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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Toolkit for Practitioner

혁신을 부르는 엉뚱한 생각 "What if?" 자극제가 아이디어를 불러온다

김경훈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아이디어 창출(Idea Generation)’ 혹은아이디에이션(Ideation)’이라는 개념을 듣는 순간 많은 이들이브레인 스토밍부터 떠올린다. 브레인 스토밍은 분명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실패 확률이 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좀 더 짜임새 있게, 바쁜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활용해 제대로 된 아이디에이션과 혁신을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과정에 탄생한 게 바로아이디에이션 워크숍(Ideation Workshop)’이다. 평범한 브레인 스토밍과 달리 준비부터 매우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준비의 첫 단계는통찰의 플랫폼 발전시키기. ‘통찰의 피라미드를 통해 실마리를 찾고 통찰의 플랫폼을 통해 최대한 많은, 그러면서도 실질적이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자극제 만들기. 뒤집어 생각해보고 연관된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편집자주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책과 강의가 넘쳐나고 있지만 실제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혁신 컨설턴트로 유명한 김경훈 구글 상무가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실행법들을 연재합니다.

 

12시 무렵, 운행을 하고 있는 버스와 지하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에 택시를 잡느라 고생한 경험이 여러 번 있을 것이다. 그나마 목적지가 멀면 빈 택시의 간택(?)을 받아 집까지 갈 수 있지만 목적지가 가까울수록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시간은 늘어난다. 만약 여러분이 도심 번화가에 있고, 이날이 금요일 저녁이라면, 거기에 비라도 온다면, 언제 집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종종 택시잡기를 포기하고이왕에 늦은 것’ 1시간 정도 더 시간을 보낼 술집이나 24시간 커피숍을 찾아 발길을 옮기기도 한다.

 

늦은 밤 멀지 않은 거리를 편하게 이동하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디어가 콜버스다. 콜버스는 우버(혹은 카카오택시)의 버스 버전으로도 불리는데 사용자가 콜버스 앱에 출발, 도착 지점을 입력하면 그 지역을 운행하던 전세버스가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가며 사용자들을 태우고 내려주는 서비스다. 현재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심야에 시험 서비스 중이다. 우버가 그랬듯이 콜버스도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있고 적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콜버스의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콜버스 아이디어가 사용자의 니즈와 불편에 대한 통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부분을 간과하기 쉬운데), 콜버스 아이디어가 유사한 문제를 해결했던 연관 사례들을 잘 활용해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해 아래에 새것이 없다는 성경 전도서의 선언처럼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들은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로부터 많은 부분을 가져오고 (때론 훔쳐온다고도 한다),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를 반면교사 삼아 더 발전적인 대안을 만들어 낸다. 콜버스도 우버, 카카오택시 같은 위치 기반 앱 서비스들로부터 중요한 교훈들을 얻고, 동시에 네팔 등 개발도상국에서 볼 수 있는 합승 버스로부터도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이처럼 통찰과 연관 사례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그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에 더 많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콜버스도 사용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본다면 연료 절감과 차량 감소, 더 나아가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택시에게돈 안 되는 고객은 콜버스가 태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택시는 더 수익성 높은 손님을 가려 받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심야시간대에 경제 및 여가 활동을 하는 젊은 층을 태운 버스는 광고를 비롯한 다른 사업들을 꽃피우기 좋은 토양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혁신의 공식인 Innovation=Identify × Insight × Idea × Implement (I = I × I × I × I)에 따라 혁신에 필요한 네 가지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보람 있는 과정이 ‘Idea-아이디어단계다. 독자 여러분들도 뭔가 새로운 것을 상상했던 기억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그것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처럼 복잡한 것이든, 새로운 팀 이름을 정하는 것처럼 짧지만 강력한 것이든, 이전에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필자가 여러 혁신 프로젝트를 해봤지만 아이디어를 만드는아이디에이션(ideation) 워크숍을 할 때에는 예외 없이 많이 웃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구글의 파트너사인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과 함께 3시간 동안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아이디어를 만드는 비교적 짧은 워크숍을 진행했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새도 없이 활기차게 이야기하고 자주 웃으면서 1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이처럼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이 본질적으로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이 과정은 너무나 괴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질 낮은 아이디어만 만들어내는 시간 낭비로 느껴질 때도 있다. 아이디어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기법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보자.

