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Interview : 김소형 스탠퍼드대 디자인연구소 푸드디자인리서치 디렉터

“Z세대의 정신 따라 음식산업 혁명
친환경 푸드테크 트렌드에 올라타라”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실리콘밸리에서 푸드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임파서블푸즈, 비욘드미트 등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 분야에 도전하는 창업가들도,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급속히 늘었다. 이제는 콩고기를 넘어 인공 계란, 인공 참치 등까지 혁신 음식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푸드테크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이라는 게 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디자인랩 디렉터의 견해다.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Z세대는 ‘인공’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음식이 깨끗하면서 안전하게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더 나아가 푸드테크는 단순히 혁신적인 음식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작물 재배에서 음식 배달까지 먹는 행위와 관련된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한다.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한 먹거리, 환경과 함께 지속가능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고민하고 제시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음식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인간의 ‘먹거리’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사람들은 테크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콩고기 햄버거 패티와 세포 배양으로 만들어 낸 인공 참치 회에 열광했다.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건강하게, 친환경적으로 먹거리를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음식 그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먹는 행위에 연결된 무수히 많은 과정이 포함된다. 농작물 재배, 음식물 제조 기술에서부터 음식 배달까지,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식문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푸드테크는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인류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식문화 조성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푸드테크(Food Tech)란 짐작 가능하듯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다. 식품가공산업, 외식산업, 식품유통산업 등 식품 및 농림축산업 등 연관 산업에 정보통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 그 자체에 머무는 개념은 아니다. 재배에서 배달까지, 음식과 관련된 밸류체인(Food Value Chain) 전반이 푸드테크를 이루는 부분집합이다.

‘푸드테크’가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미국 푸드테크 시장 관련 조사를 시행한 벤처캐피털 회사인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푸드테크 투자 규모는 약 169억 달러 정도다. 2012년(26억 달러)의 약 8배에 달한다. 직전 해인 2017년에 유치한 118억 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증가했다. 이곳에 운명을 건 스타트업은 약 3만여 개. 이들은 각기 기술과 잠재성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실제 성사된 거래는 1450건 정도로, 2017년과 비교했을 때 투자 액수는 약 11%, 투자 건수는 약 10% 증가했다.

첨단 푸드테크 산업을 견인하는 곳 역시 실리콘밸리다. 글로벌 푸드테크 투자 규모의 30%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즈 등 ‘혁신 음식(Innovative Food)’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푸드테크 시장이 결코 허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공모가인 25달러에서 시작해 9월 기준 15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우버, 리프트 등 같은 시기 상장된 기대주들의 주식이 공모가보다 각각 12%, 22%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을 견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리콘밸리에 갑자기 불어 닥친 푸드테크 열풍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산하 디자인연구소에서 미래 음식 연구를 총괄하는 김소형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산하 푸드디자인리서치 디렉터를 통해 푸드테크의 오늘과 내일을 들었다.


김소형 박사는 고려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시스코와 메르세데스벤츠, 파나소닉 연구소에서 일했다. 이후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UC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는 음식과 요리에 기계공학적 요소를 더해 셰프들의 창의성 발현 과정을 ‘푸드디자인 프로세스’로 재정의했다. 2015년 스탠퍼드 푸드디자인리서치를 신설하고 미래의 음식, 주방, 레스토랑 등에 대한 경험 디자인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같은 해, 셰프, 식품연구원, 스타트업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함께 모여 미래 음식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푸드이노 심포지엄’을 론칭했다.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푸드테크의 중심지가 됐는가?

사실 실리콘밸리는 음식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미식(美食)이라고 하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가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게다가 식재료에서 세포를 추출해 배양하거나 하는 식품 연구개발과 기술은 이미 미국 대표 식품회사들이 오랜 기간 주도해왔다. 그럼에도 푸드테크의 중심지가 실리콘밸리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음식에 적용하고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 소비자의 반응 등을 모두 데이터화해 이를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를 늘리기도 하고, 식품 안전성을 테스트한다. 제품 기획, 개발, 테스트 등 기존 기업에서 빠르면 1년에서 수년에 거쳐 완성되는 과정이 압축돼 이뤄진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최신 IT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기 때문이다. 이곳 특유의 실험정신과 빠른 속도가 푸드테크에서도 큰 장점으로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 내의 창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다. 1세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부 창업자들은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인 음식으로 관심을 돌렸다. 최근 한국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콩고기 전문 브랜드 비욘드미트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이 성공하면서 창업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푸드테크라는 영역이 확장됐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임파서블푸즈, 비욘드미트 같은 업체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콩고기는 콩의 단백질 성분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는 것이다. 이를 식물성 단백질이라고도 하고, 육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안단백질이라고도 불린다. 임파서블푸즈와 비욘드미트도 콩을 이용한 대안단백질을 만들어 성공했다. 그런데 사실 콩고기는 이 전에도 미국 식품회사들이 팔던 제품이다. 주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먹거리로 생산됐다. 그런데 이 두 신생 스타트업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두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춤형 제품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성공한 회사라는 점이다. 콩고기를 접하는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한계와 문제점을 먼저 살펴 이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실 콩고기를 주로 소비하는 채식주의자들도 기존 제품에 불만을 많이 느꼈다. 콩고기가 일반 육류와 모양과 맛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비채식주의자들에게 채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일반식하고 크게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원치 않았다.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콩고기를 체험해보고 ‘이런 음식을 왜 먹느냐’고 곱지 않게 바라보는 것도 불편한 점 중 하나였다. 제품 접근성도 어려웠다. 콩고기는 채식주의자들이 주로 먹기 때문에 수요가 적어 대량 생산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소수가 먹기 때문에 콩고기 메뉴를 갖추지 않는 일반 식당들이 많았다.

