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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은 환상이다

애니타 엘버스 | 14호 (2008년 8월 Issue 1)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옛 워너북스)은 매년 가을과 겨울에 총 275
300권의 책 제목을 담고 있는 카탈로그를 내놓는다. 이 출판사는 각 카탈로그에 들어 있는 책 중에서 매출을 올리는데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정한 다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 그 중 출판사 측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의향이 있을 만한 책을 소설 부문과 비소설 부문에서 한 권씩 골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2007년 가을에 이런 방식으로 선정된 책은 데이비드 발다치의 ‘스톤 콜드(Stone Cold)’와 스티븐 콜버트의 ‘나는 미국이다(I Am America (and So Can You!))’였다. 이 전략의 효과는 매출과 이익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2006년 그랜드 센트럴은 카탈로그 앞쪽에 있는 61종의 양장본을 출판하는 데 평균 65만 달러의 비용을 들였고, 이익은 10만 달러를 밑돌았다. 대부분 책들이 이 평균치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하지만 그랜드 센트럴에서 가장 홍보에 많은 공을 기울인 책을 출판하는 데 7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지만 순매출은 12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쳤고, 총이윤은 평균의 50배에 가까운 5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랜드 센트럴은 ‘블록버스터 전략’이라고 알려진 전통적 마케팅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특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많이 사용된다. 매장 진열대나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는 공간의 제약이 있고, 소매 업체나 유통 업체들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다보니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몇 가지 제품에 마케팅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런 접근 방식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성공하면 수많은 실패로 인한 손실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 사실 몇 안 되는 히트 상품이 수익과 이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6년에는 그랜드 센트럴에서 출시한 책 20%가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이 20%의 책이 그랜드 센트럴의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컸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전략이 처음 뿌리를 내린 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바야흐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소매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무한대의 진열 공간을 가질 수 있으며, 소비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옵션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책·영화·음악이 모두 디지털화하고 복제도 수월해진 만큼 ‘과연 블록버스터 전략이 아직도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학파가 있다.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이 1995년에 내놓은 저서 ‘승자독식 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는 이 학파의 생각을 잘 대변하고 있다. 두 저자는 광범위하고 빠른 의사소통, 손쉬운 복제 등으로 인해 인기 있는 제품의 수익성은 한층 높아지고 고객의 성향 및 구매 습관이 한층 유사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저자는 블록버스터 전략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우선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우수한 제품을 대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가장 품질이 우수한 카르멘 음반을 구할 수가 있는데도 녹음 상태가 두 번째로 좋은 음반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뿐만 아니라 경쟁 제품에 비해 약간만이라도 우위가 있으면 엄청난 시장 점유율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영화를 보는 데에서 가치를 찾는다. 셋째, 상품을 디지털화할 수 있을 때와 같이 제품을 복제하고 유통하는 한계 비용이 낮을 때에는 많이 팔리는 상품의 비용 우위가 엄청나다. 프랭크와 쿡은 경제학자 셔윈 로젠이 발표한 ‘스타 효과’(각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제품의 매출과 나머지 무리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는 이론)를 좀 더 발전시켰다. 이 학파는 히트 상품은 계속해서 탄생해 다른 제품들의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설득력 있게 블록버스터 전략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앞세운 이론이 각광받고 있다. ‘롱테일’ 이론은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기고한 기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후 앤더슨은 2006년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 Selling Less of More)’이란 저서를 발표해 롱테일의 개념을 더 발전시켰다. 이 책의 부제는 롱테일 이론이 내포하는 있는 전략적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앤더슨은 이제 소비자들도 개인의 취향에 좀 더 잘 어울리는 제품을 찾고 구입할 수 있게 된 만큼 획일화된 히트 상품을 멀리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또 앤더슨은 현명한 기업이라면 더 이상 블록버스터 상품을 개발하는 데 올인하지 않고 롱테일(기존 유통 방식 아래에서는 회사 이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틈새 상품)을 통해 얻는 이윤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간단하게 살펴보는 롱테일 이론’ 참조)
 
간단하게 살펴보는 롱테일 이론
크리스 앤더슨은 저서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 Selling Less of More)에서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상관성이 있는 두 가지 주장을 했다. 첫 번째는 상품을 매장 선반에 진열할 필요가 없어졌고, 선택에 따르는 물리적·비용적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에 상품의 가짓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검색 및 추천 도구들은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방대한 선택의 폭에 압도당하는 걸 막아준다.
 
