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창의적 아이디어의 생성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들
1. 천장이 높은 공간,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 가발과 모자 같은 소품을 이용하라
2.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을 인정해줘라
3. 초기 아이디어는 ‘Yes, but’이 아니라 ‘Yes, and’으로 북돋아줘라.
4.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해라. 그림을 그리는 노력 자체가 창의성을 자극한다.
지난 화까지 공감디자인적 사고의 과정에서 관찰과 소통 등 고객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눈으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관점 전환적 통찰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으로부터 발견한 통찰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현장의 기획자나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창의성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보편적 잠재능력이다. 누구나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와 열정적 몰입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필자는 <인사이트, 통찰의 힘>에서 개인이나 조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건으로 환경적 자극(Stimulus), 마인드셋(Mindset), 방법론(Methodology) 등을 제시했다.
이번 호에서는 환경적 자극의 중요성, 그리고 아이디어 발상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셋에 대해 살펴보자.
아이디어를 내는데 왜 알록달록 가발을 쓸까?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즐겨 쓴다. 혁신방법론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일부러 알록달록한 가발이나 우스꽝스러운 색안경을 쓰게 한다. 평소의 업무 분위기와 전혀 다른 환경적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낯선 변화에 부담을 느끼고 어색해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가발을 쓴 사람들이 할 법한 엉뚱한 행동들을 한다. 뿅망치를 들고 옆 사람을 때리기도 하고 몸을 마구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워크숍의 분위기는 금방 부드럽고 활발하게 바뀐다. 분위기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발상할 때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형식과 포맷이 내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적 자극요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구글 뉴욕 오피스를 방문해 직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구글의 자유분방한 업무환경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은 예상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말랑말랑했다. 레고블록이 가득한 테이블과 게임기, 당구장이나 탁구장 같은 놀이시설 등이 가득했고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직원들도 여러 명 있었다. 딱딱한 사무실 책상이 아니라 탁 트인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조직에 점점 확산돼 가고 있다.
환경적 자극요소가 실제로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미네소타대의 조안 마이어스 레비(Joan Meyers-Levy) 교수 연구팀은 천장의 높이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천장의 높이를 30㎝만 높여도 사람들의 창의성이 약 두 배 이상 높아진다. KBS 뉴스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천장 높이가 3.1m인 교실과 2.4m인 교실에서 10명씩의 어린이가 도형 창의성 검사를 받았는데, 천장이 높은 교실의 어린이들이 15.2점, 낮은 천장의 어린이들이 6.8점을 받았다. 건국대 건축학과 김정곤 교수는 인터뷰에서 “공간이 어떤 형태를 지니는가에 따라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는 낮은 천장에서는 공간을 좁게 해석하는 반면 천장이 높으면 훨씬 더 넓게 공간을 해석하고 사고를 확장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공간의 형태나 분위기, 색상 등에 따라 사람들의 창의성은 보다 쉽게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사무공간을 확장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일상업무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없을까? 먼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발상해야 하는 워크숍이나 미팅 시간에 인위적으로 다양한 자극제(Stimulus)를 활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기존의 익숙한 사무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외부 공간을 이용하거나 카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끄러워서 아이디어를 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컨슈머리서치> 저널에 소개된 일리노이주립대 라비 메타(Ravi Mehta)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조용한 곳보다 소음이 어느 정도 있는 곳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잘 낼 수 있다고 한다.
조용한 사무실은 집중력을 강화하지만 추상적인 상상을 펼치는 것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70데시벨 정도의 적당한 소음은 오히려 더 넓게 생각하고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아이디어 미팅과 같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시간에는 조금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간, 색깔, 소품, 소리 등을 활용한 공감각적 자극의 핵심은 기존에 익숙한 환경에서 탈출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변화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쳐 잠자고 있는 창의성을 깨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