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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동원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저성장기에 수출입 물류 확장 돌파구! 과감한 M&A로 ‘글로벌 동원’ 날개 달다

정호상,조진서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동원그룹은 2017년 2월 물류회사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했다. 물류산업이 침체된 와중에서도 인수 첫해 매출 7% 성장을 이뤄냈다. 이 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그룹 차원의 성장 & 리스크 포트폴리오 보완: 모회사인 동원산업의 참치 사업 의존도와 매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물류사업 확장에 꾸준히 투자.
2) 재무 부담 최소화: 1차 공개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유찰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재빠르게 단독 협상에 돌입해 가격을 낮춤. 인수 후에는 기존 사업 연관성이 적은 여객(고속버스, 렌터카) 부문을 신속하게 정리해 채무를 줄임.
3) 적극적 PMI: 모그룹 조직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집체 교육, 온라인 교육, 독서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포지티브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노력에 대해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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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만동에 있는 동부익스프레스의 컨테이너 터미널.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생긴 세관 검색대 사이로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간다. 검색대 너머엔 넓은 컨테이너 야적장이 펼쳐져 있고 부두에는 20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크레인 일곱 기가 따뜻한 겨울 바다 위로 두 팔을 내밀고 있다. 월 100척의 컨테이너선과 8만 개의 컨테이너(TEU)를 처리할 수 있는 중형 부두다.

최근 몇 년간 세계 해운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는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는 2014년 경영권이 프라이빗에쿼티(PE)펀드에 넘어갔다. 특히 2015년 인수를 희망했던 현대백화점그룹과의 협상이 깨지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동원그룹이 나타났다. 동원은 인수협상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인 2016년 12월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듬해 2월 경영권을 넘겨받고 컨테이너 터미널 등에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 현장 직원들의 사기가 살아났다.

인수 후 재무 실적은 어떨까. M&A의 성공 혹은 실패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동원그룹 합류 이후 동부익스프레스의 첫해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2014년 이래 내림세였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모두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주력 사업인 물류 부문은 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7% 성장했다. (표 1) 시장 포화상태라는 물류산업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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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은 새로 가족이 된 동부익스프레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산, 식품포장재 사업이 주력인 동원그룹은 1990년대 후반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물류 사업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소비재 제품의 국내 유통물류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항만과 해운, 육송, 철도 사업의 경쟁력을 더해 명실상부한 종합 물류업체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모회사인 동원산업의 연결 매출과 연결 영업이익은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덕에 큰 폭으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1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기대가 크다. 물류 사업을 키워서 기존 사업과 균형을 맞추면 경기변동에 덜 노출된다는 계산이다. 동원산업이 집중해온 원양어업은 어획량과 어획물의 국제시세,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운이 좋으면 수백억 원의 흑자가 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큰 폭의 적자를 보는 것도 순식간이다. 반면 물류사업은 큰 이익을 보기는 힘들어도 매출의 대부분이 장기 계약이라 변동성이 작다. 수산업이 어려운 사이클이 올 때 물류업이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동원산업 물류담당 부사장을 맡다 2017년 2월 인수와 함께 동부익스프레스 CEO로 부임해온 김종성 대표이사는 이 점을 가장 강조한다. 그는 “물류사업은 낮은 투자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상당히 안정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래서 물류가 동원그룹의 효자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는 과연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조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먼저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고, 동원산업의 물류 비즈니스 역사의 맥락에서 이번 인수의 시사점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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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deal)의 기술, 2016년의 협상

동부익스프레스는 1971년 동부고속운수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전통 있는 물류/운송 업체다. 한때 계열사인 동부건설에 흡수된 적도 있었지만 2011년 물적분할돼 다시 독립했다. 고속버스 사업으로 시작해 육로 화물운송, 항만운영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원그룹에 인수되기 전 2016년의 매출은 약 7073억 원, 영업이익은 369억 원이었다.

동부그룹은 재무 사정이 악화돼 2014년 5월 동부익스프레스를 금융투자가에게 매각했다. 매수자는 KTB프라이빗에쿼티와 큐캐피탈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 디벡스홀딩스유한회사였고, 가격은 3100억 원이었다.