오른쪽 도표는 가상의 제품 분야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매출 기준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다. 회색으로 칠한 부분은 전통적 형태의 매장에서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나타낸다. 즉 긴 꼬리는 이전에는 활용하지 못하던 수요를 나타낸다.
 
음악·비디오·정보 등 디지털화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유통 비용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꼬리가 아주 길어질 수 있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매장 아이튠스(iTunes)는 수백 만 개의 앨범과 노래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25만 개의 앨범을 판매한다. 반면에 아무리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최대 1만5000여 개의 앨범을 진열할 수 있을 뿐이다.
 
긴 꼬리 부분에는 진정한 틈새 상품, 과거의 히트 상품 등이 들어있다. 틈새 상품은 대부분 전통적인 유통 경로를 통해 유통된 적이 없거나, 음악에서의 싱글 앨범과 같이 따로 떨어져 있는 제품들로 구성된다.
 
앤더슨의 두 번째 주장은 바로 소비자들은 대중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보다 소수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틈새 상품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 방식으로 인해 수요곡선 모양이 실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소매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틈새 상품을 발견할 수 있게 된 만큼 소비자의 구매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묻혀 있는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꼬리가 계속해서 길어지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발견하게 되면서 꼬리가 더욱 통통해 질 거라는 전망이다.
 
앤더슨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품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히트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던 엄청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믿었다. 앤더슨은 “시장이 셀 수 없이 많은 틈새시장으로 세분화되면서 까다로운 고객들이 히트 상품만을 좇는 대신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각 틈새 상품의 매출을 모두 모으면 그 금액이 매우 커질 수도 있다. 사실 앤더슨은 전통적인 소매 및 유통 방식을 통해 개별적으로 잘 팔리지 않던 제품이 형성하는 수많은 조그만 시장들을 모두 모으면, 경제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제품으로 구성된 기존 시장의 크기를 능가할 것이라는 대담한 예측을 내놓았다. 즉 앤더슨은 시간이 지날수록 곡선 아래에 색이 칠해진 부분의 면적이 히트 상품이 차지하는 하얀 부분의 면적을 능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에서는 어떤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필자는 앤더슨을 포함한 경제학자들이 롱테일 이론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주로 예를 들던 음반 산업과 가정용 비디오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매출 패턴을 분석해 봤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매주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비디오와 음반 판매량을 조사하는 닐슨 비디오스캔(Nielsen VideoScan)과 닐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 DVD를 주문하면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호주의 DVD 배송대여 업체 퀵플릭스(Quickflix), 가입자들이 월정액을 지불하면 수많은 노래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음악 사이트이자 앤더슨이 롱테일 이론을 주장하면서 직접 언급한 랩소디 등으로부터 매출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서로 상반된 두 개 이론 모두를 자신의 소비 경험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보고, 두 이론 사이에 나타나는 긴장감을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독자들은 이 연구에 지적 호기심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을 잘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관리자에게는 이 연구 결과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 이상일 거라고 짐작된다. 제조 업체는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투자와 관련해 긴박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소매 업체는 얼마나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야 할지, 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비인기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해야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어느 경우이든지 어떤 이론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택은 매우 달라질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유통 경로가 실제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결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 형태
선택의 폭이 넓고 검색이 쉬울 때 매출은 어떻게 될까. 매출이 분포곡선의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 중 어느 쪽을 향할까. 랩소디의 거래 기록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래에 있는 첫 번째 도표는 100만여 개의 트랙 중 원하는 곡을 선택할 수 있는 6만여 명의 가입자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잘 보여 준다. 이 연구의 자료가 된 2006년 3개월의 기간에 랩소디 고객들은 3200만여 번 거래, 즉 ‘재생’을 했다. 자, 아래 그래프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그래프의 자료가 된 데이터를 보면 가장 인기가 많은 상위 10%의 노래가 전체 재생 횟수의 78%, 상위 1%가 전체 재생 횟수의 32%를 각각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잠깐 이 수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100만 번의 1%라 해도 1만 번이다. 1만 번이라는 수치는 거의 모든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1년 동안 틀어주는 노래보다 많은 숫자로, 앨범으로 환산하면 보편적인 규모의 월마트 매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체 앨범 재고에 맞먹는 수준이다.
 