 

기존 방법론: ‘브레인스토밍

 

도심의 한 유명 호텔 1층에 있는 바(bar)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호텔 경영진은 이 바를 리노베이션하기로 결정하고,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다. 어느 날 프로젝트 팀은 관련 임원과 팀장들에게 브레인스토밍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 메일을 보낸다.

 

초청을 받은 주요 임직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커다란 회의실에 모인다. 그러면, 회의 진행자는오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1층에 있는 바를 무엇으로 리노베이션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 보자는 회의의 목적을 제시한 후, 본격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할 것이다.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용감한 사람 혹은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한두 개씩 얘기한다. “요즘 인기가 많은 마이크로 브루어리(microbrewery)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 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베이커리를 이참에 확장합시다등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열심히 짜낼 것이고, 팀의 막내는 서기가 돼 사람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를 칠판이나 노트북에 부지런히 적을 것이다. 때로는 앞서 나온 아이디어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를 하기에는 좁은 것 아닌가요?” “맥주를 판매해서 수익이 충분히 나오겠어요?” 오가는 질문 속에 어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내기를 머뭇거리고, 결국 직급 높은 몇 분의 아이디어만 열심히 듣다가 회의는 끝난다. 브레인스토밍이 끝나고 나면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은 리스트가 생긴다. 이들 아이디어 중에는 꽤 쓸 만한 아이디어가 섞여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이디어가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있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브레인스토밍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필자가 조금 과장해서 그렇지 훌륭한 진행자가 있다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들을 많이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여러 개의초기 아이디어(start thoughts)’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짜임새 있고 견고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목소리 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던 참가자들의 의견과 경험을 보다 더 활용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더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방법론: ‘아이디에이션 워크숍(Ideation Workshop)’

 

WHY: 왜 필요한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들의 목록이 혁신의 충분조건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혁신적인 사업, 상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목록보다는 더 깊이 있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남이 가지고 있지 않되 가치 있는 것은 결코 손쉽게 얻을 수는 없는 법. 가치 있는 아이디어도 사려 깊은 계획에 기반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빚어 나가야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은 일반적인 브레인스토밍보다 좀 더 길고 밀도 있게 진행해야 한다. 최소 3시간, 최대 1주일의 시간 동안 온전히 아이디어 창출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워크숍 준비 과정이다.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자주 언급하듯이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기(Garbage in, garbage out)’ 때문이다. 준비 과정은 아이디어 형성에 밑거름 역할을 할 가치 있는 생각들을 모으는 과정이다. 통상적인 브레인스토밍이 참석자들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는 것에 비해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은 참석자의 경험과 직관이라는 재료에 더해서 보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명확한 방향성과 자극제(Stimulus)라는 특별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아이디어의 명확한 방향성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중구난방 여러 방향으로 마구 만들어질 것이고, 아이디어의 질도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모은 통찰과 발견한 기회들이 아이디어에 녹아 들어가도록 논리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논리적인 근거와 연결 고리가 존재할 때 아이디어는 보다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발될 수 있다.

 

반면 오직 명확한 방향성만 있다면 새로 만든 아이디어는 논리적이지만 어딘지 별로 혁신적이지 않은 그저 그런 아이디어에 머무르게 된다. 따라서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만들도록 영감을 주는 자극이 필요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준비하는지, 특히 아이디어의 명확한 방향성과 자극제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살펴보자.

 

HOW: 어떻게 사용하나?

