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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CX

‘좋은 제품’ 아닌 ‘좋은 경험’ 제공하는 회사가 성공한다

정성재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999년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경험경제에 관한 글을 실은 이후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발달/보급과 더불어 UI/UX디자인에 대한 강조에서 전체적인 소비자 경험인 CX 개념으로의 확산, 그리고 IoT와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전반의 모든 경험을 디자인하는경험디자인 전략으로 진화해왔다. 이제 좋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는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는 상황까지 온 셈이다.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커피 원두와 가공된 커피가 합쳐진 커피 한 잔의 원가는 미화로 약 13센트라고 한다. 상점이나 카페에서 판매되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은 2.5 달러 정도인데 여기에스타벅스라는 브랜드 및 고객 경험이 추가되면 최종 가격은 5달러 정도가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별로 비싸다고 여기지 않는다. 해당 가격에는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경험요소들(로고, 실내 분위기 등)에 지불하는 비용까지 포함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경쟁의 무게중심이 상품 중심에서 브랜드 체험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뉴욕 맨해튼을 여행할 때 초록색 로고가 새겨져 있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면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뉴요커(New Yorker)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스타벅스에 있다. 즉 그 같은경험가치의 힘이 내재돼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도대체경험경험가치란 무엇인가.

 

 

1. 전략으로써의 경험, 좋은 소비자경험(CX)이 기업을 살린다

 

1999년 조셉 파인(B. Joseph Pine)과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는 세계적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경험경제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논문을 실었다. 당시 저자들은 경제/경영계에 사용자경험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각 단계의 발전을 이루는 동안 상대적으로 우수한 조건의 제품으로 차별화시키기 위해 선도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 냈다는 게 핵심 주장이었다. , 소비자에게경험을 둘러싼 환경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1970 <미래쇼크(Future Shock)>에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에 의해 언급된 경험산업(Experience Industry)과도 일맥상통한다. 토플러는디자인, 영화, 레크리에이션, 컴퓨터, 예술, 미술 등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경험설계 역량을 기업행위 전반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의들을 종합해보면 오늘날의경험경제고객이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긴 스토리와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험경제’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보다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러한 경험(또는 체험)은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UX(사용자 경험) CX(소비자 경험)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는 UX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시점 이후에 벌어지는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CX는 보다 포괄적인 범위를 다룬다고 봐야 한다. 크리스토퍼 메이어(Christopher Mayer)와 안드레 슈와거(Andre Schwager) “‘소비자 경험’이란 소비자가 기업과의 직간접적 접촉에서 얻게 되는 내적이면서 주관적인 반응이라고 정의했다(HBR, 2007). 여기서 말하는 직접적인 접촉이란 소비자에 의한 구매, 사용, 서비스 등을 말하고, 간접적인 접촉은 주로 소비자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겪게 되는 기업이나 상품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경험, 이를테면 뉴스나 주변 사람들의 평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리뷰, 걷다가 우연히 본 광고 등을 포함한다.

 

UX뿐 아니라 CX 관점에서 좋은 경험의 제공이 만들어 낸 놀라운 성과를 잘 보여준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쿠쿠전자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기압력밥솥이 수년 전부터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990년대에 밥솥시장 점유율 1위였던 일본 조지루시(zojirushi) 밥솥(일명 코끼리 밥솥)이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렸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 코끼리 밥솥을 사오곤 했는데, 현재는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와서 쿠쿠 밥솥을 2∼3개씩 구입하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른 밥솥도 밥은 다 될 텐데 유독 쿠쿠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확실한 한 가지 경험은 쿠쿠압력솥에 밥을 하면 일명차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로 밥을 하면 풀풀 날린다는 것은 그 지방을 여행해 본 분들은 알 것이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밥에 더해 새로운차진 밥의 경험까지 동시에 선사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즉 쿠쿠 밥솥 사례는 중국인들에게차진 밥도 먹을 수 있다 CX 가치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내용이 중국인들에게 입소문 등을 통해 (그리고 한류 열풍을 통해) CX 마케팅의 고점을 찍었다는 것을 뜻한다. 쿠쿠는 여러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UX에 더해 CX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CX는 앞서도 언급했듯 기업명, 로고, AS 만족도 등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여러 가지 총체적인 경험들로 이뤄진다. 쿠쿠전자는 한국에서 구입한 제품도 중국 현지에서 1년간 무상 AS를 제공하며, 이를 알리기 위해 매장에 중국 현지 서비스센터 안내 명함(중국어)을 비치하고 고객에게 서비스센터도 함께 안내해주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구매 여행 단계에서의 경험 제공), 구매 후 사용경험, 그리고 사용 중 최선의 AS 경험을 통해쿠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소비자로서 갖는 전체적 경험의 구성을 제대로 해냈다는 뜻이다.

 

기업의 진정성(진실성)은 좋은 CX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특정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일까? 조셉 파인은 경험 경제에서 소비의 기준은진정성(Authenticity)’이며, 소비자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자신이 믿고 있는 진정성을 위해 투자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파인은기업이 소비자에게 진정한 것을 제공한다는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기업 스스로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진정성 있다고 믿으며, 기업 자신이 스스로에게 정직하다고 얘기할 때 고객도 진정성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진정성에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하는데,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정직한가?에 대한 것( 1의 가로축)이고, 두 번째는 기업이 말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비춰지는가?에 대한 것( 1의 세로축)이다.

 

 

 

1) ‘진실 전달 실패혹은나쁜 경험의 사례

2010년 즈음, 고객을 외면한 채 기업이진정성을 주장하다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었다. 여러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자사의 특정 모델들을 광고하면서아이폰보다 좋은 여러 가지 기능 등을 제시하고 실제우리 회사 제품이 아이폰보다 낫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CPU 속도, 화면 크기, 카메라, 교체형 배터리, DMB, 멀티태스킹 등 여러 기능들이 아이폰에 비해 우세한 제품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모두 사용해 본 고객들은 자신들에게 실제로는 좋지 않은 것을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인식을 했다. 최소한진실 전달 실패였고 일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실제로 < 1> 4번 경우인나쁜 경험으로 연결돼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된 초기였는데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수도 있다. 사실 하드웨어 스팩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면 여러 회사의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보다 앞선 기능도 상당히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러한기능의 합우월한 경험을 선사해주지 못했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하나하나의 인터페이스나 성능에만 집착하고전체로서의 UX’,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전체로서의 CX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셈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기술의 퀄리티(quality)가 평준화된 현 시점일수록 고객인식과 관련한 2010년 사례는 기업들에게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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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재

    - (현) LG전자 LSR/UX 연구소 선임연구원(팀장)
    - (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 디자인경영센터 UX전략그룹, 프린팅사업부 디자인그룹 실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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