두 번째 그래프는 2006년 중 여섯 달 동안 1만6000여 종의 DVD를 보유하고 있는 DVD 대여 업체 퀵플릭스에서 발생한 대여 건수를 보여 준다. 퀼플릭스의 경우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의 DVD가 전체 대여 횟수 중 48%를 차지했으며, 상위 1%의 DVD는 전체 대여 횟수 중 18%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150여 개의 DVD(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가 1년 동안 발표하는 영화 숫자와 거의 비슷)가 전체 대여 횟수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DVD의 집중도가 랩소디만큼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이 두 개의 도표를 보면 틈새 상품의 가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열 공간에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훨씬 많은 상품을 구비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그래프의 꼬리 부분이 더 길어지고 통통해졌을까?
 
필자는 동료 펠릭스 오버홀저지와 함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봤다. 우리는 특히 2000년 1월부터 2005년 8월까지 닐슨 비디오스캔에서 발표한 가정용 비디오의 주간 매출 자료를 살펴보면서 무작위로 5500개의 표본을 추출해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동시 발생이 가능한 여러 상황을 통제하는 계량경제 모델을 이용해 분석한 끝에 매출이 정말 꼬리 부분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 주에 몇 장 팔리지 않는 DVD 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매출이 전혀 없는 DVD 수 역시 네 배로 증가했다. 게다가 꼬리 부분을 보면 거의 팔리지 않거나 전혀 팔리지 않는 DVD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꼬리 부분은 통통해지지 않고, 점점 길어지고 가늘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이 최근 몇 해 동안 시장에 유통되는 DVD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거나 VHS 방식에서 DVD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롱테일의 진실이다.
 
한편 이 연구를 통해 분포곡선에서 머리 부분에 위치하며 매출을 독식하는 히트 DVD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주간 판매 기준 상위 10%에 포함되는 DVD 수가 50% 이상 줄어들었다. 즉 승자 독식 형태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개별 베스트셀러의 중요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음반 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음반 업계에서 롱테일을 살펴보기 위해 2005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의 음반 및 디지털 음원 매출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저스틴 팀벌레이크, 머룬 5 등 돌풍을 일으킨 팝 가수들 뿐 아니라 훨씬 덜 알려진 재즈 색소폰 연주자 커크 웨일럼, 인디 록 밴드 더 디어스 등 무작위로 3300명의 음악가를 선정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닐슨 사운드스캔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면 디지털 음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에서 거의 3분의 2까지 급격하게 치솟는 시기가 있다. 연구 결과 매출의 분포가 꼬리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으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실제 음반보다 디지털 트랙 및 디지털 앨범에서 이런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좌측 하단에 있는 도표에서 보듯이 CD 매출에서보다 디지털 트랙이나 디지털 앨범에서 집중도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매달 디지털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매출의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꼬리는 다시 길어지고 납작해졌으며, 오늘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노래라 하더라도 해적(불법 복제)판이 판을 치기 이전의 매출을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적은 수의 디지털 음원 또는 음반이 전체 음반 시장의 수요에서 점점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독립 음악가와 유명한 음악가들을 비교했더니 시장이 디지털 쪽으로 변해간 결과 분포곡선의 꼬리 부분에서 유명하지 않은 독립 음악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곡선을 타고 위로 올라가 보니 이런 우위는 금방 사라졌다. 꼬리 부분에서 독립 음악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현실은 바로 머리 부분에서는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가수들이 시장에 내놓는 음반의 수와 종류를 통제했을 때 나타난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음원 부문에서도 인기 있는 몇몇 음반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인기 상품을 선호하는 취향?
고객 거래 데이터를 살펴보니 앞에서 언급한 트렌드가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누구로 인해 꼬리 부분이 커지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열광적인 팬들로 인해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미디어 소비 부문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또는 수많은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긴 꼬리 부분에 해당되는 상품을 구매하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주류 소비자들이 비인기 상품을 얼마나 선호하며,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아보는게 중요하다.
 
