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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reativity Code

창의력의 비결은 '연결 코드'

박영택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의적 업적에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발견)가 자주 동반된다. 그러나 세렌디피티를 단지 우연이나 행운에 맡겨서는 창의력을 개발할 수 없다. 단선적인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야 세렌디피티와 조우할 확률이 높아진다. 외견상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요소를 ‘연결’해 연상하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은 단선적 사고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으로는 강제연결법이나 형태강제연결법 등이 있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불화살

1990년부터 공식 집계된 올림픽 개막식 방송 시청률 중 우리나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다. 이 방송의 시청률은 생방송과 재방송을 합해 52%로 국민의 절반 이상이 본 셈이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대 점화 장면은 특히 큰 감동을 줬다. 이전까지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 성화대 상단으로 올라가 불을 붙였으나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불화살을 쏴서 점화하는 기발한 방식을 도입했다. 장애인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안토니오 레볼로(Antonio Rebollo)가 어둠 속에서 수많은 관중들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불화살을 날려 성화대의 불꽃을 밝히는 순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장면은 최근까지도 올림픽 성화대 점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바로 직전 올림픽이었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이 같은 시도를 했으면 더없이 좋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특히 양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했으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대 점화와 우리나라 선수들이 독보적인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양궁을 ‘연결(connection)’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화대 점화와 양궁처럼 외견상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요소를 연결해 연상하는 것을 창의성 분야에서는 이연연상(二連聯想·bisociation)이라고 한다. 이 용어는 헝가리 태생의 영국인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가 만든 조어(造語)다. 쾨슬러는 <창조의 행위(The Act of Creation)>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연연상은 다양한 발명과 발견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사고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연상(association)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대상과 유사한 성질의 다른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연연상은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을 결부해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연연상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 bisociation은 서로 다른 두 개를 결부해서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association의 첫 글자 ‘a’ 대신 둘을 나타내는 접두사 ‘bi’를 붙인 것이다.

창의적 발상에서 전혀 다른 것을 결부하는 이연연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 단선적인 논리적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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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연결법


이연연상이 적용된 재미있는 예 중 하나는 약국처럼 영업하는 술집이다. 다음은 국내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1 



Pharmacy(조제실)라고 적힌 곳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들이 뭔가를 제조하고 있다. 여기저기 약 봉투가 흩어져 있고 적십자 표시가 있는 약병이 은은하게 빛난다. 홍익대 앞 R클럽 약국의 내부 풍경이다. 인테리어만 봐선 언뜻 약국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일정한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술집이다. 안주는 약 봉투에 담아주는 젤리가 전부다.



가게 주인은 “친구들과의 한 잔 술이 명약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약국 콘셉트의 술집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 술집은 이색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입소문이 났다. 지상파 방송과 일본·중국 매체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말에는 1∼2시간씩 기다려야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매출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술집은 간판을 내려야 할 처지다. 약국이라는 말이 포함된 상호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마포구청에 “해당 술집이 일반 약국과 혼동돼 약국의 이미지를 해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구청 측은 민원을 받아들여 13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술집 측은 “간판에 칵테일, 안주 등과 같은 표현이 병기돼 약국으로 착각할 일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등록된 약국이 아니면 약국과 유사한 명칭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송사(訟事)의 결말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송사의 결말과 상관없이 이 업소는 술집과 약국을 ‘한 잔 술은 보약’이라는 세간의 이야기를 매개로 연결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이와 같은 창의적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아이디어 발상법이 강제연결법(Forced Connection Method)이다.

예를 들어 목욕탕 욕조 개선을 위해 욕실 주변에 있는 물품들과 욕조를 강제로 결부해보면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그림 2)

● 선풍기+욕조 → 선풍기의 바람과 욕조의 물을 결부하면 욕조 내의 물이 소용돌이치는 월풀 욕조나 물속에서 뿜어 나오는 바람으로 인해 기포가 발생하는 자쿠지(Jacuzzi) 욕조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선풍기의 모터와 욕조의 물을 연결하면 목욕이 끝난 후 물을 빠르게 뺄 수 있도록 배수구에 모터를 장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 전구+욕조 → 욕조에 살균기능이 있는 적외선 발생기를 내장한다.

● 의자+욕조 → 노약자를 위해 욕조 내에 앉을 자리를 만든다.

● TV+욕조 → 욕실 벽면에 TV를 내장한다.

● 거울+욕조 → 욕조 내부를 거울로 만든다.

● 향수+욕조 → 욕조에 방향제나 샴푸 등을 내장한다.

● 화분+욕조 → 욕조에 담긴 물에 삼림욕이나 온천수 성분이 있는 첨가제를 넣는다.

● 일회용 컵+욕조 → 바캉스용 휴대용 욕조를 만든다.

● 슬리퍼+욕조 → 욕조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요철을 넣는다.

이처럼 강제연결법은 아이디어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 시스템과 별개인 외부 요소들을 강제로 결부하는 연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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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택

    박영택ytpark@skku.edu

    - (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단장
    - 영국 맨체스터경영대학원 명예객원교수
    -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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