임파서블푸즈나 비욘드미트는 콩고기를 육류와 똑같이 경험하게 해 채식주의자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비(非)채식주의자를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데 도전했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먹는 햄버거 패티 모양을 선택했다. 일반 소고기 패티의 식감과 색, 육즙 등을 최대한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육류를 먹는 소비자들도 호기심에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사들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육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제품을 구매하고 먹기 시작하자 채식주의자들이 콩고기를 먹는 것이 특별하거나 별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됐다. 다수가 먹기 시작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채식 전용 음식이었던 콩고기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일반 식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결국 푸드테크를 통한 결과물은 혁신적인 기술 하나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실제 제품을 먹고 향유하는 소비자들의 결여된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 혁신 음식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클라라푸즈(Clara Foods)는 세계 최초로 식물성 계란을 개발한 회사다. 엄밀히 말하면 인공 계란 흰자를 개발한 것인데, 이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스트 세포에 계란 흰자의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리프로그래밍 1 하는 방식이다. 이스트 세포가 자라면서 당을 소비해 세포에 삽입된 계란 흰자와 똑같은 성분을 만들어낸다. 흰자 성분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이스트와 단백질 성분이 분리돼 흰자만 남게 된다. 이 성분은 주로 제과점에서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많이 이용된다.

세포 배양을 통해 참치 회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핀레스푸즈(Finless Foods)라는 기업도 있다. 이 기업은 생선과 똑같은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인공 단백질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창업주 마이클 셀든은 생선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생선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2018년 9월에는 생선살로 만든 튀김을 선보였고, 2019년 말까지 시중에 인공 참치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세상에 없었던 음식을 개발해 기존의 음식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핏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많은 사람이 이런 기업들에 누가 투자할까, 이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사람들이 정말 구매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술은 있지만 아직 상용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핀레스푸즈의 참치 한 점을 만드는 데는 아직 2000만 원이나 든다고 한다. 그만큼 연구개발(R&D) 비용이 비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투자를 받지 못해 사라지는 제품도 많다.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시간이 올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도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이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이 음식 혁신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해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들은 현재 세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아쉬운 점을 해결해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클라라푸즈의 인공 계란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 닭에게 억지로 알을 낳게 하는 양계장이 필요 없어진다. 사료나 배설물 탓에 다른 축산업에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양계산업은 특히나 환경오염을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계의 경우 비위생적인 생산 시스템도 문제다. A4 용지 한 장도 안 되는, 닭 한 마리가 자라기도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닭이나 계란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생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공적으로 계란을 만들 수 있다면 이처럼 오염에 노출된 식품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어 저소득층도 단백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보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첫 번째 투자 단계인 시리즈A에서 1500만 달러를 받았다.

핀레스푸즈의 ‘청정 물고기’는 어떨까. 최근 미세 플라스틱 등 오염 물질들이 물고기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게다가 참치 등 고급 어종의 경우 남획으로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들어진 회나 생선은 오히려 더 인체에 안전할 수 있다. 바다에서 더 이상 생선을 잡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의아하기만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들이 만드는 식품이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가능한 환경과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육류 대신 식물성 단백질을 소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체 단백질 시장이 10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그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업이 성공 가능하다고 보는가?

