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UX와 한국 기업의 전략
Article at a Glance
중국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나 힘이 예전 같지가 않다. 분명 뛰어난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듯한 중국산 제품들이 시장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중국 제품에 열광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UX 기술 수준이 한국의 UX 디자인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막연히 중국의 UX 수준을 얕보는 등의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 중국의 문화적 맥락과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UX 전략을 짜야 한다. |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실력’이다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 제품은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깰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회사에서 만든 ‘스마트 체중계’가 ‘체중계 부문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샤오미의 보조 배터리 성능에 열광했던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체중계에까지 열광하는 걸 보며 한국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국 기업의 제품과 비등비등해진 기술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정도가 성공의 요건이라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충분히 더 나은 기술로 상황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의 기업들이 ‘소비자의 경험’ 전반을 구성하는 제품군을 지니고 있고 바로 그 경험에 대해 한국의 소비자들마저 열광하고 있는 것이기에 긴장감의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더 나은 기술로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없는 시대다. 기술 격차 자체도 크지 않고 ‘개발자들만 아는 미묘한 기술의 개선’에 대해 소비자는 관심도 없는 탓이다. 샤오미의 성공에서 보듯 경험을 지배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5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서도 ‘뛰어난 기술력과 고성능 제품’으로 어필하던 한국산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최근 급격히 고전하기 시작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향후 중국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 더욱 커지는 아시아 신흥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 소비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경험을 재구성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중국의 ‘경험 디자인’과 UX 구성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해 있는지를 살펴보고 간략하게나마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중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언급하는 몇 가지 불편 혹은 불만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녹색으로 신호가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보행자를 의식하지 않고 마치 차가 우선인 게 당연한 듯 지나가는 일이다. 물론 보행자들 역시 녹색신호가 아닌데 횡단보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경우도 많다. 1차적으로는 아직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부족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기업인들과 학자들은 좀 다른 시각에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질서의식이 없는 걸 탓하고 분노하기보다는 그 사회의 맥락과 상황을 이해를 하고,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 그것이 용인되는 맥락을 파악해 중국인 각자가 추구하는 개인적 가치, 공공적 가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지 분석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여러 제품, 서비스, 시스템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중국 도로에서의 이 같은 교통경험, 또는 관공서나 공무원 서비스 같은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경험의 만족도가 낮다고 해서 중국 제품과 여러 서비스의 ‘경험 제공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수많은 중국 제품과 서비스의 UX 디자인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위챗(微信)이라는 SNS를 주로 사용한다. 위챗 서비스의 UX를 분석해보면 완성도가 높고 필자의 경우 한국에 와서도 위챗을 자주 사용할 정도로 경험적 중독성도 있다.
모바일 앱 서비스의 UX 디자인 수준만 높아진 게 아니다. 올해 초 필자는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광저우에 워크숍을 갔는데 같이 간 한국 학생들이 샤오미의 충전기와 체중계 등을 줄서서 사고 이를 한국에 가져가는 것을 지켜봤다. 한국 대학원생들이 맘에 쏙 들어 할 정도의 경험을 제공하는 중국 제품의 UX 디자인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다시 서비스 분야를 예로 들면, 한국의 콜택시 시장은 최근에 카카오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훨씬 먼저 디디다처(滴滴打?), 콰이디다처(快的打?), 전처(神州??) 등 다양한 콜택시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그림 1>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결제도 연동이 돼 있고, 사용성도 꽤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결제와 같은 영역이 각종 규제로 인해 서비스에 연동하기 어려운데 결제 부문은 중국이 훨씬 앞서서 잘 구현돼 있는 상황이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법제적 변화의 유연성은 중국이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한국의 많은 규제는 오직 한국 내에서만 ‘어렵고 까다롭게’ 쓸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버렸고, 이로 인해 한국에서의 결제 시스템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인은 한국에서 알리페이 시스템을 쓸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다. 즉 중국인들은 본인의 경험 서비스를 자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한국인보다도 많다. 경험의 연속성 측면에서 오히려 낫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경험의 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하이디라오(海底?) 식당을 가면 서비스의 고도화와 시스템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이 식당은 대기시간이 긴 편인데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신발을 닦아주거나 네일아트 서비스를 해준다. 또한 간식을 미리 제공하기도 한다. 칼국수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공연하는 것처럼 각종 퍼포먼스를 제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게 한다. 식당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를 배려해 상하이점과 베이징점에는 화상장치(큰 스크린)를 마련해두고 베이징에 있는 사람과 상하이에 있는 사람이 마주보며 식사할 수 있는 방도 구비해 놓았다. 이 서비스의 유용성은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정도로 UX를 고려하고 있다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다. 이렇게 이미 한국에 비해서 손색이 없거나 오히려 앞서 있는 경험적 제품과 서비스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UX, 나아가 CX의 발전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