 

이번 원고에서는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의 진행보다도 워크숍 이전 준비 과정에 집중해서 방법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도 워크숍의 일종이므로 일반적인 워크숍의 준비 과정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도 동일하게 필요하다. 즉 참석자 선정, 워크숍 장소 섭외, 초대장 발송 등의 준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먼저 워크숍 참석자가 너무 많지 않게 제한한다. 논의를 이끌고 워크숍을 준비하는 진행자(facilitator) 3명에 참석자 12, 15명 정도가 가장 적합한 규모다. 3조로 나눴을 때 5명이 한 조가 돼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자 2, 참석자 8명의 10명 규모도 좋다. 참석 인원의 수보다 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능력이 출중한 3명이 모여서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것이 10명 이상이 모였을 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둘째, 워크숍 장소는 참석자들이 여유 있게 움직이고, 조별로 흩어져서 토의해도 옆 조에 방해가 되지 않는 넓은 장소로 정한다. 혹은 조별 토의용으로 별도의 작은 회의실을 1∼2개 더 준비해 둘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초대장 발송은 워크숍 1개월 전, 1주일 전, 5일 전, 4일 전, 3일 전, 2일 전, 1일 전 등으로 세분화해 각 시기별로 맞춤 준비를 한다. 초반에 보내는 초대장은 참석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티저(teaser) 형식으로 만들거나 생각을 일깨우는 도발적인 질문을 담아서 제작한다. 중반에 보내는 초대장에는 보다 구체적인 워크숍의 목적을 명시해 참석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돕는다. 워크숍 직전에 보내는 초대장에는 구체적인 할 일들(읽어야 하는 것들, 생각해 봐야 하는 것들 등)을 명시하고, 일정과 장소를 반복적으로 알려준다. 누가 참석하는지도 알려 줘야 한다. 참석자들이 미리 서로 친해지고 이름과 얼굴을 익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로 친해진 상태에서 논의가 더 활발하고 자유롭게 이뤄진다.

 

 

이러한 일반적인 준비 과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디어 형성에 밑거름이 되는 재료들을 모으는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이 재료를 잘 모으는 것이 참석자를 정하고, 장소를 정하고, 초대장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 특별한 준비 과정은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만 존재하는 과정으로 필요한 재료의 양과 질에 따라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몇 주간에 걸쳐 진행한다. 이때 만들어야 하는 재료는통찰의 플랫폼(Insight Platform)’과 ‘자극제(Stimulus)’.

 

1) 통찰의 플랫폼 발전시키기

혁신의 공식 Innovation=Identify × Insight × Idea × Implement를 따라서 혁신을 진행 중이었다면 아이디어의 직전 단계인 통찰 단계에서 이미 4∼8개의 통찰의 플랫폼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복습하면 통찰의 플랫폼이란, <그림 1> ‘통찰의 피라미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통찰 단계에서 수집한 실마리들을 연결시켜서 만든 테마들이 한번 더 부딪히고 고객의 니즈로 재해석됨으로써 생성된 결과물이다.

 

 

 

, 통찰의 플랫폼은 우리에게 어떤 기회 영역이 존재하는지, 그 기회는 어떠한 고객 니즈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어떤 테마(트렌드)와 실마리(단편적인 정보)인지를 한 장의 종이 위에 정리한 것이다. 이 통찰의 플랫폼은 <그림 2> ‘통찰의 플랫폼 템플릿 예시를 이용해 정의할 수 있다.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은 각각의 통찰의 플랫폼별로 최대한 많은 수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플랫폼은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지, 고객의 니즈는 무엇인지를 보여 주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생성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재료가 된다. 하지만 통찰 단계에서 만든 통찰의 플랫폼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1차적인 완성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 워크숍시간에 토의를 하면서 템플릿 종이 위에 급하게 손으로 내용을 적은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찰의 플랫폼을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하기 전에 정교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통찰의 플랫폼을 다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글로 적은 내용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표현을 다듬고,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 니즈와 우리의 기회를 보다 자세하게 기술한다. 두 번째는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통찰의 플랫폼의 내용과 관련 있는 사진 이미지를 추가해 한눈에 플랫폼의 특징을 볼 수 있게 만든다. 사진 이미지가 추가되면 만들어 놓은 4∼8개의 통찰의 플랫폼들을 구분하기가 용이해진다.

