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해외 트렌드로 살펴본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코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비즈니스?
어떤 스타일인지 수식어 확실하게!

277호 (2019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수식어’가 분명한 해외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사례
1. ‘여행하며 일하는’ 라이프스타일-카프누
: 홍콩에 본사를 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브랜드. 창업가, 크리에이터, 전문직 등 ‘비레저(Bleisure: Business +Leisure)’들을 타깃으로 호텔과 결합한 서비스 제공.
2.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샤오치
: 일본에서 그릇을 수입해 판매하던 작은 그릇 매장에서 시작한 대만 브랜드. 이후 식당, 요리학원, 생활용품, 패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를 꾀하면서도 ‘일본풍’ 키워드를 유지
3.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데일스포드
: 영국의 유기농 식료품 매장. 스토어에서 ‘의(衣)’와 ‘식(食)’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매장 근처에 코티지(cottage)와 스파를 만들어 ‘주(住)’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확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없었다면 요새 기업들은 어떻게 업(業)을 정의했을까? 마치 카페가 없었다면 건물의 1층 자리를 무엇이 채웠을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요즘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빠진 기업의 슬로건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백화점, 할인마트, 편의점,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 유통업은 물론이고 금융업, 건설업, 제조업 등 업종도 불문이다.

트렌드에 뒤질세라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표방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보면 다른 점을 체감하기 힘들다. 업을 정의하는 표현에 라이프스타일이 들어갔을 뿐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있더라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에서 스타일에 방점이 찍혀 제품과 서비스의 감도가 나아진 정도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추구하는 방향성이야 시대의 흐름을 읽은 바람직한 행보지만 문제는 고객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와 닿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걸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화두를 던진 일본의 ‘츠타야’를 이해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키워드가 아니다

이젠 많은 한국의 기업인이 방문하고 연구해 널리 알려졌듯 츠타야는 책, 영화 DVD, 음반을 판매하거나 대여해주는 서점이다. 하지만 츠타야는 스스로를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정의한다. 깊이 있는 고민에서 출발한 ‘업의 정의’다.

츠타야는 1983년에 설립됐는데 당시의 사회적 화두는 ‘생활의 패션화’였다. 그동안의 옷이 몸을 가리고 보온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앞으로의 옷은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옷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개성 표현 욕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 트렌드가 생활의 패션화였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 속에서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듯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도 생활의 패션화라는 화두 속에서 비즈니스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곤 사람들이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방법을 두 가지로 봤다. 하나는 직접 체험을 하며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엔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간접 체험을 하며 닮고 싶은 삶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다. 와 닿는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간접 체험을 통해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간접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간접 체험과 비즈니스 사이의 연결 고리가 필요했다. 그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삶의 방식에 대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책, 영화, 음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보며 각자가 추구하고 싶은 삶의 방식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책, 비디오, 음반에 담긴 삶의 방식을 판매하기 위해 이 세 가지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츠타야서점을 기획했다.

츠타야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할 때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멋진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츠타야에서 판매하는 책, 영화 DVD, 음반에 담긴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제안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혹은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으로 업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츠타야처럼 책, 영화 DVD, 음반을 판매해야 하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라이프스타일의 의미를 한 번 더 곱씹어 본다면 책, 영화 DVD, 음반을 팔지 않더라도 라이프스타일 관련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

츠타야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대한 화두를 던졌지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모든 것, 즉 A to Z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또한 츠타야의 접근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는 유일한 방식도 아니다. 츠타야는 추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라이프스타일 샘플을 종합 세트 형태로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발견을 돕는 셈이다.

하지만 츠타야에서 제안하는 콘텐츠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정작 츠타야에서는 그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츠타야에는 라이프스타일의 샘플만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추구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생겼다면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데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본격적인 기회가 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 어렵다.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수식어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 ‘클래식한 멋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등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하는 내용이 있어야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각자가 추구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했다는 뜻은 각자에게 맞는 수식어구를 찾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삶의 방식으로 들이기 위해 패션, 식음료, 콘텐츠, 여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소비를 수식어구가 붙은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집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는 파자마와 같이 편한 패션을 선호할 것이고, 간편식과 같은 요리에 익숙할 것이며,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를 정기 결제하며 구독할 뿐 아니라 여행을 가더라도 호텔에서 주로 머무는 ‘호캉스’를 즐길 가능성이 높다.

예시에서 볼 수 있듯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하는 설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라이프스타일이 가진 의미가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데, 라이프스타일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하는 설명을 구체화하고 그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겠지만 지금부터는 홍콩, 타이베이,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발견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1. ‘여행하며 일하는’ 라이프스타일 - 카프누
카프누(Kafnu)는 홍콩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다. 그런데 위치가 특이하다. 오피스 빌딩이 아니라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샹그릴라호텔 앤드 리조트가 운영하는 홍콩의 5성급 호텔인 케리호텔의 2층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든 것이다. 단순히 호텔의 빈 공간만 빌린 것이 아니다. 호텔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시도했다. 그래서 호텔 투숙객의 혜택을 카프누 멤버들도 누릴 수 있다.

