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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저자 제프 프롬 인터뷰

“쇼핑할 때 ‘성공을 위한 탐색’ 중시,
행동하지 않는 기업은 위선자로 여겨”

고승연 | 269호 (2019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Z세대 전문가인 제프 프롬과 앤지 리드는 1996년생 이후 출생자부터 2010년까지 출생자를 Z세대로 규정한다. 이들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그 전 세대와 달리 Z세대의 구매 여정에는 ‘성공을 위한 탐색’ 과정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브랜드가 배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진정성을 보이고 소통해야 한다.
둘째, 브랜드의 진정성은 절대 커뮤니케이션만으로 보여줄 수 없다. Z세대는 브랜드가 먼저 액션을 취한 뒤에 그 액션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길 원한다. 행동 없이 소통부터 하려 들면 ‘위선자’로 여긴다.
셋째, 밀레니얼에 비해 오프라인 경험 지향성과 오프라인 구매력은 분명 강하나 다소 모순되게 오프라인에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온라인상에서도 소통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게 Z세대다. 약해 보이는 그 지점에 마케팅이 침투해 들어갈 틈이 있을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우(서강대 경영학과 2학년) 씨와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등장
태어나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 ‘대침체’로도 불렸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09년 유럽 재정위기’인 세대. 그 시기에 즈음해 취임해 8년간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이는 흑인이었고 국무장관은 여성이었던 세대. 또 한편으로는 해당 세대 다수는 직접 겪지 못했지만 그 여파가 지속되면서 ‘안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던 사건, 바로 9·11 테러의 간접적 영향권하에 있기도 한 세대. 바로 (미국의) Z세대다. 1

이런 일련의 사건과 경험은 이들을 경제적으로 보수적이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세대로 주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라난 정치·사회적 환경은 그들 세대로 하여금 성별과 인종에 따른 차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탄압을 단순히 거부하는 게 아니라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세대의 73%는 동성애 결혼, 74%는 트랜스젠더 평등권에 찬성하고 있으며, 66%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초월하고 있다. 2

이런 특성을 가진 Z세대는 밀레니얼과 어떤 부분에서는 유사하지만 특정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패턴을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오프라인 경험 지향성’과 ‘오프라인 구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HRC리테일 어드바이저리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즉 지금의 미국 Z세대 주류 72%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쇼핑몰을 찾는데 그 이유로 즉각적인 만족감, 편리한 서비스, (옷을 구매할 경우) 피팅룸의 존재 등을 꼽았다. ‘물리적인 경험’과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밀레니얼과는 또 다른 Z세대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러한 ‘오프라인 중시’ ‘경험 중시’는 비단 쇼핑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다음 에피소드를 보자.

미국에 사는 40대 중반의 X세대 A 씨의 얘기다. 그는 얼마 전 ‘수상안전요원’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를 제외하고는 교육과정에 참여한 이들 모두 ‘미국의 Z세대’였는데 A 씨는 재미난 특징을 발견했다. 함께 교육받는 Z세대는 이론 수업 시간의 지식 전달 과정에는 대부분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막상 실습이 시작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시간이 되자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변했다. A 씨는 “아마도 그들에게 ‘지식’이란 언제나 검색해서 금방 찾아볼 수 있는 어떤 것이지만 ‘경험’은 내가 지금 몸으로 겪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연관돼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국의 Z세대 특징은 그냥 미국에 있는 그 세대에만 해당되는 그런 특징이 물론 아니다.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 국가와 여러 신흥국의 Z세대는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취향과 행동, 의견을 텍스트를 넘어 상호 간에 언어를 몰라도 이해가 쉬운 동영상과 이미지로 공유해왔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된 세상’은 실제로 그들에게 ‘연결된 지구촌’을 만들어줬다. 따라서 ‘Z세대’라는 단어가 탄생한 미국의 Z세대를 들여다보는 것은 전 세계 Z세대, 그리고 한국의 Z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된다. Z세대는 ‘국적’ ‘인종’ ‘성별’ ‘성 정체성’ 따위가 큰 의미가 없는 사실상 글로벌 첫 세대이자 ‘지구인’ 정체성을 가진 첫 인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Z세대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하고 이들 세대의 특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제프 프롬(Jeff Fromm)과 앤지 리드(Angie Read)는 2018년 봄 『Marketing to Gen Z: The Rules for Reaching This Vast-and Very Different-Generation of Influencers』라는 책을 냈고, 같은 해 12월 한국에서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이하 『Z세대가 온다』)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됐다.