 

사례: <그림 3>은 필자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과 남성 고객 대상으로 한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서 만든 통찰의 플랫폼 예시다. 상단에 있는 사진은스토리텔링 워크숍시간에 손으로 적어서 만든 통찰의 플랫폼이다. 고객들의 내면에 존재하는아이처럼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니즈를 중심으로 우리가 발견했던 실마리들을 정리해 손으로 적어 봤다. 타깃 고객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 기대하지 않았다가 얻는 작은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손으로 적었던 내용을 이후에 다듬은 것이 아래 쪽에 있는 이미지다. ‘어린아이를 부각시켰던 이전 제목과 달리 고객 니즈의 핵심인재미있는 경험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실마리 위주로 근거 내용도 다듬었다. 그리고재미있는 경험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관련 사진들 -증강 현실, 운전을 즐거워하는 아이의 사진, 재미있는 기능들을 제공하는 IoT, 터치 스크린- 을 추가했다.

 

 

 

2) 자극제 만들기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종종 엉뚱해 보이지만 기발한 생각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통찰의 플랫폼을 보완할 전혀 다른 성격의 인풋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자극제다. 앞서 소개한 콜버스의 경우 우버와 카카오택시, 개발도상국의 합승 버스 등이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자극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자의생각의 강(River of Thinking)’에 갇혀 살고 있는 우리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생각의 강이라는 개념은 창의성 전문가로 유명한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가 사용했던 비유다. 뇌와 창의성에 대해 연구했던 에드워드 드 보노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산에 비유했다.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경험이나 독서 등을 통해 얻는 여러 종류의 정보는 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비유했다. 빗방울들이 떨어지면 우리의 뇌는 이제 이 빗방울들을 어디로 흘러가게 해야 할지를 판단한다. 뇌는 매우 효율적이어서 새로운 정보를 보자마자 이것이 어떤 과거 정보와 유사한지를 판단하고 유사한 정보들이 모여 있는 생각의 강으로 새로운 정보를 보낸다. 이 빗방울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우리는 여러 갈래의 크고 작은 생각의 강을 갖게 된다. 특히 우리의 직업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더 깊고 넓은 지식이 쌓이면서 그와 관련된 생각의 강도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생각은 더 빠르고 거침 없이 흐르게 된다.

 

 

일반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는 이러한 깊고 넓은 생각의 강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 중에 회계 전문가가 있다면 대차대조표에 대해 그 어떤 질문을 받아도 망설임 없이 생각의 강에서 흘러 넘치는 회계 규칙을 가져다가 명쾌한 답변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생각의 강이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의 강이 너무나 크고 넓으면 꼭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작은 정보나 기존 흐름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큰 강물의 흐름에 묻혀 버린다.

 

특히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면 이 생각의 강은 더 강력한 덫으로 작용하게 된다. 매일 같은 식당에 가서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같은 신문, 같은 TV를 보고, 매일 같은 길로 출퇴근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다채롭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똑같은 자극에 매일매일 노출되다 보면 새로운 자극에도 무감각해지고, 모든 정보를 익숙한 기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찾아 나서야 한다.

 

신선한 경험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 구글은 널리 알려진 2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또 구글 직원들은 다른 팀에서 온 사람들과 기존 업무와는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관점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 직원들을 20% 프로젝트에 보낸 팀은 이 직원들이 가져올 새로운 관점을 통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BMW그룹의 디자인 회사인 디자인웍스가 종종 주방용품처럼 자동차가 아닌 제품의 디자인을 맡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구글의 20% 프로젝트, 디자인웍스의 자동차 외 디자인 프로젝트는 생각의 강을 벗어나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도 마찬가지로 자극제가 필요하다. 참석자들이 익숙한 경험과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생각의 강에 갇혀 있으면 워크숍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극제를 더 많이 준비할수록 아이디에이션 과정에서 더 기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기가 쉬워진다. 이 자극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발굴할 수 있다.

