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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개념과 사례

하고…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하고… 민첩한 조직이 IT 변혁기의 승자다.

강희석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애자일은 기업을 실행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실행하고(do), 빨리 실패해보고(fail fast),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게 되고(learn), 다시 시도해보는(redo)’ 것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길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혹은 다양한 유형의 혁신 추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장애요인을 해결한다. 이로써 경영진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지 않고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으며, 추진 과정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부서 간 협력을 촉진한다. 또한 가시성을 제고하고 고객의 변화하는 우선순위에 대응함으로써 고객 참여율(engagement) 및 만족도를 개선한다. 가장 가치가 높은 제품과 기능을 시장에 더욱 빨리 출시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회의나 계획 수립, 형식적인 문서 작성, 품질의 결함, 기여도가 낮은 제품 기능 등으로 인한 낭비를 최소화한다. 또한 팀원들이 더욱 행복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되게 함으로써 이직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2012센티널1 이라는 범죄 수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건의 단서가 부족해 미궁에 빠진 많은 범죄를 밝혀내며 수사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센티널의 성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FBI 범죄 수사의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FBI 요원들이 수집하는 수만 건의 사건 단서들이 재조합되고 분석되는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는 데 당초 예상했던 필요 금액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돈과 시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별다른 경험이 없는 월스트리트 출신 채드 폴험이라는 신출내기 개발자가 주도하는 소수의 엔지니어들에 의해서 말이다.

 

센티널을 개발하기 전인 1997년부터 FBI는 수십 개에 달하는 범죄수사용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11년간 37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하고도 프로젝트를 중단했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FBI의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고위관리자들 간의 불신과 권력투쟁, 법적 제약을 지키기 위한 복잡한 개발 지침서 등에서부터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수사관들의 수천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로드맵 개발까지 문제는 끝이 없었다. 시스템 개발도 느렸지만 개발된 사항을 승인 받는 것도, 발견된 버그를 해결하는 문제도 엄청난 일이었다. 개발이 중단된 2005년 당시 FBI는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6년의 시간과 5000억원가량의 투자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폴험은 400명의 개발 인원 대신 30명의 인력으로, 6년이 아닌 1년 만에, 그것도 5000억 원이 아닌 250억 원을 투자해서 센티널을 완성하겠다고 장담했고 결국 이 약속을 지켰다. 대체 채드 폴험은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일까? 답은 애자일 방식에 있었다.

 

 

애자일(Agile) 혁신

 

마크 트웨인(Mark Twain) 21세기에 살았다면 아마도혁신을 얘기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혁신에 성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선구자적 사고를 통해 신제품 설계 방식을 개선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신제품의 실패율이 지속적으로 70∼90%2 에 달한다는 점이다. 체계적이고 반복가능하며 신속한 혁신 설계 및 개발 방안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다수의 기업들은 혁신의 희망을 애자일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애자일(Agile) 접근법은 지난 25∼30년간 소프트웨어 업계를 변화시켰다. 마치 무어의 법칙(Moore’s Law)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기술과 고객 니즈를 감안할 때 소프트웨어 개발이야말로 혁신이 어려운 분야다. 또 소프트웨어는 이제 사업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막상 경영진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모든 기업은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계가 어떻게 변화했고, 기업 조직 내 다른 분야 혁신에 대해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애자일은 단순히 창의적 사고 혹은 반복적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에 대한 또 하나의 접근법이 아니다. 애자일 접근법은 성공적으로 혁신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다양한 장애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정교하고 포괄적인 작업 방식이다. 또한 매우 효과적이어서 수만 가지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평균 성공률을 11%에서 39%로 세 배 이상 증가시켰다. 대형 프로젝트 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잘 나타나는데, 복잡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애자일 접근법의 성공률은 기존 방법 대비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3

 

IT 분야뿐 아니라 기업 내 다양한 분야에 애자일 접근법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R&D에서 마케팅, 오퍼레이션, 전사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애자일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업종별로도 방송 분야부터 농기구 생산, 와인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애자일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과 부서에서도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최근에는 애자일 접근법이 체계적이고 반복 가능하며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애자일 방식은 어떤 환경(context)에서 가장 유용하며, 어떤 환경에서는 적합성이 떨어질까? 소프트웨어 업계 이외의 환경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돼야 하는가? IT 변혁기에 대부분 관람자에 불과했던 고위경영진은 애자일 방식의 도입이라는 어려운 일을 완수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그리고 성공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을 살펴보도록 하자.