연구를 통해 찾아낸 패턴을 보면 앤더슨이 ‘냉수기 시대(the water cooler era)’라 표현한 상황이 조만간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패턴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1960년대 초 윌리엄 맥피가 ‘대중 행동 이론(Formal Theories of Mass Behavior)’에서 묘사한 행동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맥피는 ‘노출 이론(theory of exposure)’ (‘머리와 꼬리에 있는 소비자들’ 참조)을 통해 서로 상관있는 두 개의 경험적 일반화를 제안한다. 맥피가 제안하는 첫 번째 일반화는 인기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많지 않은 고객들로 구성되는 반면에 비인기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많은 고객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일반화는 비인기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일반적으로 인기 상품을 더 높게 평가하고, 비인기 상품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맥피는 피시험자들에게 10개가 채 되지 않는 상품을 주고서 이런 이론을 얻어냈다. 하지만 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터넷상에서 수없이 많은 상품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맥피의 이론이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수한 추천 엔진을 통해 롱테일 상품의 수요를 늘리려 할 때에도 이런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롱테일의 매출은 대부분 새로움을 추구하며 인습 타파를 외치는 소수로 인해 발생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이다. 제품 판매 순위 정보 및 평균적인 오프라인 매장 제품의 상품 구비 정보를 파악해서 연구한 결과 상당수 고객들은 때때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비인기 상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희귀한 콘텐츠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히트 상품도 함께 구매한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지만 항상 인기가 가장 많은 상품들이 소비자 선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물론 인기 상품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까닭은 바로 애초에 그 상품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요인 때문이다)
 
표 ‘퀵플릭스 비디오 고객의 쇼핑 카트’를 살펴보면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오른쪽에 있는 막대를 보자. 이 막대는 6개월 동안 퀵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가장 숫자가 높은 분위) DVD 중 하나 이상을 대여한 그룹 고객이 선택한 DVD 종류를 세분화해서 보여 준다. 평균적으로 이 고객들이 대여한 DVD의 61%는 가장 높은 분위에 속하며, 13%는 그 다음으로 높은 분위에 속한다. 가장 낮은 분위(가장 인기가 없는 DVD)를 대여한 경우는 채 1%도 되지 않았다.
 
이제 가장 왼쪽에 있는 막대를 살펴보자. 이 막대는 가장 인기 없는 DVD를 최소한 한 개 대여한 훨씬 크기가 작은 고객 그룹을 나타낸다. 평균적으로 이 그룹에서 대여한 DVD의 8%가 이 분위(가장 인기 없는 DVD)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높은 분위에 속하는 DVD가 대여된 횟수가 무려 34%를 차지한다.
    

고객 거래 데이터를 통해 비인기 영화를 대여하는 고객들은 주로 이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기 있는 DVD를 대여하는 고객들은 조사를 진행한 6개월 동안 평균 20개의 인기 있는 DVD를 빌렸다. 하지만 가장 인기 없는 DVD를 대여하는 고객들은 평균 50개의 DVD를 대여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타내는 바는 곧 비인기 DVD를 특별히 선호하는 고객층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소비를 할 역량이 되는 고객들이 꼬리 부분의 상품도 경험하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피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비량이 많지 않은 고객들은 주로 히트 상품을 소비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비인기 상품 및 히트 상품을 사용할 때 얼마만큼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제시한다. 자신의 관심사 또는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귀한 보석을 발견했을 때 엄청난 기쁨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이것이 바로 롱테일 사고방식을 가장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바로 크리스 앤더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문제는 바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운 좋게도 부부 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가 만든 영화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셀 수 없이 많은 그들의 가족들은 ‘애꾸눈 셜록 본스(Sherlock: Undercover Dog)’와 같은 히트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퀵플릭스 고객들이 매겨 놓은 점수를 보더라도 인기 없는 영화에 매겨진 점수가 평균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에 매겨진 점수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심이 많은 독자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즉 많은 영화를 감상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전반적으로 점수를 짜게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헤비 유저들이 비인기 영화에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히트 영화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즉 헤비 유저들은 소비량이 적은 소비자들에 비해서 영화에 매기는 점수의 폭이 넓은 편이다. 헤비 유저들이 특정한 장르에 일가견이 있어서 우수한 제품과 평범한 제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할 수도 있다. 분석 결과 특정한 장르를 고집하는 고객들이 롱테일 부문에 해당되는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장르는 클래식 로큰롤이 될 수도 있고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대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보니 인기가 많은 훌륭한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비인기 영화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아무리 고객층을 나누고 쪼갠다 하더라도 고객들은 여전히 인기 낮은 영화에 가장 낮은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가 시장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히트 상품이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제품의 구매를 시도하는 고객들 가운데에서도 히트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지배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비인기 상품보다 히트 상품을 더 선호한다. 희귀한 책·영화·음악 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신화(神話)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것은 지금까지 항상 구매해 온 것과 다르지 않다. 
 