 

자극제를 발굴하는 첫 번째 방법은뒤집어 보기(Revolution)’. 뒤집어 보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규칙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 경쟁사들이 믿는 것들 등 다양한 기존 생각들을 뒤집는만약이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필자가 이전에 몸담았던 혁신 컨설팅 회사가 회사의 이름을 왓이프(What If)라고 지을 정도로 이만약이라면?”이라는 질문은 혁신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사례: 필자가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신규 사업 모델을 개발했던 프로젝트의 예를 들어 보자. 고객사의 기존 유통 채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신규 사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유통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때 우리가 뒤집어 본 것은유통 채널에는 유통 마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업계의 통념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는만약 마진이 부수적인 가치가 될 만큼 특별한 가치를 유통 파트너에게 제공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떠 올렸다. 그리고 이 질문을 A3 종이에 크게 적어서 자극제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업계의 통념을 뒤집는 질문들을 여러 개 프린트했다. 회의실 곳곳에 붙은 여러 가지의만약이라면질문들을 보면서 참석자들은 생각의 강을 벗어나 기존 법칙들을 뒤집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전공 분야, 나이, 이전 직장 경력, 국적 등이 다른 직원들을 다양하게 채용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제를 발굴하는 두 번째 방법은연관 세계에서 가져오기(Related world)’. 벨크로 테이프(velcro tape, 일명 찍찍이)가 옷에 우연히 붙은 산우엉씨의 갈고리 모양을 응용해서 만들어졌듯이 비슷한 문제를 해결했던 다른 사례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연관 세계에서 가져오기다. 연관 세계에서 가져오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아이디어가 필요한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인지를 최대한 자세하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서 이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해냈던 사례를 생각해 본다. 사례들은 비즈니스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앞서 벨크로 테이프의 사례처럼 자연 영역에서도 찾아봐야 한다. 학계, 예술계, 스포츠 등등 비즈니스와 거리가 있는 영역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없었는지 폭넓게 찾아 볼 수 있다. 사람마다 그동안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사례가 다르기 때문에 배경이 다른 두세 사람이 함께 생각을 하면 더 많은 사례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혁신을 위해서는 전공 분야, 나이, 이전 직장 경력, 국적 등등이 다른 직원들을 다양하게 채용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찾아낸 여러 사례들 중에서 가장 영감이 있는 사례들을 골라 각각 슬라이드 한 장으로 정리한다. 여기에는 사례의 이름과 제목, 유사한 문제를 풀었던 사례의 내용을 적는다. 이 슬라이드들을 A3 혹은 A4 종이에 프린트하면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연관 세계에서 가져온 자극제들은 참석자들이 우리 회사,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에 너무 매몰되지 않게 도와 주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 영역 밖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확장해 준다.

 

 

사례: 예를 들어,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신규 사업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할 때 프로젝트의 핵심 질문 중 하나는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비롯한 고객 접점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였다. 그래서 필자의 프로젝트 팀은 화장품 업계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고객 접점을 바꾸었던 사례들을 모아서 자극제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업계에서는 슈에무라(Shu Uemura)가 도쿄에 만든속눈썹 매장을 자극제로 만들었다. 속눈썹에만 집중한 이 매장은 40여 가지 속눈썹을 준비해 두고 고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자신만의 속눈썹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 등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 밖에서는 버진항공사(Virgin Airline)의 리무진 서비스를 자극제로 만들었다. 버진항공사는 일등석 고객에게 공항을 오고 가는 리무진 교통편을 제공하는데 버진항공사의 서비스를 땅에서도 경험하게끔 하는 서비스인 것이다.이를 통해, 고객 접점을 전/후방으로 확대하는 것,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 고객 접점 확대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교통비 절감, 시간 절감, 교통편을 준비하는 번거로움 감소 등)로 이어지게 하는 것 등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뒤집어 보기와 연관 세계에서 가져오기를 통해 만든 자극제들을 모두 모아서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진행하는 회의실 한쪽 벽을자극제의 벽(Stimulus Wall)’으로 꾸민다. 워크숍 초반에 참석자들이 자극제의 벽을 살펴보게 함으로써 생각의 강에서 뛰쳐나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자. 또한 아이디에이션 도중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참석자들이 자극제의 벽 앞으로 가서 자극제들을 다시 곱씹어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도록 안내한다.