 

애자일의 작동 방식

 

애자일 방식의 기본은 비교적 간단하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업은 소규모의 팀을 구성한다. 이 팀은 복수의 부서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된 다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으로 조직된다. 애자일팀은 소수의 활동에 집중해 자체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다. 보통 현업 부서 직원이 애자일팀의 과제담당자가 돼 팀을 관리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한편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등의 테크닉을 활용해 잠재력 높은 아이디어 혹은 기능 목록을 수립한다. 과제 담당자는 고객에게 주는 가치의 크기, 예상되는 재무성과, 기타 영향력 등을 토대로 개발해야 하는 과제의 목록을 꾸준히, 그리고 철저하게 우선순위화한다. 프로세스 담당자(process facilitator)는 애자일 팀이 맡은 일에 집중하고 팀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애자일팀은 각 과제를 작은 모듈로 나눠 어느 정도의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등을 정하고스프린트(sprint)’라 부르는 짧은 주기별로 진행 버전(working version)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프로세스는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며, 팀원들은 매일 간단한 회의를 통해 현황 및 이슈를 공유한다. 효율성을 위해서 심지어 회의실에 앉지도 않고 서서 진행하기도 한다.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 끝없이 논쟁하거나 상부에 호소하기보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를 experimental feedback loop이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한다.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졌을 때 잠재 고객군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반응이 긍정적인 경우에는 이후 버전을 즉각 출시한다. 해당 부서장 혹은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이 있거나 추가 기능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더라도 애자일팀의 결정을 뒤집거나 바꿀 수는 없다. 그 후 애자일 팀은 향후 주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다음 우선순위 작업에 착수한다. 이것이 애자일 접근법의 개괄적인 작동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혹은 다양한 유형의 혁신 추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장애요인을 해결한다. 이로써 경영진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지 않고 전략 수립에 집중할 수 있으며, 추진 과정의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부서 간 협력을 촉진한다. 또한 가시성을 제고하고, 고객의 변화하는 우선순위에 대응함으로써 고객 참여율(engagement) 및 만족도를 개선한다. 가장 가치가 높은 제품과 기능을 시장에 더욱 빨리 출시할 수 있으며, 회의, 반복되는 계획 수립, 형식적인 문서 작성, 품질의 결함, 기여도가 낮은 제품 기능 등으로 인한 낭비를 최소화한다. 또한 팀원들이 더욱 행복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되게 함으로써 이직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자일 방식이 성공하려면 성과지표의 설정 및 관리가 핵심적이다. 애자일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고객 만족도, 퀄러티, 속도, 직원 참여도 등 지표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수만여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러한 지표 데이터가 외부 리서치 기관과 공유돼 왔다. 이들 분석에 따르면 IT 기업 중 90% 이상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분야 중 최소한 일부 분야에서 애자일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응답자 가운데 45%는 본인의 소속 조직의 개발 팀 대부분에서 애자일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4  애자일 사용자는 애자일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얻게 된 일련의 장점을 열거했다. (그림 1) 전반적으로 애자일 방식의 투자효율성 관련 점수가 5배 이상 높게 나왔다.5 고객만족도 역시 높게 나왔는데6 실제로 미국의 일부 정부부처를 포함한 많은 고객들이 외부 업체 고용 시 애자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애자일 혁신의 확산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작된 애자일 접근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분야에도 확산됐다. 어느 기업체 임원이 IT 부문의 개선에 인상을 받아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를 분석하면서 시작된 추세일 수도 있고, 어느 혁신팀이 애자일에 대해 듣고 이를 확산 적용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시작이야 어찌 됐든 이러한 확산 추세는 현재 많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폭넓게 퍼져있다.

 

스크럼 얼라이언스(Scrum Alliance)가 최근 스크럼(Scrum) 사용자(스크럼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애자일 형태다)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조직이 IT 분야 외에도 스크럼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응답자의 25%가량이 IT 이외의 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러한 비IT 부서로는 제품 개발(11%), 오퍼레이션(3%), 영업 및 마케팅(2%), C 레벨 임원(1%)도 있었다.7 IT 부서에서의 성공률은 IT 분야에서의 성공률과 유사했다. 본 서베이에서 IT 분야 응답자는 성공률이 약 63%라고 답했으며 비IT 분야 응답자는 59%라고 답했다. IT 분야 응답자의 87%, IT 분야 응답자의 84%가 스크럼을 통해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퀄러티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IT 분야 응답자의 80%와 비IT 분야 응답자의 77%는 임원들이 느끼는 스크럼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로고객에게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양측 응답자 거의 전원이 스크럼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 경험과도 일치한다. 다양한 산업과 부서에서 애자일팀과 함께 일을 해보고 이 중 30건 이상에 대해 상세 분석한 결과 유사한 성공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혁신에 대한 한 가지 정의는창의력을 가장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의 목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돌파구 솔루션을 설계하고 그러한 솔루션을 경제성 있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 혁신은설계개발모두를 포괄하기 때문에 이를 긴밀히 연계하고 시장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맞춰 신속하게 적응시켜 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애자일의 역할이다.

