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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CSR, ‘사회적 금융’ 손잡아야 시너지

박학양 |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부터 시작된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지 11년이 지났다. 금융 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자성과 더불어 사회적 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금융은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과 사회적 경제 관련 사업 등에 투자·대출·보증을 하는 금융 활동이다. 금융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윤리적 구호나 자선, 기부로 오해해선 안 된다. 사회적 금융은 금융이라는 수단을 통해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만 적정한 수익과 원금 회수를 전제로 한다. 일반적인 상업 금융과 달리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함께 추구함으로써 사람 중심 경제, 포용 성장을 실천하는 ‘착한’ 금융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사회적 금융시장은 성장 추세다. JP모건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385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했다. 2012년 80억 달러(약 9조 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1971년 재단으로 출범해 1980년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았다. 이후 사회가치평가를 기반으로 한 관계형 금융과 지속가능성을 원칙으로 2018년 기준, 155억 유로(약 2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적 사회적 은행으로 성장했다. 2012년 설립된 영국의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인 BSC(Big Society Capital)는 2012년 1조8000억 원 수준의 영국 임팩트 투자시장을 3년 만에 약 6조 원대 규모로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캐나다 퀘벡의 데자르뎅 신협은 1900년 만들어져 2018년 기준, 자산 264조 원에 271개 신용조합과 989개 지점을 가진 북미 최대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부실채권 비율이 0.43%로 은행권 부실채권 비율 1.87%보다 낮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 20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금융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2018년 2월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일대 전환의 기회를 맞고 있다. 민간 주도의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인 사회가치연대기금 설치, 정책 금융을 중심으로 금융 공급 확대, 사회가치 평가 시스템 등 사회적 금융 지원 인프라 구축이 핵심 내용이다.

성장과 이윤을 넘어 사회, 경제, 환경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는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SK그룹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달성하겠다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 원칙을 천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기업도 수익성 등 재무성과보다 윤리경영,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둔, 이른바 사회가치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가치경영은 투자 유치는 물론 기업 평판과 영업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 또한 사회적 금융과 결합할 때 실질적인 사회 가치 성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 그동안 의례적으로 해왔던 기부, 후원, 우선 구매 등 수동적, 소멸적인 방식을 벗어나 사회 가치 창출을 조직의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는 적극적, 전략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매년 수익의 일부를 출연해 기금을 조성하고 기업의 핵심 사업과 경영 미션에 부합하는 사회 가치 분야를 선정한다. 이후 전문성이 높은 사회적 금융기관을 선정하고, 이 기관과 협업해 기금 운용을 위탁한 뒤 공동으로 사업 관리와 성과 측정을 하는 방식이 가능할 듯하다. 돈을 버는 능력과 돈을 잘 쓰는 역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economy)는 ‘집안 살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oiko nomos’에서 유래했다. 경제력이 있다는 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돈의 쓰임을 조화롭게 하는 능력이 사회적 가치 시대에 어울리는 경제력의 정의다.


필자소개 박학양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신용보증기금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신용사업 부문장(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1993년 중소기업 금융지원 유공으로 재정경제부장관 표창, 2002년 중소기업 수출지원 유공으로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8년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에 참여, 같은 해 7월 사회적 경제 활성화 유공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2019년 1월 공식 출범한 사회가치연대기금은 한국형 BSC(Big Society Capital)로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향후 5년간 3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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