DBR은 이 책의 주 저자인 제프 프롬과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Z세대가 온다』의 내용 중 DBR 독자들에게 도움 될 만한 부분을 제시하고 이어 제프 프롬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I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질문
1. 언제 출생한 누구인가?
Z세대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태어난 누구로 규정할지에 대해 완벽하게 이뤄진 합의는 없다.(밀레니얼세대 구분도 마찬가지였다.) Z세대를 연구하는 다수는 일단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출생자부터 2000년대 중반 혹은 후반까지 태어난 사람들로 Z세대를 규정하며 2019년 기준 20대 초중반과 10대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제프 프롬은 자체 연구 결과를 토대로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출생자’로 정의한 뒤 몇 가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다른 세대와 구분한다. (표 1)



프롬 등은 이러한 세대 구분과 세대를 상징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Z세대는 정석을 고집하던 왕년의 소비자들의 성향과 닮았으며 여기에 더해 강한 사회의식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진보적 태도를 가졌다”고 설명한다. 때론 가장 인접한 밀레니얼보다 베이비붐세대와 더 닮은 듯한 성향을 갖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밀레니얼보다 더 자유롭고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듯한 이들 Z세대의 성향은 [표 2]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프롬과 리드는 책에서 “Z세대가 가진 근면하고 성실하며 금전, 교육, 직업적 성취 같은 보수적 기준의 성공을 좇는 성향은 훨씬 앞선 세대를 닮았다”며 “그런데 개개인의 신념을 들여다보면 인종·성 평등·자아정체성·성 정체성에 관해 자유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현대의 새로운 규칙을 써나간다”고 강조한다.



2. ‘모바일 네이티브’ ‘본투비 소셜’에게 기술과 멀티태스킹이란?
Z세대는 모바일 우선 세대가 아니라 모바일 ‘유일’ 세대라는 게 프롬과 리드의 지적이다. Z세대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밀레니얼보다도 발달했다. 얼핏 보면 산만한 것 같지만 사실은 뇌 구조가 그 이전 세대랑 다르다. 밀레니얼이 2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고 12초의 집중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Z세대는 5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면서 8초 정도의 집중력을 가진다. 3 그들에게 모바일 디바이스, 온·오프라인 구분 없는 ‘항상 연결된 세상’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고 ‘소셜미디어’는 어느 날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라 그들의 유년시절부터 ‘당연히 존재하는’ 서비스였다. 프롬은 “이런 Z세대에게 어필하려면 기술이 눈에 보여서는 안 된다.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필수고, 속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빨라야 한다”며 “물론 이 모든 게 모바일상에서도 전혀 흠결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Z세대는 유머코드조차도 밀레니얼과 다른데 디자인 기술 전문 기업 퍼스트본 멀티미디어 코퍼레이션의 수석 전략가 스콧 포겔은 “Z세대는 괴상하고 정신 나간 것 같은 감성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조금은 엉뚱한 사람이나 괴짜처럼 보이도록 하는 동영상을 만든다”며 “밀레니얼세대가 자신을 괴상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만한 뭔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은 흔치 않았다”고 주장한다. 4 이는 기업 입장에서 유머와 자기비하를 적절히 섞는 경우 Z세대에게 어필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타코벨이 2016년 5월에 진행한 ‘타코벨 스냅챗 필터’ 이벤트다. 사용자들의 머리를 거대한 타코로 바꿔주는 이 스냅챗 필터는 총 2억2400만 뷰를 달성하며 기존 스냅챗 캠페인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5



