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자동화 시대 앞둔 일자리의 4가지 미래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동화가 각 직업에 불러올 위협의 정도는 다음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일자리가 어떤 종류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느냐와 그 가치가 제공되는 방식에 따라서 말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그 일의 핵심 역량이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일의 가치가 전달되는 방식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는가?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가을 호에 실린 ‘Four Ways Jobs Will Respond to Autom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자동화가 일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로봇이 정말 당신의 일자리까지 위협할까? 가장 대중적인 시나리오는 저임금 일자리들에 있어서는 그런 불운이 확실시되지만 대졸자 중심의 직종에는 큰 변화가 닥치지는 않을 것이란 스토리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직업의 미래와 관련한 분석을 할 때 중요한 지표로 조직이 직무를 변경하고, 일자리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과 더불어 임금과 교육 수준에 집중한다. 하지만 본 연구는 그보다 더 미묘하고 복잡한 요인으로 일자리의 변화를 설명하려 한다.

자동화를 마주한 일자리의 4가지 미래
자동화에 대한 학술 논문과 공개적인 담론들을 살펴보면 업종에 따른 위험 수준은 별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자들이 직접 비교에 나섰다. 업종별 종사자들이 제공하는 가치의 형태와 그 과정에서 활용되는 역량에 따라 50개의 직종(대부분 문헌 조사를 통해 수집)을 코드화한 것이다. 그래서 일자리별로 자동화가 어떤 위협을 가할 것인지 근로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본 틀을 만들었다. 필자들은 이 과정에서 파괴, 대체, 해체, 지속과 같은 일자리의 4가지 진화 방향을 발견했다. 그리고 임금이나 교육 수준, 효율성, 비용 등 다른 어떤 요인보다 일자리의 변화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그 일의 가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편적인 믿음과는 달리 블루칼라나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꼭 다가올 미래에 자동화 때문에 더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필자들의 분석 결과를 보면 배관기술자의 일자리가 파괴될 가능성은 변호사보다 낮았다. 모두에게 평생 교육과 새로운 기술 습득을 권하는 것은 나태한 처사다. 변화에 적응하고 싶다면 근로자들 스스로 일자리가 진화하는 4가지 방향과 그 이면에 있는 요인들을 숙지해야 한다.

일자리의 4가지 변화 경로 이해하기
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외부 고객이든, 조직 내 고객이든지 간에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게 어떤 형태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일련의 핵심 역량을 사용한다. 일자리는 가치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핵심 역량과 가치 전달 메커니즘(필자들이 가치 형태라 부르는)이라는 두 가지 영역에서 변동함에 따라 진화하게 된다.

업종에 따라서는 핵심 역량이 특정 분야의 지식 기반이나 손기술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 기술적 전문성보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 및 관계 형성 능력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표준화나 성문화, 혹은 규격화하기 쉬운 기술들일수록 자동화의 위협을 많이 받는다. 반면에 사람이 직접, 또는 실시간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직종은 자동화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그토록 불확실하고 애매한 여러 상황을 충분히 처리할 정도로 정교한 문제해결 툴을 개발하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노동집약적이며, 기술적 난이도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기 기사가 가진 기술 그 자체는 자동화에 취약하지만 전기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제각각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개인별로 맞춤화된 업무는 자동화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역량은 수용자에게 전달될 때만 가치를 발휘하는데 그 전달 메커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바뀌기도 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교수의 핵심 역량은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다. 이런 전문 지식이 전통적으로는 실제 수업을 통해 소비자(이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전달돼 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과 소위 MOOC라 불리는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s)이 등장하면서 학습을 전개하는 새로운 수단들이 추가됐다. 핵심 역량은 그대로지만 적응형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강사들이 고도로 맞춤화된 강의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이런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신기술이 가치 형태를 바꾼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가 주도하는 학습은 자동화와 AI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

필자들은 각 직종의 핵심 역량과 가치 형태에 가해지는 위협 정도를 개별적으로 측정했고, 그 결과 자동화가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1) 지금부터 일자리의 4가지 변화 경로를 하나씩 소개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겠다.

파괴. 파괴는 직무 역량이 상당히 표준화돼 있으면서 소비자가 동일한 형태로 가치를 제공받는 것을 선호할 때 발생한다. 보통 파괴는 효율성의 증대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비용이 낮아진 다음 이어진다. 가령 패스트푸드점 근로자들의 핵심 역량은 고객 혼자서 음식을 주문하는 무인 기계나 앱이 생기면서 상당한 위협을 받게 됐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에는 음식 준비 과정도 고도로 표준화돼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계산대와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직무가 모두 파괴될 것이다. 비록 근로자들의 능력은 위협받고 있지만 소비자는 일관된 방식으로 신속하게 준비되는 패스트푸드라는 동일한 형태의 가치를 계속해서 제공받는다.