 

 

다음은 IT 이외 분야에서 애자일 방법론이 잘 적용된 사례다.

 

 

1) 존디어(John Deere)

농기계 및 건설기계 분야의 선진 기술 선도사인 존디어는 자사의 R&D센터들을 활용해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조지 톰(George Tome) 1998년 전사 IT 그룹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존 디어에 입사했다. 그는 풍부한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그는 존디어 글로벌 기술혁신 네트워크 조직의 프로그램/프로젝트 관리 매니저가 됐다. 이 조직은 향후 5∼10년간 회사를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 방식에 점점 더 불만을 느꼈고, 이에 따라 애자일 원칙을몰래실험하기 시작했다.

 

톰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마케팅 담당 이사의 지원을 받아 동료 2명과 함께 애자일 트레이닝 수업을 수강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모든 용어와 사례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부터 탄생한 것이라서 톰의 동료들이 이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톰은 조 저스티스(Joe Justice)라는 애자일 코치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는 비소프트웨어 분야의 사례를 제시하며 톰에게 애자일을 가르쳤다. 코치의 도움으로 톰은 맞춤화된 애자일 기반 도구들을 갖추게 됐고 이를 익스트림 이노베이션(eXtreme Innovation)을 뜻하는 ‘XI’로 명명했다. 목표는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틀에서 생각하고, 반복적이고 소규모로 실용적으로 일하며, 지금까지 가능했던 것보다 더 빨리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적응하는 것이었다. 그는 5개의 전 세계 존디어 글로벌 기술혁신센터 전체에서 팀을 교육하고, 애자일 원칙에 대한 1페이지짜리 사내 기사를 매주 발표하기 시작했다.

 

존디어의 연구인력들은 개발을 완료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적 혁신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과제라면 새로운 시장 기회 발굴에서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의 기본적 사항 개발, 그리고 솔루션을 테스트하는 데까지 통상 9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존디어는 애자일 기법과 이미 애자일 원칙에 익숙한 개인들로 구성된 팀을 활용해 이 기간을 75% 이상 단축할 수 있었다. 특히 지금까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고객의 니즈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경우에는 애자일이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존디어는 고객의 문제에 관해 아이디어를 착안하는 단계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새로운 장비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까지 약 8개월 만에 해결했다. 제이슨 브랜틀리는전통적인 워터폴 프로세스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최소 1년 반이 걸렸을 것이며 “2년 반이나 3년이 걸렸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 NPR(National Public Radio)

National Public Radio 40년이 넘도록 전통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듀서들이 아이디어를 낸 후 경영진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한다. 이들의 승인을 받으면 필요한 직원을 고용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대대적인 출시를 준비하는데, 모든 것이 철저히 비밀로 진행된다. 한편 NPR은 해당 프로그램을 지역 방송국에 팔아서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어 낸다. 프로그램의 비용을 충당할 만큼 많은 방송국이 프로그램을 구매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속도도 더디고 비용이 많이 들며 리스크가 존재하는 프로세스였다.

 

몇 해 전 심각한 예산 부족에 직면한 NPR의 이사회는 프로그래밍 부서에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방식을 주문했다. 전직 프로그래밍 담당 부사장 에릭 누줌(Eric Nuzum)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NPR 디지털미디어 부서가 웹사이트를 완전히 개편해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룬 것에 이미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 부서 동료들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했고, 그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애자일 접근법을 사용한 것을 알게 됐다. 누줌과 몇몇 직원들은 프로그래밍과 방송국 내 타 프로젝트에 애자일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애자일은 NPR에서 일종의 표어가 됐다. 한 팀은 75만 건이 넘는 녹음파일을 망라하는 신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프로젝트 관리에 애자일 방식을 도입했다. 또 다른 팀은 애자일 방식을 적용해 전국 뉴스와 교통 상황, 날씨 등 지역 정보 간 전형적인 방송 시간 분배를 최적화했다. 이제 NPR은 최소한의 직원들로 소수의 시범 방송을 만든 후 반복하는 프로그래밍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지역 PD들로부터 피드백을 수집한다. 청취자들로부터 비판과 제안을 수집하는 데 종종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프로세스는 빠르고 공개적이며, 리스크는 현저히 낮아졌다. 결국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NPR은 이전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TED 라디오 아워(TED Radio Hour)’팟캐스트인 하우 투 두 에브리싱(How to Do Everything)’ 등을 만들었다. 개발 비용이 줄었으므로 NPR은 일정 기간 동안 지역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여 더 많은 청취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성공의 열쇠