3. Z세대 공략에 성공한 기업과 브랜드는?
지금까지 살펴본 Z세대의 특성, 추구하는 가치 등을 토대로 ‘어떤 기업의 어떤 방식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했는가’를 알아보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Z세대를 공략하는 데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Z세대 특유의 ‘각자의 취향 존중’ 정신과 ‘다양성 포용력’을 진정성 있게 어필한 패션 기업들은 대체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10대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이글의 경우 ‘나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다’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인플루언서를 통해 공감을 일으켜 크게 성공했으며 유명한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의 경우 ‘숙녀다움’이라는 표현에 담긴 기존의 정의를 깨고 ‘다양한 여성의 개성’을 강조하면서 Z세대의 극찬을 받았다. 6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 마케터들이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는데 Z세대의 구매 여정에는 기존 X세대나 Y세대(밀레니얼)에는 없던 과정 하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두 세대는 온·오프라인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물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마음을 정하는 ‘탐색’의 시기를 거쳐 ‘구매’를 결정했는데, Z세대는 이 ‘탐색’과 ‘구매’ 중간에 또 다른 탐색 기간, 즉 ‘성공을 위한 탐색’ 과정을 둔다. 구매할 만한 제품 물색에 나서고 비교를 시작한 뒤에 스크랩북을 만들며 그 구매를 염두에 둔 제품을 소셜미디어에 알리고 그 소셜미디어의 지인들로부터 의견을 구하는 시기가 바로 ‘성공을 위한 탐색’ 과정이다. 이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Z세대 대상 마케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게 프롬을 비롯한 Z세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어느 기업이든, 어떤 브랜드든 이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Z세대에게 자신들의 진정성을 어필하며 계속 소통해야 하는데 텍사스-멕시칸 스타일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치폴레는 바로 이 지점에서 완전히 성공했다. 건강한 식사에 대한 유익한 동영상을 치폴레에 대한 홍보 없이 제작해 공유하고 소비자들과 ‘건강한 음식과 위생’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했다. 이러한 진정성 덕에 실제 치폴레에서 대장균 검출 사고가 터졌지만 평소의 신뢰로 인해 ‘한 번의 실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Z세대 여심을 완전히 사로잡은 화장품 브랜드 세포라 역시 ‘성공을 위한 탐색’ 과정에서 Z세대가 자신의 지인들로부터 언제나 ‘성공적인 선택’임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브랜드를 구축했다. 일단 제품 품질도 좋지만 다양한 화장법을 무료로 알려주고, 3D 증강현실 거울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제 화장을 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레 알려준다. 또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과 화장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프롬과 리드에 따르면 진정성 없이 Z세대에게 다가서려다 실패한 브랜드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펩시와 아베크롬비가 있다. 펩시는 2017년 초에 흑인에 대한 경찰의 총격 사건으로 일어나는 시위를 암시하는 듯한 광고를 만들었는데 별 의미 없이, 뜬금없이 ‘펩시를 마시며 화해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가 Z세대로부터 “사회 불안과 정치 이슈에 한 번도 목소리를 내지 않던 기업이 아무런 진정성 없이 그런 내용을 다뤘다. 또한 시위 도중 펩시를 주고받으며 화해한다는 개념은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다”는 혹평을 들었다. 패션 기업 아베크롬비는 날씬한 여성, 백인 남성 등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다가 결국 평등과 다양성에 민감한 Z세대가 소비 주류로 떠오르자 ‘소멸하는 브랜드’가 돼 버렸다.


