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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시간 관리 패러다임 변화

24시간 근로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
시간 규율 대신 신뢰 시스템 구축하라

이희진,배미정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필자는 근로 시간 단축 시대에 발맞춰 기업의 시간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4시간 근로가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에는 기업이 목표 달성을 위해 일방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을 돌려주는 데서부터 시간의 신뢰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소정(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세기 러시아 과학사에 족적을 남긴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로 더 유명하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능성의 최대치를 사용하고자 했던’ 그는 생전에 70권의 학술 서적을 발표했으며, 총 1만2500여 장에 달하는 논문과 연구 자료를 남겼다. 전공인 곤충분류학과 해부학은 물론 유기체의 형태 및 체계, 진화론, 수리생물학, 유전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가 이 같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사후 공개된 수백 권에 달하는 일기장에서 드러났다.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이 쓴 그의 전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1 에 따르면 류비셰프는 마치 회계 장부를 기록하듯 자기만의 ‘시간 통계’를 만들었다. 26세였던 1916년부터 8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5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휴식, 독서, 산책 등에 소비되는 모든 시간을 분 단위로 계산해 기록했다고 한다. 심지어 매월 말에는 합계를 내 그래프와 표를 그리고 연말에는 연간 총계까지 계산했다. 엑셀이 없던 시절, 수작업으로 그 계산을 다 해낸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시계 분초에 갇힌 그의 삶이 꽉 막히고 불행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행복했다고 한다. “유기체의 자연적 분류체계를 확립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초지일관 지향하며 흔들림 없이 열정적이고 성실한 삶을 이어가는 데 만족했다. 그렇다고 온종일 학문에만 매진한 것도 아니었다. 다양한 문화 활동도 즐겼다. 이런 활동들도 당연히 시간 통계의 중요 항목이었다. 시간 통계를 작성하는 것 외에도 그는 “열 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잔다” “시간에 쫓기는 일은 맡지 않는다”와 같은 자기만의 생활 원칙을 지켰다. 그는 시간 부족을 한탄하지 않았다. 그라닌은 류비셰프를 온몸으로 시간에 맞서며 ‘현재’를 관리한, “시간을 정복한” 유일무이한 남자라고 칭송했다.

류비셰프의 이야기는 늘 시간이 부족해서 불평인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기업도 늘 시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류비셰프식의 시간 관리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구자였기에 가능했고, 모든 사람이 류비셰프처럼 사는 것이 정답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류비셰프가 자기만의 독자적인 시간 규율을 만들어 실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류비셰프에게 시간은 그의 삶의 목표와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시간은 그에게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귀중한 자원이었고, 시간 통계는 그런 자원을 소중히 아껴 쓰는 방법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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