실리콘밸리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대부분의 기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중간값에 집중한다. 평균적인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다. 가장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양극단에 위치한 소비자들에게 집중한다. 제품을 극단적으로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이들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쌓이면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세상도 바꿀 수 있었다. 디자인 리서치에서는 이를 익스트림 유저 스터디(Extreme User Study)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다. 많은 사람이 현재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현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니즈를 찾아내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푸드테크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됐다고 본다. 실리콘밸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득이 높기 때문에 가격 민감도도 낮다. 이러한 소비층에게 새로운 제품을 계속 테스트해볼 수 있고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음식을 개발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게다가 푸드테크 분야는 확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임파서블푸즈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의 콩고기 패티는 실리콘밸리의 3개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 전역의 버거킹에서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이 한번 맛을 들이고 습관을 들이면 음식은 놀라운 속도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가격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한 장에 1만 달러가 넘었던 임파서블푸즈 햄버거 패티 가격이 레스토랑에서 판매될 때는 25달러 수준이었다. 버거킹,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까지 판매처가 확장되면 패티 한 장 가격은 일반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슷해질것이다.



인공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아직 이 부분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세포 배양, 화학적 반응 등을 통해 개발한 제품들을 음식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오간다. 미국 식품의약처(FDA), 의회, 식품업계 등이 모여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임파서블푸즈가 최근 FDA로부터 유통 허가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임파서블푸즈가 만드는 제품이 음식인지, 고기를 다져서 뭉쳐놓은 음식이라는 ‘패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오랜 기간 검증하고 논의했다. 이전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계란 흰자를 계란 흰자로 분류해야 할지, 합성물로 분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그렇다고 제도권이 폐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적용이 가능한지, 아닌지 열린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식품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법률적, 제도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논란이 있으니 당장 개발을 멈추라’기보다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영역이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의할지에 대해 논의하자’는 식이다. 바로 한 번에 모든 것이 이뤄질 수는 없지만 스타트업계와 제도권 주체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 고민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인기를 얻고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 음식에 대해 여전히 ‘이게 무슨 음식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대 관점에서 미래 음식을 분석해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사실 밀레니얼세대만 해도 미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음식의 구성과 형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미래 음식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로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반응이 나온다. 이들도 물론 음식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이 다르다. 그전 세대가 음식의 맛과 경험에 집중했다면 Z세대는 내 몸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가, 이 음식이 나의 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들에겐 안전한 성분으로 투명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식품이 바로 이상적인 음식이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위험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인공적으로 자연 음식을 복제한 미래 음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Z세대가 미래 음식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Z세대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2018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이 큰 관심을 끌었다. 툰베리는 이 자리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을 제안했다. 학교를 가는 대신 국회 앞으로 가 환경보호를 촉구하기 위한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정지역이라는 스웨덴에서 자신이 겪은 폭염이나 산불 등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기후변화 위험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에게 실제 환경 파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미래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툰베리의 주장에 전 세계 2만여 명의 학생이 지지를 보냈고 동참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사는 Z세대들에게서도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망가진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다.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 생선, 이상 기후 현상을 일상적으로 겪은 세대다. 그리고 이렇게 오염된 환경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느낀다. 이는 어른들이 환경을 함부로 이용해 망쳤고, 그 피해를 자신들이 입고 있다는 생각까지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 음식은 Z세대가 기성세대의 식습관을 거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나가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가축을 기르지 않고, 생선을 바다에서 양식하거나 잡지 않고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진 식품을 찾아 나선다. 자신들이 지속가능하게 살기 위해선 스스로 환경을 지키고 환경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폭염이나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던 아이들은 무의식중에 환경의 심각성을 경험하고 자란다. 어쩌면 이런 어린 친구들이 향후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돼서 친환경적인 소비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Z 세대의 식습관을 반영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있나?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스낵킹(Snacking)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간단한 음식을 5∼6차례 나눠서 먹는 새로운 식습관이다. 이들은 적게 먹되 자신이 먹는 음식에 어떠한 영양소가 들어갔는지, 이 음식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한다. 또 다른 Z세대의 특징은 음식을 즐기지만 요리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해먹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골라 사 먹는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러한 Z세대 식습관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많다. 특히 스낵 바(Bar) 형태의 제품이 인기다. 최근 미국 스낵 바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 미국 스낵 바 시장 매출이 88억 달러에 도달한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실리콘밸리에서 스낵 바 형태의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소일렌트(Soylent Nutrition)라는 회사는 필수 영양소 36가지에 식물성 단백질 20g을 넣어 파우더 드링크와 바(Bar) 형태로 판매한다. 초콜릿 민트, 솔티드 캐러멜, 초콜릿 브라우니 등과 같은 맛과 향을 가미해 Z세대들의 건강과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맛과 간편성도 중요하지만 소일렌트가 Z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투명성과 친환경이다. 소일렌트의 ‘생애주기 분석(Life Cycle Analysis, LCA)’ 보고서에는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 재배 과정에서부터 제품 제조 과정까지 어떤 원료를 쓰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패스트푸드점의 치즈버거와 소일렌트 파우더 드링크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해보면 소일렌트 파우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유사한 업체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단백질 파우더, 건강음료, 영양제 등 건강보조제를 판매하는 유니코뉴트리션(Unico Nutrition)도 인기다. 각 제품의 원료를 빠짐없이 공개하고 과장 광고 없이 정직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주 공정의 부산물로 스낵 바를 만드는 ‘Regrained Bar’는 친환경적 요소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푸드테크 산업 붐이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푸드테크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사업이다. 미래 음식은 개발 비용과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든다. 사람들이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기까지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가 실제 성공하기까지 5∼6년이 걸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다른 제약 조건도 상당하다. 시장도 작아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어렵고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푸드테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푸드테크를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것이란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 농작물을 재해하고, 운반하고, 가공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과정, 즉 ‘푸드 밸류체인(Food Value Chain)’을 혁신하는 것이 모두 푸드테크에 속한다. 그리고 꼭 기술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도 밸류체인 관점에서 접근한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라는 회사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아보카도에서 추출한 물질을 스프레이 형태로 만든다. 과일, 채소 등에 이 스프레이를 뿌리면 음식의 보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쓰기 때문에 안전하고, 음식을 오래 냉장고에 둘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토스트애일(Toast Ale)이라는 회사는 빵을 만들고 남은 재료로 맥주를 제조하는 업사이클링 회사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쓰레기로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예로 들어보자. 이 배달을 통해 발생하는 포장재 쓰레기가 최근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나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나온다면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면 그 산업의 주변 분야도 함께 성장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포착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한국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한국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사찰 음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는데 실리콘밸리에서 큰 화제가 됐다. 사람들이 한국 사찰의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인 음식에 매료된 것이다. 이렇게 현재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새로운 정체성이 결합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미국인 젊은 여성들이 만든 솔트포인트 시위드(Salt Point Seaweed) 스타트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실제 해녀로 활동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다에서 자연산 미역을 채취한다. 세 명으로 이뤄진 창업가들은 스스로 만든 이 미역을 지역 레스토랑이나 유통업체에 납품한다. 미역으로 만든 스낵 바를 개발해 판매하고 미역을 활용해 요리를 직접 해볼 수 있도록 관련 레서피도 제공한다. 이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스토리다. 인디언들이 실제로 먹었던 식재료인 미역을 복원했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해 건강한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역은 이제 미국에서 사람들이 먹는 새로운 식재료가 됐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식재료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한국의 풍부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비슷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쿠엔즈버킷이라는 스타트업은 올리브유 제조방식을 접목한 프리미엄 참기름을 개발해 해외 스타 셰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향과 깔끔한 맛이 음식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다며 참기름을 차세대 식용유라고 극찬했다.