 

애자일 방법론의 발전과 진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실패 사례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 실패 요인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할 능력 또는 의지의 결여:설문 응답자 중 44%는 애자일 방법에 대한 생소함, 35%는 경험이 있는 임직원의 부족, 33%는 애자일 방식 준수에 대한 팀의 의지 부족을 실패 이유로 들었다.8 80%는 직원 트레이닝을 통해 스크럼 도입률이 제고된다고 밝혔다.9

 

경영진의 지원 부족:응답자 중 38%는 경영진의 지원 부족, 22%는 경영진의 통제력 상실에 대한 우려10 를 실패 이유로 들었다. 조직이 성공적으로 스크럼을 채택한 경우, 고위경영진의 지원을 성공 비결로 꼽은 응답자의 비중이 다른 성공 요인 대비 최소 5배 높았다.11

 

애자일 원칙과 기업 운영 모델의 상충:응답자의 40% 이상은 기업 철학 또는 문화와 핵심 애자일 가치의 갈등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12 응답자의 71%는 스크럼팀과 조직 내 나머지 부서와의 긴장을 경험했다.13

 

기업이나 팀이 이 세 가지 장애물 극복에 주력할 때 성공률이 개선된다.

 

1. 원칙의 고수 및 애자일 방식 실행의 진화

애자일 방법론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기업)들이 지난 25년 이상 성패를 검증하고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데이터와 경험에 비춰볼 때 기업이 애자일 원칙을 고수할수록 원하는 이점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숙련된 애자일팀의 성공률은 비숙련팀에 비해 두 배 높았다.14 경험이 많은 PMO(program management office)의 지휘하에 실행된 스크럼 프로젝트는 성공률이 93%에 달했다.15 스크럼 프로젝트 팀원들이 각자 업무 가운데 프로젝트 업무를 95% 이상 담당하면서 거의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경우는 프로젝트 업무를 50% 미만 담당하는 경우 대비 생산성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안정적인 팀일수록 생산성과 대응력이 각각 60% 더 높았다.16

 

그러나 원칙과 실천에는 차이가 있다. 애자일의 원칙은 지속적이며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지만 애자일의 실천 방식은 팀의 경험 축적과 기술 진보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뮤직 스트리밍 기업인 스포티파이(Spotify)는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일반 관리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애자일 방식에 의한 혁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구체적인 실천 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원하는 변화가 애자일 원칙에 부합하고 결과물을 개선시키는 지만 검토할 뿐 실제 실행과정에서는 실험정신과 유연성을 갖도록 해준다. 그 결과, 스포티파이 산하 70개 이상의 개발 스쿼드(squad)와 기능부서(chapter)에서 애자일 실천 방식은 상당히 다양하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진척 상황 파악을 위한 시각적 도구의 활용, 다수 부서에서 직원을 파견해 형성되는 소규모의 팀을 통한 운영, 주어진 기한 내(time box)에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업무, 우선순위의 책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수정하는 기획(adaptive planning), 지속적인 개선, 업무의 강도가 아닌 창의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것 등은 거의 모든 스쿼드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애자일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잔여 작업현황 차트(burndown charts), 속도 측정, 시간 보고서 작성, 동일한 작업 산정 기법 등의 애자일 툴을 사용할 것인가는 스쿼드팀이 결정하는데, 많은 팀들은 이런 툴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픈뷰 벤처 파트너스(OpenView Venture Partners)는 또 다른 방식의 적용 사례를 보여준다. 오픈뷰는 30여 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다. 창업자인 스콧 맥스웰(Scott Maxwell)은 애자일을 접하고 이것이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보다 경영 시스템에 가깝다고 보았다. 그는 우선 오픈뷰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포트폴리오 내 기업들로 최대한 확대했다.

 

오픈뷰 내부적으로해내야 할 일들(backlog)의 우선순위화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효과를 거두었다. 팀은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프로젝트 수를 30% 줄일 수 있었다. 지속적인 개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월요일 아침마다 개최하는 성과 리뷰 회의(Retrospective) 역시 대성공이었다. 팀원들의 프로젝트 수를 줄여 집중 투입하는 방법 역시 성과가 컸다. 지금까지는 팀원들 대부분이 한 번에 10개 내지는 20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벅찬 일정이었다.