 

사례: 이 자극제들을통찰의 플랫폼과 충돌시키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혁신 프로젝트 사례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만들었던 통찰의 플랫폼은 중 하나는이해할 수 있는 말로 화장품을 알려줘라는 제목의 플랫폼이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젊은 남성 고객들이 새로운 타깃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얼리어댑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직 화장품의 성분과 기능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고객들은 자주 제품을 잘못 선택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다. 남성 고객들이 전자제품을 잘 이해하고 비교해 좋은 제품을 고르듯이 화장품도 잘 이해하고 비교해서 우리가 만든 좋은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큰 숙제이자 기회였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의 효능을 고객에게 잘 전달한 사례를 연관 세계에서 찾아봤다. 여러 재미있는 자극제들을 찾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참석자들의 눈을 끈 자극제는 음료수인 비타민워터 사례였다. 비타민워터는 음료에 함유된 비타민의 효능에 따라 음료수의 색상과 라벨의 색상을 사려 깊게 선택해 사용했다. 무엇보다도 혁신적이었던 것은 음료가 주는 효능을 타깃 고객(유행에 민감하고 건강에 신경 쓰는 젊은 소비자)이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이 위트가 넘치는 고객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었다. 우리는이해할 수 있는 말로 화장품을 알려줘라는 통찰 위에비타민워터라는 자극제를 충돌시킴으로써 새로운 남성 화장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 다음 글에서는 아이디에이션 워크숍을 진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겠다.

 

 

DBR Mini Box

 

아이디어 창조 조직을 만드는 법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도 미리 혁신 친화적으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 창조 조직의 비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비법1. 신호 보내기(Signaling):

비판하고, 평가하고, 현실 가능성에 집중하는 축소적 사고에 직원들이 매몰되면 창의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확장적 사고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할 때와 축소적 사고를 해야 할 때를 구분하고, 모두 같은 방향의 생각을 하도록 적절한 신호를 보내야 혁신이 멈추지 않는다. 신호를 보내는 방법은 회의 시작 전에 회의의 목적이 확장적 사고인지, 축소적 사고인지를 밝히는 간단한 방법도 있고 방향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사람(주로 확장적 사고를 해야 할 때 축소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게옐로카드로 경고를 주는 방법 등이 있다.

 

비법2. 싹 틔우기(Greenhousing): 

아이디어가 아직 새싹 상태일 때는 이 아이디어가 아름다운 꽃이 될지, 잡초가 될지 판단하기 이르다. 아이디어를 평가하기 전에 당분간 판단을 유보하고,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열정을 갖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조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문화를 구축하라.

 

비법3. 즐거움 채우기(Playfulness):

 우리의 뇌는 편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보다 더 창의적인 상태로 변한다. 근무환경과 근무제도를 편하고 즐겁게 바꿔야 한다. 사무실 전체를 바꾸기 어렵다면 회의실만이라도 밝고 편안하고 열린 분위기로 바꿔보자. 직원들이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출근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비법4. 연결하기(Connecting): 아이디어는 생각과 생각이 충돌하고 연결될 때 발생한다. 직원들이 서로 어울리고 연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도록 화장실과 휴식 공간, 복도 등을 설계한다. 무료 식사나 간식, 사내 동아리 모임 등을 통해 직원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돕는다.

 

 

김경훈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필립스,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과 제품,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서울 사무소의 Sales Operations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 김경훈 김경훈 | - (현) 구글 상무, 혁신 컨설턴트
    -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서울 사무소 근무
    -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 근무
    http://linkedin.com/in/Harris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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