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휴대전화 하단 부분을 서랍처럼 빼내 카메라, 오디오 등 주변 기기를 바꿔 끼울 수 있는 ‘모듈형(조립식) 스마트폰’ G5. 고만고만 한 스마트폰 사이에서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소비자들로부터는 외면받았다. 기본적으로 모듈형 스마트폰이란 일체형 스마트폰의 장점을 포기한다는 뜻. 얻는 것만큼 잃을 것도 많은 혁신이었기에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했지만 모듈형 기기 확보도, 주변기기 출시도, 가격전략도 정교하지 못했다. 결국 혁신은 이뤄냈지만 오디오 마니아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분리탈착의 불편함까지 감수하면서 G5를 선택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들어가며LG G5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스마트폰으로 꼽혔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도 수많은 스마트폰 기기 중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LG G5의 공개행사 ‘즐겁게 놀자’는 발표가 아닌 흥겨운 콘서트처럼 진행되며 스마트폰과 주변기기들이 삶을 얼마나 즐겁게 바꿀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G5에 이어 캠 플러스와 하이파이플러스 등 교체형 모듈, 드론, 360도 카메라, VR기기, 롤링로봇 등이 줄줄이 소개되며 ‘G5 생태계’의 비전을 제시했다. 기술적, 서비스적 혁신을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는 평가 속에 MWC에서만 32개의 상을 받았다.
LG G5는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도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성능의 G5 자체뿐만 아니라 밑단에 교체할 수 있는 ‘모듈형 친구들’,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는 ‘기기형 친구들’ 등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으며 여기에 모듈과 기기의 개방을 통해서 다양한 사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판매 초기 공급 차질이 빚어지며 부진이 이어졌고, 결국 LG전자도?7월 콘퍼런스콜에서 “뼈 아픈 얘기지만 결론적으로 실패”라며 G5의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G5의 혁신은 왜 소비자에게?기대만큼 인정받지 못했는가?
1. G5의 모듈형 혁신, 얻는 것도 많지만? 잃을 것도 있는 혁신G5의 모듈형 혁신은 얻는 것도 많지만 동시에 잃을 것이 존재하는 혁신이었다. 이 때문에 모듈형 기기, 네트워크 연결형 기기, 생태계 조성 및 마케팅에 대해 더 세밀한 노력이 필요했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배터리 일체형은 배터리를 교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동시에 배터리 일체형은 스마트폰의 개발과 사용성에서 다양한 이점을 줄 수 있다. 애플은 배터리 일체형을 적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소프트웨어 설계 이득을 강조한 바 있다. 배터리를 갑자기 빼게 되는 등의 처리 문제가 사라져서 소프트웨어의 설계와 안전성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G5는 모듈형 기기를 선택함에 따라 배터리 일체형에서 얻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설계상의 안정성은 물론 하드웨어 디자인의 통일성, 방수 처리, 두께 등의 다양한 부분도 포기해야 했다. 반면 일체형을 선택한 삼성 갤럭시 S7이 방수기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여름 휴가철 소비자들이 물속에서 찍은 사진을 대거 올리기도 했다.기술의 발전으로 배터리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과거에 비해 배터리 교환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G5의 배터리 용량은 2800㎃h, 일체형인 갤럭시 S7의 3000㎃h 수준으로 최신 스마트폰들의 배터리 용량은 높아졌다. 전화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루를 버티는 데 문제가 없는 수준인 것. 배터리 수명이 실망스러웠던 과거라면 배터리가 탈착된다는 점이 그 자체로 큰 강점일 수 있었겠지만 더 이상 그 같은 상황이 아니다.G5의 모듈형 혁신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잃는 부분이 커 보일 수도 있는 혁신이다. 이 때문에 모듈형 기기 제품군과 가격 책정 등에 대한 고려가 더욱 중요했다.
2. 모듈형 친구들로 고착화된 마케팅 포인트와?부족한 모듈형 기기발표 이후 모듈형 친구들과 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아지면서 G5의 마케팅 포인트는 모듈형 친구들로 다소 고착화되는 모양새를 보인 게 사실이다. G5 자체에 대한 마케팅이나 연결기기가 아니라 모듈형 기기로 마케팅 포인트가 좁혀짐에 따라서 시간이 지난 후에 마케팅 전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모듈형 기기로 마케팅 포인트가 좁혀진 반면에 정작 출시된 모듈형 기기들은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캠플러스는 동영상과 사진 촬영용 모듈이다. 좋은 그립감과 별도의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는 점은 캠플러스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분리탈착의 번거로움에 비해서 캠플러스 자체의 장점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이파이 플러스는 뛰어난 음질로 나름대로 인정받았던 모듈형 친구다. 아이폰에도 연결되는 하이파이 플러스는 스피커 대용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사용자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결국, 스마트폰 자체로 이미 좋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좋은 음질을 내는 상황에서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분리탈착의 번거로움을 이겨내면서 모듈형 기기를 선택하게 하기에는 부족했다. 초기부터 더 많은 모듈형 기기를 고려했거나 아예 다른 사업자들에게 개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LG전자가 전 세계 언론사에 발송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G5’ 발표행사 초청장
3. 강조되지 못한 G5의 다양한 강점들LG G5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모듈형 기기에 묻혀서 강조되지 않은 점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광각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의 듀얼 카메라는 그 자체로도 큰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360도 배경화면, 3D 곡면 글라스, 고급 사운드 기능 등 G5의 다양한 장점들은 모듈형 기기 마케팅에 묻혀서 빛을 볼 수 없었다. G5의 듀얼 카메라는 78도의 화각을 가진 일반 카메라와 135도의 화각을 가진 광각 카메라로 구성돼 있다. 사람의 시야보다 넓은 135도의 광각 카메라는 주위 배경을 넓게 담을 수 있어서 사람이 보는 장면과 비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 카메라와 광각 카메라의 조합은 다양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빠른 배속의 영상 촬영이 가능한 타임랩스 기능이나 셔터 스피드를 길게 해서 빛을 노출 시키는 전문가 모드도 G5 카메라가 가지는 주요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