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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만날 때

김현진 | 290호 (2020년 2월 Issue 1)
“저희 매장은 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소중히 여기기에 이곳에선 물건을 팔지 않습니다.”

기껏 찾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지요. 또 ‘offline exclusive(오프라인 한정 판매)’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를 발견한다면?

아주 오랜 시간 인류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물건을 거래해왔고, 시장이란 광장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보다 한참 역사가 앞선 상거래 행위일 텐데도 ‘오프라인 우선’ 정책을 내세우는 마케팅 활동이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진다니 불과 10여 년 만에 대세가 된 온라인 유통의 위세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급기야 아마존의 공세로 위협을 받게 된 54개
리테일러(메이시스, 코스트코, 타깃 등)의 주가지수를 예측하는 ‘아마존 공포종목 지수(Death by Amazon index)’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한 해만 미국 전역에서 폐업에 이른 리테일 매장 수가 9300여 개에 달하면서 ‘아포칼립스(Apocalypse, 대재앙)’가 유명 리테일러들의 연쇄적 몰락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만 봐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들이 ‘혁신의 길’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은, 강조하면 오히려 식상하게 느껴질 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변화상 앞에서 오히려 ‘Back to offline’을 강조하며 반격에 나선 업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전략을 뜯어보니 오프라인 매장이 수행하던 ‘업(業)’을 재정의한 점이 돋보입니다. 프랑스의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 ‘데카트론’의 직원들은 계산, 재고 관리 같은 기존의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합니다. 판매 업무는 로봇, 무인 계산대 등 기계가 대신합니다. ‘쇼루밍(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행태)’을 리스크가 아닌 ‘시대적 현상’으로 인정하고 매장 직원의 역할은 ‘제품 판매’가 아닌 ‘제품 상담’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2018년 경기도 광교 앨리웨이에 문을 연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스트롤’ 대표가 내린 직원의 정의는 ‘수동적인 도슨트’입니다. 고객들이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도록‘방임’하되 문의를 해오면 전문가 수준의 식견으로 응대하라는 서비스 철학을 담은 전략입니다. 결국, 쇼핑을 즐기는 주체는 인간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을 철저히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오감의 경험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루보틀에선 고객들이 커피 향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향수를 최대한 자제하게 합니다. 한편 쉐이크쉑은 오프라인 경험(육즙이 줄줄 흐르는 먹음직스런 버거를 감상)을 온라인 셀프 홍보물(SNS 게시)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게 버거 사진 ‘인증샷’을 독려합니다.

오프라인 경험을 즐기는 ‘나’와 인스타그램 속 ‘나’가 결국 한 사람이듯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착안한 ‘온라이프(onlife) 리테일’이 앞으로 10년 내 새로운 경제 질서가 될 것이라는 예언도 나옵니다. 『온라인 쇼핑의 종말(The end of online shopping)』을 쓴 네덜란드의 미래학자 바이난트 용건은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고르되 결제는 모바일 앱 ‘알리페이’를 통해서만 할 수 있게 한 알리바바의 ‘헤마(Hema) 슈퍼마켓’을 ‘온라이프’의 선구적 사례로 듭니다.

이번 호 DBR이 소개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혁신 역시 온라인과의 공존을 전제로 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제품은 오프라인으로만 판매한다’고 내세웠던 ‘스트롤’ 역시 VIP들을 위해 온라인 스토어를 일부 열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간 역할과 경계가 모호한 것 역시 ‘온라이프’의 특성 중 하나로 꼽히면서 ‘모두가 모두에게 파는’ 투쟁적 쇼핑 시대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오프라인의 반격을 통해 ‘온라이프’의 조화를 찾는 이번 호 DBR에도 귀 기울여 주십시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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