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쏟아져 나올 인공지능기술 제품. 독자 개발이냐, 기존 플랫폼 참여냐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환자의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콜센터에서 고객이 문자로 질문한 것을 이해해서 답을 문자로 보내는 등 인공지능이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하며 비즈니스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업의 전략은 크게 1)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활용하는 것 2)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해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 3)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해서 플랫폼으로 제공,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것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이냐, 이미 개발돼 있는 기존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할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독자개발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회사는 선택의 대안이 없겠지만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기업의 경우는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고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최적이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 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4년에 “완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인공지능이 발전을 계속하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예측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런 염려는 지나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로는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다고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찌 됐든 인공지능이 이런 논란을 낳을 만큼 빨리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이란 사람의 지능을 흉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혹은 시스템을 말한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노력은 많았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초기의 인공지능을 ‘규칙’의 형태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하면 바둑의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알아내서 각 경우에 대해서 최선의 수를 미리 입력하거나, 혹은 모든 가능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이러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런 수가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규칙을 미리 만들어 컴퓨터에 집어 넣으려고 했다. 전자의 경우는 바둑과 같이 가능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1 경우에 구현이 불가능했다. 후자의 경우는 세밀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어처구니없는 패착이 많아 사람과의 대국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바둑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인공지능 분야에서 발전이 정체되다 보니 얼마 전까지도 인공지능은 컴퓨터공학에서 실패한 분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사정이 바뀐 것은 인터넷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어난 데다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개선된 인공 신경망(neural network)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인공 신경망이 워낙 널리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인공 신경망(혹은 딥러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인공 신경망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딥러닝을 포함한 인공 신경망은 사람의 신경망이 작동하는 원리를 흉내 내서 컴퓨터가 학습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지면의 제한으로 인공 신경망의 작동원리를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려워 간단히 대신하겠다. 인공 신경망은 입력 변수와 출력 변수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이 둘을 가장 잘 연결할 수 있는 신경망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서 구축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 인공 신경망을 구성하려면 주가가 출력 변수(출력 노드)가 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입력변수를 알아내야 한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해당 기업의 하루 제품 출고량과 그 기업에 대한 일일 뉴스 건수만이 유일한 입력 변수(입력 노드)라고 가정해보자. 간단한 신경망은 이 두 입력 변수(출고량, 뉴스 건수)와 출력 변수(주가)를 직접 연결한 후에 각 연결의 영향의 정도(가중치)를 알아내게 된다. 이 주가 예측이라는 문제에는 다행히 모범답안이 딸린 좋은 학습자료들이 있다. 과거에 매일의 입력변수 자료가 있고, 또한 해당일의 실제 주가(모범 답안)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학습을 하면 되는 것이다. 과거 자료를 보면서 실제 주가를 가장 오차 없이 계산해내는 입력변수의 가중치를 구하면 된다. 이렇게 인공 신경망이 구성되면 향후 예측하고자 하는 날의 주가를 해당일의 출고량과 뉴스의 건수에 위에서 구해진 가중치를 곱하고 합해 구하게 된다.

이 주가 예측 모델은 입력변수와 출력변수를 직접 연결한 간단한 모델이다. 복잡한 문제의 경우에는 입력과 출력을 바로 연결할 경우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그림 1>과 같이 입력과 출력 사이에 인위적인 중간 변수층(은닉층이라고 한다)을 하나 혹은 그 이상 더 넣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은닉층을 넣으면 복잡한 문제에도 잘 적용되는 인공 신경망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1개 은닉층에 한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두 개 이상의 은닉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는 등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렇게 은닉층이 두 개 이상인 인공 신경망을 딥러닝이라고 부른다. 즉, 딥러닝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인공지능 혹은 인공신경망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 신경망 중에서 은닉층이 두 개 이상인 경우를 부르는 말이다. 현재는 딥러닝이 인공지능을 대표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해 딥러닝 위주로 얘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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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

인공지능은 입력과 출력을 지정할 수 있고 답이 있는 문제라면 어떤 것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예측과 의사결정에 큰 장점을 보인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지만 입력과 출력이 매우 제한(19 × 19줄의 만나는 부분에 어떤 돌이 놓여 있는가)돼 있고 명확히 정의될 수 있는 분야이다. 현재 기업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의 많은 부분이 입력과 출력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고 학습을 위한 과거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는 업무가 상당히 많다.