머리와 꼬리에 있는 소비자들: 맥피의 노출 이론
크리스 앤더슨이 주장하는 롱테일 이론은 여러 측면에서 사회학자 윌리엄 맥피가 내놓은 노출 이론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맥피는 1963년에 내놓은 저서 ‘대중 행동 이론’을 통해 유통에서 흔히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인 자연독점(natural monopoly)과 이중위험(double jeopardy)에 대해 설명했다.
 
자연독점 맥피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평소 적은 참여를 보인 사람들을 훨씬 더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들이 인기 있는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히트 상품이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들을 ‘독점’하기 때문에 맥피는 이런 현상을 두고 자연독점이라 부른다.
 
이중위험 맥피는 “주어진 대안에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대안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 상품을 좋아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맥피는 이에 덧붙여 사람들이 “진기한 책은 그 책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유명세가 떨어질수록 진가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유명하지 않은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수많은 다른 대안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대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유명한 상품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맥피는 틈새 상품에는 두 가지 불리한 점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이중위험이라 표현한다.(틈새 상품이 불리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설사 알려진다 하더라도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기 상품을 더 잘 알고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 업체인 퀵플리스의 고객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도 맥피의 노출 이론에 힘을 실어 줬다. 아래에 있는 도표를 살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도표를 보면 분위수(decile)가 커질수록 더 많은 고객이 해당 분위 내에 있는 DVD를 더 많이 대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배송된 DVD의 수가 가장 높은 분위수에서보다 가장 낮은 분위수에서 더 많다는 사실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 이것은 곧 맥피의 자연독점 이론과 일치한다. 히트 상품이 자연적으로 소비량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량이 많은 고객, 즉 헤비 유저들은 롱테일에 해당되는 상품을 모험해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헤비 유저들은 히트 상품과 비인기 상품을 골고루 선택한다. 이 그래프를 살펴보면 가장 분위수가 높은 막대에서 평균 고객 평가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중위험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평균적으로 인기가 낮은 DVD는 인기가 높은 DVD에 비해 잘 선택되지도 않은 데다 고객의 평가도 좋지 않은 편이다.

   
 
전략에 관한 조언
롱테일 경제학’이 출판된 직후 비즈니스위크는 크리스 앤더슨의 이론을 ‘올해 최고의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앤더슨의 책은 불티나게 팔렸고, 롱테일이라는 용어는 경영학 어휘로 수록되었다. 앤더슨은 수많은 청중에게 롱테일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이 실제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쳐 왔다. 롱테일 이론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롱테일 이론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로 인해 가장 인기 없는 상품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상품에 대한 고객 접근성이 한층 커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 관행을 완전히 뒤집어 비인기 상품에 대한 수요에 집중하는 것은 성급한 행동이다. 데이터를 보면 꼬리 부분을 통해 이윤을 얻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상품 제작 업체를 위한 네 가지 조언과 롱테일 수요를 활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온라인 업체 및 콘텐츠 배급 업체들을 위한 네 가지 조언을 하려 한다. 물론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 상품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긴 했지만 이 연구에서 제안하는 내용을 유형의 상품(physical goods)에 적용해도 무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유형 제품의 경우 생산 원가가 더 높은 만큼 이 연구에서 제안하는 내용이 유형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에 의미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제조업체를 위한 조언
1. 블록버스터 전략이나 제품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을 지나치게 바꾸어 놓지 마라. 소수의 인기 상품이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구 결과 꼬리 부분은 길고 납작하며, 콘텐츠 공급자가 꼬리 부분을 통해 많은 수익을 얻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지난날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던 틈새 상품의 수익성이 정말 높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비인기 상품의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며,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로 인해 수많은 제품이 고객의 관심을 얻기 위해 다투는 형국이 된 것도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 닐슨 사운드스캔의 관리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2007년에 판매된 390만 개의 디지털 트랙(그 중 대다수가 애플의 아이튠스를 통해 99센트에 판매) 중 무려 24%가 딱 한 고객의 선택을 받았을 뿐이며, 91%(360만 개의 트랙)의 판매 횟수는 100회 미만이었다고 한다. 매출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블록버스터 상품에만 집중해서 성공하는 것이 점점 힘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블록버스터 전략을 대체할 만한 전략은 없다.
 