M&A 시장에서 활동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매수한 기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되판다. 기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기업가치를 올려서 매각차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해가 갈수록 투자의 기회비용이 올라가므로 한 회사를 5∼10년 이상 계속 소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디벡스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12월, 동부건설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동부익스프레스를 재인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되자마자 디벡스는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물류사업도 튼튼했지만 알짜 자산들도 갖고 있었다. 먼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지분 11.1%가 동부익스프레스의 소유였다. 당장 현금화하기는 어렵지만 장부가로만으로도 1300억 원에 달하는 든든한 재산이다. 또 차량 운송 면허도 있다. 한국에서는 택시 면허와 마찬가지로 화물트럭 역시 면허 숫자가 정부 규제에 의해 제한돼 있다. 2.5톤 트럭 기준으로 면허 1개당 약 3000만 원에 시가가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면허트럭이 약 1000대이므로 그것만으로도 약 300억 원의 가치다.2  그리고 가장 오래된 사업인 고속버스(여객) 역시 캐시카우다. 동부는 주로 동해안권을 운행하는 노선을 갖고 있었다. 큰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거의 매년 흑자를 안겨주고 동시에 기업 브랜드 가치도 높여주기 때문에 매수 후보자들의 눈길을 받았다.

장이 열렸다. 입찰은 2015년 내내 진행됐다. 동부익스프레스는 당시 종합 물류업계 3위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물류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던 동원그룹 역시 후보 중 하나로 꼽
혔다.

동원그룹은 자체 식품사업의 유통물류로 시작한 물류사업을 1990년대부터 점차 확장해가며 다른 기업의 유통물류도 대행해주는 ‘3자 물류(3PL, 3rd party logistics)’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의 기회도 엿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사업을 접긴 했지만 2007년 KT로직스택배와 아주택배를 인수해 택배사업을 타진한 적도 있었다.

또 그룹 차원에서의 M&A 경험도 많았다. 2008년에는 세계 1위 참치캔 업체인 미국 스타키스트를 인수했고,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2012년), 한진피앤씨(2013), 테크팩솔루션(2014), TTP(2015), MVP(2015) 등 다양한 포장재 기업들을 인수했다. 또 식품회사인 동원F&B 역시 금천(2015), 더블유푸드마켓(2016) 등 업계 기업들을 인수한 바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M&A에 대한 그룹 차원의 노하우가 축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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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2015년 당시 매물로 나온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만한 동기와 역량은 충분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당시 동원산업의 물류담당 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하던 김종성 현 동부익스프레스 대표는 “(전 주주가) 홍보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동부익스프레스의 실제 가치보다 많이 부풀려진 것 같았다. 최소 8000억 원에서 1조 원에 팔릴 거라는 얘기가 돌았다. 입찰에 들어가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6000억 원 이상은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 정도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한다.

동원은 일단 입찰에서 발을 빼고 상황을 지켜봤다. 당시 동부익스프레스뿐 아니라 다른 물류 업체 A사도 인수 검토 대상이었으므로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A사 역시 PE펀드 소유였고 예상 가격은 동부익스프레스보다 낮았다.

이런 업계 분위기에서 동부익스프레스의 공개입찰은 흥행에 실패했다. 동원뿐 아니라 다른 잠재 후보들이 모두 높은 가격에 주저한 것이다. 오직 현대백화점그룹만이 2015년 9월 4700억 원을 제시하며 단독 입찰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스를 소유한 PE펀드와 현대백화점그룹의 협상은 두 달여 만에 종료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11월 금융감독원 조회공시 답변으로 “가격 및 세부 조건에 대해 협의하였으나, 이견이 있어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의 단독 입찰 및 협상 결렬은 동부익스프레스를 소유한 펀드와 임직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었지만 M&A 호가에 끼어 있던 거품을 제거해주는 계기가 됐다. 루머로 돌던 1조 원은커녕 그 절반 값에도 매수자가 나오지 않는 걸 본 경제신문들은 ‘업계 분위기를 볼 때 매각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기 시작했다. 상황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매도자를 대표하는 KTB프라이빗에쿼티는 2016년 6월 대표까지 교체했다. 그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PE펀드는 자신들만의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은행, 보험사 등 ‘전주’들의 돈을 받아 투자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적을 보여줘야 했다.