 

몇 개월 만에 팀의 생산성이 두 배 가까이 개선됐고, 스콧 맥스웰은 근무 시간 단축과 주말을 지키는 기업 문화를 일궈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험과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팀원들은 아이템별로 요구 작업량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기법을 시도했다. 최고의 조합을 파악하기 위해 팀별로 정원을 달리해 보고 스크럼에서 매일 진행하는 스탠드업 회의(stand up meeting) 시간을 45분에서 15분으로 단축시켰다. 처음에는 스프린트 주기를 1주로 정한 뒤 2주로 늘렸다가 다시 1주로 바꾸었다. 스콧 맥스웰에 따르면 조직은 생산성을 최소 150% 향상시키는 방식에 마침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오픈뷰가 애자일 프랙티스를 포트폴리오 기업들로 확대 적용하면서 스콧 맥스웰은 기업마다 관심도가 다르고 애자일 적용의 난이도가 기능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영업력 향상에 애자일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잔여 업무 업데이트 빈도가 높고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반면 제품 개발은 애자일을 적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고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였다.

 

2. 빅뱅 애자일 방식

대기업들은 전사의 다수 인력이 참여하고 동시 다발적인 변화를 추진하는워터폴(Waterfall)’ 방식을 혁신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 조직 구성원 전원이 변화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전원이 참여하지 않는 식이다. 예를 들어, 회의, 연수 프로그램, 메모, 수십 가지의 차트와 템플릿을 만들어내고, 사무실 복도는 포스터로 도배하고, 책상에는 슬로건이 담긴 각종 시각자료들이 놓인다.

 

그러나 가장 성공적인 애자일 실행 방식은 소규모로 진행된다. 애자일 원칙에 익숙할 만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있는 IT 부문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 그리고 NPR 사례처럼 IT에서 다른 기능으로 확산되고 초기 애자일 실행자들은 코치 역할을 맡아 지원한다.

 

임원들은 애자일 도입에 모범을 보이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스티매틱(Systematic)이 좋은 예다. 시스티매틱의 개발자들은 애자일 방법론을 몇 년 전부터 채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클 홈(Michael Holm)이 마음을 바꿔먹고 애자일 확산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문제는 개발팀은 애자일 방식을 사용하는데 반해 고위경영진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었다. 마이클 홈은 임원진을 애자일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나를 따라오세요, 제가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애자일 혁신에 동참하도록 독려했다. 임원 사무실을상황실로 탈바꿈해 누구나 들어가 프로젝트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했다. 총 아홉 명인 시스티매틱의 리더십팀은 과거엔 월요일마다 한두 시간씩 회의를 했지만, 이것을 바꿔 매일 아침 840분부터 20분간 서서 회의를 하며 그 전날 업무를 검토하고 다음 날의 업무 계획, 도움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HR, 법무, 재무, 영업 등 다른 기능 역시 마찬가지로 운영됐다.

 

 

미션 벨 와이너리(Mission Bell Winery)도 처음에는 각 부서장들이 부서 내의 각종 애자일 팀에서 제품 책임자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일상 업무로 인해 애자일 팀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부서의 우선순위와 기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회사 경영자는 부서장들을 애자일 임원급 리더십 팀에 편입시키고 애자일 방식을 업무에 적용하도록 했다. 애자일 리더십 팀은 기업의 우선순위 잔여 상황을 파악하고 지속적인 상세화 작업을 진행해 애자일팀이 적절한 문제에 전념하고 충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우선순위가 될 가치가 없는 소위펫 프로젝트(pet project)’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것도 애자일 리더십팀의 중요한 역할이다. 애자일을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직원은 직속 상사로부터 한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상사의 아이디어를 즉각 검토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애자일 원칙에 따라 상사의 제안을 사업 기회 목록에 추가한 다음, 잠재력을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보고했다. 당연히 그 상사도 이런 보고에 수긍했다.

