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사례
Article at a Glance
① 도요타: 전 계열사 및 협력회사와 공동 노력을 벌이며 전사적으로 비용절감을 추진. 협력회사의 원가절감을 위해 도요타 본사의 조달 부문과 제조 부문이 함께 ‘제조개선추진팀’을 결성하고 협력회사에 도요타생산방식을 적극 도입. ② 일본전산: 위기를 공유하기 위해 노사 임금 삭감. 일반사원 최대 5%(관리직 최대 10%, 임원 50%). 직원들로부터 수익개선책이나 비용절감 방법 제안을 모아 실행. ③ JAL: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후 문제점 파악. 예산제도를 개혁하고 업적보고회라는 전사 회의 실시. 업적보고회는 비용절감을 철저하게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수치에 대한 간부들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 |
1. 일본 기업의 비용절감 의식
비용절감은 일본 기업의 주요 경영 특징 중 하나다. 일본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낭비는 악이다”라는 근검절약 의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일본 기업들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낭비를 기업 관리의 적으로 삼고 낭비 제거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행위는 모두 낭비로 간주하며 극한까지 비용절감을 추구하려 한다. 체면이나 허례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용만을 추구한다. 이것이 때로는 구두쇠로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이러한 근검절약 의식이 배경이 돼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는 ‘5S운동’이 보편화됐다. ‘도요타생산방식(TPS)’이라는 세계 최강의 생산방식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비용절감 의식이 5S와 도요타생산방식으로 이어져
‘5S운동’이란 정리(Seiri)·정돈(Seiton)·청결(Seiketu)·청소(Seisou)·시쓰케(Situke)의 일본어 발음의 머리글자를 딴 표어다. 일본의 거의 대부분의 공장, 건축현장, 사무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으로 ‘5S’ 표어가 붙어 있다. 여기서 ‘정리’는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 ‘정돈’은 필요한 물건을 금방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청소’란 쓰레기를 정리해 깨끗하게 하는 것, ‘청결’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시쓰케’는 정해진 것을 올바르게 실행하는 습관을 갖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용어가 ‘훈육’이란 뜻의 ‘시쓰케(躾)’이다. 일본에서 만들어낸 한자로 ‘몸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태도나 규율’을 뜻한다. 앞의 4S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 자세라는 뜻으로 쓰인다.
5S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낭비를 제거하는 관리방식으로 일반화돼 있다. 5S는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납기를 앞당겨 생산성을 올릴 뿐만 아니라 안전까지도 확보할 수 있는 툴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5S는 2차 대전 이전부터 일부 기업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관리 툴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전후부터이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낭비제거 → 비용절감 → 생산성 향상 → 이익 증대를 위한 관리 기법으로 5S를 널리 사용해왔다.
그러나 5S가 전후 세련된 근대적 관리기법으로 재탄생한 것은 역시 아직까지도 세계 최강의 생산방식이라 할 수 있는 TPS이다. TPS는 제품 제조방법의 합리화와 효율화를 철저하게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비용절감이다. TPS는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정신이야말로 제조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익도 원가절감에 의해 결정된다는 발상이다. 즉 TPS의 본질은 낭비를 철저하게 배제해 비용을 절감하는 생산방식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주어진 값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가능한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 TPS의 기본 정신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론이 바로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에, 필요한 양만큼 생산(공급)한다”는 ‘Just in Time’이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후공정에서 필요한 양만큼의 부품을 미리 전공정에 요구하는 간판방식, 한 사람이 여러 기능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능공화(多能工化), 가능한 소규모로 생산하는 소롯트 작업 등이다.
비용절감은 물건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불량도 없어야 최종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불량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조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 누구라도 공정을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일종의 위기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TPS는 제조업에서 비용절감을 실현하는 유효한 툴이다. 최근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까지 TPS를 활용해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디플레이션으로 가격파괴 경쟁 돌입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낭비제거 →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의 관리기법을 바탕으로 매출 확대와 이익 증대를 꾀했다. 특히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위기와 급격한 엔고를 경험하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비용절감 정신이 극도로 고취됐다. 그 결과 1980년대는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으로 인해 1980년대 중반 이후 버블경제를 초래했고, 일본 기업들의 비용구조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버블이 붕괴되자 일본 기업들은 인력, 설비, 채무의 ‘3대 과잉’에 시달렸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디플레이션 경제가 도래하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매출 감소가 시작됐다. 가격 인하로 매출을 올리려는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까지 더해졌다. ‘가격파괴’라는 개념도 이때 생겨난 말이다. 수요 감소로 매출이 감소하는 경영환경에서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비용절감밖에 없다고 인식했다.
이후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됐다. 그리고 무리한 비용절감 수법이 동원됐다. 인건비 삭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비정규직 증가, 임금삭감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건비 삭감 → 가계소득 감소 → 수요·매출 감소 → 이익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1980년대의 석유위기와 엔고 때에는 비용절감 대책과 함께 매력 있는 제품도 동시에 출시됐다. 수치제어, 공작기계 등 경쟁력 있는 에너지 절약(省에너지) 제품들도 이때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1990년에는 전자산업 등의 경쟁력 저하로 매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인건비 삭감 대책이 직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 등지의 저가격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오자 가격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일본 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경험한 것이다. 가격 경쟁에 휘말려 도산한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일본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다이에’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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