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사모펀드(PEF) 투자로 ‘알짜기업’으로 변신한 삼양옵틱스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략
1) 높은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갖춘 경영진 선임해 핵심 사업에 집중
: 2013년 8월 삼양옵틱스를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황충현 현 삼양옵틱스 대표를 포함해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임원 출신 인재들을 핵심 경영진으로 영입. 이후 부가가치가 낮은 CCTV 렌즈 사업은 과감히 접고 전사 역량을 영업마진이 높은 카메라 렌즈에 집중.
2) 상품 기획력 강화해 고객 니즈에 맞는 신제품 개발
: 동영상 촬영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시장 트렌드 변화에 주목, 합리적인 가격대의 동영상 촬영용 DSLR 렌즈 제품군 확대. 2015년엔 영화 촬영 전문 렌즈 ‘Xeen’을 출시,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자나 아마추어 영상 전공자 등을 위주로 신규 수요 창출.
3) 글로벌 영업망 확충 통해 단기간 실적 개선
: ‘갑을’ 관계가 뒤바뀌어 있던 해외 판매대리점과의 관계 청산 및 공격적인 신규 거래선 발굴 통해 글로벌 영업망 개선. 2013년 VIG파트너스에 인수될 당시 12개였던 해외 거래선을 2014년 19개, 2015년 38개로 빠르게 확충.
전 세계 카메라 렌즈 시장은 독일과 일본 두 나라가 주도하고 있다. 독일은 대개 고품질, 고기능의 렌즈를 소량 주문 생산 방식으로 제작한다. 핵심 타깃 고객은 사진작가나 영화감독 등 전문가 집단. 렌즈 한 개당 최소 몇백만 원대에서 시작해 비싼 경우 수억 원대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일반 소비자 중심으로 카메라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해 왔다. 주로 수동초점(manual focus·MF) 렌즈를 제작하는 독일 업체들과 달리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자동초점(auto focus·AF) 렌즈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카메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삼양옵틱스(Samyang Optics)는 이 양대 광학 선진국의 틈바구니에서 국내 유일의 교환렌즈 전문 기업으로 당당히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업체다. 초정밀 광학 설계 및 기구 설계 기술, 렌즈 가공과 제조 기술은 물론 생산라인 전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카메라 본체 없이 렌즈만 제작하는 서드파티(third party) 시장에서 독일 칼자이스(Carl Zeiss), 일본 탐론(Tamron), 시그마(Sigma), 토키나(Tokina) 등과 함께 세계적인 교환렌즈 전문 업체로 꼽힌다.
특히 삼양옵틱스 렌즈는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삼자이스(삼양옵틱스의 첫 글자와 독일 칼자이스의 뒷 글자들을 합친 별칭)’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가성비가 탁월하다. 피사계 심도가 깊어 사진이 굉장히 선명하게 찍히는데도 가격은 독일제 MF 렌즈는 물론 어지간한 일본제 AF 렌즈보다도 30∼40% 정도는 싸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포지셔닝을 통해 삼양옵틱스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준(準)전문가나 사진 마니아 집단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약 9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어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이 더 높다.
현재 삼양옵틱스의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PEF)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당기순손실이 176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 2013년 VIG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정상화에 성공, 현재 연매출 628억 원에 196억 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31%)과 160억 원의 당기순이익(2016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변신했다. 지난 6월2일엔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시장에도 입성했다. 삼양옵틱스의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략에 대해 DBR이 분석했다.
상장폐지 위기에서 사모펀드에 인수1972년 설립된 삼양옵틱스는 과거 필름 카메라용 서드파티 렌즈 제작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다 1985년 카메라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1987년엔 유가증권시장에도 상장했지만 무리한 투자로 위기를 맞으며 결국 19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2000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 회사는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보안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며 재도약의 기회를 잡게 된다. 그동안 집중했던 일반 카메라 외에 보안용 CCTV 렌즈 제작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에 성공한 것. 하지만 기쁨도 잠시, 회사 주인이 수차례 바뀌며 또 다른 혼란이 시작됐다.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플랜을 갖고 커나가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2009년 이후엔 회사의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사업들에 진출하면서 부실이 쌓여갔다. 바이오, 전기차 등 소위 ‘증시 테마’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고, 택배·통신·금융 등 전통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지분 투자도 했다. 결과는 우울했다. 택배업체(손자회사)는 2013년 파산 신청을 냈고 통신업체(자회사)는 계속된 영업 적자에 허덕였다. 2012년 기준 삼양옵틱스가 582억 원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에 1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실이 무려 176억 원에 달했던 이유다. 급기야 이 회사는 회계감사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
1
을 받으며 2013년 3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또다시 위기에 빠진 삼양옵틱스는 결국 그해 8월 광학렌즈사업 부문만을 따로 떼어 VIG파트너스에 매각(680억 원, 지분 100%)했다. 옛 삼양옵틱스는 물적 분할한 신설 법인(현 삼양옵틱스)을 VIG파트너스에 매각한 후 유상 감자를 걸쳐 자진 상장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일견 문제가 산적해 있는 회사에 VIG파트너스가 투자한 이유는 삼양옵틱스의 광학사업 자체만 놓고 보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는 “기술 역량만 놓고 보면 최소 50개 카메라 렌즈는 내놓을 수 있는데도 기존 대주주의 무관심 탓에 당시 구비해 놓은 제품이 15개 정도에 불과했다”며 “경영 정상화 작업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면 상승 잠재력(upside potential)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잦은 대주주 교체로 경영이 불안정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하이브리드 비구면 렌즈를 개발하고 2008년 일안반사식 디지털 카메라(DSLR) 렌즈를 선보였을 만큼 저력이 있는 회사라는 점도 투자를 결정하게 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아웃(Buy-Out·경영권 매매) 거래마무리 전 경영진 내정 후 턴어라운드 계획 마련VIG파트너스는 삼양옵틱스가 광학렌즈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 및 매각 계획을 공시(2013년 5월16일)한 직후부터 최고경영자(CEO) 및 핵심 경영진 후보 발굴에 나섰다. 이철민 부대표는 “2013년 초부터 삼양옵틱스 인수를 검토하며 회계 실사도 했고 컨설팅 업체와 함께 인수 후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지만 무엇보다 중점을 뒀던 건 실제 회사 경영을 맡을 전문가를 찾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대규모 투자건 등 주요 의사결정을 제외하고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PEF가 아닌 경영진이 맡아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종 계약이 마무리되기 전에 CEO와 영업 담당 임원 등 핵심 경영진은 미리 정해놓는다는 목표로 전문가 탐색에 나섰다”며 “경영진 선임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미리 결정해 놓아야 신속하게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