그때 동원이 움직였다.

“4000억 원 후반대 금액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동부익스프레스가 당시 매물로 나온 마지막 물류회사였는데, 이걸 하지 않으면 물류사업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현대백화점의 단독 입찰 덕분에 매수가가 4700억 원까지 내려갔으니 이제는 용기를 낼 만했다.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매수 희망자를 배제하는 배타적 협상이라는 조건으로 2016년 9월부터 딜이 시작됐다.

그런데 또 다른 이슈가 발생했다. 2016년 12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류기업이었던 한진해운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설마 했던 일이었다. 물류와 해운업계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기업인이 쇼크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인 불안 요소도 커지고 있었다.

애초에 양측은 M&A 업계 관례에 따라 처음 제시했던 4700억 원에서 5%까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따라서 하한 범위는 4465억 원이었다. 동원이 새롭게 제시한 4200억 원은 이 범위를 벗어났지만 디벡스 측은 결국 12월 중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만큼 한진해운 파산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다시 해를 넘기거나 매각이 실패한다면 그때는 정말 매수자를 찾기 어렵겠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동부익스프레스는 동원그룹 식구가 됐다. 동부그룹을 떠난 지 2년 7개월 만이었다.

물론 매도자인 디벡스 입장에서도 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다. 3100억 원을 투자해 약 1100억 원의 이익을 남겼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약 11%의 이익률이다. PE 업계 기준에서는 높은 수익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조달 비용, 리스크 비용, 법무와 기타 행정 비용 등을 고려하면 말이다. 하지만 매물인 동부익스프레스의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 해운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그 정도 가격이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동부익스프레스 직원들 역시 동원그룹을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어차피 PE펀드의 손에 오랫동안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기왕이면 동원그룹처럼 장기적으로 물류 분야를 키우려는 계획이 있는 회사가 인수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반갑다면 반가운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1차 매각 실패 이후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펀드가 소유한 동안, 신문기사에 어느 회사가 우리를 살 거라는 말만 자꾸 나올 뿐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피로감이 높아졌고 붕 뜬 기분이었습니다. 인수가 결정되고 나니 그런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HR팀 김태윤 대리의 기억이다.

노조와의 협상에 따라 직원 1인당 수백만 원, 합계 약 50억 원의 직원 위로금이 지급됐다. 이 돈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함께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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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은 왜 물류회사를 샀을까

그렇다면 동원그룹은 왜 동부익스프레스를 샀을까. 다시 동부익스프레스 김 대표의 말을 빌린다. 그는 물류 분야 전문가다.

“크게 보면 기업이 M&A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일반적으로는 시너지를 본다. 두 개 회사를 합해 기존 사업에 도움이 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시너지보다는 퍼즐 맞추기 같은 상호 보완 효과를 봤다. 동원의 기존 물류사업은 소비재 중심의 3PL 물류, 특히 국내 물류에 한정돼 있었다. 이에 비해 동부익스프레스는 항만 하역과 수출입 물류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고, 그것이 앞으로 국제적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동원은 콜드체인 물류가 강하니 동부익스프레스와 함께 냉동 컨테이너 물류를 한다면 신뢰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서는 배경 설명이 좀 필요하다. 잘 알다시피 동원은 식품이 주력이다. 특히 참치가 유명하다. 2001년 설립된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정점에 있고 그 아래 상장기업인 동원산업(수산물과 물류), 동원F&B(가공식품), 동원시스템즈(식품 포장재) 등의 자회사가 있다. 한때 증권사를 인수하며 금융사업에도 발을 들였던 적이 있지만 금융 관련 사업은 2003년에 완전히 계열 분리됐다.3

그룹의 맏형 격인 동원산업만 놓고 보면 2017년 기준 참치 관련 사업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4  그 나머지 40% 정도가 물류사업이다. 식품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유통비용을 줄이고 물류를 잘할 수 있을까’를 꾸준히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외부 물류까지 처리하는 사업으로 이어졌다.

