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비즈니스 성공 모델
Article at a Glance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외면했던 고객 가치를 혁신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자기만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새로운 시장 니즈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방법도 창의적이었다. 원더스는 퀵서비스에 택배 물류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뤼이드는 토익 수강생을 위한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매스프레소는 독서실과 고객 가치를 공유했다. 브리즘은 2D 사진들로 온라인상에서 입체적인 쇼핑 경험을 구현했다. 어메이저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배틀 구도를 도입했다. 이들의 창의성은 고객 가치를 포착하거나 창조하고, 널리 전파하는 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에서 빛을 발했다.
스타트업의 성패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창업가의 신기술이나 아이디어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시장이 선택하는 것일까. 야심만만한 창업가들은 자기들만의 독창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존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과도한 낙관주의는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가리는 ‘덫’이 돼 창업가들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그 부작용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팽창했으나 질적 수준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2016년 신설 법인은 9만6000개로 2011년 6만5000개에서 50%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생존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신생 기업의 1년 평균 생존율은 62.4%, 2년 평균 생존율은 47.5%에 불과했다. 스타트업의 절반이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고 있다는 얘기다.1
국내 많은 창업가들은 실패 원인으로 정부 규제, 열악한 투자 시장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을 꼽아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아이디어의 사업성 분석이 미흡한 상황에서 창업해 불완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해 실패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2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 또한 약 18년 동안 연쇄 창업가로 살아오면서 많은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싸늘하게 버림받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우연히 떠오른 작은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일도 경험했다. 이를 통해 그가 얻은 교훈은 결국 아이디어의 성공은 내가 아닌 ‘시장’이 결정한다는 진실이었다.
물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는 중요한 불씨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산업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시장의 새로운 니즈와 연결돼야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미국의 몰락한 101개 스타트업이 실패 원인을 심층 분석한 결과 42%가 ‘시장 니즈 없음’을 꼽았다. 실패한 창업가들은 자신들이 흥미로워하는 문제 해결에만 천착한 나머지 시장 니즈를 외면했다.
반대로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시장의 새로운 니즈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3
을 내놨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시장의 첫 선택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음에서 5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최근 1년 새 고객 수, 매출, 고객 가치 같은 양적 지표가 눈에 띄게 성장한 스타트업 중에서 특히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점이 돋보이는 5개 기업을 업종 다양성을 고려해 선별했다. 외부 투자 유치 여부는 보조적인 지표로만 참고했는데 자본시장에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고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원더스, 운영혁신과 획기적 원가로 퀵서비스 재편
대부분 업계에서는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과거 콜택시 서비스는 중앙 서버와 콜센터를 설치하고 택시마다 단말기를 설치해서 서비스를 해왔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카카오택시는 이런 표준화된 운영에 반기를 들었다. 중앙 서버나 콜센터 없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콜택시 서비스를 제공했고,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기존 방식의 콜택시 서비스를 업계를 재편했다. 이처럼 운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가 창출된다.
혜성같이 등장한 퀵서비스 스타트업 원더스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회사는 서울에서 거리와 상관없이 단돈 5000원에 3시간 이내 배송을 해준다. 기존 퀵서비스는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에 따라 많게는 수만 원의 요금을 받는 데 반해 원더스는 거리와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 5000원을 받는다. 어떻게 기존 퀵서비스 업체와 똑같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을까.
기존 퀵서비스 업체들이 출발지에서 배송지까지 ‘Point to Point’ 이동 방식을 쓰는 것과 달리 택배 산업에서 사용되는 ‘Hub&Spoke’ 방식을 과감하게 적용한 덕분이다. 중간에 거점 물류 노드를 정해 다량 집하, 다량 배송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Hub&Spoke’ 방식은 DHL 같은 대규모 물류 업체들이 활용하고 있었지만 퀵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었는데 원더스가 업계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던 비결은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특정해 그에 최적화된 운영 혁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원더스가 주목한 고객의 니즈는 ‘택배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 안전하게 물건을 배송받는 것’이었다. 기존 퀵서비스는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싼 데다 서비스의 질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원더스는 배송비를 5000원으로 통일하고 오토바이로 반나절 안에 배송한다는 목표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했다.
가격뿐 아니라 라이더 서비스 부문에도 혁신을 일으켰다. 다른 퀵서비스 회사에 없는 월 270만 원 고정급의 전속 라이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고객의 퀵서비스 경험에 대한 만족도가 극대화되려면 고객과의 가장 접점에 있는 배송 직원의 직업 만족도부터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더스 라이더는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받으며 전용 유니폼을 입고 소속감을 다진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기존 퀵서비스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친절한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게 됐다.
퀵서비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창업 1년 만에 40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해 월 매출액이 2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에서 1곳으로 시작한 거점 물류센터도 역삼, 구로, 마포, 을지로, 용산 등 5개 지점으로 늘어났다. 다양한 샘플과 소재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패션업계를 포함, 퀵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사들이 기존 업체에서 빠르게 이동해왔다.
새로운 고객 가치가 창출되자 기존 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던 비고객 기업까지 끌어들였다. 국내 최대 택배사인 한진택배와 제휴해 당일 택배 서비스인 파발마 배송 물량도 위탁 처리하게 됐다. 렌즈 전문 배송기업인 ‘바른배송’도 인수해 특수 배송 영역에도 진출했다. 택배 물류만 이용하던 온라인 상거래 기업들도 원더스를 통해 3시간, 당일, 지정일, 모아 받기 같은 다양한 배송 옵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원더스는 택배 물류 배송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퀵서비스 고객에게 5000원 단일가와 전속 라이더 서비스라는 경쟁력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고객 니즈를 포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퀵서비스 고객의 가치를 혁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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