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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쿵후

성공한 CEO도 사각지대는 있다. 그런데 그 사각은 누가 살펴주지?

파트리샤 지아노티,김호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솔직한 피드백 공유가 어려운 이유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잘난 척을 하고, 타인을 낮춰 자신의 우월감을 증명하고자 하는 리더의 자아도취적 성향 탓.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를 조직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해 건설적인 비판을 내놓는 직원들을 보상하기는커녕 처벌. 권력층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자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하며 솔직한 피드백 공유가 어려워짐.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질문법
이미 일어난 사건의 결과에 대한 반응을 구하는 ‘피드백(feed back)’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입장에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구하는 데 초점을 두는 ‘피드포워드(feedforward)’에 집중. 즉, 부하직원들에게 “내가 평소에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고 생각해요?”라고 묻기보다 “내가 앞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



할리우드 영화배우 샌드라 불럭(Sandra Bullock)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2009)’는 미식 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1985년 11월18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쿼터백이었던 조 타이스먼(Joe Theismann)이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순간 왼편 후방에 있던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의 로렌스 테일러(Lawrence Taylor)가 그를 덮친다. 테일러의 무릎이 타이스먼의 오른쪽 정강이(lower right leg)를 그대로 누르게 되고, 그 위에 또 다른 선수들이 올라탔다. 결국 타이스먼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앞날이 창창했던 미식축구 선수로서 커리어를 그만두고 스포츠 해설가로 전환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식 축구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오른손잡이 쿼터백의 좌측 후방을 보호하는 레프트 태클(left tackle)의 역할이 중요해지며 연봉이 팀 내에서 두 번째가 된 것이다. 리더 역할을 하는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blind side)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비극적 사건은 기업에서 일하는 리더에게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성공해 높은 직위에 있는 리더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는 사각지대가 있다. 사장이 임원들과 미팅을 진행하거나 직원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사장의 행동이나 태도를 관찰할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사장 자신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이다. 둘째, 믿을 만한 피드백은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운전할 때 위험 요소가 혹시 있는지 거울을 통해 확인하듯 리더로서 나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름이 보여주듯 사각지대는 스스로 발견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으려 하지 않거나 이에 관심이 없는 리더는 거울 없이 삶을 살아가거나 왜곡된 거울에만 자신을 비춰보는 것과 똑같다. 셋째, 누구에게나 사각지대가 있지만 지위가 올라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 사각지대를 방치할 경우 리더는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사업의 이익이나 조직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에서 사각지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은 결국 리더십의 실패로 이어진다. 훌륭한 리더십은 조직 내 열린 피드백이 오고 가면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힘과 권위를 갖고 있는 윗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솔직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확인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관리한다. 첫째, 결과(예: 실적, 수익 극대화)를 관리한다. 이를 위해 비용을 관리하고 고객만족 증대를 위해 노력한다. CEO를 위해 임원들이 할 일은 각자 맡은 주요 영역에서 CEO에게 직접적으로 피드백과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줄이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피드백들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놓여 있다. 두 번째는 위험을 관리한다. 리더는 비즈니스 프랙티스와 직원들을 개발하고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리더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낸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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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들이 이 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 관리 측면이다. 특히 리더의 성향이 조직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이러한 문화가 다시 사업과 리더십에 어떤 위험을 가져다주는지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이다. 첫째, 많은 리더들이 ‘열린 문화(open culture)’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솔직한 피드백을 왜 두려워하는지, 이러한 심리가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리더가 부하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이 특정 조직 문화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 경영진에게 피드백을 하는 것이 불복종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등을 리더가 성찰해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둘째, 조직 내의 유연한 문화와 경직된 문화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유연성의 연속체 모델(Continuum of Flexibility)’로 설명할 것이다. 필자들 중 한 사람인 지아노티 박사가 개발한 이 모델은 사각지대가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며 리더가 부하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에 활기를 유지하고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에 개방적이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리더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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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왜 어려울까?

“상사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하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움. 경영층에서 직원을 대하는 일부 태도는 보수적이다 못해 하인 취급일 수도 있음. 위에서 찍어 누르는 식의 지시나 성질대로 소리 지르는 임원들의 행태는 사라져야 함.”

