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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모범 사례 따라 해도 성공 못하는 까닭

제롬 바르텔레미(Jérôme Barthélemy)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자들은 때로 우수한 성과를 낸 선례를 지나치게 신봉하는 오류를 범한다. 모범 사례를 따라 하다 보면 스스로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차별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모범 사례를 따라 하기 바빠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쓸 때도 있다. 또한 과거에 유효했던 방식을 좇느라 최근 달라진 상황을 경시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기업 경영자들은 모범 사례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성과를 개선하는 가장 빠른 길은 성공한 기업들이 행한 일을 연구하고 답습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기 때문이다.

모범 사례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다. 가령 현재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많은 양조장에서는 마이크로 옥시저네이션(micro-oxygenation)처럼 와인 전문 컨설턴트들이 추천하는 특수 양조 방식을 따른다. 마이크로 옥시저네이션이란 와인이 발효하는 동안 미량의 산소를 주입하는 기술을 말한다.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어 와인 숙성 기간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단기 숙성 와인도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양조 업자들은 이 기법으로 포도주 품질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마이크로 옥시저네이션은 와인 맛을 비슷하게 만들어 브랜드 간의 변별력이 약해지고 그만큼 경쟁력도 줄어들게 한다.

이는 양조 기술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15년간 아웃소싱, 프랜차이즈 사업, 와인 산업을 면밀히 연구하면서 모범 사례를 채택하는 것이 평균 수준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뛰어난 전략이라는 결론에 달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회사에 맞지 않는 모범 사례를 따르면 오히려 가치를 파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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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모범 사례란 무엇일까?

성공한 기업이 하는 일은 모두 모범 사례가 된다고 여기는 관리자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 중 다수는 조직의 성공에 사실상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베스트셀러 저자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s)처럼 창조적인 회사들은 전부 센터형 화장실을 갖고 있다고 설파했다. 회사 건물의 중앙에 화장실이 있으면 평소에는 서로 부딪칠 일 없는 여러 부서 직원들이 서로 마주치게 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창의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회사의 성공을 이끄는 업무 관행이 그렇게 명확한 경우는 드물다.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연관성도 명확하지 않다. 많은 분석가는 픽사의 창조력이 동료 간의 협업을 육성하는 기업 문화 덕분이라고 믿는다. 화장실의 위치 덕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동료의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아주 다른 사례도 하나 살펴보자. 기업 재무에서는 스톡옵션의 활용을 일종의 모범 사례로 보는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들은 주주들이 원하는 것보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높다. 이에 따라 최근 많은 기업의 이사회는 최고경영진에게 주는 성과급의 일부를 스톡옵션으로 제공한다. 이런 방침은 기업의 리더들이 주주들을 대신해 훨씬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경영진에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CEO들이 더 대담해지면 회사의 (그리고 주주들의)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CEO에게 지급되는 스톡옵션의 양이 많을수록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기업 인수 활동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판돈이 커질수록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위험이 높은 사업 방식은 거대한 승리든, 거대한 손실이든 극단적인 결과로 연결되므로 실상은 모범 사례로 간주될 수 없다. 반면에 진정한 모범 사례는 지속적으로 성과를 개선하는 실험되고 검증된 관행을 말한다.

따라서 위험 요인을 고려한다면 그냥 괜찮은 수준의 사업 방식을 따르는 것이 표면상 엄청난 반전을 약속하는 사례를 따르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일례로 한 연구팀은 목표, 인센티브, 모니터링이라는 3가지 표준 경영 관행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토했다. 이들은 여러 국가의 수천 개 조직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표준 경영 기법들을 이행하면 생산성과 수익성, 매출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부도 가능성도 낮출 수 있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실적을 근거로 직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특별한 활동은 아니지만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많은 모범 사례보다 일반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잘못된 모범 사례를 채택하는 위험을 줄이려면 먼저 당신의 조직이 그 사례 속 주인공인 회사와 얼마나 비슷한지 따져보라. 예를 들어 맥도날드가 가맹점들에 지역 내 비독점 영업권을 주는 정책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많은 신규 프랜차이즈 회사가 같은 방침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가맹점에 비독점적 영업권을 주면 신규 프랜차이즈 사업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맹점 사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같은 브랜드를 가진 매장이 근처에 또 하나 생겼을 경우 자신들의 사업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사업 독점권을 주지 않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는다. 이런 반감이 기업 자체적으로 매장을 열고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가진 맥도날드 같은 거대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신규 프랜차이즈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맹점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맥도날드도 사업이 성장하던 초창기에는 독점 영업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따랐다.

대부분의 모범 사례도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해야 할까? 아니면 회사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게 나을까? 필자의 연구 결과는 그 프로세스가 다수의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면 아웃소싱이 최선의 방식이 되겠지만 그 프로세스가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거나 공급 업체가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면 아웃소싱은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례로 애플은 컴퓨터와 소비자 전자제품에 대해 제조활동으로는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없으므로 이를 아웃소싱한다. 반면에 디자인은 애플의 사업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회사 내부에서 디자인 활동을 전개한다.

숨겨진 비용

마지막으로 모범 사례 속에 숨겨진 비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을 이행하면 회사의 기존 프로세스에 지장을 주므로 단기 실적에는 대개 악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방식과 기존 방식의 차이가 클수록 이행에 따른 비용은 더 커진다.