II 제프 프롬과의 인터뷰
그는 바빴다. ‘Z세대 마케팅’이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글로벌 최고 Z세대 전문가가 한가할 리가 없었다. 시차 문제로 화상이나 전화 인터뷰가 어려울 듯한 상황이 돼 e메일 인터뷰를 제안했고, 제프 프롬은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다음은 그와의 e메일 질의응답을 일문일답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생은 ‘피처폰’과 PC를 사용하면서 컸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부터나 ‘모바일’세대에 포함되는 것처럼 세대 내 차이도 커 보이는데 Z세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나?
어떤 세대든 단일한 한 덩어리처럼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식의 세대 구분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밀레니얼도 마찬가지였다. 1982년에 태어난 이들이나, 1995년에 태어난 이들이나 밀레니얼로 한데 묶어서 분석해왔다. 어차피 세대라는 것은 거의 15년, 심지어 20년 단위로 잘라보는 게 의미가 있고 또한 그렇게 볼 때 분명 공통의 특징과 테마를 잡아낼 수 있다. 그런 게 또 트렌드 분석, 구매패턴 분석에 분명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은 책에서 Z세대는 행동에 있어 보수적인 측면도 있고, 또 동시에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열망도 강하다고 주장했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데 이런 모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나와 내 동료 혹은 다른 이들이 진행해 온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나도 책에서 그렇게 언급하기도 했지만, Z세대는 ‘오래된 영혼이 젊은 몸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 그들은 디지털에 능숙하고, 소셜과 모바일의 핵심에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중 일부는 꽤나 전통적인 것들이다. 그런데 사실 모든 인간이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사람은 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요소들을 안고 있다. 그게 정상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 모두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안에 당연히 복잡성과 모순이 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매년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하지만 불과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처음에 스스로 약속했던 ‘건강해지자’는 계획을 파기하고 체육관을 안 나가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Z세대가 특정 가치를 내세웠다고 그들이 항상 그 가치에만 매몰되고 반드시 지키고 있느냐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냥 ‘복잡성’ 그 자체로 봐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밀레니얼과 비교하면서 얘기해줄 수 있는가?
일단 밀레니얼 같은 경우 환경 문제에 민감했는데 Z세대는 여기에 더해 ‘평등’의 문제에도 굉장히 예민하다. 추구하는 주요 가치 중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밀레니얼이 좀 더 ‘협업’에 방점을 찍고 놀고 일하고 생활했다면 Z세대는 밀레니얼보다는 ‘경쟁’에 더 익숙하고 거리낌이 없다. 브랜드에 대한 태도도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이게 좀 흥미롭다. 밀레니얼의 경우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 싶으면 대충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믿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Z세대는 안 그렇다. 브랜드가 자신들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절대 마음을 열지 않는다.


브랜드 얘기가 나온 김에 기업가들, 특히 마케터들은 어떤 걸 염두에 두고 이들 세대에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
마케터들은 우선 Z세대 소비자들이 쇼핑에 굉장히 능숙하고 요령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은 브랜드가 취하는 행동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그런 행동을 뒷받침하는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한다. 만약 초반에 진정성 있는 행동 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굉장히 위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본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 Z세대 소비자들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매우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들의 동료와 또래집단, 소셜네트워크상의 친구들은 물론 각종 별점과 평가 사이트, 그들이 어느 정도 신뢰를 주고 있는 브랜드로부터 흘러나오는 여러 정보까지. 이런 상황 자체를 고려하면서 Z세대에게 접근해야 실수가 없을 것으로 본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기술 측면에서 ‘눈에 보이지않되 자연스럽게 흐르는’ 방식의 앱과 소프트웨어를 당연시한다고 책에서 말한 바 있다. 어떤 기업들, 어떤 앱이나 소프트웨어가 성공한 것으로 보나?
모바일 송금 서비스 벤모(Venmo)가 Z세대를 열광시킨 대표적인 앱이다. 7 사실은 다양한 디지털 정보를 전송하고 위치 기반 서비스가 활용되지만 UX와 UI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우버 역시 Z세대에게 적합한 방식의 앱이자 소프트웨어다. 복잡한 추천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갖고 있지만 사람들한테는 그냥 한눈에 ‘취향저격’ 영상을 띄워주는 넷플릭스도 바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되겠다. 아마존과 스포티파이도 당연히 성공 사례에 들어간다. 잘 보면 이런 앱 혹은 소프트웨어는 굉장히 ‘유용성’이 크다. Z세대에게 이 ‘유용함’이란 바로 ‘쿨함’과 같은 말이다. 나는 이걸 ‘뉴 쿨(New Cool)’이라 부른다. ‘유용성’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앞으로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거다. 그런데 그 유용성은 질문하신 ‘눈에 보이지 않되 자연스럽게 흐르는 기술’과 굉장히 밀접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밀레니얼도 그랬지만 Z세대는 더더욱 ‘경험’에 큰 가치를 둔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경험의 조합을 통해 형성한다.

