미다. 상당히 무리하면 처벌을 할 수도 있겠다는 의미도 된다. 즉,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계약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점이 있는 계약을 모두 처벌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처벌하려면 고의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애매한 처벌을 하고 1심 법원도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회사가 잔여 지분의 의결권을 모두 인수하겠다고 결정했다가 최 회장의 지시를 받고 이를 포기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업 집단에서 M&A를 통해 다른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할 때 지배주주가 피인수회사 지분을 일부 취득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 지배주주가 피인수회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 주가가 올랐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계열사 지분 일부 인수를 막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을 만드는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지분 60%를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을 때 정의선 회장도 20%의 지분을 동시에 인수했다. SK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정 회장의 행위도 불법인 셈이다. 현대차가 20%를 더 사도 될 텐데 그런 기회를 포기하고 정 회장에게 돈 벌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넘긴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후 현대차나 기아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로봇을 다수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함으로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는 점도 SK의 인수 후 SK실트론이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물량이 크게 늘어나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과 비슷하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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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서 이뤄진 다른 TRS 계약 중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 논란이 벌어지고 관계 당국의 조사가 수행된 경우는 많다. 그러나 법의 단죄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이런 경우는 단 두 개의 계약 사례에 그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상선의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TRS 계약을 맺었던 건과 관련해 현 회장은 1700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10 효성그룹 지배주주인 조현준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지원하기 위해 효성그룹의 계열사가 TRS 계약을 맺은 건과 관련해서도 조 회장은 부당 지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TRS 계약을 떠나서 SK실트론에서 논란이 된 ‘사업기회의 유용’과 관련해서 법적 처벌이 있었던 경우는 2019년 대림(DL)그룹의 사건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런데 대림그룹 사건은 회사의 자산을 지배주주 개인에게 무상으로 넘긴 것이니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이 명백했다. 즉, SK실트론처럼 회사가 특정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 된 경우가 아니라 대림그룹이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 것이 문제가 된 경우다. 물론 유사한 행위가 사업 기회의 유용은 아니지만 횡령과 배임으로 간주돼 처벌된 사례는 많다.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 빠져 있었지만 2023년 말부터 일부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SK실트론의 경영 성과도 점차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 법적 분쟁에서도 승리했으니 조만간 SK실트론의 상장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다만 상장을 위해서는 법적 분쟁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2022년 만기가 돌아온 TRS 계약도 2027년까지로 5년 연장됐다.


SK실트론의 미래 전망과 조언

아마도 대법원까지 지속될 법적 분쟁에서 최 회장이 이긴다면 최 회장과 TRS 계약을 체결하고 29%의 지분을 취득해 보유 중인 특수목적법인은 상장 때 이 지분을 개인주주들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인 경쟁 업체가 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최 회장이 인수를 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상장 시점에 최 회장은 특수목적법인을 소유한 금융사와 잘 협의해 이 29%의 지분을 개인주주들에게 잘게 쪼개 팔아야 한다. 또한 ㈜SK는 의결권만 확보하고 있는 20%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총 49%의 지분이 외부에 팔려 나간다면 경쟁 업체가 그 지분 중 상당수를 시장에서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대로 일이 진행되는지 지켜보자.

최태원 회장은 최근 ESG 경영을 부쩍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런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뉴스거리가 된 일이 다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행동을 조심하고 ESG를 적극 실천하며 존경받는 경영자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법적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더라도 TRS 거래를 통해 벌게 된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그래야 더 큰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TRS 거래에 대한 규제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TRS 거래가 규제를 피하면서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규제기관의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의 TRS 거래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를 계산하는 기준에 TRS 거래를 통해 확보한 지분율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30%(비상장기업의 경우는 20%)를 초과하는 기업과 거래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돼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다. 이때 지분율을 계산할 때 직접 소유한 주식은 물론 TRS 거래를 통해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 의결권만 확보한 것도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사건 전에는 TRS 계약을 통한 차액 결제 조건보다는 의결권 거래가 더 문제가 됐다.11 그러다 보니 의결권을 제외한 TRS 거래도 탄생했다. 2019년 SK디스커버리는 보유 중이던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의 지분 28%에 대한 소유권을 PRS(price return swap) 거래를 통해 금융사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에 넘겼다. PRS 거래는 TRS 거래와 유사하지만 의결권을 거래 대상에서 뺀 것이다. 법을 엄격히 해석하면 주식의 소유권만 중요하지 의결권은 소유권에 부가된 부속적인 권리일 뿐이다. 하지만 의결권 거래가 논란의 대상이 되니 의결권을 완전히 넘기는 조건으로 판매한 것이다. 규제 때문에 SK건설의 지분을 억지로 팔게 됐지만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되니 주가 변동분에 대해서만 나중에 차액 결제를 하는 조건으로 지분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지분 28%는 어차피 소수 지분이라 의결권은 큰 의미가 없다. SK건설의 1대 주주는 45%의 지분을 보유한 ㈜SK이기 때문에 경영권은 변함없이 SK그룹이 행사할 수 있다. 규제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거래가 연일 일어나니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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