2. 분포곡선의 꼬리 부분에 해당되는 틈새 상품을 생산할 때에는 가능한 원가를 낮춰라.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뿐 더러 틈새 상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꼬리 부분에 분포해 있는 수많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아주 적기 때문에 생산으로 인한 손실을 벌충하기가 쉽지 않다. 비인기 상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비인기 상품에 가격 프리미엄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3. 온라인상에서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다면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라.
 
당연하게도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가장 많은 고객에게서 선택을 받고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다. 광고 중심 시장에서 경쟁하는 콘텐츠 제공 업체는 이런 사실에 특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점점 커져가는 미디어 세상에서 다양한 고객에게 어필하고 싶어 하는 광고 업체는 인기 상품 중심으로 광고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광고 메시지의 노출 빈도가 잦아질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기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좀 더 손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히트 상품이 갖고 있는 가치가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에 관한 가격 책정 및 포장 단위에 점점 더 많은 간섭을 하는 것은 무척 당연하다. 최근에 발생한 NBC와 아이튠스 간의 반목이 대표적 사례이다.
 
4. 온라인 노출 및 제품 포트폴리오에 속하는 모든 제품의 수요를 늘리고 싶다면 규모를 활용하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히트 상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롱테일은 진정한 틈새 상품(앤더슨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전통적인 유통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품)과 블록버스터 중심의 전략을 통해 탄생한 과거의 히트 상품으로 이뤄진다. 전통적 형태의 매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상품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매장에서는 영구적으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히트 상품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규모가 큰 생산 업체라면 신제품을 이용해 새 영화에 나오는 배우 중 누군가가 출연한 옛날 작품이나 유망한 가수의 예전 음반 등 오래된 상품의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옛날 상품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방법을 찾거나 옛날 제품과 신상품을 묶어서 파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수익이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반 업체들이 권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 복잡해서 옛날 노래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측에서 제작사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애플에서 운영하는 아이튠스는 메이저 음반사의 가수보다 독립 음반사의 가수에게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은 홍보 공간을 할애한다), 히트 상품을 이용해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콘텐츠 공급 업체와 협상을 할 수 있다. 든든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규모가 큰 기업이 온라인상의 수요 증가를 통해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어야 한다.
    
 
소매 업체를 위한 조언
1. 가장 소비량이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싶다면 좀 더 다양한 틈새 상품을 구비하는 등 구색을 갖춰야 한다.
 
연구 결과 온라인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영화와 음악이 무한대이고 단골 고객들이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통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고객들이 여전히 꼬리 부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골 고객들은 다양한 구색을 원한다. 이 고객들이 상품별로 사용요금을 지불하건 정액으로 상품을 이용하건 다양한 구색을 갖춰 놓으면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단골 고객들은 보통 정액요금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2. 매출이 저조한 상품관련 비용을 철저히 관리하라. 가능하다면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객이 실제 거래를 하지 않는 한 어떤 비용도 초래되지 않는 창의적인 모델을 구축하라.
 
매출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수많은 상품을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인기 있는 상품을 미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히트 상품보다 롱테일 상품이 소매 업체에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롱테일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비용이 들고 롱테일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나치게 낮다 보니 롱테일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두 개 상품을 팔아서 수익을 얻으려면 제반 비용이 전혀 없어야 한다. 제반 비용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면 꼬리의 끝 부분에 해당되는 상품을 위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제3자인 고객들끼리 원하는 상품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고객이 실제 주문할 때에만 아마존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웹 비즈니스에 관한 정보를 창출하고, 수정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에서 사용자들이 내용을 작성할 때마다 대금을 지불한다고 상상해 보자. 몇 푼 안 되는 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위키피디어는 가장 방문자 수가 적은 페이지들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돈을 잃게 될 수도 있다.
 
