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전략 수정하는 ‘피벗’이 뚝딱 일어날 순 없어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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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What is a pivot? Explaining when and how entrepreneurial firms decide to make strategic change and pivot” by Kirtley, J. & O’Mahony, S. (2020)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In-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창업을 할 때 애초 계획과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재빠르게 방향 전환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피벗(Pivot)’이라고 한다. 농구 등 구기 종목에서 따온 용어로, 한 발은 붙인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피벗의 대표적인 사례는 슬랙(Slack)이다. 슬랙은 창업자 스튜어트 버트필드와 그의 팀이 게임을 개발하던 중에 부수적으로 만든 내부 메신저였다. 출시한 게임이 실패하자 궁여지책으로 그 메신저를 시장에 내놨고 회사는 1년 2개월 만에 유니콘(시장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의 반열에 올랐다.

트위터, 카카오톡, 직방과 같은 내로라하는 서비스들도 피벗의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고 하니, 어쩌면 전략 수정을 일컫는 피벗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스타트업은 창업 과정에서 전략을 많이 수정할까? 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을 하는 일이 흔할까?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의 커틀리(Kirtley) 교수와 보스턴대 경영대학의 오마호니(O’Mahony) 교수는 스타트업에서 전략의 수정이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과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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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에너지와 클린테크 분야에서 2007년부터 2013년 사이에 설립된 스타트업 7개사를 선정하고, 기업당 약 1∼3년 정도의 기간 동안 총 82번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48회의 관찰과 69건의 기록 검토를 추가로 마쳤다. 선별된 스타트업은 모두 혁신 장비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 기술을 대체하려는 곳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뜻하지 않은 기회가 생기거나 관계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또는 기술적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경우 등을 포함해 모든 기업은 전략을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순간을 만났다. 구체적으로 총 93번에 달하는 전략 수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기업당 평균 13번이었으며 가장 많은 회사의 경우는 25번이나 전략 수정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스타트업이 전략을 수정했지만 극히 일부분의 경우에서만 단행했다. 93번의 선택의 순간에서 21번만 전략이 수정됐고, 72번은 기존 전략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뿐만 아니라 21번의 전략 수정 중 기존 전략을 버리고, 새롭게 방향 전환을 한 경우는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단 5번의 경우에서만 발견됐고, 나머지 16번의 경우는 모두 기존 전략의 틀을 유지한 채 덧붙여지는 형태로 진행됐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발전기 부품을 개발하고 있던 한 스타트업은 총 18번의 전략 수정을 결정해야 했지만 그중 7번만 수정을 했고, 11번은 기존 전략을 고수했다. 7번의 전략 수정 중에서 기존 방침을 버리고 새롭게 판을 짠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나머지 6번의 수정은 기존 전략 위에 점진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가한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스타트업 세계에서 ‘피벗’의 성공은 늘 회자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사업 ‘만땅’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스타트업 ‘마이쿤’은 일체형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사업 존폐 위기를 맞았는데 발 빠르게 전혀 새로운 서비스인 팟캐스트 ‘스푼라디오’로 기사회생했다. 누적 투자 670억 원에 회사 가치 3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마이쿤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례가 공유되면서 어느 순간, 스타트업에서 ‘피벗’은 흔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본 연구에 의하면 예상과 다르게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났고, 조심스럽게 다뤄졌으며, 기존 방침 위에 점진적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완전히 다른 방향 전환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피벗’, 그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뚝딱 일어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배태준 한양대 창업융합학과 조교수 tjbae@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미국 루이빌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벤처산업연구원 초기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동부제철에서 내수 영업 및 전략 기획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미국 뉴욕 호프스트라대 경영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세계 한인무역협회 뉴욕지부에서 차세대 무역스쿨 강사 및 멘토로 활동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의지, 창업 교육, 사회적 기업, 교원 창업 및 창업 실패(재도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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