인공지능이 널리 쓰이게 되면서 사람들이 갖는 막연한 불안감 중의 하나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위에서 설명한 인공 신경망에서 입력과 출력변수로 어떤 것이 좋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직 사람의 몫이다.2 위의 주가 예측의 예에서 보면 ‘주가 예측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가가 신경망의 출력 노드가 돼야 한다’, 혹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는 이러이러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등의 판단은 아직은 인공지능이 잘하기 어려운 분야다.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현재 기술로는 인공지능이 종합적인 지능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결합해서 판단을 하는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한계는 어떤 일을 잘 수행하게 되더라도 왜 그런지 원리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입력과 출력의 관계에 대해서 데이터로부터 학습을 할 수 있지만 사람처럼 왜 그런 관계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스토리를 만들어서 설명하는 능력은 아직 없다. 컴퓨터가 가장 취약한 분야가 불분명하고 모호한 데이터로부터 규칙을 만들어내거나 결론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잘하지 못하고, 인공지능이 잘해내지 못하는 또 다른 하나는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일이다. 인공지능이 유명한 작가의 화풍을 그대로 배워서 전문가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화풍이 유사한 그림을 그리거나 단편소설을 썼다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은 이미 있는 작품을 흉내 낸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아주 새로운 것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처럼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능을 인공지능이 갖기란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가치는 과대평가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은 이미 특정한 과업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고, 또한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는 매우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인공지능이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있고, 자동 번역을 해주고 있으며, 콜센터에서 고객이 문자로 질문한 것을 이해해서 답을 문자로 보내는 챗봇(Chat bot)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이 기업 업무에 적용되면 일자리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기업의 전략과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2. 인공지능과 비즈니스 전략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의 전략은 크게 1)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활용하는 것 2)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해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 3)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해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 내부 업무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

인공지능을 내부의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위에서 설명했듯이 인공지능은 입력과 출력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고 이 입력과 출력 사이에 뚜렷한 연관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 잘 적용될 수 있고, 업무효율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다. 기업이 인공지능을 도입할 때에는 당연히 의사결정과 예측력의 향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큰 업무에서부터 우선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항공사에서 비행기표의 가격을 결정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표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상당히 정확히 정의할 수 있고 과거에 충분한 학습용 데이터가 있다. 또한 가격 결정을 잘해서 좌석을 꽉 채워 최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이익 증가 등의 효과는 매우 크다. 그래서 항공사에서는 오래전부터 비행기 표 가격 관리(yield management)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인공지능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서 사용이 쉬워지고 비용이 싸지면 기업에서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는 점점 넓어질 것이다.



현재는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적용할 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처럼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 미래에 인공지능이 매우 널리 쓰이게 되면 어떤 업무에, 어떤 식으로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된다는 법칙이 확립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바로 설치해서 금방 사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구성(입력, 출력 변수를 정의하고 은닉층을 포함해서 전체 모델의 모양을 결정)하고 최적화해야 하는데 문제의 종류에 따라 워낙 모델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인공지능을 적용할 업무의 범위를 정한다. 넓으면 좋겠지만 좁게 시작하는 것이 결과물을 빨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문제(의사결정의 향상이 가져올 이익이 큰 것)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2. 선정된 문제에 대해서 모델을 구성하고 샘플 데이터를 가지고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해 인공지능의 성과(예측의 정확성, 의사결정 향상 정도 등)를 테스트해본다.

3. 만일 파일럿의 결과가 좋다면 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적용한다.

4. 한 업무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후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업무의 범위를 점차 넓힌다. 동시에 기존의 인공지능에 대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튜닝(tuning)을 한다.

내부 업무 향상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경우 기억할 것은 인공지능은 ‘가상성’이 매우 강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입출력 변수가 무엇이 됐든지 일단 데이터화(코드화)되면 그 데이터는 가상의 성질을 가지며 인공지능은 이런 가상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다. 이 같은 가상성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성과가 있다면 경쟁자가 따라 하거나 더 나은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공지능을 내부 업무에 적용하는 경우 더 많은 사람이 그 기술을 사용한다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도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을 내부 업무에 적용해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면 계속적인 기술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회사가 많지 않은 초기에는 외부에서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얻을 수 있는 초과 이익이 크겠지만 점차 많은 기업에서 비슷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면 이러한 초과 이익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경우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로보어드바이저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더 좋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 개별 제품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