부동산 중개인과 변호사처럼 매우 숙련된 역량이 필요한 직종들도 마찬가지다. 주택 탐사 로봇이 등장하고 문서 검토 등 변호사들이 하는 단순 업무들이 자동화되면서 그 일부는 비슷한 파괴 과정을 겪고 있다(물론 고객 자문과 법정 공방처럼 좀 더 민감하고 복잡한 일들에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간 변호사가 필요하지만). 또 다른 예로 회계사들도 기업의 회계장부와 기타 재무 데이터의 자동화를 목격하고 있다. 이 경우 고객들이 여전히 회사의 재무 데이터를 이용하고자 하므로 가치 형태는 위협에서 자유롭지만 재무 데이터 산출에 활용되는 역량들은 위협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개입이 아직 필요한 영역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찾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해법 중 하나다. 자동화가 대규모로 계속 확대되면 소비자들은 비인간 가치제공자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루틴을 체득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프로세스가 자동화되는 과정에서 서비스 가치가 기존 형태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당 직종의 근로자들이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돌 쌓기 로봇은 인간 벽돌공보다 훨씬 더 빠르고 힘도 좋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벽돌 쌓기 로봇의 작업을 보완하고, 곁에서 안전을 지키고, 설계도를 검토하고, 모서리 작업을 하는 데 인간 벽돌공이 필요하다.

대체. 어떤 직업이 대체되면 그 핵심 역량은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가치 형태도 돌이킬 수 없게끔 완전히 바뀐다.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과 전화 교환원은 이미 이런 대체 과정을 겪었으며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들도 이 대열에서 아예 제외될 수는 없다. 약사를 생각해 보자.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은 처방약을 조제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손님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 약이 처방되고 우편으로 배송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인간 약사가 제공하는 가치와 핵심 역량이 점점 더 자동화된 프로세스로 처리되고 있다. 이처럼 대체 가능성에 직면한 다른 직종으로는 사서(비슷한 이유로)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코딩 기술은 쉽게 표준화되고 이 때문에 가치 형태가 내부 개발에서 클라우드 같은 오픈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으므로) 등이 있다.

자동화로 대체된 근로자들에게 재교육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말이 정규 교육을 더 받으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형태와 가장 관련도가 높은 기술을 재빨리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취업 상황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수료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학위를 다시 따는 것처럼) 장기 프로그램은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일정 역량을 갖추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단기 학위, 디지털 배지같이 작은 자격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 요건을 더 빨리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장성 있는 기술을 금방 취득한 개인에게 일종의 성취감을 부여하면서 취업 과정에서 더 많은 옵션을 제시한다. 가능하면 인력 보강이 필요한 고성장 분야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시기적절한 예로 사이버 보안이 있다. 숙련된 인력(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 요건을 갖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이다.

해체. 해체의 경우는 핵심 역량은 안전하게 유지되지만 가치 제공 형태가 위협을 받는다. 택시나 리무진 기사 혹은 누구든 차량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전문 운전기사가 가진 역량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 즉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서비스의 중심이 된다. 이 역량도 어느 시점에는 무인 자동차의 위협 아래 놓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 운전사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제공 형태는 이미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영업용 교통수단은 중앙집중화된 대형 차량 조직의 일부로 제공돼 왔으며 운전수들은 도시 내 택시 회사들에 의해 고용돼 있었다. 현재는 그와 동일한 가치가 우버(Uber)나 리프트(Lyft) 같은 분산형 공유경제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사진사와 교수들도 비슷한 해체 과정을 겪는 중이다. 이들이 가진 기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서비스 전달 방식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체에 직면하면 직무 기술을 새로운 가치 형태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가장 큰 장벽은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예를 들어 많은 교수가 지식과 전문성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로서 온라인 교육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운전수들은 교수들의 전철을 밟기보다는 변화하는 교통 서비스 표준에 적응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다. 새로운 가치 형태가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더 적합하다면 선택은 하나다.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폐기될 것이다.

지속. 노동력 분석에서 자주 간과되는 사실은 바로 일부 저임금 직종을 포함해 많은 직무가 가까운 미래에는 사실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필자들은 핵심 역량과 가치 형태 모두에 심각한 위협이 없는 직종을 ‘지속형 직종’이라 명명했다. 전기 기술자와 배관 기술자라는 직업은 굉장히 지속성이 높은 직종이다. 해당 업무의 경우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가치를 동일한 형태로(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그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 또 다른 예로 의료 보조인들이 있다. 의료 기술의 광범위한 발달 덕분에 더 적은 수의 의사로 더 많은 수의 환자를 치료하게 됐다. 그 결과 의료 보조인에게 필요한 역량(의료 훈련, 보험 산업에 대한 이해, 환자 응대 매너 등)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의사와 꽤 비슷한 일들을 더 적은 비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료 보조인들이 의사라는 역할을 파괴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지속형 직종에 속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일을 주시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다. 소비자의 향후 선호도로 인해 그 직종의 핵심 역량이나 가치 형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라. 어떤 직종이든 (이 기사에서 논의된 직종들을 포함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경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설명한 기본 틀은 주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하나의 도구와 같다. 당신의 일이 지금은 지속형에 속할지라도 안심할 수 없다.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과연 어떤 직종이 파괴되고, 대체되고, 해체되고, 지속될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본 기사에서 제시된 틀은 시간이 지나도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동화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다른 이들도 인정해 왔다. 그러나 일의 ‘가치 창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필자들의 접근법은 변화를 불러오는 요인들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핵심 역량과 가치 형태를 분석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면 근로자들이 어떤 업종에 있든 현재 불어 닥친 인력 변화와 향후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맞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콧 래섬(Scott Latham)은 매사추세츠주립대 로웰캠퍼스 매닝경영대학원의 전략 부문 부교수이며, 베스 험버드(Beth Humberd)는 같은 매닝경영대학원의 경영학 조교수이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119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