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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일본 “지타하라”의 교훈

30년 전 근로시간 줄인 일본, 부작용 극심
“핵심은 시간이 아닌 근무 체계 혁신”

이경욱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무려 30년 전 주 40시간 근무제를 처음 도입한 일본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은 진행 중인 과제다.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지타하라’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악화됐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일하는 시간만 줄었지 목표 관리와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은 데서 나타난 폐해였다.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 법안을 만들어 개선책을 마련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실패와 성공담은 근로시간 단축이 조직 관리 전략 변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최근 일본에서는 회사 측이 근로시간 단축을 강요하며 직원을 괴롭히는 현상을 의미하는 ‘지타하라(ジタハラ)’라는 신조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량은 줄어들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라는 압박만 커지면서 성실한 근무자일수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괴로워지고 있다. 업무 내용과 방식이 바뀌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 강제로 줄일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도입된 한국도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 기업의 사례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의 명암을 살펴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일본은 1987년 주 40시간제를 골자로 노동법을 개정한 후 30여 년에 걸쳐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하지만 성실하게 오래 일하는 것을 성공의 길이자 미덕으로 여겨온 일본 사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정착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후 노동집약적 업무를 토대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1997년 생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 절벽을 겪으면서 일본 사회는 근로시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 단카이 세대라고 불리는, 패전 후 경제 재건 세대가 은퇴하면서 근로시간 효율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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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베 정권은 정부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의 개혁(働き方改革)’을 주창하며 기업의 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2015년 일본 최대 광고기업 D사의 신입 여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나타났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근로시간 단축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아베 정부는 2016년 9월 내각에 일하는 방식 개혁 추진실을 설치하고 새로운 법안 작업에 착수했다.

오랜 심의 끝에 2018년 6월29일 ‘일하는 방식의 개혁(働き方改革) 관련 법안’이 통과됐는데 주요 내용은 (1) 잔업시간 상한선 규정 (2) 유급휴가 의무화 (3) 퇴근 후 출근까지 11시간 간격 유지 (4)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대해 종업원의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 제공 의무화 (5)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로부터 제외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의 신설 (6) 정사원과 비정규노동자의 격차 개선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다. 일본은 지난 30여 년에 걸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여론을 수렴하면서 정부 주도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특정 근로자에게 불리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식의 유연한 접근 방식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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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욱

    와세대대 국제경영학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일본의 대형 경영컨설팅 회사에 입사, 일본과 한국 기업 화이트칼라의 업무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영업과 연구개발 분야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현재 LiB컨설팅의 해외총괄 담당/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으며 국제공인마스터매니지먼트 컨설턴트(M-CM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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