가전제품과 같은 기존의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에 인공지능을 개별 제품에 적용해서 일종의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어서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자사의 TV에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적용해서 소비자가 음성으로 채널 변경이나 콘텐츠 검색 등의 다양한 TV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더 나아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이들 기업이 선택 가능한 전략이 두 가지가 있다.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서 사용하는 것이 그 첫째이고, 이미 개발돼 있는 기존의 인공지능 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탑재하는 것, 즉 특정 인공지능 플랫폼에 보완자(complementor)3 로서 참여하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기업이 제휴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존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아마존에서 개발한 음성인식 개인비서인 ‘알렉사(Alexa)’가 대표적이다. 2017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수많은 회사가 알렉사를 탑재한 시제품을 선보였다. 2017년 CES의 최대 승자는 알렉사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성공적인 인공지능 기술이다.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알렉사 개발용 툴(Alexa Skills Kit·ASK)을 사용하면 어느 회사든지 자사의 제품에 비교적 손쉽게 알렉사를 추가할 수 있다. 앞으로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 이들 제품 간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TV에 장착된 알렉사에 명령을 해서 자신의 자율 주행 자동차에 장착된 알렉사를 통해 자동차를 집 앞으로 부른다든지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알렉사 외에 알파고를 만든 구글도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텐서플로(Tensorflow)’라는 이름의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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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술 개발과 기존 기술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전략일까? 독자적인 인공지능 개발은 기술독립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기업의 기술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해당 인공지능 기술이 자사 제품에만 사용되면서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비해 기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전략은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 인공지능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인공지능 기술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

독자 개발이냐, 기존 기술의 사용이냐 하는 결정은 회사의 규모와 경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독자 개발의 여력이 없는 중소규모의 회사는 기존 인공지능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대안이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이 규모가 크고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 기업의 경우는 현재로는 가능성 모두를 열어 놓고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최적일 것이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 가전제품과 같은 개별 제품에 탑재하는 인공지능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알렉사’나 ‘텐서플로’ 같은 플랫폼형 인공지능 기술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상당히 강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형 인공지능 기술이 시장에 자리 잡는 형태에 있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처럼 지배적인 하나의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그 기술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 기술개발보다는 그 지배적인 기술의 생태계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배적인 기술이 등장하지 않고 수많은 기술이 경쟁하는 경우이다. 이때에는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술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어찌 됐든 독자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있으면서 개별 제품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려는 회사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 중 무엇이 유력한지 명확해 질 때까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

앞서 설명했듯이 아마존이나 구글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해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개발용 툴이나 구글의 텐서플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형태로 무료로 개방돼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하고 싶은 회사는 이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툴을 써서 자사의 제품에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이든지 일단 인공지능이 구현된 제품을 고객이 사용하면 그 사용 데이터는 그 기술을 제공한 구글이나 아마존에 모이게 된다. 음성인식과 인식된 명령이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인공지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서버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음성인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정보저장과 빠른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디바이스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다. 음성정보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서 처리해야 한다. 서버에서 해독된 음성명령은 그에 적절한 명령어로 바뀌어서 요청한 제품에 보내진다. 즉, 공개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그 기술을 제공한 회사와 끊임없이 자세한 정보를 주고받게 되고, 고객에 대한 정보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 회사에 모이게 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한곳에 모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이 더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풍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더 많은 정보가 한곳에 모일수록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전략은 기술개발에 많은 자원과 비용 투입을 필요로 하지만 일단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게 되면 많은 이점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인공지능 플랫폼도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동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TV나 자동차와 같은 제품에서 사람들은 여러 개의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각 인공지능 기술의 서비스가 매우 다르고 뚜렷이 차별화되면 모를까, 비슷한 인공지능 기술을 여러 개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 플랫폼에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작동한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이 분야에서는 선도기업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략이라는 의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트워크 크기를 키우는 게, 즉 사용자를 늘리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제품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제품의 사용자가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앞 단의 인터페이스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개발 툴을 충실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음성인식이나 사용자의 의도 파악 등을 정확히 알아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다양한 뒤 단의 서비스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탑재한 TV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그 인공지능으로 단순히 날씨를 알아내고 음악만 듣는 것보다는 병원을 예약하고, 물건도 주문하며, 원하는 영화를 적절한 시간에 알아서 볼 수 있기를 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는 플랫폼에 각기 다른 분야의 서비스 제공자4 를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협력의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단 성공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 모이는 각종 데이터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맞춤형 서비스다. 고객이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하는 행동 패턴에 따라 원하는 것을 미리 제공하는 것이다. 수익 측면에서는 아마 맞춤형 광고가 가장 유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고객의 행동과 니즈를 정확히 예측해서 적중률이 매우 높은 광고를 해줄 수 있다면 돈을 더 내겠다는 광고주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IT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