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물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임팩트

270호 (2019년 4월 Issue 1)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선물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휘호를 전달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물의 특징을 배워야 한다는 노자의 통찰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용한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지켜봤던 소식이었습니다.

많은 철학 사상가가 물의 특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유연성, 낮은 곳에 위치하려는 특징, 여러 사물과의 조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러 해석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이 없으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가며 모든 생명을 자라게 합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따르면 살아 있는 사람은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은 사람은 굳고 강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결국 유연하고 약해 보이는 물이 굳고 강한 것을 능히 이겨내고 맙니다.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업 가운데 물의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이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했던 장소로 유명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9만여 좌석을 90분 만에 매진시킨 방탄소년단(BTS)의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BTS를 키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를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내면의 진심을 담은 음악을 기반으로 팬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이돌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곧 발표되는 BTS의 새 앨범 제목이 ‘MAP OF THE SOUL: PERSONA’인데요, 칼 융의 심리학에 기초해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책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소외당한 젊은 청춘의 마음을 위로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세계적 스타가 됐지만 여전히 소셜미디어로 팬들과 소통하는 BTS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 낮은 곳에 위치하려는 물의 속성이 떠오릅니다.

과거 기업은 강인한 조직을 원했습니다. 사회적 가치, 선한 영향력 같은 요소는 기업가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낮은 자세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물의 특성을 가진 기업들이 수익과 효율만 강조하는 강한 기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재무 실적과 같은 반열로 평가하겠다는 기업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가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다양한 사례와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마포대교의 자살 방지 캠페인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오히려 자살 시도 건수가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난 이유와 대안 등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가치 평가 이슈도 집중 분석했습니다.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이번 리포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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