 

3. 애자일 아키텍처 구축

IT에서 아키텍처는 전사적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과 기술을 의미한다. 기업의 기존 아키텍처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걸림돌이 되곤 한다. 일례로, 한 대형 금융회사는 애자일 방법론을 사용해 신규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한 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허가 및 인력 자금 집행을 위한 예산 신청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예산 요청은 다른 과제들과 함께 연간 예산 기획 프로세스가 끝나야 처리될 수 있었다. 수개월의 검토 끝에 해당 금융 기업은 자금 집행을 허가했다. 앱 개발 파일럿은 실제로 상당히 잘 진행됐고 결과물도 잘 나왔다. 그러나 앱은 출시 전에 취약성 테스트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취약성 테스트가 끝나면 핵심 IT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요했는데 이 역시 6∼9개월이 더 필요했다. 결국 적절한 시기에 앱이 출시되지 못하고 말았다.

 

이처럼 조직 내 부서 간의 업무 처리 속도 차이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생겨난다. 이 때문에 존디어(John Deere)의 조지 톰(George Tome)제품을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time to market)은 팀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속도와 전체 조직이 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속도의 합과 같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만약 어떤 팀이 4주에 걸쳐 신제품을 만들었고 조직이 이를 통합시키는 데 16주가 걸린다면 제품 출시 속도는 20주이다. 만약 팀의 생산성이 2주로 향상됐으나 조직의 통합 속도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제품 출시의 속도 개선은 10%에 그친다.

 

우리의 경험상 팀 차원에서의 애자일 실행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결과가 신속하게 개선되고 팀의 행복도도 빠르게 개선된다. 더 큰 과제는 조직의 아키텍처가 애자일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여기서 애자일 아키텍처 개념이 등장하고 선도 기업들은 다음의 5개 축을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처한다.

 

하나의 지향점:팀들은 크고 복잡한 문제 중 각각의 부분에 중점을 두지만 동일한 기업 우선순위 목록을 바탕으로 한 시각과 접근법을 갖춰야 한다. 만약 신규 모바일 앱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최우선 사항이라면 이는 마케팅, 예산, 취약성 테스팅, 소프트웨어 통합에서도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구조 변경에 앞선 역할 변경:다수의 임원진은 부서 간 협력이 늘어날수록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드물며 구조조정은 오히려 방해요인이 된다. 특히, 다운사이징을 동반하는 경우 구조조정은 신뢰를 흔들고 창의성을 해치기 쉽다. 이질적인 기능을 묶은 다기능팀은 일종의 매트릭스 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분명한 결정권과 팀의 자기 관리(self-governance).

 

단일의 의사결정자:애자일 아키텍처에서는 다기능 팀을 결성하는 자, 팀원을 선택하고 교체하는 자, 팀 리더 임명권자, 팀의 결정 허가권자가 분명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상사가 여러 명일 수 있지만 결정은 그렇지 않다. 고위 리더들은 제품책임자의 결정에 대한 비난이나 번복을 삼가야 한다. 지침과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좋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제품 책임자를 무력화시키기보다는 교체하라. 비범한 사람들을 고용할 경우 비범한 역할을 맡기고 남다른 존중으로 대해야 한다.

 

개인이 아닌 팀에 중점: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일반 지성이 팀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팀의 집단지성은 더욱 중요하며 변화시키기가 더 쉽다. 애자일팀은 집단지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스크럼 마스터(Scrum Master)라는 프로세스 지원 인력을 사용한다. 지표(Metric)는 산출물, 가동률(업무강도)부터 비즈니스 결과, 팀의 행복도(직원의 가치, 몰입도) 추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화한다. 인정 및 보상 시스템은 개인의 노력보다 팀의 결과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변한다.

 

 

지시 하달이 아닌 질문하기:조지 패튼(George S. Patton Jr.) 장군은 리더들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지 지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사람들에게 무엇을 할지 알려주면 놀랄 만한 독창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애자일 리더들은 논쟁이 생기면상사가 하라면, !”와 같은 지시로 대응하기보다는어떤 제안이 있는가?” “테스트를 어떻게 하나라는 유도 질문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애자일 리더들은 기능 전문가에서 총괄 매니저와 기업 전략가로 성장한다. 기업 문화는 영향력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부서 간 암투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협력적 교차기능적 팀으로 거듭난다.

 

 

센티널이 주는 시사점

 

채드 폴험은 FBI가 실패한 이유는 모든 것을 미리 대비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FBI에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수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 지금 시점에서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그의 팀은 복잡한 수사관들의 행태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냈고, 그 니즈를 맞춰줄 수 있는 시스템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 위에 범죄의 경향과 위험을 예측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했다. 매일 스탠드업 미팅을 통해 진척도를 점검하고, 신속하게 개발된 시제품에 대해 FBI의 고위관료들은 의사결정과 승인이 아니라 피드백을 주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애자일의 본질은 커다란 일을 잘게 쪼개서 가장 핵심적인 본질에 집중하는 것, 실패를 피하기보다는 실패를 만들어내 결함을 보완하는 것, 완벽함보다는 신속함을 우선하는 것에 있다. 애자일팀에 대한 권한의 위임으로써 이런 일이 가능하다.