동원 물류사업의 산증인이기도 한 김 대표와 물류운영팀장 김상협 부장의 설명을 통해 그 진행과정을 3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990년대 초반 1차 물류혁신 어젠다: 상물(商物) 분리

IT 시스템과 통합 물류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의 식품회사들은 대리점(영업소)에 제품의 유통을 맡겼다. 각 영업대리점이 창고를 운영하고, 영업사원이 트럭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며 판매하고 수금하는 이른바 ‘루트 판매’ 형태였다. 보따리상이다. 동원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참치통조림과 어묵, 게맛살, 냉동식품 등을 지역 영업사원들이 직접 배송했다. 매출이 커지고 영업활동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주문을 먼저 받고 물건을 나중에 배송하는 ‘프리세일(presale)’ 개념이 등장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영업사원이 판매와 수금, 물품 배송까지 함께 책임지는 구조라는 데는 차이가 없었다. 요즘도 우유 대리점 등 일부 산업은 이런 식으로 유통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지역 영업거점 책임자의 권한과 권력이 막강하다. 영업현장에 밀착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본사에서는 영업소 장부를 세밀히 들여다볼 수 없다.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영업소에서 분기별 ‘밀어내기’ 등으로 영업하는 것을 적발할 수 없다. 중앙 차원에서의 물류관리, 재고관리도 어렵다. 한 지역에선 물건이 모자라고 옆 지역에서는 물건이 남아돌아도 서로 교환이 힘들다. 이렇게 낭비와 중복, 정보의 단절로 인한 비효율이 전사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동원산업은 1992년부터 1995년 사이 ‘상물분리’ 작업을 진행했다. 돈의 흐름인 상류(商流)와 물건의 흐름인 물류(物流)의 분리라는 뜻이다. 지역 영업사원은 영업만 하고, 상품의 보관과 배송은 본사 물류부서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반발이 많았다. 영업소 조직과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원산업 본사는 우선 지점별 재고조사를 시행했다. 예상했던 대로 지점마다 장부와 실제 재고물량 간에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로 하고 독립적 물류 정책을 시행했다.

상물 분리 작업에 3년간 당시 돈으로 250억 원이 투입됐다. 그룹 전체 한 해 매출이 5000억 원에 못 미치던 시절이다. 막대한 투자 끝에 물류 전문 조직이 회사 내에 만들어졌고 35개였던 영업장이 10개로 광역화됐다. 각 영업지점 소속이었던 창고관리자, 배송기사들 수백 명이 본사 물류부서 직속으로 신분이 변경됐다. 냉장과 냉동식품을 보관, 배송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며 이 모든 것을 운영하는 전산 시스템도 완비됐다. 당시 식품뿐 아니라 소비재 업종 전체로 봐도 가장 선진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동원산업은 1995년 건설교통부가 제정한 제1회 물류대상을 수상했다.5

2. 1990년대 후반 2차 물류혁신 어젠다: 공동 물류

그다음 단계는 공동 물류였다. 1차 상물분리 작업을 통해 매출 대비 운송비를 6%대에서 4%대로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여러 식품 및 생활용품 회사들의 물류를 한 번에 처리하는 공동 물류 사업의 진행을 추진했다. 어차피 같은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로 배송한다면 10개 회사가 트럭 1대씩 보낼 것이 아니라 트럭 1대에 10개 회사 물량을 모아서 보내자는 것이다.

동원산업의 주도하에 삼양사, 애경산업, 대한통운, 그리고 일본 미쓰비시(IT 시스템과 물류센터 운영 파트너)가 참여해 컨소시엄이 만들어졌다. 합작법인 이름은 ‘Retail Support Korea’를 줄인 ‘레스코(Resko)’로 정해졌다. 설립 준비 과정에서 견학을 갔던 일본의 물류회사 이름이 RSI(Retail Support International)라는 데 착안했다. 레스코는 1998년 3월 경기도 양지에 1호 물류센터를 열었다. 1차 상물분리 혁신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한국 소비재 업계에서 최초로 진행된 다자간 공동 물류 사업이었다. 지분은 동원이 34%로 가장 많이 가졌다. 주주총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막을 수 있는 3분의 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항상 현실이 사업가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제1 물류센터를 준비하는 동안 한국 경제에 대한 IMF의 관리체제가 시작됐다. 2호, 3호 물류센터를 지으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주주사들 간의 입장 차이도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됐다. 1대 주주인 동원은 모든 물류기능을 레스코에 맡겼지만 다른 주주사들은 동원보다 조심스러웠다. 그들은 물류의 일부만을 레스코에 맡기고 나머지는 예전처럼 자사 내에서 처리했다. 그래서 A회사에서 레스코로 발령받아온 직원이 A회사에 가서 ‘제발 물량 좀 우리에게 달라’고 어제의 동료들에게 영업을 하는 일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결국 내외부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동원산업은 2006년 1월 파트너사들의 지분을 모두 자사의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로 인수해 레스코를 흡수 합병했다.