위 내용은 국내 10대 대기업 전·현직 직원들만이 자신이 일했거나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무기명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한 기업 평가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2014년 9월19일)이다. 조직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그 조직의 회의실이다. 종종 TV에 비치는 청와대의 회의 모습이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원 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제일 높은 사람이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느라 바쁘다. 심지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CEO의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소통이 위에서 아래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닫힌 문화에서는 임직원들이 조직의 위험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이를 위에 전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에서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업들은 해마다 위기 상황에 처해 큰 대가를 치르곤 한다.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의 예방에서부터 위기 발생 후 관리까지 기업들은 실책을 반복한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고 나서 피해자인 직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대응으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사례나 2016년 갤럭시노트7 리콜 후 다시 내놓은 제품에서 여전히 문제가 발생해 결국 단종 사태에 이른 사건에서, 과연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을까? 이는 단지 특정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현상인데 한국의 경우 유교문화와 군대문화의 폐해가 더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CEO나 임원들은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이지만 모든 위험신호를 볼 수는 없다. 당연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된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CEO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이를 잘못됐다고 비난하기보다는 왜 리더가 솔직한 피드백을 꺼리는지 먼저 심리학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리더들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열린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그들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직원들은 그들의 상사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경우 자신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느낌보다는 무시당하거나 틀렸다고 비난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막스 베이저만(Max Bazerman) 교수와 IMD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왓킨스(Michael Watkins)는 공저 <예측 가능한 놀라움(Predictable Surprises)>에서 위험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문화에서는 위기가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위기 사건이 터지고 조직 문화에 대한 비판이 언론 등을 통해 나오게 되면 기업은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더 잘 기울이겠다고 한다. 대한항공도 사건 후 조직의 소통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건이 종료되고, 외부 관심도 사라지면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고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다. 이러한 패턴의 반복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은 경영진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들며 조직에 대한 열정이나 동기도 줄어들게 된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올라가고 더 큰 권력을 갖게 되면 아래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듣기가 점점 더 힘들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도전적이거나 반대 의견을 접하기 힘들어진다. 일반 직원들은 권력층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경영층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직원들이 안전성이나 잠재적인 윤리적 위험 등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는 직원들에 비해 조직 내에서 보상을 잘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직원들은 상사에게 피드백을 주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리더들의 사각지대는 점차 늘어나게 되며, 이는 더 큰 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주식시장 붕괴는 사각지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버블로 인해 발생한 사례다.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더 강해져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직원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조직 내 다양한 곳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기보다는 직원들이 큰 그림을 못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지시에 신속히 따라주기를 바란다.

한국의 리더는 직원의 솔직한 피드백을 종종 “(태도가) 부정적이다” 혹은 “충성도가 떨어진다”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버린다. 여기에는 한국의 수직적 문화도 한몫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 교사, 학교 선배 등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듣고, 조용한 것을 착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기보다 지위가 높거나 권위 있는 사람 앞에서 위축돼 의견 피력을 두려워한다. 이는 상사의 권위적 태도와 맞물리면서 수직적이고 닫힌 문화를 가속화시킨다. <컬처맵>의 저자인 에린 메이어(Erin Meyer)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부정적 피드백을 간접적으로 돌려서 전달하는 대표적 국가이며 상사와 부하 직원 간 심리적 거리가 멀고, 의사결정 역시 동의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top-down) 방식을 취하며, 상대방과 의견을 달리하는 상황을 주로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단어는 ‘적극적인(assertive)’인데, 이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는’이다. 이 개념은 ‘공격적인(aggressive)’ 것과 구분해야 한다. 공격적 성향의 사람들도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도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심리적 공간(psychological space)을 마련해주고, 잘 듣는다. 반면 공격적인 성향의 리더는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한다. 주변에서 공격적이거나 수동적인 타입의 리더는 비교적 쉽게 발견하는 한편 적극적이며 확신에 차 있는 타입의 리더는 그리 많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공격적이거나 수동적인 스타일 모두 심리적으로는 방어적이라는 것이다. 자기 의견을 확실히 하지 않는 수동적인 리더가 방어적이라는 것은 얼핏 이해가 가지만 공격적인 것이 왜 심리적으로 방어적일까? 공격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거나 자신이 틀렸다는 주장이 두려워 이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솔직한 피드백이 오가는 열린 문화가 아닌 닫힌 문화를 만드는 것은 리더의 나르시시즘과도 관련이 있다. 과도한 체면치레나 지나친 상승 욕구는 자아도취적 행동을 부추기게 되며 성격에 있어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권력은 심리적으로 매우 건강한 개인마저도 취하게 만든다. 높은 위치에 걸맞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에 대해 숨겨진 불안감이 있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잘난 척을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내면적 안정감이 없는 리더일수록 다른 사람을 작게 만들어서 자신의 우월감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로부터 수치심을 느끼고, 이를 자존감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한다. 달리 말하면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리더는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설적 피드백마저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는 우월감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기 위해 조직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엇을 개선하거나 수정하는 것보다는 자신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쪽을 택한다.