 

오늘날 지속적인 혁신을 가장 빠른 속도로 해내는 기업으로 아마존이 꼽힌다. 아마존에는피자 두판 팀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것은 피자 두 판이면 점심을 해결 할 수 있는 규모의 애자일팀을 부르는 명칭이다. 아마존의 거의 모든 직원들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는 혁신에 대한 애자일팀의 팀원이 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다기능팀 하나를 만들 때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자 두판 팀이 만들어낸 해결책은 해당 기능 부서장이 설령 반대를 한다 해도 애자일 팀 리더의 결정으로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프 베저스는 경영자가 내리는 의사결정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 유형(Type 1 decision)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일방 통행의 문을 지나고 나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이런 의사결정은 천천히 가더라도 신중하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 유형 (Type 2 decision)은 회전문 유형이다. 문 밖을 나가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을 다시 열고 되돌아 오면 된다. 이런 의사결정은 판단력이 좋은 임직원이, 혹은 소수의 전문가 그룹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서 실행해보는 편이 더 낫다. 사실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매일 내리는 의사결정의 상당수는 Type 2 유형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기업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면, 많은 경영자들은 Type 2 유형까지 포함한 모든 경영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내리려고 한다. 깊은 생각 없이 위험은 무조건 회피하고, 실험 정신은 실종되고, 의사결정은 느려지게 된다. 애자일은 기업을 실행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실행하고(do), 빨리 실패해보고(fail fast),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게 되고(learn), 다시 시도해보는(redo)’ 것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어 내는 길인 것이다.가장 관료적인 조직인 FBI가 해냈다면, 당신의 기업도 할 수 있다.

 

강희석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hewie.kang@bain.com

 

필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Wharton School에서 MBA를 수료했다. 베인 & 컴퍼니 동남아 사무소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서울 오피스에서 유통 분야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외 유통 및 소비재 산업의 디지털 전략, 성장, 채널 전략 및 오퍼레이션 성과 개선 수립 및 신사업 발굴, 글로벌 진출 전략의 수립과 실행, cross-border M&A/JV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생각해볼 문제

 

1.애자일에 대한 관심에 비해 국내 기업 중 애자일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은 아직 없다.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이 애자일을 조직 내 안착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2.삼성전자는 검수 과정에서 배터리 폭발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바람에 갤럭시 노트7 폭발사고로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빠른 피드백을 강조하는 애자일이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3.애자일은 직원의 업무 만족도 등 인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경영 기법들과 차별화된다. 과연 인간성과 생산성이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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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의 탄생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은 소위 워터폴(Waterfall) 프로세스가 장악하고 있었다. 업무가 조직 내에서 서로 분리된 부서들에 순차적으로 조금씩 흘러 내려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 고객 니즈를 파악한다고 하면, 그에 따른 프로젝트는 우선 설계 부서에서 시작해 개발, 테스트 및 통합, 최종적으로는 실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워터폴 접근방식은 예측에 기반한 계획, 방대한 문서화, 엄격한 통제, 궁극적으로는 원래의 제원을 엄격히 준수하는 제품의 제공에 크게 의존했다. 속도가 더디고 낭비와 개발자들의 사기 저하로 점철된 프로세스였다(‘애자일 혁신의 개념참조).

 

 

 

 

1990년대 초 제프 서덜랜드(Jeff Sutherland)라는 개발자는 보다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 전문가 켄 슈와버(Ken Schwaber) 등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큰 영감을 준 것은 1986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히로타카 다케우치(Hirotaka Takeuchi)와 이쿠지로 노나카(Ikujiro Nonaka)가 기고한 기사새로운 신제품 개발 게임(The New New Product Development Game)’이었다. 저자들은 대형 다국적 제조기업의 혁신을 분석하면서 기존의릴레이 경주방식의 제품 개발(소프트웨어의 워터폴 프로세스와 매우 비슷한)팀이 서로 공을 패스하며 하나의 단위로서 임무를 완수하는또는럭비방식과 대조했다. 서덜랜드와 슈와버는 럭비에 빗대어 그들이 새로이 창출한 시스템을스크럼이라고 명명했다.

