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연회장은 빛과 소리도 다르다

224호 (2017년 5월 Issue 1)

고급스런 조명이나 채광, 쾌적한 공기, 분위기를 휘감는 아름다운 소리는 공간의 격을 좌우한다. 빛(光: 채광과 조명)과 공기(氣: 깨끗한 공기), 소리(音: 좋은 음향이나 완벽한 차음)는 공간을 채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텔 연회장의 경쟁력은 단연 ‘공간연출력’이다. ‘맛과 서비스’에서 어느 순간 ‘공간 연출력’으로 옮겨와 연회 서비스를 받아보지 않고도 연회장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연회장을 서비스 요원과 조리사들이 좌우하던 시대에서 조명 엔지니어, 플로리스트, 음향 엔지니어까지 조화로워야만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맛과 서비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질의 시대를 구성하는 요소가 완벽해야 격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듯이 맛과 서비스가 완벽해야 공간 연출력과 더불어 격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텔 연회장은 소수의 호텔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이 팀을 이뤄 서비스를 맡고 있는데 최소한 겉모습만으로는 호텔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구별할 수가 없는 호텔이 있다. 일명 ‘두 시간의 비밀’ 때문이다. 이 호텔에서는 연회 서비스를 시작하기 두 시간 전에 모든 아르바이트생을 도착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 한 시간은 호텔 직원이 아르바이트 한 명씩을 담당해 호텔 직원과 동일한 그루밍(몸단장)에 할애하고, 그다음 한 시간은 제공되는 음식에 따라 여러 타입의 서비스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반복해 리허설을 하는 데 할애한다. 이 두 시간이 다른 호텔과는 격이 다른 서비스를 구사하는 비결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이러한 완벽한 맛과 서비스 위에 소리를 상품으로 파는 호텔도 있다. 새해가 되면 전 세계인에게 희망과 우정, 평화의 정신을 전하는 200년 전통의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호텔 서비스와 더불어 즐기는 프로그램인데 4년 연속 대성황 중이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빈의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 황금홀을 연상하는 꽃 장식과 조명, 쾌적한 공기, 신년음악회 현장감을 능가하는 웅장한 음향과 영상시스템 등 공간 연출력은 이 호텔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지 음악회 실황보다 더 디테일하게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이 이 프로그램의 단골이 됐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눈, 귀, 코를 사로잡는 공간 연출력은 호텔 연회장의 최고 경쟁력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1953년 처음으로 인간의 발길을 허용한 8848m의 에베레스트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년에 한 명꼴로 등정에 성공하는 난공불락의 도전이었지만 첫 등정 이후 약 50년이 흐른 2004년에는 한 해에만 약 330여 명이 등정에 성공하는 희망의 도전으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등반 장비나 과학기술의 진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는 베이스캠프에 그 비밀이 있다.
1950년대 베이스캠프는 약 2000m에 설치됐던 것이 10년에 약 1000m씩 올라가 2004년경에는 약 6000m 근처에 베이스캠프가 차려짐으로써 한 해 약 330여 명이 등정에 성공하는 밑바탕이 된 것이다. 즉 베이스캠프를 옮기는 발상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호텔 연회장이 ‘빛, 공기, 소리의 공간 연출력’을 통해 격 있는 서비스에 도전하는 것은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옮기는 발상에 견줄 수 있다 하겠다. 100년 동안 변함없던 호텔 연회장 서비스를 공간 연출력으로 일거에 격 서비스의 반열로 끌어올린 것을 베이스캠프를 옮김으로써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에 이르게 한 것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하지 못하는 격의 경영이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보되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쉽고도 어려운 것이 격의 경영이다.



김진영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 kimjin@yuhs.ac

필자는 1989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중공업 기획실, 삼성 회장비서실 인력개발원, 삼성경제연구소 인력개발원, 삼성전자, 호텔신라 등에서 인사교육전략수립과 현장 적용을 총괄한 HR 전문가다. 호텔신라 서비스 드림팀을 창단해 호텔 품격 서비스의 원형을 보여줬고, 차병원그룹 차움의 최고운영총괄을 맡아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품격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는 연세대 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겸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했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경희대에서 국제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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