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토종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눔(Noom)’이 힘들고 지루한 건강관리 코칭 서비스로 전 세계 누적 사용자 4800만 명을 확보하고, 지난 2년간 월 매출 기준 100배 성장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1.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자는 회사의 미션을 명확히 설정하고, 피트니스에서 다이어트, 종합 질병 예방 서비스로 단계적으로 진화해 시장 수요에 맞게 미션을 구현했다.
2. 테크 회사가 간과하기 쉬운 사용자의 심리까지 고려한 맞춤형 코칭을 제공했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사람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서적인 교감에 집중하게 하고, 사람의 코칭을 다시 AI 알고리즘에 반영해 기술과 인간의 ‘융합’을 꾀했다.
3. B2B(기업 대 기업)나 B2G(기업 대 정부)처럼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우직하게 사용자 중심 서비스로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에서 정면승부했다. 매주 250회의 실험을 통해 검증된 가설만을 적용하며 사용자 경험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연규(성균관대 영문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60파운드(약 27.2㎏)를 감량했습니다. 아이 넷의 엄마로 사느라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눔’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55번째 생일을 맞았는데 인생을 통틀어 나 자신을 이토록 사랑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내 몸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닫아 왔는데, 이제는 짭짤한 과자나 쿠키를 봐도 ‘배고프지 않다’는 내 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27파운드(약 12.2㎏)를 감량했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40세가 될 때까지 다이어트와 씨름하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눔’을 만났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먹는 음식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이제는 단지 살기 위해서만 먹는 것도, 먹기 위해서만 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압니다.”
지난해 11월, 건강관리와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눔(Noom)’의 경영진은 사용자들에게 전체 메일을 뿌렸다 밀려드는 답장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미국 전역에 방영될 눔의 TV 광고에 출연해주실 분을 급하게 찾습니다. 눔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담은 1분 영상을 보내주세요”라는 요청에 사용자들이 응답한 것이다. 원래는 광고 촬영을 위해 전문 대역배우가 섭외돼 있었다. 그러나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실제 다이어트와 사투를 벌여 온 경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는 내부 의견이 나왔고 이 안이 채택되면서 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광고팀은 과연 사람들이 e메일 한 통에 선뜻 반응할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미 세팅된 촬영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기엔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눔의 사용자들에게 SOS를 치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장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와 촬영해 줄 사람이 있느냐는 서면 요청에 하룻밤 새 미국 전역에서 사용자 150명이 화답했고, 3일 만에 800명이 핸드폰으로 찍은 1분 영상을 보내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영상을 통해 ‘눔이 살을 빼줬다’에 그치지 않고 ‘눔이 인생을 바꿔 놨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에 선발돼 TV 광고를 촬영하게 된 사용자는 온라인에서 1대1로 소통해 오던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코치를 대면하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