3. 2000년대 3차 물류혁신 어젠다: 3자 물류

다자간 공동 물류 사업은 접었지만 레스코의 설립과 흡수 과정을 통해 동원산업은 자연스럽게 3자 물류산업에서 성장 기회를 잡게 됐다. 창립 초반에는 출자한 3개 사의 물류만을 처리하던 레스코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주주사들 외에도 다른 식품, 소비재 기업들의 제품도 유통해주기 시작했다. 2006년 레스코가 동원산업으로 흡수 합병된 후에도 자체적인 영업조직을 강화해 고객사를 늘려나갔다. 이른바 3자 물류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이다. 레스코라는 사명은 사라졌지만 대신 로엑스(LOEX·logistics expert)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경제는 활황세였다. 로엑스의 매출도 꾸준히 커졌다. 이전에도 운송, 배송을 해주는 물류 전문 업체는 물론 많았다. 하지만 동원산업 로엑스는 창고 보관과 운송까지, 소비재 제조업체를 위한 토털 물류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3PL 사업모델은 한국 최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는 2011년 또다시 국토해양부 주최 한국물류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2017년 기준, 로엑스의 3PL 비중은 63%까지 커졌다. 나머지 37%만이 동원그룹 내부 물량이다. 고객사는 약 500여 곳에 달한다. 그중엔 진주햄, 한성기업 등 일부 품목에서 동원산업과 경쟁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판매에서는 경쟁 관계라도 물류 관리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객사의 신뢰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또, 다루는 품목도 식품과 생활용품 위주에서 가전과 화장품까지 확대됐다. 물류 창고와 냉동 창고가 전국 곳곳에 신설됐다. 현재 3PL 사업에 있어 최대 경쟁자는 CJ그룹의 CJ대한통운이다. 단 저온물류에서는 경쟁자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4. 2017년 이후 종합물류회사로

지금까지 보았듯 동원그룹의 물류사업은 자사의 제품을 유통하기 위해 시작했으나 점차 기능이 확대되며 3자 물류의 비중이 커졌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소비재 제품의 국내 유통뿐만 아니라 항만과 해외 운송까지 포괄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동원그룹의 큰 그림이다.


인수 후 조직 통합(PMI)

2016년 12월 마침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계약서에 서명하고 2017년 2월 초 새로운 경영진이 부임했다.

흔히 M&A의 성공 여부는 딜 자체가 아니라 딜 이후의 조직 통합 과정(PMI·post-merger integration)에서 갈린다고 말한다. 남녀 간의 결혼에 비유되기도 한다. M&A 경험이 많은 동원그룹도 어제까지 남이었던 사람들이 하나가 돼야 하는 PMI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직원들 사이엔 3년 가까이 이어진 매각과정 동안 다소 지쳐버린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PE펀드 측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신사업도 추진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다. 새 경영진은 이런 분위기를 추슬러야 했다.

“아무래도 조직문화가 어려웠다. 다른 문화에 속해 있던 직원들이 하나의 문화로 편입돼야 하니 PMI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능력은 우수하지만 3년 가까운 M&A 과정에서 겪은 불안정성과 투자의 부재로 인해 업무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것, 그리고 사내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의 그의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조직문화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랐을까? 대체로 물류는 남초 업계다. 일이 거칠고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있다. 같은 업종 사람들이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회사 간 차별점이 있었다.