기본적인 혜택은 5성급 전망이다. 빅토리아 하버와 바다 너머 홍콩섬이 내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통유리창을 통해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다. 또한 호텔이기에 가능한 초호화 시설도 열려 있다. 카프누 멤버라면 인피니티 풀, 오션뷰의 헬스클럽, 사우나가 무료다. 그뿐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과 바도 카프누 멤버들에게는 일상이 된다. 호텔 레스토랑과 바는 주중 오후 내내 카프누 오피스 멤버를 타깃으로 해 ‘해피아워’를 운영하고 어떤 매장은 더 적극적으로 멤버십 전용 할인을 제안한다. 심지어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메뉴를 카프누로 주문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가 객실도 10% 할인해준다.



호텔 투숙객보다도 더 알찬 혜택을 제공해주는 것을 보면 카프누가 5성급 호텔의 고급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호텔에 자리 잡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카프누가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방향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카프누는 2호점을 홍콩의 다른 5성급 호텔에 내지 않고 대만의 타이베이에 열었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홍콩에 2호점을 내는 게 나을 텐데 해외에 지점을 오픈하는 것을 선택했다. 2호점만 예외가 아니라 3호점은 인도 벵갈루루에, 4호점은 호주 시드니에, 5호점은 베트남 호찌민에 오픈했다. 지점을 확대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인 것도 모자라 홍콩 외의 도시에서는 호텔과 제휴하지 않고 호텔을 직접 운영한다. 카프누는 어떤 이유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호텔과 결합하는 모델을 고수하는 것일까?



이유는 타깃 고객층에서 찾을 수 있다. 카프누는 여행하며 일하고, 일하면서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들을 타깃한다. 카프누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층을 ‘비레저(Bleisure: Business + Leisure)’로 부른다. 비레저는 창업가, 크리에이터, 전문직 등 일이 삶에 더 깊숙하게 녹아들어 여행할 때도 일과 단절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여행 와서 일을 고민하건, 여행하며 일과 관련된 영감을 받건, 여행지에서 일 처리를 하건 일하는 시간과 여가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일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여행지에서 숙소가 될 호텔을 연계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행하며 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시별로 지점을 열어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카프누의 방향성이다.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접근이다.


2.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 - 샤오치
대만 타이베이의 츠펑 거리는 힙스터들이 모이는 동네다. 철공소, 자동차 정비소, 기계 수리점 등과 카페, 빵집, 옷가게 등이 조화를 이루는 트렌디하면서도 감수성이 넘치는 곳이다. 이 거리에 샤오치가 운영하는 매장이 6개나 있다. 똑같은 매장을 6개나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 식당, 요리학원 등 각각 다른 업종의 매장을 열었다. 샤오치는 왜 같은 거리에 여러 업종의 매장을 열게 된 걸까?



이유를 이해하려면 샤오치의 시작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샤오치의 창립자는 10년 이상 도쿄에서 거주하면서 일본의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방을 꾸밀 때도 소박하면서 정갈한 그릇들을 세심하게 골라 썼었는데 일본 생활을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오니 일본에서 사용했던 디자인의 그릇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본에서 즐겨 찾던 디자인의 그릇들을 수입하며 샤오치를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 그릇들을 수입해다가 판매하던 일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샤오치는 첫 매장 근처에 샤오치키친을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샤오치키친은 식당인데 단순히 매출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샤오치가 추구하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을, 제품을 넘어 식사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매장이다. 그뿐 아니라 식당에서 요리를 맛본 후 일상에서도 소박하면서 정갈한 식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샤오치쿠킹을 열었다.

그릇 매장, 식당, 요리학원을 론칭한 이후에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다이닝 영역에만 한정 짓지 않고 생활용품과 패션 등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생활용품을 편집해서 판매하는 샤오치갤러리를 오픈하기도 했지만 결을 같이하는 일본의 도자기, 과실주 등의 브랜드들과 협업해 샤오치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더 적극적으로 제안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샤오치가 운영하는 6개의 매장은 업종이 모두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일본풍의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샤오치가 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다양한 업종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안하기 때문에 샤오치의 고객들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을 삶의 방식으로 가꿔갈 수 있다.



3.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 데일스포드
데일스포드는 유기농 식료품 매장이다. 이 브랜드는 사업 확장을 어떻게 할까? 업을 유기농 식료품 소매업으로 정의했다면 제품의 라인을 늘리거나, 품질을 개선하거나,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일스포드는 스스로를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업으로 봤기 때문에 틀을 넘어선 확장을 선택했다.