리더는 조직이라는 큰 시스템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그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리더는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식으로 보상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책임 구조를 만들며, 조직 내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고, 변화가 실행되는지에 본보기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 조직의 리더는 솔직하고 열린 피드백을 억제함으로써 닫힌 문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아니면 리더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대화를 하며 조직 내 피드백을 장려하는가”이다.

리더가 어떤 성향으로 열린 혹은 닫힌 문화를 만들어내는지를 판단하는 한 가지 방법은 리더가 조직 내에서 얼마나 주의 깊게 듣고 있는지, 피드백으로부터 나온 제안을 실행에 옮기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심각한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는 그 무엇도 ‘뚫고 들어가기 힘든(impenetrable)’ 것처럼 보인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슈가 제시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에게 부하직원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며, 특히 그의 신념이나 가정에 반대되는 이야기로 설득하기는 더욱 힘들다.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이나 기대치에 대해 매우 집요하다. 리더의 시각이나 전략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가 수정을 가할 수 없으면 조직은 닫힌 시스템이 돼 버린다. 요약하자면 나르시시즘 성향의 리더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여긴다. 이런 리더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불쾌하게 여기며 그러한 피드백에 귀 기울이기보다 처벌을 가한다. 반면 건강한 리더십하에서는 권력이 분배되고 임원진과 담당자에 의해 의사결정 과정이 공유된다. 이러한 리더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존중하고 직원 입장에서 서보려고 노력하며, 피드백을 장려하고, 이에 대해 보상한다.



2. 어떤 특성과 행동들이 열린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가?

리더가 폐쇄적이고 경직될수록 그가 이끄는 조직은 닫힌 시스템으로 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직원의 사기와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며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반면에 리더의 유연성이 높을수록 직원은 더 생산적이 되고 조직은 열린 시스템으로 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탄생하고 적응력이 높아지며 조직의 장기적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경직성과 유연함은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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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는 우드랜드그룹의 파트리샤 지아노티 박사와 스티븐 지아노티(Stephen Gianotti)가 만든 유연성의 연속체 모델(Continuum of Flexibility)이다. 이 모델은 경직성과 유연함이라는 측면에서 리더의 생각, 느낌, 행동을 평가한다. 즉 1)기대치와 기준 2)영향을 받아들이는 자발성 3)감성 지능 4)자기 성찰 5)취약성 6) 패러독스와 복잡성 등 여섯 가지 영역을 통해 닫힌 문화와 열린 문화의 특징을 분석한다. 이 모델이 리더십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의사결정 스타일에서부터 직원과의 관계 등 리더십의 중요한 영역을 담고 있다. 이 여섯 가지 영역은 퍼즐의 조각으로 볼 수 있는데 각각은 리더십 효율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여섯 가지 영역에서 서로 다른 분포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어떤 리더는 영향을 받아들이는 자발성에 있어 더 열리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지만 취약성에 대해서는 경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여섯 가지 모든 항목에서 열리고 유연한 리더를 찾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라도 심각한 경직성을 보일 때는 조직 내 상하 간의 정보공유와 소통에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줄 아는 리더는 임원진의 사각지대에 대해 직원들이 정보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조직 운영의 안전망을 만들어낸다. 앞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살펴봤듯이 효율적인 리더는 부하직원과 협조해 잠재적 위험은 물론 숨겨진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회복력 강한 조직을 만들어간다.

유연성의 연속체 모델 6개 영역에서 제시된 항목은 리더십 평가에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직원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동해왔는지 평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리더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는 자기 진단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기에게 보고하는 임직원을 통해 리더십 사각지대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피드백을 받으려는 리더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과연 임직원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주려 할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피드포워드(feedforward)’ 형태로 질문하는 것이다.

<표 2>에서 열린 문화 항목(B2)은 잘 듣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내가 평소에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고 생각해요?”라고 피드백 형태로 묻게 되면 솔직한 피드백이 힘들다. 그보다는 “내가 앞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미래 개선 방향에 대해 피드포워드 형태로 의견을 구하면 부하의 입장에서 보다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모델은 프로젝트팀이나 특정 부서에서 팀워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토론하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개인의 심리적 진단 도구로 활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훈련 받고 인증 받은 심리상담자만이 이 모델로 심리적 치료 목적의 진단을 할 수 있다.



3. 유연하고 열린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과장이든, 상무든, 사장이든,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실천할 수 있는 조치를 살펴보자.