미국 대기업들에 대한 한 연구에서 8가지 IT 모범 사례(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공급자 활용, 사업 프로세스 재설계 프로젝트, 전자상거래 참여, 고객 관계 관리 활용, 데이터 웨어하우스, 전사적 자원 관리, 그룹웨어, 지식 관리 시스템)의 채택과 재무성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IT 모범 사례를 이행하면 초기 실적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업 실적은 모범 사례를 이행한 지 3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향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식을 이행하는 데 꽤 많은 대가가 따르지만 ‘최선’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채택 비용이 너무 커서 더 좋아 보이는 방식으로 교체하는 것이 기존 방식을 지속하는 것보다 나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술 스타트업 회사들에 대한 연구 내용을 보면 가장 유명한 관리 모델 5개 중에서 소위 몰입형 모델(commitment model)이 단연코 최상의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이 모델은 문화적 적합성을 바탕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직원들과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몰입형 모델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다른 관리 모델을 따르는 스타트업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낮고 상장 가능성은 높았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한 관리 모델을 채택한 후 다른 모델로 교체한 경우에는 실패의 가능성이 3배나 더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이는 더 우월한 것으로 입증된 몰입형 모델로 교체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범 사례에는 종종 장기적인 비용이 숨겨져 있다. 2001년에 짐 맥너니(Jim McNerney)는 3M의 CEO로 임명됐다. 그는 3년 만에 회사 전체를 6시그마 체제로 개조했다. 이는 기업의 모든 품질 수준을 개선하고 불량률을 저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범 시스템이다. 6시그마는 모토로라가 처음 개발했다. 이후 우량 기업 중 하나이자 맥너니가 이전에 재직했던 GE가 받아들였다. 6시그마는 3M에 엄청난 비용 절감을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맥너니가 보잉사의 CEO로 영입돼 3M을 떠난 2005년 중반까지 3M은 6시그마로 인해 회사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였던 혁신 능력의 저하를 감수해야 했다. 3M의 신임 CEO는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R&D 부문에 대해서는 6시그마 활동을 거의 중단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6시그마 프로세스를 R&D에 적용하고 이런 식으로 말할 순 없잖아요? ‘자, 발명이 뒤처져 있으니 기발한 아이디어 3개는 수요일에, 또 다른 아이디어 2개는 금요일에 내는 것으로 일정을 잡읍시다.’ 창조적인 일이 그런 식으로 일어나진 않으니까요.”

새로운 방식과 결부된 숨겨진 비용은 그것을 이행했을 때 회사의 핵심 목표가 바뀌는 경우 특히 증가한다(3M의 혁신 역량이 그랬듯이). 현재 조직의 실적이 좋다면 새로운 사업 방식을 도입하는 결정을 한 번 더 고민하라. 그러나 현재 회사가 곤란한 상황이라면 일시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다. 일례로 6시그마는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3M에 단기적으로는 올바른 처방이었다고 주장할 만하다. 맥너니가 회사에 취임했을 당시에 3M은 이익률은 물론 주가도 침체된 상태였다. 6시그마 덕분에 3M의 사업 효율성은 향상됐고 2005년 즈음에는 혁신에 집중할 여유도 되찾게 됐다.

마지막으로 염두에 둘 것은 최고의 모범 사례조차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업 방식이 널리 유행하면 할수록 이를 채택하는 회사의 실적이 경쟁사를 추월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런 역학은 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미식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빌 월시(Bill Walsh)가 1979년에 미국 미식축구연맹(NFL)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수석 코치가 됐을 때 그는 소위 웨스트코스트 오펜스(West Coast offense)라는 혁신적인 공격 전술을 도입했다. 월시는 이 유명한 전술로 1981년과 1984년, 1988년 시즌에 팀을 슈퍼볼(Super Bowl)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물론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조지 사이퍼트(George Seifert) 감독 휘하에서도 슈퍼볼 우승컵을 두 번 더 차지했다. 하지만 다른 미식축구팀들이 빌 월시 감독 밑에서 일했던 코치들을 영입한 후 비슷한 기술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웨스트코스트 오펜스 전술이 보여줬던 뚜렷한 강점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와인 제조에서 마이크로 옥시저네이션 기술과 미식축구에서 웨스트코스트 오펜스 전술이 비슷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것이다.

결국은 소수의 조직만 활용하는 모범 사례를 조기에 찾는 게 관건이다. 일례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수합병 활동이 실패로 끝나는 반면에 단계별 투자(staged investment)로 알려진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단계별 투자는 사업체를 궁극적으로 매입하기 전에 그 조직과 전략적 동맹관계에 들어간다. 이런 경영 전술은 회사를 잘못 인수할 확률을 현격히 낮추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인수 회사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단계별 투자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창출 프로세스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단계적 투자를 채택할 경우에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꽤 많다.

다른 많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범 사례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중용이 필요하다. 어떤 방식을 이행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도 현실적으로 정해야 한다. 올바른 모범 사례로 조직의 성과를 향상할 수 있지만 모범 사례 하나로 당장 탁월한 회사가 될 수는 없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8년 봄 호에 실린 ‘Why Best Practices Often Fall Short’을 번역한 것입니다.

제롬 바르텔레미

제롬 바르텔레미(Jérôme Barthélemy)는 파리에 있는 ESSEC 경영대학원의 전략과 관리 교수다. 그가 집필한 『기업의 경쟁력을 촉발하라(Libérer la Compétitivité, 2016)』는 프랑스에서 2017년 최고의 경영학 서적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9325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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