업의 정의를 소매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업으로 달리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데일스포드 노팅힐점을 방문해보면 업의 정의에 따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일스포드는 유기농 식료품 판매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과일, 채소, 육류 등의 신선 제품과 유기농법으로 만든 주스, 잼, 꿀, 버터 등의 식료품을 판매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초기에 데일스포드 사업의 핵심이었던 식료품을 파는 공간을 벗어나면 이때부터 데일스포드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반 층 아래로 내려가면 홈스토어라는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세련된 식기, 옷, 청소 도구, 원예 도구, 향초, 디퓨저 등의 생활용품뿐 아니라 반려인들을 위한 동물용 유기농 간식 등도 판매한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제품 라인업을 늘린 게 아니라 유기농 식료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생활할 때 필요로 하는, 혹은 어울릴 만한 제품들을 함께 제안하는 것이다.

식료품 판매 공간에서 반 층 위로 올라가면 카페 겸 레스토랑이 있다. 예상할 만하듯 레스토랑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제공한다. 유기농 식료품을 사서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늘 그럴 수는 없는 고객들을 위해 외식을 할 때도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어가도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다.

매장 밖으로 나오면 데일스포드의 방향성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데일스포드는 1호점인 팜숍 근처에 숙박을 할 수 있는 코티지(Cottage)와 스파 시설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데일스포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밀도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데일스포드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료품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데일스포드 홈스토어에서 판매할 법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숙객들은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으며 필요에 따라 요가, 필라테스 등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매장에서 ‘의(衣)’와 ‘식(食)’에 대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했다면 코티지로 라이프스타일을 ‘주(住)’에 대한 영역까지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을 공고히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데일스포드는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삶의 방식으로 누릴 수 있도록 요리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워크숍을 운영한다. 요리학교에서는 파티, 제과제빵, 유아 및 청소년, 임산부 등 다양한 주제와 타깃에 맞춰 건강한 요리법을 가르치고 워크숍에서는 원예, 꽃꽂이, 수공예 등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데일스포드 매장이나 코티지에서의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바꾸는 경영 스타일

홍콩의 카프누, 타이베이의 샤오치, 런던의 데일스포드 사례를 통해 고객의 공감을 사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대해 살펴봤다. 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에서 스타일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할 수 있는 설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례들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할 수 있는 설명을 구체화하면 되는 걸까? 라이프스타일을 수식하는 설명은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경영 스타일까지도 달라져야 한다.

첫째, 타깃을 정의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타깃을 설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인구통계학적 방식인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서는 인구통계학적 분류가 힘을 잃는다. 예를 들어, 카프누의 사례처럼 여행하며 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 혹은 특정 지역에 몰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즐기는 사람은 20대의 창업가일 수도 있고, 60대의 작가일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성별이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며, 심지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샤오치와 데일스포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 또는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을 인구통계학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샤오치와 데일스포드 매장을 방문해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뭔가 비슷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인구통계학적 기준을 들이대는 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퇴보시키는 일이다. 물론 서브 타깃으로 인구통계학적 분류를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메인 타깃은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 그 자체가 돼야 한다.

둘째,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기업이 가진 핵심 역량 등의 내부적 요소나 사업 영역의 성장성 등의 외부적 요인을 보고 사업을 확장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하게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삶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패션, 식음료, 생활용품 등 영역 구분 없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특정 사업 영역에 대한 핵심 역량이 없다면 해당 사업 영역에서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기업과 컬래버레이션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카프누가 공유 오피스와 호텔이라는 서로 다른 업을 병행하면서도 홍콩에서처럼 경우에 따라 샹그릴라호텔 앤드 리조트가 운영하는 호텔과 제휴해 운영하는 것도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가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샤오치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하나의 거리에 업종이 다른 6개의 매장을 내고, 일부 사업 영역에서는 결을 같이하는 일본 브랜드를 입점시켜 운영하는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그뿐 아니라 유기농 식료품 등 ‘식(食)’으로 시작해 패션이나 화장품 등 ‘의(衣)’로 확장한 후, 코티지 등을 통해 ‘주(住)’ 영역까지 사업을 펼쳐가며 의식주 전반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데일스포드 사례도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의 모범 사례다.

셋째, 고객 관리도 진화해야 한다. 그동안의 고객 관리는 마일리지로 최적점에 도달한 듯하다. 대부분 기업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더 자주 혹은 더 많이 구매한 고객들에게 보상해주는 마일리지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하려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금전적인 보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삶의 방식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독려해야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마일리지와 같은 방식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서 기업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일상까지 녹아들게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카프누가 멤버십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거나 이벤트를 열어 멤버들의 교류를 지원하는 것도, 샤오치가 샤오치쿠킹이라는 요리학원을 만들어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요리를 가르쳐주며 수강생들을 관리하는 것도, 데일스포드가 노력도 많이 들어가고 큰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각종 워크숍을 열어 고객들에게 친환경적인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것도 고객들의 삶 속에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스며들게 해 충성 고객으로 만들려는 고객 관리 방식이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결국 각자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 혹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 중 하나다. 이러한 흐름을 읽고 업종을 불문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표면적으로만 덧씌우는 기업과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 경영 스타일을 바꾸는 기업 사이에 격차가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라이프스타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면 기업 스스로가 제안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 보는 건 어떨까?


필자소개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 dongjin.lee@travelcode.co.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리버와이만과 CJ E&M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공동 저술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