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이민 하이얼 CEO의 도전과 평가
Article at a Glance
하이얼은 회사 전체를 수천 개의 ‘자주경영체’ 단위로 쪼개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작업은 CEO 장루이민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는 하이얼을 일종의 플랫폼 회사로 바꾸고 그 위에서 수천 개의 자주경영체들이 자유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그는 인터넷의 보급과 경영 환경의 변화 때문에 이런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라 말하며, 창업공신이라도 ‘구식’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면 회사를 나가야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미국 메릴랜드대 아닐 K. 굽타 교수는 장루이민CEO가 지나치게 모험적인 수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하이얼의 성장세는 정체될 것이며 플랫폼 전략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손상시키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한다. |
편집자주
하이얼은 수년째 글로벌 가전업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렇게 대비되는 전망을 보여준 기사 두 개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2015년 10월 호에 실렸습니다. CEO 장루이민의 인터뷰와 미국 메릴랜드대 스미스경영대학원의 아닐 K. 굽타 교수가 쓴 분석 기사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평가를 위해 두 기사를 나란히 번역합니다.
중국 비즈니스 경영자들에게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85년 ‘칭다오 냉장고 공장’이라는 회사의 젊은 지배인이었던 장루이민은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결함제품 76개를 직원들이 직접 망치로 부수도록 하며 앞으로는 낮은 품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줬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사건은 칭다오 냉장고 공장(현 하이얼)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사용된 망치는 현재 회사 안에 있는 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하이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색가전 제조사가 됐고, 최첨단 혁신 제품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CEO 장루이민의 지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통해 강력한 브랜딩을 구축하고,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함께 도모했으며, 하이얼을 세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고객과 더 가까이’ 하는 경영모델을 발전시켰다. 특히 이런 개혁이 경쟁이나 기술 등 외부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 스스로 시도한 변화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장루이민은 회사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회사를 세분화하고 경직된 조직구조와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기업은 일종의 투자플랫폼이 되고, 각 부서는 ‘경영자주체(마이크로기업, micro-enterprises)’라 불리는 개별 팀으로 나뉘게 된다. 기업과 각 부서가 투자자와 투자를 받으려는 기업처럼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실리콘밸리 기업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회사는 계층구조를 수평화하고, 엄격한 성과 중심의 문화를 도입하며, 고객 중심의 혁신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기업 생태계는 개인과 업무 프로세스, 기업문화, 내부 경쟁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이얼의 스토리는 세계적인 경영대학원들의 사례연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몇몇 책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스스로를 극복하라’는 장루이민의 경영철학은 현재 비즈니스와 혁신에 관한 다소 과격한 아이디어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얼이 규모가 작고 해외 인지도가 낮았던 시기에도 GE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과와 약점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항상 선진국에 먼저 진출한 후 개도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부임했을 당시 하이얼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해서 아주 뒤처진 회사였습니다. 그들과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부족한 점이 나타나지요. GE를 예로 봅시다. GE와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하이얼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GE의 6시그마경영을 도입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하이얼에게 경쟁이라기보다는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여러 경영학자들 말에 의하면 하이얼만큼 변화에 적극적인 기업은 없으며, 항상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변화를 꾀한다고 합니다. 3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해온 사람으로서, 어떻게 기존의 경영모델이 곧 뒤처질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까?
몇 년 전부터 위협을 느껴왔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것이었습니다. 특히 전자상거래는 큰 충격이었죠.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더 넓은 고객층에게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변화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고객 주문을 직원들과 직접 연결시키는 모델이었습니다. 개별 고객의 요구에 맞추려면 고객과 직원이 직접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구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구조조정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는 하이얼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계층구조를 수평화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박차를 가했습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기업들은 경직된 구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벌써 하이얼을 몇 번씩이나 변화시켰고 이번에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 전체에 완전히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과 반대의견에는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현재 고위직에 있는 임원들은 변화 후 직위가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회사 설립 초기 때부터 함께해온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소위 말해 ‘구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낙오될지도 모릅니다. 하이얼이 가고자 하는 길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먼저 바꾸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변화에 동의할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교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따라서 가치관을 먼저 바꾸고, 조직구조를 바꿔야 합니다.기업은 정교한 기계와 같습니다. 정보화 시대에서 아주 위험한 것이죠. 이 사회에서 기업은 ‘작은 조직들의 모임’ 형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이얼의 성장과정에 따라 당신의 리더십 능력은 어떻게 변해왔습니까? 처음 부임했을 당시 부도 직전이었던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과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회사에서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준비하는 시기에 필요한 능력이 다를 거라고 예상됩니다.
회사 초기부터 지켜온 법칙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성공시킨 모델만을 계속 고집하는 다른 기업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죠. 시간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실제 변화가 일어나기 전, 지금이 변화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먼저 깨닫고 움직인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겠죠. 리더십 스타일이나 기업문화를 얘기할 때 이 법칙은 아주 중요한 가이드라인입니다. 덧붙여 하이얼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980∼1990년대에 우리는 회사의 소규모 팀들에 자율권을 주고 스스로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직원들은 비교적 개인적이었습니다. 결과물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직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하이얼은 직원들의 잠재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말했듯이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개인이 기업에 종속돼 있었다면 현대의 기업 문화는 개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자원을 흡수하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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