Z세대는 ‘본투비 소셜’ 혹은 ‘소셜미디어 네이티브’라고도 불린다. 이들의 특성과 접근법은?
일단 밀레니얼과 비교해보면 Z세대는 자신의 친구들과 좀 더 직접적으로, 좀 더 작은 네트워크 내에서 소통하려는 성향이 있다. 밀레니얼은 상대적으로 좀 더 큰 네트워크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려 했는데 Z세대는 그에 비해 좀 더 폐쇄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Z세대 역시 네트워크 크기나 사용방식이 다를 뿐 항상 소셜미디어에 접속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접근하는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그냥 소셜미디어에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기 바란다. 당신 기업의 브랜드를 갖고, 스스로 브랜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잘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당신 브랜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Z세대에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고, 어떻게 그들에게 개입하고 연결되며, 또 어떻게 그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할 것인지를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는 전략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채널일 뿐이다. 이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Z세대 중 일부, 즉 1990년대 중후반 출생자들이 이제 막회사에 진입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들은 직원으로서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고, 그들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Z세대는 생각보다 굉장히 성실하다. 열심히 일하고 미래지향적이다. 기업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경험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잘 어울리는 책임을 맡아 일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커리어 경로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이전 세대보다는 좀 더 개인화된, 맞춤형 진로를 만들어주고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들의 조직에 대한 개입과 헌신도는 굉장히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본다.


III FOMO와 FOLO, 그 틈에 마케팅을 침투시켜라!
앞서 Z세대는 밀레니얼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을 더 자주 찾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며, 그만큼 오프라인 구매도 많이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들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은 그 이전 세대와 또 패턴이 다르다. 일단 이들은 쇼핑몰을 찾지만 길게 머무르지는 않는다. 약 한 시간 정도 머무르는데 그 한 시간 동안 기껏해야 최대 5개 매장 정도를 방문하며 윈도쇼핑조차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충동구매’는 없다. 이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쇼핑의 연장선상에서 한 번 정도 실물을 확인하고 마지막 경험을 하는 곳 정도의 의미만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밀레니얼과 달리 실제 매장에 간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프롬은 이들 세대가 기본적으로 FOLO(Fear of Living Offline)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짧게 머무는 이유가 이 FOLO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Z세대는 온·오프라인 구분 자체가 애매한 세대이긴 하지만 역시 주로 온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고 채팅하고 영상과 이미지를 공유해왔던 세대이기에 오프라인에서의 만남과 경험에 대해 다소 낯설게 생각하고 때론 두려워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 또한 FOMO(Fear of Missing Out), 즉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꽤나 강한 편이어서 소셜상에서 친구가 내 말을 확인했는지, 내 메시지가 무시받지는 않았는지 등에 끝없이 신경을 쓰는 습성도 있다. 다소 모순적이고 이상할 수도 있지만 프롬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원래 그렇게 복잡하고 모순적인 게 인간이다. FOLO와 FOMO라는 Z세대의 취약점, 바로 그 지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들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것, 거기에 Z세대 마케팅의 성공이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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