첫째, 부하직원은 회의를 통해 당신의 행동과 성향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다. 회의 주재자이자 조직 리더로서 나는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 성찰해보고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회의에서 참석자의 의견을 더 잘 듣기 위해서는 내가 할 말보다는 어떤 질문을 던져서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조직 내 부정적 이슈에 대해 논의할 때 지시를 내리기 전에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각 부서가 서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리더가 입장을 처음부터 밝히고 참석자에게 의견을 구하게 되면 참석자는 윗사람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분께서 서로 다른 의견과 이유를 제시해주시면 제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라고 회의 시작 때 이야기해 참석자들이 보다 편하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맥락을 잡아주면 좋다. 외부 컨설턴트나 참석자 중 한 사람을 회의 진행자로 정해 그가 중간에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참석자들이 골고루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로는 워크숍 형태의 게임도 효과적이다. 와튼경영대학원의 애덤 그랜트의 근작 <오리지널스>에 미국 제약사 머크(Merck, 한국 내에서는 MSD)의 CEO인 케네스 프레지어(Kenneth Frazier) 사례가 나온다. 그는 경영진에게 머크를 망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달라고 부탁하고는 두 시간에 걸쳐 그룹별로 경쟁자 입장에서 토론하게 했다. 그 후 경영진은 그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토론을 했다.

둘째, 리더는 모두 연령으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성인이지만 평소 생각, 감정, 행동에서 유아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표 2>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항목들은 심리적 성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다.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커리어를 밟아가면서 심리적으로 더 성숙해지기 위한 목표를 세운다. 이는 성숙한 태도, 경청하는 능력과 행동을 필요로 한다. 앞서 구분했던 공격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태도를 떠올려보자. 공격적 행동은 나르시시즘 성향에 기반하지만 적극적인 행동은 자기 성찰(표 2의 B4)에 기반하면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구하고 변화에 유연하다는 점에서 열린 태도와 관련이 있다.

셋째,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앨런 멀랠리(Alan Mulally)가 2006년 포드자동차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한화로 19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손실투성이의 포드자동차를 성공적으로 회생시키고 2014년 은퇴한 뒤 구글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2014년 미국의 경영잡지 <포천>이 꼽은 ‘가장 위대한 리더’ 랭킹에서 교황과 메르켈 총리 다음인 3위를 차지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는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임원들과 진행한 비즈니스 플랜 리뷰 미팅이었다. 참석자들은 우선순위 프로젝트 5개를 회의 안건으로 올려 놓고, 각 프로젝트에 대해 세 가지 색깔로 진행 상태를 표시했다.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녹색, 일부 이슈가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노란색, 문제가 많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붉은색이었다. 그가 취임해 첫 미팅을 시작했을 때 안건에 나온 80개 프로젝트 모두 녹색이었다. 몇 차례 미팅이 진행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한 임원이 빨간색을 올려 놓았고, 참석자들은 그 임원이 곧 해고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빨간색을 올려 놓고 진실을 이야기했을 때 멀랠리는 박수를 치며 진실을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한 뒤 다른 참석자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토론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해결 방법을 금방 찾았다고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에서 미국의 트럼프 당선까지, 또 한국의 촛불시위에서부터 대통령 탄핵 이슈까지,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에서 가장 확실한 트렌드는 불확실성의 증가다. 수동적 반응을 하거나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보다 리더십에 지금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현재 우리가 일하고 있는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성찰해보는 것이다. 불공정성 혹은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에서 리더들은 더 세심하게 경청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더 큰 사각지대와 간극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정보와 의견,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환 없이는 사업 안정성은 물론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이룰 수 없다.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외부의 변화와 잠재 기회를 발견하고, 이에 따른 변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는 뜻이다. 슬로건이자 수사학 차원에서 사용되던 ‘열린 조직 문화’로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 열린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리더가 말이 아닌 구체적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hoh.kim@thelabh.com 파트리샤 지아노티 우드랜드그룹(The Woodland Group) 부사장 Drgianotti@comcast.net

김호 대표는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오고 있다.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를,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공개사과에 대한 인지적 연구)를 받았다. 전 세계에 19명만이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했다.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2011, 공 저)> <쿨하게 생존하라(2014)> <평판사회(2015, 공저)>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2016)> 등이 있다.

파트리샤 지아노티(Patricia Gianotti)는 보스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리상담학자로 리더십을 나르시시즘의 관점에서 연구해오고 있다. 벨라마인대(Bellarmine University) 웨인 전문 심리치료 인스티튜트의 아카데믹 디렉터이다. 인디애나대에서 정치학과 심리학으로 학사를, 안티오크(Antioch)대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석사를, 일리노이 스쿨 오브 프로페셔널 사이콜로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가 있다.
  • 파트리샤 지아노티 | -우드랜드그룹(The Woodland Group) 부사장
    -벨라마인대(Bellarmine University) 웨인 전문 심리치료 인스 티튜트의 아카데믹 디렉터
    Drgianotti@comcas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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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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