 

 

 

서덜랜드와 슈와버가 스크럼을 개발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이들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Extreme Programming), 어댑티브 소프트웨어 개발(Adaptive Software Development) 등의 이름으로 워터폴 방식에 대한 대안을 개발했다. 2001년 서덜랜드, 슈와버와 15명의 소프트웨어 혁명가들(그중 몇몇은 치열한 경쟁관계였다)은 유타주 스노우버드에 모여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공통적인 성공의 특징을 논의했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 했지만 결국 그들의 접근방식을 애자일로 명명하는 것과 필수적인 가치와 운영원칙을 명확히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후 이러한 가치 및 운영원칙과 방향이 일치하는 개발 프레임워크는애자일 기법이라고 불리게 됐다. 스크럼과 관련 파생 기법의 활용 빈도는 애자일의 타 유형보다 최소 10배 이상 높았으므로 애자일 방식을 설명할 때 스크럼 방법론을 기본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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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은 어떻게 혁신율과 혁신 가치를 3배 증진시키는가?

 

 

흔히들 애자일 방법론이 혁신 프로젝트의 생산성을 어떻게 3배 증가시킬 수 있는지 묻는다. 한 선도 의류 업체가 드레싱 룸 경험을 어떻게 재설계했는지 과정을 보면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회사의 혁신 그룹은 드레싱 룸 경험을 개선하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매출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일련의 워크숍을 통해 다음의 3가지 기능을 갖춘 새로운 개념이 제시됐다.

 

 

 

● 소비자들이 옷을 시착하지 않고도 어울리는지 보여주는 증강 현실인마법의 거울

● 고객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사용해서 옷을 선택한 후 자신 의 드레싱 룸에 가져오게 하는 딜리버리 시스템

● 개별화된 패션 조언을 하고 고객의 드레싱 룸에 추천 아이템을 보내는 전문원격 스타일리스트와의 비디오 콘퍼런스

 

 

 

혁신 그룹은 재설계에 3가지 기능이 모두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6인으로 구성된 엔지니어링 팀에 동시에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문의한다. 엔지니어링 팀은 18개월이라고 답하지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다. 세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생산성 저해, 시간 낭비, 오류 증가가 불가피하다. 또 복잡한 세 가지 작업을 동시에 씨름하다 보면 하나의 일을 하다가 다른 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준비시간(context switching)에 팀의 시간을 40% 허비하게 된다. 즉 작업 흐름에 방해가 돼 팀원들이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중단, 재시작, 리로딩, 리포커싱 해야 한다. (‘분화된 멀티태스킹은 생산성 저해한다참조). 대신, 엔지니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주요 기능만 작업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모든 기능이 필수적이라면 기업이 개발 활동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엔지니어링 팀은 수익성, 투자 요건, 다른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여도에 기반한 방법론을 제안한다. 일례로, 딜리버리 시스템(2번 기능)은 실적과 수익성이 가장 높고, 개발비의 예측성이 가장 높으며, 부담이 가장 작다. 또한 딜리버리 시스템은 원격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드레싱 룸에 즉시 추천 아이템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제3번 기능을 상당히 강화시킨다. 혁신팀과 엔지니어링팀은 협력해 딜리버리 시스템에 10, 원격 스타일리스트에 7, 기술적으로 더 위험한 매직 미러에는 5의 가치를 배정한다.

 

 

 

2년을 기준으로, 팀은 애자일 접근법의 비교 가치를 측정한다. 만약 해당 기업이 3가지 기능을 동시에 개발할 경우 드레싱 룸 재설계에 총 18개월이 소요되며 각 기능의 가치창출기간은 6개월이다. 각 기능의 가치에 6을 곱해 합산하면 132가 도출된다.

 

 

 

만약, 팀이 가장 가치 있는 기능을 조기에 완성시킬 수 있도록 활동 순서를 정하면 어떨까? 이 경우, 딜리버리 시스템은 6개월 후부터, 원격 스타일리스트는 12개월 후부터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한다. , 가치가 두 배로 늘어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한 번에 1개의 기능에만 집중하면 의류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을 최소화하고 개발 시간을 40% 단축시킬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전체 프로젝트를 10.8개월 만에 완료해 가치를 약 3배 신장시킬 수 있다. 또한 이 가치는 비건설적인 회의, 반복된 기획, 과도한 문서화, 품질 결함으로 인한 낭비최소화 등 애자일의 다른 이점을 제외한 것이다. 또한 이 덕분에 팀은 적극적인 고객 참여로 기능을 반복적으로 개발하고,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조정하고, 초창기 단계인 매직 미러 기술에 대한 위험한 투자를 미룰 수 있고 교차기능적 팀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 결과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고객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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