두 번째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당뇨병, 신장병 등 갖가지 질병으로 다양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 지식과 환자 정보 등과 결합해 환자에게 적합한 음식을 개발해 제공할 수 있다면 이 서비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회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그만큼 노인 맞춤형 음식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다. 고령 세대의 입맛과 니즈를 고려한 음식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푸드테크가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다른 혁신처럼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2016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미래 음식과 관련한 혁신이 조금씩 일어났다. 나는 그때 푸드 테크가 단순히 음식 자체의 혁신이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산하에 있는 디자인연구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연구센터에서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이를 토대로 시제품을 만든 후 테스트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 음식이 라이프스타일에 속한다면 미래 음식을 가지고도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생각 끝에 당시 디자인연구센터에 신설된 푸드디자인리서치를 이끌게 됐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내가 세운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푸드디자인리서치에서 하는 연구는 단순히 미래 음식에 국한하지 않는다. 미래의 부엌, 미래의 레스토랑처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분석하고 연구한다. 특히 5년 후, 10년 후 Z세대가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을 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Z세대는 음식에 관심은 많지만 요리를 즐기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나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아 되도록 음식을 조리하는 데 적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불을 사용하거나 각종 조미료를 가미하는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재료를 재조립하거나 섞어 먹는 식으로 간편한 조리 과정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반면 음식에 대한 정보에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영양소를 섭취했는지, 칼로리로 계산하면 얼마인지 일일이 체크할 가능성이 크다. 정확하게 음식을 계량하고 영양 성분을 체크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렇듯 세대가 어떻게 음식을 먹고 만드냐에 따라 부엌에 들어가는 가전제품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부엌의 구조도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실제로 건설회사나 가전제품 제조회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회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아직 Z세대의 생활습관이 많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회사들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만 봐도 그렇다. 대부분 대형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들은 미래 세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많은 음식을 사다가 저장하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아주 소량의 음식만 구매해 섭취한다. 대형 냉장고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요리를 많이 하지도 않아 대형 인덕션도 불필요할 수 있다. 오히려 대충 음식을 데워먹는 정도의 간편한 부엌을 선호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부엌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렇듯 세대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가전기기나 주거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