3.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을 이용해 고객을 확보하고 관리하라.
 
히트 상품은 가장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가장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전통적인 유통 경로에서 히트 상품이 갖는 미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디지털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콜라스틱 출판사가 소매가격 34.99달러에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해리포터 시리즈 제7권이 대표적인 미끼 상품이다. 반스&노블과 아마존은 다른 책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해리포터 제7권을 각각 40% 할인한 20.99달러, 49% 할인한 17.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제조 업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유통 업체도 재고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오래된 상품이나 인기 없는 상품과 히트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는 방법으로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이자 좀 더 많이 쓰이는 방법은 바로 추천 엔진을 이용하여 직접 고객에게 꼬리 부분에 속하는 제품을 구매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세 번째 전략은 웹페이지 흐름을 잘 설계해서 히트 상품을 찾는 고객에게도 자연스럽게 꼬리에 해당하는 상품을 선보이는 방법이다. 추천 상품 목록은 마진이 높은 비인기 상품을 눈에 띄게 한다거나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품의 수요를 유도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4. 비인기 상품의 마진이 높다 하더라도 고객들을 너무 자주 꼬리 부분으로 인도해선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
 
비인기 상품과 인기 상품 간의 마케팅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판매 업체들은 고객들이 히트 상품보다 롱테일 상품을 선호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실 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고객의 기대와 만족을 관리할 때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히트 상품이 계속해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과 자연스러운 수요곡선을 생각하면 고객들의 다양한 선택을 유도해 꼬리 부분을 살찌우는 것은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가 오래 살아남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의 어떤 세대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덕에 물리적 매장이라는 제약이 사라졌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언제든 풍부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국의 힙합 가수 제이지가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서정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제이지의 최신 히트곡만을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 대신 웬만큼 팔린 제이지의 첫 앨범리즈너블 다우트를 찾아 들을 수도 있고 탤리브 퀠리(Ta- lib Kweli)를 비롯해 덜 알려진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디지털 음원으로만 들을 수 있는 노래도 있을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디지털 환경이 갖는 전략적인 의미가 뚜렷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앤더슨은 “앞으로는 최소 공분모 상태에서 벗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법을 알아내는 기업이 번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앤더슨의 생각과 다르다. 누구도 꼬리가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박할 순 없겠지만(매일 더 많은 비인기 상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꼬리가 극도로 납작해지는 동시에 진정한 블록버스터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로 꼬리 부분이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꼬리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여러 이유로 롱테일 이론을 검증하기에 가장 완벽한 상품이랄 수 있는 영화와 음악 산업의 매출을 살펴보면 히트 상품에 대한 지배적인 수요가 지속될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고객들에게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많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소매 업체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현실인 동시에 제조 업체들이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개별 베스트셀러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앞으로 오랫동안 살아남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해 줄 만한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성인용 보급판 소설과 비소설을 출판하는 하이페리온 북스(Hyperion Books)는 2006년 10여 종의 양장본을 시장에 내놓았다. 하이페리온은 대박을 터뜨렸을 때나 꿈꿀 수 있는 이윤을 기대하며 그 중 몇 권의 판권을 얻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그 가운데 한 권이 바로 2006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미치 앨봄의 소설 ‘단 하루만 더(For One More Day)’였다. 하이페리온에서 공을 들인 다른 한 권은 출판 업계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경영 서적이다. 하이페리온은 꼭 그 책의 판권을 얻어야겠다고 결심했으며, 뉴욕 매거진에서는 한 업계 내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하이페리온이 얼마를 지불했는지를 알면 입이 딱 벌어질 거라고 보도했다. 모든 사람이 그건 위험성이 큰 장르에서 엄청난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이페리온의 투자는 빛을 발했다. 그 책은 물론 ‘롱테일 경제학’이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애니타 앨버스(aelberse@hbs.edu)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부교수이다. 앨버스가 기고한 원고 <시장이 마케팅 담당자를 돕는 방법(How Markets Help Marketers)>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5년 9월호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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