김 대표가 보기에 여객 사업에서 출발한 동부그룹은 안정 지향적이고 직원들 자율에 맡기는 문화가 있던 반면 동원그룹은 원양어업에서 출발했으니만큼 다른 물류기업들에 비해 목표 지향적, 성과 지향적인 문화가 있다. 뱃사람들에게는 보합제(步合制)라는 전통이 있다. 배가 항구로 돌아올 때마다 총수입에서 경비를 제한 순수입에서 일정한 비율을 떼어 선장부터 말단 선원까지 모든 선원들이 각자의 몫을 나눠가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아무리 관리가 철저한 회사라 하더라도 배가 일단 바다로 출항하면 그다음부터는 선원들을 일일이 관리할 수가 없다. 선원들 스스로 열심히 고기를 잡게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긴 제도가 보합제다.

동원그룹은 현재도 선원들에게는 보합제를 적용하고 있고, 일반 임직원들은 보합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입에 꽤 큰 차이를 가져오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동부익스프레스에도 이런 제도가 적용됐다. 모든 임직원은 각자 KPI(key performance index) 지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게 됐다. 임원은 매출, 이익, 인재 육성 방식 등 IPM(individual performance measure)이라는 정량적, 정성적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다. 보고서에도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직원들에게도 3등급 인센티브제가 적용됐다. 과거 동부 시절에는 없었던 제도다.

이렇게 회사가 성과 지향적인 경영을 강조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표 1]에서 보듯 실제로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큰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기업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기보다는 동원그룹에 들어와서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니까 그만큼 일도 늘어난다는 느낌이었다. 인센티브제가 생긴 것도 좋았다. 과거에는 이런 동기부여 제도가 없었다.” HR팀 김태윤 대리의 설명
이다.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는 동원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분단가’ 개념이다. (그림 2) 경영진은 사원들이 쓰는 인트라넷 초기 화면에 직원 각자가 자신의 시간당 인건비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메뉴를 띄웠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인 사람이라면 회사 입장에서 그 사람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는 사무실 임차료, 보험료, 퇴직금 등을 더해 약 2배인 1억 원이다. 그것을 52주 5일 근무로 나누면 하루 인건비가 38만4615원으로 계산된다. 시간당 단가는 약 
4만8000원, 분당 단가는 800원이다. ‘지금 네가 쓰는 1분, 1분마다 800원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임원이라면 각종 유지비가 더 들기 때문에 연간 인건비가 연봉의 3배가 돼 분단가 역시 그만큼 높다. 다른 조직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관행인데 이는 보합제라는 동원 특유의 인센티브 구조와 연계해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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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문화적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여러 PMI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우선 동부익스프레스 전 직원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장호원에 있는 동원그룹 연수원 ‘리더스 아카데미’에 1박2일간 입소했다. 동원 정신과 동원 문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졌다. ‘열성, 도전, 창조’라는 그룹의 슬로건과 ‘원칙을 철저히, 작은 것도 소중히, 새로운 것을 과감히’라는 행동 규범에 대한 강의도 했다. 저녁식사는 그룹의 상징인 참치회였다. 계열사인 동원홈푸드에서 전문 셰프가 연수원을 찾아와 현장에서 참치 해체를 보여주고 다 함께 나눠 먹음으로써 동원그룹의 구성원이 됐다는 자부심을 심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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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돌아와서는 동원그룹의 인재 교육, 관리 시스템을 이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항상 학습하는 조직, 학습 결과를 공유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제도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회계를 중시하는 동원그룹 분위기에 따라 전 사원이 의무적으로 온라인 재무회계 과정 교육을 수강했다.

독서클럽도 연 4회 의무적으로 진행됐다. 역시나 성과와 실적, 혁신을 중요시하는 책들이었다. 도서 리스트는 [그림 3]과 같다. 직원들이 동원그룹의 조직문화에 흡수되는 과정에서는 행운도 따랐다. 우연히도 동부익스프레스와 동원그룹의 연봉 수준이 비슷했다.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것 외에는 큰 조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불필요한 마찰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신입 대졸 사원들도 배치됐다. 동부그룹 소속일 때는 동부의 대졸공채에서 채용이 됐지만 PE가 운영하는 2년 반 동안은 기수 개념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2017년 동원그룹 대졸 신입사원 32기 중 동부익스프레스에 지원한 10명이 들어왔다. 지원자가 무려 1000명 이상이었다는 것이 물류운영팀 김상협 부장의 설명이다. 새로운 피가 들어오며 조직의 활기가 더해졌다. 사무실은 서울역을 떠나 동원그룹이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으로 이전했다.

