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러닝의 글로벌 전략
Article at a Glance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정체기를 걷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사교육비 경감정책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진 까닭이다. 청담어학원 등을 거느리며 20년 가까이 대한민국 영어 사교육시장을 호령한 청담러닝은 이에 다른 길을 선택했다. 강남 엄마들을 사로잡은 콘텐츠와 IT 기기 기반의 스마트러닝 시스템을 가지고 해외 영어교육 시장을 두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베트남에서 드디어 뜨거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1) 국가별 맞춤 진출전략 2) 각별한 교사 트레이닝 시스템 3) 스마트러닝 시스템 4) R&D 투자로 확보됐으며 치열한 한국 사교육시장에서 검증을 거친 콘텐츠의 힘. |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은경(미국 매컬러스터대 경제학·아시아학과 3학년), 최시영(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면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야만 입학이 가능하다는 영어학원 ‘청담어학원’ ‘에이프릴어학원’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수능등급제, 학생부종합전형 등 오락가락 갈지자를 반복해온 입시정책 속에서도 20년 가까이 대한민국 사교육시장을 이끌어온 영어교육기업 ‘청담러닝’이 해외 시장의 높은 벽을 뚫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베트남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현재 하노이에만 12개의 ‘에이프릴어학원(현지 명 APAX)’이 문을 열고 6000여 명의 수강생을 유치,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호찌민에서도 가맹학원 3곳이 개설돼 학생 수 1000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9월부터 베트남 공교육시장의 ‘방과 후 교실’에도 도전했다.
베트남을 직접 찾아 말로만 듣던 에이프릴어학원 열풍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다는 메리츠증권 김승철 애널리스트는 “밤늦은 시각 오토바이를 타고 영어공부를 마친 자녀를 데리러온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청담러닝의 성공을 실감했다”며 “한국의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베트남의 부모들의 교육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해외 시장을 두드린 사교육 업체들이 없지 않았지만 사실 성공사례는 전무했다. 청담러닝의 경우에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에 사교육 시장에서도 한류 바람, 일명 ‘K-learning’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져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청담러닝의 주가는 5월 1만4000원대였지만 8월 이후 2만 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부모들이 무엇보다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학원이다. 과연 해외 부모들이 영미권 학원도 아니고 한국의 영어학원 청담러닝의 무엇에 끌려 지갑을 연 것일까. 학령인구 감소와 사교육 억제정책으로 침체일로를 걷던 한국 시장을 떠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은 청담러닝의 전략과 성공비결을 DBR이 들여다봤다.
‘철학도’의 영어학원, 강남 엄마들의 입맛 만족시켜
1998년 입시 영어가 판을 치던 당시로서는 개념도 생소했던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을 내세운 한 어학원이 강남구 청담동에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입시 환경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영어’를 배우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이 회사가 바로 현재 청담어학원이다. 이 뒤에는 독특한 배경을 가진 김영화 대표가 자리한다. 김 대표는 197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늦깎이 유학을 떠났다. 1991∼1992년 2년 동안 베를린 자유대에서 공부하며 학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그는 다시 사교육 시장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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