마지막 남은 이슈는 회사의 이름과 로고였다. 동부라는 이름이 물류 업계에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기에 일단 로고만 교체하고 사명은 그대로 남겨뒀다. 이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랄까, 두 회사의 로고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명에 대해서 회사 측은 앞으로 몇 년 정도는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조직구조 변경과 자산 매각

조직문화 차원의 PMI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조직개편과 구조변경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우선 8개였던 지역 지사를 6개로 통합했다. 국내 물류본부와 국제 물류본부를 하나의 본부로 통합했으며 팀 수도 
17개에서 13개로 줄였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쪼개면 쓸데없는 비용이나 분열 등이 생길 수 있다. 좀 더 넓게 보자고 했다. 또 지역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지사 체계를 바꾸는 게 맞다고 봤다.” 김종성 대표의 말이다. 부산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처럼 추가 투자가 집행된 부분도 있다. (DBR mini box ‘컨테이너 항만 운영 효율화’ 참고.) 당장 이익은 나지 않지만 향후 성장성을 볼 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DBR mini box 
컨테이너 항만 운영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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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옆 감만동에 있는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동부익스프레스의 자회사다. 2016년 말 기준 자산은 약 360억 원, 매출은 약 480억 원이며 약 17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컨테이너터미널은 동부익스프레스가 지난 2000년 부산항만공사로부터 5석짜리 컨테이너터미널 30년 운영권을 획득하며 세운 자회사다. 대만의 에버그린해운과 손을 잡았다. 동부익스프레스가 65%, 에버그린이 35%의 지분을 갖는 조건이었다. 2016년의 적자는 해운산업 불황과 항만시설 간 경쟁 격화 때문이다.

이런 실정 때문에 처음 동원그룹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타진할 때는 터미널 사업을 접는 것도 고려했지만 실사 이후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심지어 에버그린의 지분까지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운영 효율 향상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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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는 컨테이너터미널의 관리부서와 회계부서 등을 동부익스프레스 부산지사와 별도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에버그린의 지분 때문이었다. 이제는 두 조직을 함께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컨테이너터미널의 야적장과 동부익스프레스 육상운송 부문의 창고시설 등 물류 인프라를 두 법인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공유할 수 있다. 인사조직 측면에서도 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 동원그룹 인수 이후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대표이사직은 동부익스프레스의 부산지사장이 겸직하게 됐다. 동시에 항만 하역 장비에도 신규 투자를 늘리고 있다. PE펀드 경영 중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예 정리한 사업도 있다. 동원산업의 물류사업과 큰 관련이 없는 여객 고속버스 부문과 렌터카 부문이다. 이 중 렌터카 부문은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서 쉽게 매각을 결정했다. 사업 양도 방식으로 2017년 9월 일본의 오릭스캐피탈이 가져갔다.

고속버스 부문 매각은 조금 복잡했다. 고속버스는 1971년 동부익스프레스 설립 당시부터 쭉 해오던 사업이다. 상징성이 있다. 동원 하면 참치가 떠오르듯이 동부 하면 고속버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많지는 않아도 이익이 꾸준히 나는 분야였다. 고속버스는 적자가 날 경우 정부에서 요금 인상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는 렌터카 사업과 마찬가지였다.

또 동원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속버스 부문의 매각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고속버스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만 했다. 이 부문은 동부고속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팔기로 했다. 안정된 흑자 사업인지라 여러 매수자가 입찰했고 2017년 11월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키움증권과 코리아와이드의 컨소시엄이 인수해 갔다. 코리아와이드는 예전의 경북고속으로, 대구를 중심으로 한 고속버스 회사다. 이들은 버스기사를 포함해 동부고속 전 직원들을 데려갔다(버스기사를 제외한 사무직 직원의 수는 원래 많지 않았다).

연합인포맥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렌트카 매각은 397억 원, 동부고속 매각은 887억 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동부익스프레스와 동원그룹은 두 건의 매각을 통해 1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얻어 인수에 들어갔던 재무적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또 동부고속이라는 전통의 브랜드도 살아남게 됐고, 직원들도 일자리를 지켰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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